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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PHOTO LETTER] 루이스 초이의 유럽 여행 [No.152]

2016-05-12 6,996

파리넬리의 발자취를 따라서


18세기를 풍미한 카스트라토 파리넬리의 삶을 그린 뮤지컬 <파리넬리>. 이 작품에서 파리넬리 역을 맡은 카운터테너 루이스 초이는 지난해 제작사 HJ컬쳐와 전속 계약을 맺고 19일간 유럽 여행을 떠났다. 제작사가 먼저 제안했다는 여행의 목적은 바로 파리넬리의 삶을 추적하는 것! 파리넬리의 고향 이탈리아를 비롯해 독일, 영국, 오스트리아를 가로지르며 그가 공연했을 법한 최고의 궁전과 극장을 돌아다녔다. 파리넬리의 발자취를 따라 그의 삶에 한층 다가선 루이스 초이의 여행기를 사진으로 전한다.



독일

 


님펜부르크 궁전
1664년 바이에른의 선제후 페르디난트 마리아가 지은 건물. 원래는 저택에 지나지 않는 크기였지만, 증축을 거듭하여 바이에른의 통치자인 비텔스바흐 가문의 여름 궁전이 되었다. 증축의 영향으로 바로크 양식과 로코코 양식이 혼재된 모습이다. 여름에는 넓은 정원에서 콘서트가 열리곤 하는데 내가 찾아간 날은 사관학교 입학식이 치러지고 있었다.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
뮌헨에 오페라가 들어온 것은 17세기 중엽. 1752년 궁정 극장(쿠빌리에 극장)이 세워지고, 1818년 왕립 극장(현재의 바이에른 국립극장)이 세워져 오페라의 무대가 됐다. 극장의 전속 단체인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단과 교향악단은 바로크 시대 궁정에서 시작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최근에는 뮤지컬도 종종 공연되며, 바로크 오페라도 의상과 무대를 모던하게 꾸미는 추세라 현대화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크론베르그 성
19세기 말 빅토리아 황후가 세운 성. 원래 이름은 ‘프리드리히스호프 성’으로 황제 프리드리히 3세를 기념하여 세워졌다. 황후가 수집한 가구와 예술품이 그대로 남아있는 이곳은 현재 5성급 호텔로 사용되고 있다. 주로 독일을 찾은 유명 인사가 묵는 곳이라 하여 가장 먼저 방문한 곳. 최고의 가수 파리넬리의 이름으로 왔으니 최고의 장소에서 차 한잔해야지!




스승님과의 만남
첫 여행지로 독일을 택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영화 <파리넬리>의 촬영지가 독일에 있어서. 하지만 막상 찾아가 보니 아쉽게도 촬영지는 폐쇄돼 있었다. 또 하나는 내가 성악 공부를 한 곳이 바로 독일이기 때문이다. 당시 레슨 선생님의 도움으로 뮌헨에서 파리넬리를 테마로 한 나의 첫 콘서트를 올리기도 했다. 이번에 뮌헨을 다시 찾았을 때, 선생님과도 5년 만에 재회했다. 무작정 예전 레슨실로 찾아갔는데 마침 거기 계셨던 것! 내가 한국에서 파리넬리를 연기한다고 하자 무척 기뻐하시면서 잠깐이지만 발성 레슨도 해주셨다.



영국



런던탑
뮤지컬에서 파리넬리는 찬구이자 연인 안젤로에게 런던에 와있다는 편지를 받는다. 그래서 리카르도 형에게 런던으로 가자는 얘기를 들었을 때 파리넬리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딱 하나다. ‘런던? 안젤로가 있는 곳!’ 런던탑 앞에서 해가 뉘엿뉘엿 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자 불현듯 안젤로 생각에 사로잡혔다. 황혼에 물든 템스 강을 내다보며, 헨델 뮤지엄에서 사온 엽서에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운 안젤로. 너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니?’




카운터테너 이동규와의 만남
런던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중, 거짓말처럼 바로 옆에 서있는 카운터테너 이동규와 마주쳤다. 그와는 평소 같은 한국인 카운터테너로서 연대감을 느끼고 있었고, SNS를 통해서도 친분을 쌓은 사이였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딱 마주치다니! 행선지가 달라
금방 헤어지긴 했지만 그날의 만남은 지금 생각해도 운명처럼 느껴진다.




로열 오페라 하우스
뮤지컬에서 귀족이 후원하는 ‘노블레스 오페라단’은 왕실이 후원하는 ‘로열 오페라단’과 경쟁하기 위해 파리넬리를 영입하려 한다. 실제 로열 오페라단의 본거지인 로열 오페라 하우스는 런던 코벤트 가든에 위치해 있다. 1732년 개관 이후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포함한 헨델의 많은 작품이 초연된 곳이다. 현재의 건물은 화재 후인 1858년 재건축되어 수리를 거듭한 형태지만, 그래도 진짜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 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했다.




헨델 하우스 뮤지엄
영화와 뮤지컬에서 파리넬리의 형 리카르도와 대적하는 작곡가로 등장하는 헨델. 실제로 파리넬리가 헨델의 곡을 불렀다는 기록은 없지만 영화의 영향으로 헨델의 아리아 ‘울게 하소서’는 파리넬리를 대표하는 곡이 되었다. 헨델은 독일 태생이지만 반평생을 영국에서 활동한 작곡가다. 런던에 위치한 ‘헨델 하우스 뮤지엄’은 그런 헨델이 1723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36년간 거주한 곳. 촬영이 금지된 내부에는 헨델의 초상화와 서신, 악보, 바로크 시대 건반악기 쳄발로 등이 전시되어 있다. 헨델이 사용한 가구는 전부 사라졌지만 기록에 따라 복원하거나 당대의 가구를 들여놓아 당시 헨델의 삶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궁전
18세기에 지어진 바로크 양식의 궁전. 하궁(下宮)은 1716년, 상궁(上宮)은 1723년 지어졌다. ‘벨베데레’는 이탈리아어로 전망이 좋다는 뜻으로,상궁과 하궁 사이에 광활한 정원이 펼쳐져 있다. 귀족들은 이 정원에서 음악을 즐겼겠지?




빈 국립 오페라 극장
파리 오페라 극장, 밀라노 스칼라 극장과 더불어 세계 3대 오페라 극장으로 손꼽히는 빈 국립 오페라 극장. 1869년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개막작으로 문을 연 이곳은  2차 대전 당시 파괴되었다가 1955년 복원되었다.




빈 중앙묘지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슈트라우스 등 빈에서 활약한 대음악가들이 잠들어 있는 곳. 사진은 묘지 중심에 세워진 모차르트 기념비. 하지만 진짜 모차르트의 시신은 성 마르크스 묘지에 묻혀 있다.





쇤브룬 궁전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궁전. 오스트리아 최고의 바로크 건축가 피셔 폰 에를라흐가 설계를 맡았다. 무려 1,441개의 방이 있으며, 실내는 로코코 양식으로 꾸며졌다. 마리아 테레지아의 통치 시절, 여섯 살 난 모차르트가 이곳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호프부르크 궁전
합스부르크 왕가의 겨울 궁전. 13세기에 건축된 이후 증축을 거듭하면서 다양한 건축 양식의 집합체가 되었다. 19세기 프란츠 요제프 황제와 엘리자베트 황후의 초상화가 이곳에 전시되어 있다. 궁전 안에 자리한 부르크카펠레 성당의 성가대는 다름 아닌 빈 소년 합창단.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 음악 박물관
볼로냐는 파리넬리가 1759년 스페인 궁정에서 은퇴한 뒤 여생을 마무리한 곳이다. 내가 볼로냐에서 가장 기대한 것은 바로 이곳에 있는 파리넬리의 초상화. 하지만 뜻밖에도 볼로냐 사람들은 초상화의 존재를 잘 모르는 것 같았다. 하다못해 볼로냐 국립 음대까지 찾아가 초상화의 위치를 물었지만 아는 이가 없었다. 결국 뙤약볕 속에 캐리어를 끌고 세 시간쯤 헤맨 끝에 볼로냐 국제 음악 박물관에 걸린 파리넬리의 초상화를 찾을 수 있었다. 주변에는 헨델, 포르포라 등 파리넬리가 활동하던 당시의 작곡가와 다른 카스트라토의 초상화도 걸려 있었다. 감격한 내 입에선 ‘울게 하소서’가 절로 터져 나왔지만 경비원이 쫓아와서 립싱크로 만족.




산 카를로 극장
산 카를로 극장은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 베네치아의 페니체 극장과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3대 오페라 극장이다. 1737년 부르봉 왕조의 부유함을 과시하고자 만들었다는 극장 내부는 눈이 부시게 화려했다. 파리넬리도 고향 나폴리에 위치한 이 극장에 한 번쯤은 서지 않았을까? 극장 가이드에게 내가 한국의 파리넬리라고 소개하자 최고의 귀족만 앉을 수 있었던 로열박스로 안내해 주었다. 호화로운 로열박스의 벽에는 귀족들이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옆자리에 누가 왔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거울까지 붙어 있었다. 그곳에서 오페라 리허설을 감상하며 잠시 귀족이 된 기분을 만끽해 보았다.




산타 루치아 항구
파리넬리가 유년기를 보낸 도시, 나폴리. 이곳에서는 어딜 가든 파리넬리가 나와 함께하는 기분이었다. 특히 한여름에 바닷가에서 물장구치는 아이들을 보니 파리넬리와 형도 저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어울려 놀고 저렇게 서로를 위하며 자랐겠지. 여행을 다녀온 지금은 리카르도 형에 대한 애정이 훨씬 커졌다. 모든 걸 머릿속으로 상상해야 했던 작년과 달리 지금 무대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확실히 더 선명하다.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피렌체에 있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성당으로, 1436년 완공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컸다. 보이 소프라노, 카스트라토, 카운터테너가 노래하기 가장 좋은 곳은 바로 이런 성당이다. 다른 음향 장치 없이도 탁 트인 돔 천장을 따라 소리가 쫙 울려 퍼지기 때문이다. ‘천상의 소리’라는 수식어도 아마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그래서 여행을 다니며 성당에 들어갈 때면 항상 노래를 불러보곤 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2호 2016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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