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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INSIDE THEATER] <흑흑흑 희희희> [No.151]

글 |나윤정 사진제공 |드림컴퍼니 2016-04-12 4,039

<흑흑흑 희희희> 울고 웃으며 인생은 계속!


맨씨어터는 2006년 창단 후 <프로즌>, <은밀한 기쁨> 등의 라이선스 연극과 <터미널>, <울다가 웃으면> 등 창작 단편극을 다채롭게 선보이며,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는 극단으로 떠올랐다. 맨씨어터가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은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흑흑흑 희희희>다. 맨씨어터의 첫 창작 장편극으로 주목받고 있는 <흑흑흑 희희희>, 개막에 앞서 작품의 매력을 먼저 들여다보았다.



어둠과 빛의 만남

맨씨어터의 첫 창작 장편극인 <흑흑흑 희희희>는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제목은 중의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첫 번째 의미는 의성어 그대로 울음과 웃음의 조합이다. 그에 따라 이 작품은 ‘조울신파극’이란 독특한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 제목의 두 번째 의미를 통해 작품의 메시지는 더욱 확장된다. 바로 검을 흑(黑)과 빛날 희(熙)의 조합이라는 것. 여기서 흑흑흑은 검은 우주를 의미한다. 검은 우주는 비극적이고 고통스러우며 악하고 추악함을 상징하며, 그 안에 죽음을 내포하고 있다. 반면 희희희는 검은 우주 안에서 저마다 절박하게 내뿜는 몇 줄기의 빛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상징성에 따라 주인공의 이름도 흑철과 백희다. 작품은 이런 중의적인 의미와 상반된 조합을 통해 희극과 비극, 그리고 소극과 만담을 넘나들며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다. 그리고 죽음과 생명, 비극과 희극 사이에 서서 삶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내던진다.


<흑흑흑 희희희>는 지난해 맨씨어터가 영입한 김봉민 작가의 신작이다. 2010년 <중랑천이야기>로 데뷔한 김봉민은 2013년 <형제의 밤>의 작·연출을 맡으며 주목받은 창작자다. 맨씨어터의 우현주 대표는 신선한 창작극을 찾던 중, 김봉민 작가 특유의 B급 정서를 눈여겨보게 됐다. <흑흑흑 희희희>는 김봉민이 <형제의 밤>을 집필했던 2010년, 초고를 완성한 작품이다. 당시, 이십 대 후반이었던 그는 작가로서 앞날을 깊이 고민하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유서처럼 이 글을 써 내려갔다고 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필터링 없이 마음 가는 대로 가장 나답게 써보자는 생각으로 쓴 작품이다. 당시 그의 심경이 녹아 있는 작품인 만큼,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럼에도 살아보자’는 것이다. 삶을 살아가는 힘보다 더 센 힘은 없으니 말이다.



삶을 살아내는 힘

이야기의 배경은 버려진 듯 폐허 같은 거대한 병원이다. 한때는 잘나가는 개그맨이었지만, 지금은 안티팬 100만 명을 거느리고 있는 개그맨 진흑철. 3년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한 번도 웃지 않았던 진흑철은 퇴원을 앞두고, 병원 놀이터에서 우연히 연백희를 만나게 된다. 연백희는 한때 우리나라 네 번째 우주인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지금은 희귀병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황. 절망에 빠져 있는 백희에게 흑철은 왠지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그래서 둘은 첫 만남부터 티격태격 싸우기만 한다. 이윽고 흑철은 퇴원을 미루고, 백희를 웃겨보기 위해 온갖 유치한 개그 시도를 이어간다. 처음엔 울고만 싶었던 백희였지만 점차 흑철의 노력에 마음을 열게 되고, 두 사람의 삶에 점차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작품은 흑철과 백희의 이야기뿐 아니라 병원 안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에도 숨을 불어넣는다. 만담을 일삼는 난치병 소녀 박태림과 불치병 소년 김연소, 사랑을 갈구하는 노처녀 간호사 고유순과 젊은 간호사 계일주 등이 그들이다.



김봉민 작가는 진흑철과 연백희를 극과 극의 만남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진흑철은 화장실의 더러운 이야기들로 저질 개그를 일삼듯 밑바닥에 있는 인물이고, 연백희는 자기가 추구하는 것에 몰두하며 지구의 제일 높은 곳 우주까지 가본 인물이다. 하늘 끝과 땅끝에 있는 사람인 것이다. 결국, 작품은 이 두 사람의 만남을 통해, 그 중간에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김봉민 작가는 <형제의 밤>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직접 무대를 연출한다. 그는 드라마의 마지막까지 개그 시도를 멈추지 않고 이어갈 예정이다. 어처구니없을 만큼 정신없게 개그 코드를 집어넣어 관객석에 웃음이 터지게 만들 계획. 하지만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웃으면서도 뭔가 마음을 복잡하게 만드는 무대를 꾸리고자 한다. 이 복잡한 마음이 결국 더 나은 것을 향해 나아가는 힘이 되었으면 한다는 것. 이를 통해 관객들이 자연스레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려는 것이다. 막이 내린 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흑흑흑 희희희>가 지닌 힘일 것이다.

4월 8~24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1호 2016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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