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는 거짓말을 해도 웃을 수 있는 하루가 있다. 만우절이 기다리고 있어 왠지 기대되는 4월. 뮤지컬 배우들은 만우절에 대한 어떤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까.
배두훈
중학교 2학년 만우절이었을 거예요. 왜 그랬는지 이유는 기억이 안 나지만, 친한 친구에게 다음 주에 전학 간다고 장난을 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친구는 만우절 거짓말에 속지 않았고, 순간 장난기가 발동한 저는 연기를 시작했죠. 저도 모르게 거짓 눈물까지 와락 흘리면서요. 제 눈물에 제 자신도 당황하고, 친구도 당황하고, 친구는 제 거짓말을 믿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 거짓말은 곧 다른 친구들에게까지 퍼져 저는 진짜 전학을 가야 하는 아이가 돼버렸죠. 며칠 동안 여러 친구들에게 과한 대접을 받으면서 일은 점차 돌이킬 수 없이 커져갔고, 저는 어떻게 상황을 수습해야 할지 매일 밤 전전긍긍해하다 결국 일주일 만에 이 모든 게 만우절 거짓말이었음을 털어놨어요. 친구들에겐 사랑의 구타(?)를 당했지만 그래도 내게 전학을 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얘기해 줘서 한편으론 기뻤던 것 같아요. 장난은 허용할 수 있는 만큼만 해야 한다는 걸 몸소 깨닫게 해준 날이었죠.
김준원
생각해 보면, 만우절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별로 없어요. 기억나는 만우절 에피소드는 초등학교 시절 교실 문에 칠판지우개를 끼워놓고 선생님 머리에 떨어뜨리려 했던 어설픈 장난이나,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고 가벼운 거짓말을 했던 정도?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난 지금의 하루하루는 장난의 도를 넘어선 해코지와 악의적인 거짓말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아요. 진실을 찾아보기가 더 어려운 세상이죠. 이번 만우절은 모두 유쾌할 수 있는 장난만 있는 하루가 되길 바라요. 진실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쯤은 여유롭게 웃음 지으며 쉬어 가는 하루가 될 수 있도록 말이죠.
우찬
만우절. 제겐 잊지 못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09년, 군대에서 이등병 시절이었어요. 2008년 동숭아트센터에서 뮤지컬 <그리스> 공연을 마치고 군대에 갔는데, 그 당시 4년 넘게 만나던 여자친구가 있었어요. 열심히 군 생활을 하고, 어느덧 첫 백일휴가! 친구들도 만나고 여자친구도 만나고, 4박 5일이 1박 2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아쉬운 맘으로 부대에 복귀했는데,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받지 않더군요.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삼 일째 되는 날, 그녀가 드디어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되냐? 아팠냐? 무슨 일이냐? 걱정했다”라고 물었더니, 여자친구는 “그냥 바빴다”라고 대답을 했어요. 그래서 다행스런 마음으로 통화를 이어 나가는데… 여자친구의 목소리에서 뭔가 싸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그날이 하필이면 4월 1일 만우절. 미리 대박 몰래 카메라를 위한 복선을 깔기 위해 이렇게 연락을 받았나 생각할 정도로, 목소리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먼저, “만우절인데 장난치지 마라. 애인 있는 군인한텐 더더욱 그러지 마라” 웃으면서 얘기하니, 여자친구는 이렇게 답하더군요. “장난이 아니라, 헤어지자… 진심이고, 그만 만나자….” 본의 아니게 만우절 날, 그것도 군대에서 이별을 통보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로 만우절 날만 되면, 친구들이 괜찮냐고 지금도 놀리곤 한답니다. (웃음)
임병근
아주 오래전 일이에요. 중학교 3학년 때 다니던 학교가 남녀공학이 되면서 한창 이성에게 관심이 많아졌죠. 지금은 이성 간에 카톡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지만, 당시에는 편지를 주고받는 게 유행이었거든요. 그런데 평소 마음에 들던 친구가 한 달 내내 저에게 편지를 써주는 거예요. 그렇게 편지를 주고받다가 마침내 편지로 고백까지 받게 됐고, 우린 연인이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날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에 간 저는 책상 위에 놓인 또 하나의 편지를 발견했죠. 기뻐하며 뜯은 편지 안에 쓰여 있던 한 문장. ‘오늘은 만우절…’ 만우절을 위해 한 달 전부터 준비했던, 그 치밀했던 친구를 잊을 수 없네요.
김지휘
어느덧 추위는 물러가고 포근한 냄새가 나는 봄이 왔네요. 4월의 첫날은 바로 만우절이죠. 저는 만우절 날 중학교 친구랑 교실을 바꿔서 수업을들었는데, 그 친구가 숙제를 안 해 온 바람에 불려 나가서 대신 맞고, 반을 바꿨다는 게 밝혀져서 또 맞고, 엉덩이가 아팠던 기억뿐입니다. 사실 저에게 4월 1일은 만우절에 앞서 배우 장국영이 떠오르는 날이에요. 만우절 날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거짓말인 줄만 알았는데, 올해로 벌써 13주기를 맞았네요. 많은 분들에게 너무나 소중했던 배우,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길 바라봅니다. 4월에는 시간을 내서 장국영이 출연한 영화를 다시 봐야겠어요.
송광일
만우절 에피소드라고 할 정도로 거창하지는 않지만, 제겐 이런 추억이 있어요. 고등학교 때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새벽 기도도 나가는 아주 아름다운 여성이었죠. 그러던 중 만우절에 그녀에게 “나랑 사귈래?”라는 문자를 보내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녀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행복한 연애를 했던 기억이 있어요. 여러분도 만우절을 핑계 삼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확인해 보는 건 어떨까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1호 2016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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