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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AVORITE] 봄, 내 마음 속의 시(時) [No.150]

정리 | 편집팀 2016-04-11 6,036

어느덧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봄이야말로 시를 꺼내 읽기에 딱 좋은 계절인 듯합니다. 뮤지컬 배우들의 가슴을 두드린 아름다운 시는 무엇일까요?



이승원     



제가 좋아하는 시는 천상병 시인의 ‘귀천’입니다. 이 시를 처음 접했을 때의 저릿함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인사동을 걷다가 길 위에서 이 시가 새겨진 돌을 보게 됐어요.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죠. 이 시를 읽을 때면 항상 깊은 숨을 쉬게 돼요. 담백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이 느껴지거든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이건 제가 제일 사랑하는 구절이에요. 이 세상 소풍에서 장기자랑 열심히 하고 돌아가겠습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 천상병  「귀천」 中



이상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트라이아웃 공연을 연습하면서 백석의 시에 빠졌어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시인 백석과 자야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랍니다. 모든 노래 가사에 백석의 시를 쓰는데, 연습을 하면서 시적인 표현의 아름다움을 알아가는 중이죠. 시어를 곱씹을수록 은근하게 드러나는 말의 의미가 참 아름다운 것 같아요. 특히 요즘엔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을 많이 써서 그런지 시적 언어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같은 백석의 대표시도 좋지만, 제가 이번에 제일 좋아하게 된 시는 ‘바다’예요. 이 시를 읽으면 머릿속에 이미지가 뚜렷하게 그려지는데, 꼭 심장이 말랑말랑해지는 기분이 들죠. 백석이 살던 당대에는 시인이 스타처럼 인기를 누렸다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아요.


바닷가에 왔드니
바다와 같이 당신만 생각이 나는구려
바다와 같이 당신을 사랑하고만 싶구려

바닷가는
개지꽃에 개지 아니 나오고
고기비늘에 하이얀 햇볕만 쇠리쇠리하야
어쩐지 쓸쓸만 하구려 섧기만 하구려


- 백석  「바다」 中



임강희



‘시편’이라는 다윗의 시로 만들어진 성경 구절이에요. 제가 입시를 볼 때 어머니가 이 구절을 저에게 들려주셨어요. 너무 힘들 때 이 글을 읽으면서 위안을 많이 얻었고, 눈물도 흘렸어요. 지금도 힘들 때나 막막할 때면 이 구절을 되뇌이며 위안을 얻고 있어요. 그러면서 두려움을 이겨내고 있답니다. 제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전해주는 소중한 말씀이에요.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나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여호와께서 너를 실족하지 아니하게 하시며
너를 지키시는 이가 졸지 아니하시리로다.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이는 졸지도 아니하시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리로다.
여호와는 너를 지키시는 이시라
여호와께서 네 오른쪽에서 네 그늘이 되시나니.
낮의 해가 너를 상하게 하지 아니하며
밤의 달도 너를 해치지 아니하리로다.


- 시편 121편 中



이규형    



봄에 어울리는 시라면 김춘수 시인의 ‘꽃’이 생각납니다. 이 시는 저에게 깊이 각인된 기억을 주었거든요. 2013년 법의학 드라마 <싸인>에서 박신양 선배님의 리허설 배우를 한 적이 있는데, 프리 프로덕션 기간에 실제 사고 현장을 따라다니며 부검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때 첫 번째로 본 시신이 목을 매 자살한 20대 초반의 여성이었죠. 실연의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었어요. 그런데 그 집 현관문에 김춘수 시인의 ‘꽃’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걸 보자 뭐라 설명하기 힘든 충격에 눈물이 흘렀고, 그날 이후 아직까지도 ‘꽃’ 은 제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어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 김춘수  「꽃」 中



유일



가끔 게으르고 나태해져 있는 제 자신을 채찍질하는 기분으로 이 시를 꺼내 읽어요. 제가 원하는 모습은 봄이 되어서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항상 마음속에 꿈을 품고 있는 사람인데, 이 시를 읽으면 마음을 다잡게 되거든요. 시를 읽으며 늘 봄처럼 살아있고 깨어 있자고 다짐하곤 하죠. 저 스스로에게 꿈을 위해 살라고 말하고 싶어서, 또 <더뮤지컬> 독자 분들에게도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이 시를 소개합니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中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0호 2016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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