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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2016 올해의 뮤지컬 Good and Bad [No.159]

정리 | 안세영 2017-01-05 5,182

기자와 평론가가 뽑은 올해의 좋았던 혹은 아쉬웠던 작품.


* 작품 선정 기준: 2016년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소재 극장에서 개막한 작품 가운데 초연, 또는 대본·음악·연출상에 큰 변화가 있었던 재연.

정수연 (공연 평론가)  최영현 (스테이지톡 기자)





<안녕! 유에프오>   1월 31일~2월 14일  GOOD

뮤지컬 <안녕! 유에프오>는 주인공 남녀의 로맨스에 집중한 원작 영화와 달리 UFO를 기다리며 기적을 꿈꾸는 주변 이웃들에게도 조명을 비춘다. 그들의 고달프지만 정감 있는 삶은 따뜻한 음악과 어우러져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변두리 동네 주민들의 애환을 다룬 이야기가 <빨래>를 연상시키기는 하나, 이 작품만의 비장의 무기가 있다. 바로 뮤지컬에만 등장하는 외계인 할머니 ‘복희’. ‘빵상 아줌마’를 연상케 하는 이 사차원 캐릭터를 천연덕스럽게 연기해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든 김국희는 이 작품의 일등 공신이라 할만하다.   안세영



<아랑가> 2월 14일~4월 10일  BAD

삼국시대 도미 설화를 무대로 끌어와 뮤지컬의 소재를 확장하고, 전통 판소리의 뮤지컬화를 시도한 점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극이 전반적으로 감성적인 측면에 치우쳐 있다 보니 드라마는 다소 공허하게 느껴졌다. 설화에 비해 무대는 개로왕에 더욱 포커스를 맞추었지만, 그에 따른 인물의 설득력은 부족해 보인다. 도미의 처 아랑을 향한 개로왕의 감정과 행동이 좀 더 개연성을 갖추어야만 작품의 엔딩이 오랜 여운으로 이어질 것 같다. 여백의 미도 좋지만 채울 것은 채워야 작품의 시도들이 더 돋보이지 않을까?   나윤정



<로기수> 2월 16일~4월 3일  GOOD

재공연은 초연에서 지적받은 문제들을 개선하려 한 창작진의 노력이 돋보였다. 이야기의 군더더기를 정리해 속도감을 높이고, 설명적인 장면을 신 나는 탭댄스로 대체해 ‘탭댄스 뮤지컬’이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을 받았던 플라잉 기계도 와이어로 대체했으나, 여전히 와이어를 차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뉴캐스트로 합류한 이승원은 앳된 체구와 섬세한 연기로 치기어리지만 강단 있는 북한군 소년 로기수를 생생하게 보여줬다.   안세영





<에어포트 베이비>  2월 23일~3월 6일  GOOD

뮤지컬에서 특정 이야기나 인물을 다루는 방식은 꽤 관습적이어서 예측 가능할 때가 많다. 이 작품도 으레 그렇겠거니 생각했다. 입양아가 주인공이니 억지 눈물을 쥐어짜겠구나. 하지만 작품은 이런 예상을 껑충 뛰어넘었다. 입양아가 엄마를 찾는다는 익숙한 전제에서 출발하지만 재치 있는 가사와 음악, 진지함과 가벼움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춘 이야기가 조화를 이뤄 더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관습이나 고정관념을 벗어났을 때 얼마나 흥미로운 작품이 나올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사례다.   최영현


자기가 누구인지 알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기 장르가 무엇인지 분명히 아는 사람들이 솜씨 좋게 빚어냈다. 미국에 입양된 청년의 가족 찾기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스토리이지만 이 작품에서 반짝이는 건 뮤지컬다운 화술이다. ‘에어포트 베이비’는 시공간을 압축하는 연출의 기능을 넉넉히 해내고, ‘디퍼런트’는 듣는 사람이 홀딱 반할 만큼 재기 발랄하다. 최재림과 강윤석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이 작품에서 진짜 볼만한 것은 창작의 역량이 이만큼 축적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이다.  정수연



<헤드윅: 뉴 메이크업>  3월 1일~5월 29일  BAD

만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헤드윅. 그녀가 소극장이 아닌 대극장 무대로 새롭게 찾아왔다. 하지만 옛 모습에 너무 길들어진 탓일까. 새 얼굴의 헤드윅은 여전히 헤드윅이되 또 헤드윅이 아니었다. 세련된 무대, 의상, 조명이 눈을 사로잡고, 새롭게 편곡된 음악도 귀를 사로잡지만, 삶과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는 헤드윅의 말소리에 귀 기울이긴 힘들었다. 그녀의 진심이 나에게 닿기엔 무대가 너무 크고 화려했다. 그녀와 나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최영현





<마타하리>  3월 25일~6월 12일  BAD

창작뮤지컬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아무것도 ‘창작’하지 않은 클리셰의 집합체. 실존 인물 마타 하리는 누구보다도 극적인 삶을 살았건만, 뮤지컬의 마타 하리는 누가 봐도 지루한 사랑타령만 하다 끝난다. 이런 여주인공한테 제발 치명적 매력의 소유자라는 말 좀 붙이지 말자. 연출의 나태한 상상력과 표현의 식상함도 놀라울 따름이지만 더 놀라운 건 이 작품에 투입된 제작비의 규모. 이 작품의 가장 큰 성과는 자본의 규모와 작품의 완성도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뻔한 상식을 다시 한 번 증명한 것일 게다.   정수연



<뉴시즈> 4월 12일~7월 3일  GOOD

디즈니 뮤지컬이지만 ‘디즈니’ 하면 기대할 수 있는 판타지적 이미지에서 벗어난 작품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 귀에 딱딱 꽂히는 번역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영웅적인 남주인공, 수동적인 여주인공에서 벗어나 좀 더 현실적이고 인간적으로 설정된 등장인물도 반가웠다. 무엇보다 압권은 젊은 배우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아니었을까. 권력에 맞서 똘똘 뭉친 약자, 뉴스보이들의 합창과 군무는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대극장 뮤지컬에서 앙상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느꼈다.   최영현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 자칫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런 노파심이 무색할 정도로 벅찼던 공연이었다. 느슨하게 짜인 스토리를 빈틈없이 채우는 것은 단연 뉴스보이들의 열연과 군무. 무대를 꽉 채우며 보여준 뉴스보이들의 난이도 최상의 안무는 보는 사람까지 심장을 뛰게 만들었을 정도. 무엇보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이들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객석까지 전해져 놀라웠다. 그래서 재연은 언제쯤?   박보라




<에드거 앨런 포>  5월 25일~7월 24일 BAD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다. 천재 시인 포의 일대기를 다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상당히 큰 기대를 했지만, 막상 무대에는 홀로 고군분투하는 포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뚝뚝 끊기는 스토리로 포의 감정을 손톱만큼도 이해할 수 없었으며, 극이 진행될수록 포가 혹시 ‘마더 콤플렉스’로 뭉쳐진 인물이 아니었나 의심 됐다. 극장을 나서는 순간, 포는 온데간데없고 무대 아래 김성수 감독의 열정적인 지휘만 생각났다.   박보라



<국경의 남쪽> 5월 31일~6월 12일 BAD

전통 무용을 살린 가무극을 선보여온 서울예술단이 30주년을 맞는 올해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신작 <국경의 남쪽>은 역사적·신화적 사건이 아닌 탈북이라는 현실적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 또 화려한 안무로 각 장면의 미장센을 극대화하는 예술단 특유의 스타일 대신 드라마 전달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그간 예술단이 보여준 독특한 매력에 미치지 못하는 밋밋한 결과물만 남겼다. 수묵화풍 프로젝션 영상이 사라진 것도 미장센 약화의 한 요인. 솟구치는 분수로도 무대의 삭막함을 다 가릴 순 없었다.   안세영



<모차르트!>  6월 10일~8월 7일 GOOD

코이케 슈이치로 연출이 이끈 <모차르트!>는 명료했다. 모차르트와 그의 분신인 아마데의 관계가 더욱 부각되면서 모차르트 내면의 고뇌들이 잘 살아났다. 또한 콘스탄체 가족과의 에피소드는 일부 군더더기가 줄어들었고, 그로 인해 모차르트의 이야기에 더 힘이 실렸다. 전반적으로 드라마가 잘 다듬어져 모차르트의 감정 변화가 섬세히 전달되었다. 그 변화에 맞게 적절히 활용된 돌출 무대는 범상치 않은 모차르트의 캐릭터에 큰 생동감을 부여했다. 한층 깊어진 전동석의 연기 또한 인상적인 발견!   나윤정





<스위니토드>  6월 21일~10월 3일  GOOD

주류의 언어로 풀어낸 비주류적 고전. 손드하임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관객은 그 말랑함에 아쉬움이 컸을 테고, 브로드웨이의 고전을 기대한 관객은 그 기괴함이 낯설면서도 새로웠을 거다. 하지만 아쉬움의 이유가 모자란 완성도가 아니라 달라진 만듦새에 있는 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것까지도 생산적이었으니. 스타성이 아니라 연기력을 요구하는 작품에 긴장감으로 호응한 배우들도 좋았지만, 손드하임 특유의 분위기에 매이지 않고 대중적인 만듦새를 선택한 제작진의 결단을 높이 사련다.   정수연


<키다리 아저씨> 7월 19일~10월 3일 GOOD

러브 스토리에 자아 성장 드라마를 잘 버무려낸 웰메이드 로맨스. 원작 소설을 잘 살려낸 대본과 따뜻한 음악, 아기자기한 무대 연출, 말맛이 살아 있는 번역, 어느 하나 아쉬운 점이 없었다는 점에서 감히 올해의 뮤지컬이라 하고 싶다. 특히 남자 배우 중심의 공연 시장에서 좀체 보기 힘든 생기 있고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소중하다. <키다리 아저씨>는 상업적인 면에서도 성공을 거둬 대학로에서 흥행하려면 비극이나 브로맨스물을 올려야 한다는 공연계의 암묵적인 룰에 한 방을 날렸다. 로맨스물을 관객들이 외면했던 게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된 셈.   배경희


원작을 효과적으로 무대화한 좋은 예가 아닐까? 원작이 제루샤가 키다리 아저씨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이루어졌다면, 무대는 이를 제루샤와 제르비스(키다리 아저씨)의 2인극으로 구성해 두 캐릭터가 편지라는 매개체를 통해 나누는 교감을 실시간으로 보여주었다. 이러한 설정은 두 인물의 관계를 더욱 강조하며, 따뜻한 감성의 사랑 이야기로 극을 잘 꾸려갔다. 배우들이 책이나 보물 상자 등 무대 소품들을 활용해 보여주는 다채로운 동선 변화는 단조로운 무대를 풍성하게 채워주는 동시에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나윤정


<라흐마니노프> 7월 21일~8월 25일 GOOD

강렬한 소재가 난무했던 올해 뮤지컬계에 단연 힐링 뮤지컬 아닐까? 천재로 불렸던 라흐마니노프의 가장 어두운 시기를 조명했지만, 작품이 따뜻한 이유는 짧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용기와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꿈같은 이야기를 담백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예쁜 동화책의 한 페이지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무대엔 피아노와 4중주 현악이 자리해, 클래식한 분위기까지 연출했다. 특히 마지막 커튼콜이 클래식 콘서트의 앙코르 무대를 연상시키며 큰 인상을 남겼다.   박보라



<페스트> 7월 22일~10월 2일 BAD

용케도 뮤지컬이라는 장르에서 서태지와 카뮈의 만남이 성사됐다. 둘은 제법 잘 어울렸다. 그런데 왜 원작의 배경을 가까운 미래로 옮긴 걸까. 오랜 시간 공들여 다듬었다는 이야기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허술하고 상투적이고 지루했다. 빈약한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미래를 보며 ‘저런 미래엔 살고 싶지 않아’라는 생각에 빠져 서태지도 카뮈도 잊어버렸다. 랑베르가 열심히 설명해 주지 않았다면, ‘감당할 수 없는 재앙에 저항하는 의지’라는 대사로 강제로 주입하지 않았다면, 이 작품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조차 못 챘을 거다.   최영현


올해 최고 기대작의 초라한 퇴장. 서태지의 음악을 덧입힐 이야기로, 카뮈의 『페스트』를 선택하는 모험을 감행해 시작부터 불안하더니, 결국 관객들에게 카뮈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라는 조롱마저 샀다. 인간성의 본질을 다루는 원작의 깊이를 잃어버린 허술한 드라마와 개성 없는 캐릭터, 민망할 정도로 촌스러운 무대 미술, 문화 대통령 서태지의 음악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 이렇게나 형편없는 작품이 될 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거의 유일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김성수 음악감독의 풍성한 편곡은 가요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다른 모든 단점을 덮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배경희


<트레이스 유>  7월 22일~8월 31일 BAD

김민정 연출의 참여로 변화를 꾀한 <트레이스 유>는 상징적인 무대로 새로움을 더했다. 무대 상단에 놓인 수조는 본하와 우빈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여배우 안유진의 출연은 남성 2인극이란 작품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시너지를 이루는데 한몫했다. 물론 이런 변화들이 극 초반의 몰입을 도왔지만, 극이 절정에 달할수록 여전히 공감보다는 물음표가 많이 생겼다.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이 작품의 특징이 한편으론 힘이 빠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작품 말미, 주인공의 절규가 진정성을 갖추려면 더 풀어야할 매듭이 많은 것 같다.   나윤정



<도리안 그레이>  9월 3일~10월 29일 BAD

어떤 이들은 이 작품을 ‘괴작’이라 부르지만 과찬의 말씀이다. 이 작품은 괴이하기보다는 안이하다.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제작진이 모였건만 결과물은 오로지 김준수의, 김준수에 의한, 김준수를 위한 작품이었으니. 그 와중에 스타로서의 매력과는 별개인 배우로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으니 김준수에게는 새로운 각성의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원작을 돌파하지 못한 극작과 자기 복제를 넘어서지 못한 연출과 반음계의 강박을 벗어나지 못한 음악은 적잖이 실망스럽다. 아름다움은 어디에? 체코에서 찍은 사진으로 화보집처럼 만든 팸플릿에!   정수연





<곤 투모로우>  9월 10일~10월 23일 GOOD

공허하되 비장한 미장센이 돋보이는 역사 팩션 뮤지컬의 탄생. 특히 유려한 장면 전환이라는 이지나 연출의 강점이 빛을 발했다. 간단한 세트 전환을 활용한 배우들의 등퇴장으로 암전 없이 물 흐르듯 연결되는 장면 전환은 분명 오랜 고민의 산물일 거다. 두 주인공 김옥균과 홍종우의 과거를 교차해 보여주는 방식이나 플래시백 효과 같은 영화적 기법을 살린 연출 또한 도드라졌다. 무엇보다 역사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허구적 인물, 김옥균과 홍종우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인간이 소중한 나라, 거기가 이렇게도 갈 수 없는 나라입니까?” 조선말,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두 청년의 부르짖음은 마음을 뜨겁게 했다.   배경희



<인터뷰>  9월 24일~11월 27일 BAD

최근 창작뮤지컬계의 새로운 유행 코드는 ‘제2의 자아’. 소극장 일인다역 전통과 히트작 <지킬 앤 하이드>의 명맥을 잇는 인기 설정이지만, 안이한 반복은 진부함을 낳기 마련이다. <인터뷰>는 다중인격을 가진 주인공을 내세우나 그 인격의 구분이 전형적이기 그지없다. 어지러운 인격 전환과 자극적인 과거사, 여기에 시종일관 악다구니로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음악 및 연출은 피로감만 안겨줄 뿐. 과오에 대한 책임을 불우한 아동기에 전가하고, 아동 학대에 관심을 갖자 말하는 교조적인 결말도 안이하긴 마찬가지다.   안세영



<블랙메리포핀스>  10월 1일~1월 1일 GOOD

올해는 헤르만을 전체적인 작품의 화자로 내세워 변화를 꾀했다. 바뀐 듯 바뀌지 않은 듯 달라진 부분을 찾는 재미가 있고, 내레이션과 일부 넘버를 변주시켜 버전을 달리함으로써 색다른 느낌을 성공적으로 전달했다. 여전히 미스터리한 화재와 살인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때마다 보는 사람의 기운이 빠지지만, 이것 또한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매력인 셈. 개성 강한 주인공들이 작품의 주제인 ‘행복하기 위해 기꺼이 불행과 동행하겠다’고 말할 때, 힘껏 응원의 박수를 건네고 싶다.   박보라



<팬레터> 10월 8일~11월 5일 BAD

걸출한 작가들을 배출한 경성 시대 문인들의 이야기는 분명 흥미로운 소재지만 올 초 올라간 쇼케이스는 그런 매력을 살리지 못했다. 경성 시대 문인들의 모임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는 설정만 있었던 것. 작가와 작가 지망생인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매료되는 과정도 설득력이 떨어졌다. 정식 공연은 시대상을 살릴 수 있도록 드라마가 보완됐지만, 주인공들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호감을 키워가는 과정은 여전히 아쉽다. 빈약한 무대와 일차원적인 조명 또한 마이너스 요소. 주인공이 하늘을 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두 배우가 멀뚱히 등장해 주인공이 올라선 책장을 움직이는 설정은 꼭 그래야 했을까 하는 물음표만 남긴다.   배경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11월 5일~11월 22일 GOOD

자야와 백석이 짧게 만나 길게 사랑한 시간을 담아냈다. 결국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로를 거부하지 못하고 짧게 허락한 시간을 받아들이는 자야와 백석, 사랑이라는 말이 흔하게 소비되는 현실에서 이들의 사랑은 사랑의 가치를 다시 일깨워준다. 어린애처럼 순수하다가도 어른처럼 성숙한 사랑을 나누는 자야와 백석을 무대에 재현한 것만으로도 고마울 뿐인데, 향토색 짙고 우리말의 멋이 살아 있는 백석의 시는 아름다운 노래가 되어 귀를 즐겁게 한다. 슬퍼서 아름다운 건지, 아름다워서 슬픈 건지 분간할 수 없는 경지의 아름다움을 지닌 작품이다.   박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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