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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ODD NOTE] 프로이트의 억압 이론 [No.156]

2016-09-28 6,942

<더맨인더홀>은 <영웅을 기다리며>의 작·연출가 이현규와 <빨래>의 작곡가 민찬홍이 협업해 만든 창작뮤지컬이다. 한 남자의 비극을 그린 이 이야기는 프로이트의 억압 이론을 바탕으로 인간 본연의 심리에 대해 다룬다. 이 작품의 모티프가 된 억압 이론을 중심으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에 대해 알아보았다.







인격의 체계               

프로이트는 사람의 인격이 세 가지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바로 이드(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다. 이드는 사고(思考)하지 않고 쾌락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원초적인 본능이다. 누군가의 발을 걸고 싶다는 순간적 충동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은 이드의 지배를 강하게 받는 것이다. 반면, 자아는 환경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발생한 산물이다. 즉, 현실 원칙에 지배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자라면서 배가 고프다고 아무 음식이나 먹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적절한 음식을 찾는 동안 배고픔을 참아야 한다는 것을 현실 원칙에 따라 알게 되는 것이다.


한편, 초자아는 인간의 도덕률을 따른다. 현실적이기보단 이상적이고, 현실이나 쾌락보다는 완전성을 지향하는 것이다. 초자아는 내면에서 무법을 억제함으로써 준법적인 사회 구성원을 만들어 나간다. 물론 이 세 체계는 분명한 경계선이 없다. 다만, 자아는 이드로부터, 초자아는 자아로부터 형성되며, 일상생활을 통해 끊임없이 상호 작용해 나간다. 또한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이 체계들이 조화를 이루지만, 이들이 서로 어긋난 사람은 세상에 불만을 품으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집중과 반집중                
“정신분석은 정신생활을 추진하는 힘과 정신생활을 억제하는 힘의 상호 역동적 개념이다.” 프로이트는 이 말을 통해, ‘추진하는 힘’은 집중이고, ‘억제하는 힘’은 반집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드의 경우 집중만을 내재하고 있지만, 자아와 초자아는 집중과 반집중의 성향을 둘 다 갖고 있다. 자아와 초자아는 이드의 경거망동을 억제하는 반집중의 힘이 있는 동시에 나름의 추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반집중은 ‘내면적 욕구불만’으로도 해석된다. 외면적 욕구불만은 외부의 장애물이 자신을 저지했을 때 생기는 것이라면, 내면적 욕구불만은 자신의 자아나 초자아가 그 일을 막을 때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집중이 반집중보다 강한 힘을 발휘한다면 어떤 행위나 사고가 밖으로 표출된다. 하지만 반집중이 집중을 압도할 경우 그 행위나 사고는 내면에 갇히게 된다. 그래서 과거의 특정한 트라우마를 떠올리려고 집중할 때, 내면의 반집중이 이를 저지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흔히들 이런 상황을 두고 ‘기억이 잊혀졌다’고 하지만, 프로이트는 다른 표현을 썼다. 바로 기억이 ‘억압되었다’는 것이다.



기억의 억압          
자아의 중요 임무는 불안을 만드는 위험 요소를 없애는 것이다. 현실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것 또한 그 실행 방안 중 하나다. 프로이트는 이를 ‘자아의 방어 기구’라 지칭하며, 억압도 그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기억이 억압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다. 기억 자체가 고통스러운 일이거나 그 기억이 고통스러운 일을 연상시키는 경우다. 그래서 만날 때마다 괴로웠던 친구의 이름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또한 친한 친구와의 약속보다 괴로운 치과 방문을 더 쉽게 잊어버린다. 괴로움과 연관되어 있는 일은 내면에서 반집중이 작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일을 잊음으로써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억압된 기억은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 기억을 막는 반집중의 힘을 약화시키거나, 기억을 떠올리려는 집중의 힘을 더욱 강화하면 된다. 하지만 둘 다 쉬운 일이 아니다. 대체적으로 억압을 없애려 할수록 저지력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면이나 자유연상 등의 전문적인 방법을 활용해 저지력을 약화시키곤 한다. 또한 자는 동안에도 저지력이 약해지는데, 이때 억압된 기억이 꿈에서 재현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원초적 억압과 본래의 억압          
억압은 ‘원초적 억압’과 ‘본래의 억압’으로 나뉜다. 원초적 억압은 지금까지 한 번도 의식 속에 떠오르지 않았던 본능적 대상 선택을 저지하는 것이다. 이는 그간 이 일을 실행했을 때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던 종족의 경험이, 개인의 내면으로 나타난 결과다. 즉,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방어 기구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근친상간의 금기다. 지난 역사 동안 근친상간은 강력한 처벌과 비난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내면에 그에 대한 욕망이 원초적 억압으로 자리한 것이다.  


본래의 억압은 이드의 위협적인 집중이 의식이나 행동 속으로 침투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자아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언제 어떤 행동이 직간접적으로 행동에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에, 그것을 대비해 굳건한 방어벽을 쌓는 것이다. 억압은 잘 보이는 것을 못 보게 하고, 또 보이는 것을 왜곡하며 감각기관에 의해 받아들여진 정보들을 날조한다. 이를 통해 불안 요소가 있는 대상을 자아가 깨닫지 못하게 함으로써 자아를 보호한다. 즉, 억압의 목적은 자아의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들을 부정하고 왜곡함으로써 객관적인 불안, 신경증적 불안, 도덕적 불안을 제거하는 일이다.



억압의 결과            
억압은 정상적인 인격 발달에 필수 불가결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느 정도 억압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다른 방법들을 거부하고 억압에만 의존하기도 한다. 소위 ‘억압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이들은 외부 세계와의 관계가 극히 한정적이다. 광범위한 억압으로부터 자아를 지키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에 사용할 에너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억압은 신체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들은 주로 긴장, 소외, 엄격, 경계 등의 인상을 풍기며, 행동은 매우 뻣뻣하다. 성적으로 무능하거나 냉담하며 히스테리성 맹종이나 마비를 일으키기도 한다. 물론 위험의 근원이 사라지면 억압도 즉시 사라진다. 하지만 이는 자연적으로 발생되지는 않는다. 그 대상이 위험이 없다는 사실을 현실적인 검증을 통해 알아내야만 한다.  



프로이트의 정신세계

1856년 모라비아의 프라이베르크에서 태어난 지그문트 프로이트.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한 그는 파리에서 최면 요법을 연구하고 돌아와 정신과 병원을 개업했다. 그는 최면술, 나아가 자유연상법을 활용해 히스테리 환자들을 관찰하고 치료했다. 그리고 인간의 마음 속에 무의식이란 새로운 정신세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후 그는 심리학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 과정을 거쳐 인간의 정신 치료에 관한 이론인 정신분석학을 창안했다. 또한 꿈과 해학 같은 정상심리까지 연구를 확대하며 심층심리학을 확립했다. 프로이트는 내과의사, 정신과의사, 심리학자, 정신분석자, 철학자, 사회비평가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남다른 재능으로 이름을 알렸다. 특히 정신분석학을 주축으로 한 그의 연구는 오늘날까지도 인문, 사회, 예술,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참고문헌>                                                                         
- 캘빈 S. 홀 저, 김문성 역,『프로이트의 심리학 입문』 (스마트북. 2015)

- 지그문트 프로이트 저, 임홍빈·홍혜경 역,『정신분석 강의』  (열린책들, 2010)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6호 2016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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