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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아역 배우의 세계 [No.153]

글 |나윤정 2016-07-01 6,330

무대 위 아역 배우들을 보면 떠오르는 말이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비록 어린 나이이지만, 아역 배우들은 성인 배우 못지 않게 프로 배우로서 완성도 높은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달 기획에서는 아역 배우들이 하나의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특징들을 살펴보고, 2007년 <빌리 엘리어트>로 데뷔해 인기 아역 배우로 활약한 탕준상과 현재 <모차르트!>의 아마데에 캐스팅된 곽이안과 이윤우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역 배우들의 실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더불어 그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들도 정리해, 아역 배우들의 매력적인 세계를 꾸려보았다.



아역 배우의 특별한 세상

하나의 역할에 캐스팅되어 무대에 오르기까지, 아역 배우들은 완벽한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될까? 성인 배우들의 공연 준비 과정에선 찾아볼 수 없는 아역 배우들만의 특징. 그들만의 특별한 세상을 들여다보았다.




오디션, 역할의 특성에 맞는 원석 찾기

모든 배우가 그렇듯 아역 배우에게도 오디션은 캐스팅의 중요한 관문이다. 물론 여느 뮤지컬 오디션처럼 역할의 노래를 잘 소화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인상적인 뮤지컬 넘버가 있는 역할들이 특히 그렇다. 예를 들어 <프랑켄슈타인>의 어린 빅터는 ‘외로운 소년의 이야기’, <레 미제라블>의 가브로쉬는 ‘Paris’와 ‘Second Attack’을 오디션 지정곡으로 정해, 해당 역할의 뮤지컬 넘버를 잘 소화할 수 있는 아역 배우에게 높은 점수를 주었다. <엘리자벳>의 루돌프 아역, <팬텀>의 팬텀 아역의 경우, 노래 실력을 기본적으로 본 뒤 동작과 상황에 대한 추가적인 디렉션을 주고 연기 실력을 살피는 방법으로 오디션을 진행했다.


아역 배우 오디션에는 노래 실력만큼 중요하게 살펴보는 부분도 많다. <뉴시즈>의 레스 역의 경우 역할의 특성에 따라 아역 배우의 적극성과 활발함을 1순위로 보았다. <뉴시즈>의 안정하 협력연출은 “레스는 뉴시즈 앞에 당돌하고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아이다. 9~10세 정도의 아역 배우 중에서 형들과 잘 어울리면서도 자기가 더 어른인 척할 수 있는 성향을 지닌 친구를 찾았다. 귀여우면서도 얼마나 적극적이고 활발한지를 중점적으로 보았다. 레스는 뮤지컬 넘버 분량이 많지 않아 노래 오디션은 ‘King Of New York’의 한 소절 정도만 테스트했다. 발성보다는 딕션과 표현력을 더 중요하게 보았다”고 밝혔다. 특히 대극장의 경우 무대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아역 배우가 엄청난 중압감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무대 위에서 떨지 않고 당차게 연기할 수 있는 자질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또한, 아역 배우만을 위한 특별한 오디션도 있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성향과 연기력을 파악하는 오디션이다. <모차르트!>의 권은아 협력연출은 “아역 배우의 성격도 중요한 부분이다. 연습을 진행할 때 다른 아역 배우들과 싸워 사이가 안 좋거나 성인 배우와 트러블이 생기면 공연에  안좋은 영향을 끼친다. 또 <모차르트!>의 아역은 연습량이 많기 때문에 집중력이 약하면 연습을 진행하기 어려워 다양한 측면을 신중하게 살펴본다”고 이야기한다. 때문에 아동 전문가를 초빙해 아역 배우들에게 다양한 놀이를 시켜본다고 한다. 예를 들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동작을 멈출 때 바다의 생물을 표현해 보라는 룰을 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표현력뿐 아니라 습득력과 친화력을 파악해 볼 수 있다.





연습, 재밌게 반복적으로

아역 배우들의 연습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복 학습과 흥미를 이끄는 것이다. 연습 과정은 대부분 아역 배우들끼리 따로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을 준 뒤 성인 배우들과의 연습에 합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역 배우들이 역할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게, 여러 단계에 걸쳐 반복적으로 연습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충무아트홀 임선진 과장은 “<프랑켄슈타인>의 경우 아역 배우들의 연습을 3단계로 나눠 진행했다. 초반에는 아역 배우들만 모아 하루에 1~2시간 정도 따로 연습을 하고, 그다음 성인 배우들의 연습을 참관하게 한 뒤, 전체 연습에 합류해 출연 장면을 연습하는 과정을 거친다. 런스루를 돌 땐 아이들의 체력을 생각해서, 아역 배우는 팀을 나누어 세 시간씩 번갈아가며 참여하게 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의 대기 시간을 최대한 줄였다”고 설명한다. <뉴시즈>의 레스나 <모차르트!>의 아마데 등 등장 장면이 많은 역할은 성인 배우와 마찬가지로 아침부터 밤까지 연습 일정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아이들의 체력을 고려해 캐스트가 돌아가며 연습에 참여하는 방법을 택한다고 한다. 


또한, 아역 배우들이 공연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연습도 재밌게 이루어진다. <모차르트!>의 권은아 협력연출은 “아역 배우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장난도 많이 치고, 항상 놀고 싶어 한다. 피로와 배고픔도 빨리 느낀다. 때문에 이런 특성을 잘 조절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연습에 재미를 느끼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잘 이끌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잘하는 팀에게 별표를 주겠다고 하면, 아역 배우들은 그 상황 자체에 재미를 느껴 더 적극적으로 연습에 나선다. 또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디렉션도 이해하기 쉽게 전해준다. ‘소중한 장난감을 열심히 쌓았는데, 그것이 무너져버리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이런 식으로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상황을 제시하며, 역할의 감정을 단순하게 설명해 주는 과정을 거친다.


아역 배우들은 성장기에 있는 만큼, 연습 과정 중에 성장 과정과 그에 따른 변화도 체크해야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의 경우 변성기가 오거나 키가 훌쩍 커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변성기가 찾아와 공연에서 하차해야 한다면 그것 또한 아역 배우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런 상황을 대비해 일부 제작사는 계속 음악 레슨을 해주면서, 아이들이 변해가는 성대에 맞춰 노래를 부를 수 있게끔 도와주는 노력을 한다. 또한, 성장이 빠른 아역 배우들을 위해 매주 의상을 수선하는 경우도 생긴다.




공연, 원할한 무대를 위한 준비

공연이 개막하면 아역 배우는 프로 배우로서 무대에 오르고, 공연의 감동을 선사하는 일원이 된다. 그들 역시 최선을 다해 무대를 준비하기 때문에 특별히 성인 배우의 공연 준비와 큰 차이점은 없다. 단, 아역 배우의 원할한 공연을 위해 제작사들이 공통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바로 샤프롱과 스탠바이다.


샤프롱은 전문적으로 아역 배우를 관리하는 이를 지칭하는 말이다. 샤프롱은 연습 시작부터 투입되어 아역 배우의 전반적인 사항들을 점검하고 관리해 준다. 아역 배우들의 스케줄을 체크하는 일뿐 아니라 연습에 참관해 연출 팀이 아역 배우에게 주는 디렉션을 메모하고, 그에 따라 추가적으로 연기 지도를 한다. 더불어 아역 배우들이 연습 중 장난을 치고 있으면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식사를 챙겨주는 일까지 겸한다. 또한 공연 시작 전에는 콜 타임에 아역 배우들을 만나 분장과 의상, 마이크 착용이 제시간에 이루어질 수 있게 도와준다. 공연 중에는 등장 시간을 알려주고, 스탠바이 위치까지 함께 따라가 주며, 퇴장 시 대기실까지 픽업해주는 역할을 도맡는다.



기본적으로 샤프롱은 아이들이 잘 따르는 사람이어야 한다. 아이들을 다룰 줄 모르면, 절대 맡을 수 없는 역할이다. 공연 중 아이들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역할을 겸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 구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무대 스태프처럼 아이들의 등퇴장과 준비 사항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무대에 대한 기본 소양까지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에 따라 <킹키부츠>의 샤프롱은 <위키드>의 의상 팀에 참여했던 스태프가, <원스>의 샤프롱은 현재 <맘마미아!>의 스윙인 배우가 맡은 바 있다. 물론 아역 배우가 초등학교 고학년일 경우 등 특별히 샤프롱을 두지 않는 작품도 있는데, 이럴 때는 컴퍼니 매니저가  샤프롱의 역할을 대신한다.


한편, 아역 배우의 공연에는 대부분 스탠바이를 두고 있다. 당일 출연하는 아역 배우 외에 매일 또 다른 아역 캐스트 한 명을 무대 뒤에 대기시키는 것이다. 낮 공연에 출연한 캐스트가 저녁 공연의 스탠바이를 맡는 등의 방법으로, 돌아가며 두 명씩 짝을 지어 공연장에 나오게 된다. 아이들은 사고 대처 능력이 낮아 그만큼 다양한 변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아플 수도 있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심지어 한 아역은 무대 사고로 피가 나는 와중에도 책임감 때문에 아픈 티를 내지 않고 공연을 이어갔다고 한다. 이런 사태를 대비해 스탠바이를 두어, 바로 교체할 수 있게끔 준비를 하는 것이다.




아역 배우들의 빛나는 성장을 위해

앞서 살펴 보았듯이 아역 배우는 나이의 특성상 성인 배우와 구분되는 그들만의 특징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 또한 성인 배우와 다르지 않은 엄연한 프로 배우다. 공연 관계자들은 심지어 아역 배우들이 성인 배우들보다 더 완벽히 연습을 해오고, 연출 디렉션을 정확히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어른이라면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이를 표현해 낼 때도 있다. 따라서 관객들이 이들을 ‘귀여운 아이들’이라는 시선으로만 보지 말고, ‘한 명의 배우’로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모차르트!>의 권은아 협력 연출은 “관객들이 무대에 오르는 아역 배우들을 보고 ‘아이가 귀엽게 연기를 잘하네’라고만 생각하지 않게 하는 것이 제작진의 몫이라 생각한다. 아마데를 맡은 아역 배우가 아이라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그와 관련된 편견을 깨고 아마데란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이 <모차르트!> 팀의 목표다. 관객들도 편견을 깨고 아역 배우들의 무대를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최근 들어 아역 배우가 출연하는 뮤지컬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그에 따라 뮤지컬 분야의 경력을 쌓아가는 아역 배우들도 많아지고 있다. 아역 배우의 시장이 점차 넓어짐에 따라, 그만큼 아이들을 배려하고, 이들의 꿈을 지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아무래도 성장하는 아이들인 만큼, 작고 사소한 일에도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또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공연의 환경이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아역 배우의 특수성을 배려해 해외 뮤지컬 시장처럼 아역 배우와 그들의 부모에 대한 심리 치료가 이루어지는 등 환경이 개선되었으면 하는 한다는 바람을 전하였다. 비단 아역 배우들의 무대에만 관심을 갖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그들이 자신의 꿈을 건강하게 키워 나갈 수 있게끔 공연 안팎에서 이들을 향한 따뜻한 배려와 시선이 이어지길 바란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3호 2016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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