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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이상훈의 세계의 도시, 세계의 공연장] 로마 [No.151]

글 |이상훈 사진 |이상훈 2016-04-12 5,891

여행 책에는 나와 있지 않은 로마의 공연장 이야기


많은 영화나 책에서 로마(Roma)는 수도 없이 다루어져 왔다. 로마는 이탈리아, 아니 유럽과 인류 문화의 중심이자 시작이다. 그런데 공연 문화로 한정하면 다소 이야깃거리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정치적 영향력, 문화·예술 등 모든 면을 놓고 볼 때 로마는 이탈리아의 넘버원 도시임에 틀림없지만 밀라노의 라 스칼라, 베로나의 아레나, 피렌체의 5월 음악제 등 공연 문화만 놓고 보면 살짝 뒤처지는 느낌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는 로마의 너무나도 많은 콘텐츠에 가려진 착시일 뿐 공연 문화에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도시이다.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           

 

먼저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을 들 수 있다. 1585년에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학교 중 하나로, 작곡가 팔레스트리나(Giovanni Palestrina) 등이 로마와 음악의 수호 성녀 체칠리아를 기념하여 이름 붙인 교육기관을 설립한 데서 출발한다. 처음에는 판테온에 본부가 있었으나 뒤에는 시내의 교회를 전전하였다. 한때는 교황청의 지원을 받은 적도 있고 미술가 협회와 합병도 하였으나, 19세기 초 교회 음악의 쇠퇴와 함께 활동이 저조해져 음악 부문만 분리되어 1876년에 음악중등학교가 되었다. 1919년에는 국립음악원으로 승격되어 독자적인 음악 전문가 양성 과정을 마련하게 됨으로써 우수한 음악가를 배출하고 있다. 소프라노 조수미도 이곳 출신으로 체칠리아 바르톨리, 엔니오 모리코네 등이 동문이다. 음악 수업 시간에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로마의 소나무’를 작곡한 레스피기가 이곳 원장을 역임하기도 하였다.


음악원 소속,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 관현악단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 오케스트라는 1886년에 창단되었는데 당시 관현악단은 오페라 극장 소속이 대부분이던 시절, 최초로 관현악 연주를 전문으로 하는 악단으로 출범했다. 얼마 전까지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했던 정명훈이 1997~2005년까지 음악감독을 역임한 인연이 있으며 현재는 안토니오 파파노가 지휘를 맞고 있다.




현대적인 파르코 델라 뮤지카


2002년 제노바 태생의 건축가 렌조 피아노의 설계로 유럽 최대 규모의 음악 센터 ‘파르코 델라 뮤지카(Parco della Musica)’가 탄생한다. 사실 꽤 오랫동안 로마에는 변변한 콘서트홀 하나 없었다. 이는 산타 체칠리아 아카데미 소속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줄곧 무대로 사용했던 떼아뜨로 아우스테오가 1936년 문을 닫으면서부터이다. 2000년대에 총 건축비 1억 4천만 유로가 투입된 ‘파르코(Parco, 공원) 델라 뮤지카’는 이름에서 보다시피 글자 그대로 녹지와 광장으로 둘러싸인 ‘음악 공원’이다. 전체 면적 4만 2천㎡에 건물이 들어서 있고 광장·녹지만도 4만㎡나 되는 엄청난 규모다. 1993년 발표 이후 진행된 공사가 10여 년 가까이 지속된 것은 지하 주차장 공사 도중 고대 로마의 유적이 발굴됐기 때문이다. BC 500~310년 로마의 장교와 지주들이 살던 주택가였는데 AD 150년께 파괴된 것이었다.


파르코 델라 뮤지카는 대편성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위한 아레나 형의 대극장(2,756석) 오디토리엄을 비롯해 챔버 오케스트라와 실내악 공연을 위한 직사각형의 중극장(1,200석 규모) 그리고 독주회를 위한 소극장(700석) 등 세 개의 공연장이 독립 건물로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반원형을 그리고 있다.


2002년 개관식 지휘는 당시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관현악단의 음악감독 정명훈이 맡았다. 마침 이날은 로마 정도(定都) 2275주년을 맞아 시내 전역에서 축제가 펼쳐지기도 했다. 개관 공연은 그 축제의 일환이었다. 설계자 렌조 피아노는 파리 퐁피두센터와 일본 간사이 공항을 설계한 스타 건축가로 파르코 델라 뮤지카는 자연과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로마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코스탄치 극장과 카라칼라 욕장


확실히 독일이나 영국과 같은 나라와 비교해 이탈리아에는 오케스트라 전용 극장은 드물다. 그런데 반해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도시들은 어김없이 오페라극장을 가지고 있다. 로마도 예외일 수는 없다. 로마 오페라극장(Teatro dell`Opera di Roma)은, 번역 그대로 ‘로마에 있는 오페라극장’이 공식 명칭이다. 하지만 1877년 이 극장을 설립했던 도메니코 코스탄치(Domenico Costanzi)의 이름을 따 코스탄치 극장(Teatro Costanzi)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등이 초연됐으며, 무솔리니 시절은 밀라노의 라스칼라 극장에 버금가는 극장으로 개조됐다. 이후 나폴리의 산카를로 극장(Teatro San Carlo)과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극장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야외 공연이 가능한 여름이 되면 또 하나의 이름을 로마 오페라극장 웹 사이트에서 만날 수 있는데 바로 카라칼라(Caracala) 욕장이다. 카라칼라는 로마의 황제(211~217 재위)로 안토니우스 칙령을 발표하여 로마제국 내 전체 자유민에게 로마 시민권을 부여한 인물이다. 과시욕이 컸던 카라칼라는 인기와 인심을 얻기 위해 로마에 대목욕장을 건설하였다. 212년에 착공해 217년에 완공되었다. 이곳은 모든 로마 시민에게 무료로 개방되었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로마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거대한 목욕탕은 냉탕과 온탕으로 구분되었으며, 아름다운 실내 장식과 야외 정원으로 유명했다. 카라칼라 욕장은 6세기까지도 사용되었다가 고트족의 침략으로 파괴되어 폐쇄되었다.

 

그렇게 유적으로 방치되어 온 곳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 갈라 콘서트가 이곳에서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주빈 메타의 지휘로 좀처럼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없었던 3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가 카라칼라에 운집한 6천 명의 관객 앞에서 불렀던 주옥같은 아리아와 칸소네는 밀리언셀러 음반으로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카라칼라 욕장이 훌륭한 야외 공연장으로 거듭나게 된 순간이다. 이후 지금까지도 카라칼라 욕장에서는 코스탄치에서의 정규 시즌 공연과 여름 시즌 야외 오페라가 공연된다.



필자는 작품성과 대중성 두 가지를 다 갖춘 오페라 한 편을 뽑으라면 주저 없이 푸치니의 <토스카>를 꼽는다. 이 오페라는 한낮에 주인공 카바라도시가 안젤로티를 성당에 숨겨주면서 시작한 드라마가 이튿날 새벽 카바라도시의 죽음으로 끝난다. 작품의 무대인 1막의 성 안드레아 델라 발레 성당과 2막의 파르네세 궁전, 3막의 성(聖) 안젤로 성(城)은 로마를 가로지르는 테베레 강을 사이에 두고 한 시간도 되지 않는 근거리에 있다. 언젠가 로마 여행을 할 기회가 있다면 로마 오페라극장에서 <토스카>를 예약하고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 관현악단에서 레스피기의 교향시 ‘로마의 소나무’를 들어보자. 그리고 성 안젤로 성과 포로 로마노를 거닐고 트레비 분수를 마주할 수 있다면, 아주 공감각적인 여행이 될 것이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1호 2016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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