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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커튼콜의 매력 [No.157]

글 |박보라 사진 제공 | 달컴퍼니, 로네뜨, 씨제스컬쳐, HJ컬쳐 2016-10-31 5,425

커튼콜의 매력


종종 ‘커튼콜 때문에 영업 당했다’는 뮤지컬 마니아들의 반응을 접할 수 있다. 커튼콜이 재미있고, 인상 깊어 재관람을 결심했다는 후기도 꽤 많다. 보통 커튼콜은 공연이 끝나고 막이 내리기 전, 배우와 오케스트라가 인사를 하는 시간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다양한 형태로 팬들의 마음을 뒤흔든 커튼콜이 인기다.




아이디어의 집결

커튼콜은 정해진 형식이나 구성 자체가 없다. 커튼콜을 진행하는 시간도 작품마다 짧게는 50초에서 길게는 5분까지 천차만별이다. 심지어 관객 호응을 반영하는 커튼콜일 경우, 앙코르를 포함해 20분을 넘을 정도로 화끈하게 이어가는 작품도 있다. 연습 기간에 커튼콜을 정하는 경우는 드문데, 커튼콜이 서서히 모습을 갖춰가는 시기는 극장에서 드레스 리허설을 시작할 때다. 대개 커튼콜은 연출과 배우들이 의견을 나눠 완성한다. 연출은 배우에게 커튼콜의 대략적인 그림만 제시하는데, 가령 인사 순서나 퇴장 시기를 노트하는 식이다. 커튼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배우의 장난 섞인 포즈나 제스처 등은 배우가 직접 생각해 내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 조명이 꺼지기 전, 객석을 향해 취하는 인상적인 포즈나 캐릭터의 성격이 드러나는 장난 또한 배우의 자율적인 의지다. 최근 들어 무대 뒤 관객에게 보이지 않는 오케스트라를 향해 박수를 보낼 때, 배우가 악기 연주를 흉내 내는 등의 연기를 하기도 하는데 대부분 배우의 아이디어다. 그날그날 배우의 컨디션이나 객석의 분위기에 따라 애드리브가 추가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마니아들에겐 작품의 커튼콜 애드리브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할 정도다.




커튼콜을 위하여

일반적인 경우 커튼콜에서 작품의 대표적인 넘버를 부르지만, 몇몇 작품에서는 특별하게 커튼콜을 위해 준비한 넘버를 선보이기도 한다. <쓰릴미>와 <키다리 아저씨>는 커튼콜에서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이어지는 연주, ‘바우(bow)’가 흐른다. 제작사 달컴퍼니의 홍보담당자 윤혜리 씨는 “<쓰릴미>와 <키다리 아저씨>의 경우 극 분위기가 조용하다. 이런 분위기를 깨고 대표 넘버를 부르는 것은 작품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커튼콜을 위해 특별히 탄생한 넘버도 있다. <도리안 그레이>의 커튼콜에서 모든 배우들이 나와 부르는 ‘레퀴엠’은 원래 장례식 장면을 위해 작곡된 넘버였다. 공연 직전 러닝타임 문제로 삭제될 뻔했지만 김준수의 아이디어로 커튼콜에서 부르게 된 것. 장례식에서 부르는 ‘레퀴엠’은 브랜든 부인의 솔로로 시작하는 곡이었다. 그래서 커튼콜에서도 이를 살려 브랜든 부인의 목소리로 넘버를 시작했고 이후 조연부터 주연까지 커튼콜 인사 순서대로 파트가 배분됐다. <도리안 그레이>의 제작사 씨제스컬쳐의 이보은 과장은 “커튼콜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뜨거울 줄 몰랐다. 커튼콜이 작품의 여운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어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공연과 커튼콜이 이어지는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라흐마니노프>를 꼽을 수 있다. 불분명한 커튼콜 경계로 인해 공연 초반 관객들은 SNS를 통해 ‘커튼콜의 시작이 언제부터냐’고 문의하기도 했을 정도다. <라흐마니노프>의 오세혁 연출은 “마지막 장면은 라흐마니노프가 피아노협주곡 2번의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장면이다. 때문에 극 중 콘서트의 커튼콜인 동시에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커튼콜이 되도록 표현하고 싶었다”며 해당 부분의 모호한 연출을 설명했다. 작품은 약 5분 정도의 꽤 긴 커튼콜 시간을 할애하는데, 작품의 대표곡과 오케스트라의 연주까지 적절하게 배분됐다. 전체 이야기에 맞춰 커튼콜 장면을 만든 만큼 넘버의 구성이나 순서는 음악감독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했다는 후문이다.



이런가 하면 관객과 일체가 되어 즐기는 커튼콜의 유형도 있다. <킹키부츠>의 커튼콜은 유독 흥겹기로 유명한데, 주로 관람객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은 무대와 연결된 계단을 통해 직접 객석으로 내려오는 엔젤의 시간이다. 특히 <킹키부츠>의 커튼콜을 더욱 효과적으로 즐기기 위한 소품이 있다. 바로 MD 상품으로 선보인 반짝거리는 ‘절대 반지’다. 절대 반지의 불빛과 화려한 조명 그리고 신 나는 음악이 어우러진 <킹키부츠>의 커튼콜은 아이돌 콘서트 현장을 방불케 할 정도다. <킹키부츠>의 홍보담당자 원유라 씨는 “올해 <킹키부츠>의 전략은 관객과 함께 즐기는 ‘참여형 공연’이었다. 관객이 단순히 공연을 보는 입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싶었다”면서 “이 과정에서 작품의 안무를 함께 출 수 있는 커튼콜을 만들었고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엔젤들이 직접 객석으로 내려왔다”고 밝혔다. 2막 엔딩곡인 ‘Raise You Up’과 ‘Just Be’ 두 곡을 한 곡으로 엮어 만든 넘버는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공연의 커튼콜과 동일하지만, 엔젤들이 객석으로 내려오는 특별한 광경은 오직 한국 공연에서만 볼 수 있다. 다소 엄격하게 라이선스 공연권을 쥐고 있던 연출가 제리 미첼은 이런 한국 프로덕션의 제안을 듣고 흔쾌히 허락했다는 후문이다. 또 엔젤들이 객석으로 내려오기 위해 특별히 무대 상하수에 계단을 설치한 것도 오로지 커튼콜 때문이다.


최근 밀캠, 밀녹과 같은 저작권 위반 사례가 발생하면서 커튼콜 촬영을 금지하는 작품도 생겨났다. 촬영 장비 일체를 극장 안에서 꺼낼 수 없게 해 저작권 위반을 막겠다는 의지다. 이러한 이유 외에도 커튼콜을 ‘공연을 위한 시간’이라고 여기는 생각이 서서히 늘고 있다. 달컴퍼니의 홍보담당자 윤혜리 씨는 “커튼콜에서 공연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작품의 여운을 즐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커튼콜 촬영을 금지한 이유를 설명했다. 커튼콜 촬영을 허가하면 관객들이 완벽하게 그 시간을 즐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 하지만 커튼콜을 촬영하며 추억을 되새기는 팬들에겐 커튼콜 촬영 금지가 큰 아쉬움으로 남을 수도 있다. 그래서 발 빠른 몇몇 제작사는 ‘커튼콜 데이’라고 해서 지정된 날엔 커튼콜 촬영을 허가하기도 한다. 해당 커튼콜 데이가 공지된다고 해서 티켓 판매가 급등하지는 않지만, 이벤트성의 행사로 팬들의 인기가 많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7호 2016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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