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거기 이거 한 번 보고 갈래요?
네이버는 불과 몇 년 만에 다양한 콘텐츠를 네티즌에 공급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서비스 초반 TV캐스트를 통해 짧은 스폿 영상을 제공했지만 현재는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동시에 시청이 가능한 생중계 및 영상 서비스인 V앱을 출시했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영화와 대중가요 분야를 필두로 생중계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 사이 네이버는 책 문화 섹션을 개설하며 뮤지컬 생중계의 가능성을 열었다. 이러한 흐름을 읽은 발 빠른 몇몇 뮤지컬 제작사는 각종 행사를 생중계하거나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을 내놨다. 덕분에 공간적, 시간적 제약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던 뮤지컬 팬들은 손 안에 뮤지컬을 쥘 기회가 생겼다. 지난 2015년 6월 1일 한국 초연을 앞두고 개최한 <데스노트>의 쇼케이스를 시작으로 <오케피>, <마타하리>, <맘마미아!> 등 대극장 뮤지컬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생중계를 시작했다. 주로 개막 직전이나 직후 진행된 생중계 방송의 관심도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감질나는 맛보기라도 좋아
음원의 발매 초반과 영화의 개봉 직후가 가장 중요한 대중가요와 영화 분야에서는 네이버 생중계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안정적인 홍보 방안으로 자리 잡았다. 음원 공개 직후 팬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쇼케이스나 영화 개봉 전 주요 출연진들과 제작진들이 모여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되는 생중계 방송은 최초 공개라는 타이틀을 달고 비하인드스토리를 독점으로 풀어내며 대중의 흥미를 이끌기에 충분했다.
뮤지컬도 이런 기존의 생중계 방법을 빌렸다. 관객들을 향한 특별한 행사나 언론을 대상으로 공개되던 프레스콜의 하이라이트 시연을 생중계로 공개했다. 기존 프레스콜의 경우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영상 시간이 최대 3분에서 2분 이내로 제한된 편집본이지만 생중계의 경우 시연되는 한 신을 무편집으로 볼 수 있다. 본 공연과 거의 같은 환경으로 진행되는 프레스콜 생중계는 관객들의 냉철한 판단에 도움을 주는 확실한 ‘미리 보기’인 셈이다. 이를 통해 관객들이 직접 공연을 평가하고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네이버를 통해 생중계를 진행하는 경우, 로그인 창 하단 및 메인 페이지 상단에 소개 페이지가 노출되어 자연스럽게 광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상당히 높은 광고료를 지급해야만 차지할 수 있는 해당 서비스는 놀랍게도 무료다. 홍보 배너를 통한 광고와 생중계로 인한 화제성의 시너지 효과는 꽤 컸다. 지금까지 진행된 뮤지컬 생중계는 시작 전부터 각종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는 것은 물론 공연 일간 검색어 상위권에 머무르며 화제를 불러왔다. 또 해당 광고 페이지를 통해 손쉽게 생중계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편리함은 뮤지컬 팬들을 넘어 다양한 연령대의 잠재 고객을 자극했다. 방송 중 실시간 접속자 수와 댓글 반응을 토대로 작품에 대해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제작사 측에서는 큰 매력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상당한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영상을
지난 2004년 초연된 이후 10년 넘게 큰 사랑을 받은 <맘마미아!>는 지난 2월 23일 프레스콜 장면 시연을 생중계했다. <맘마미아!>의 제작사 신시컴퍼니 측은 “생중계를 통해 뮤지컬의 일부 장면을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됨으로써 대중에게 한 발짝 다가가게 되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생중계의 목적을 밝혔다. 이어 “물이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다. 토크를 위주로 진행하기보다는 하나의 공연을 보듯 곡을 이어갔다. 무대, 조명, 배우, 음악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위해 프레스콜만을 위한 새로운 무대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신시컴퍼니는 생중계를 위해 네트워크 환경에 공을 들였다. 클릭 한 번으로 시청자가 방송을 중단할 수 있는 만큼 매끄러운 진행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는 후문. 네트워크 환경을 생방송 환경에 맞추기 위해 광랜 선을 따로 설치하는 한편, 행사 전부터 카메라 리허설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지난 1월 25일 열린 <마타하리>의 쇼케이스 또한 네이버 TV 캐스트 내 EMK뮤지컬컴퍼니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그동안 유럽 라이선스 뮤지컬을 소개했던 EMK뮤지컬컴퍼니의 첫 창작뮤지컬이라는 점과 지난 2012년 프리 프로덕션을 시작으로 오랜 시간 준비된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상황에서 뮤지컬 팬들은 쇼케이스 생중계 방송을 통해 주인공 마타 하리의 ‘예전의 그 소녀’ 외에도 주요 캐릭터들의 솔로 곡과 듀엣 곡을 콘서트 형식으로 미리 접할 수 있었다.
네이버 쇼케이스 생중계는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토크쇼 형식으로도 진행된다. <오케피>는 지난 12월 18일 개막을 앞둔 16일 모든 배우들을 무대 위에 세웠다. 무대 위에 자리한 배우들은 미공개 넘버를 직접 열창했다. 또 미공개 영상 및 사진을 공개하며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나눴다. 연출가로 나선 황정민의 솔직한 입담과 더불어 배우들의 화기애애한 이야기들에서 끈끈한 팀워크를 엿볼 수 있었다. 토크쇼 전 네이버 책 문화 블로그를 통해 네티즌들이 작성한 질문을 생방송으로 배우들이 답변하는 등 쌍방향 소통을 시도하며 인기를 끌었다.
<드라큘라>의 드라큘라 역으로 출연한 김준수는 작품의 성공적인 폐막을 기념하며 V앱을 통해 <샤큘의 성에 초대합니다>라는 코너를 생중계했다. 드라큘라 백작이라는 인물에게 초점을 맞춰 진행된 생중계에서 김준수는 공연에서 입었던 망토를 두르고 나와 직접 공연을 무사히 마친 소회를 밝혔다. 김준수는 생중계에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드라큘라> 속 명장면을 뽑거나 팬들의 의견을 직접 소개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김준수는 팬들에게 추첨을 통해 사인을 보내는 이벤트를 준비해 국경을 넘는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앞서 김준수가 출연한 뮤지컬은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그를 보기 위해 애를 태운 팬들이 넘쳐났던 상황. 생중계를 통해 팬들을 향한 감사함과 초연에 이어 재연까지 참여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깜짝 팬서비스였던 셈이다.
그러나 네이버를 통한 생중계가 대중적으로 유명한 배우와 흥행이 보장된 대형 뮤지컬 작품으로만 한정된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대중의 기대감이 다소 미미한 작품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다양한 작품과 배우들의 생중계는 차차 넓혀가면 될 터. 각기 다른 개성의 작품들이 뮤지컬 팬들을 뜨겁게 사로잡을 수 있는 새로운 통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1호 2016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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