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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마이 웨이, 마이 페이스. 최재웅 [No.77]

글 |김영주 사진 |김재설 2010-03-02 5,945


고집 세고 주관이 분명한 파트너 최재웅의 취향은 조금 다르다. “저는 2막이 좋아요. 잘하면 로맨스, 못 하면 <사랑과 전쟁>이 될 수 있는 에피소드예요. 감정 변화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을 해주는 작품이 아니라서 장면마다 갑자기 점프한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고민할 게 많은데, 어려운 만큼 더 재미있어요.” <사랑과 전쟁>과 ‘로맨스’의 차이가 뭘까.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상한 이야기보다 더 정확한 경계선이 있다면 그들은 조금 덜 고민해도 될 텐데. “예를 들어 각자 짝이 있는 사람들이 다른 누군가와 사랑에 빠져도, 보는 이들이 감정적으로 허용하게 되는, 아름답게 보이는 관계들이 있잖아요. 2막의 내용이 서로 배우자가 있는 친한 친구들 사이의 감정 줄타기인데, 이걸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마지막 순간에 관객들이 느끼는 것이 완전히 달라지겠죠.”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 유무나 연인이 있거나 없거나와 관계없이 로맨스를 꿈꾼다고 생각한다. 다 큰 아들을 키우고 있는 아버지도, 연예관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젊은이도 현실과 별개의 ‘이상형’이 있듯이,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더라도 금지된 로맨스를 상상하기는 한다는 것이다. “로맨스 없이 사람이 어떻게 살 수 있냐는 거예요.”

 

모든 것을 다 갖춘 멋진 남자, 완소남이니 엄친아니 하는 타이틀이 붙는 잘난 싱글맨을 연기하는 건 거의 처음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대뜸 “왜, 네이슨도 천재였잖아요”라고 반문한다. 글쎄. <쓰릴 미>의 ‘나’와 연애를 하고 싶어 하는 여성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그다운 반응이기는 하다. 
 

7년째 활동해온 뮤지컬계에서 받지 못했던 상을 첫 영화로, 그것도 영화평론가협회에서 받은 일이나, 몇 달 전이었으면 농담으로라도 위화감이 느껴졌을 ‘웅드윅’으로 무대에 서고 있는 일도 그의 페이스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고 있다. 참 역설적인 일이다. 관객과 기 싸움을 하면서 그들을 쥐락펴락하려고 들지도 않고, 자신의 개성과 끼를 드러내려 하지 않고, 단지 대본 속에서 길을 찾아서 작품 속에 들어가 버리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최재웅인데,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그는 누구 못지않게 자신의 존재감을 작품 속에 선명하게 새겨왔다.
 

썩어들어 가기 직전의 과일처럼 달콤하고 위험한 향기로 가득했던 19세기 빈의 매혹적인 사교계 청년 알프레드는 가난뱅이들에게는 가능할지도 모르는 진실한 사랑이라는 것을 찾아서 평민의 옷을 입고 자신을 위장했다. 2막에서 아쉬울 것 없는 유부남인 ‘그’는 생판 모르는 여자도 아니고, ‘베스트 프렌드’인 그녀와 이중으로 위험한 사랑을 감행하려 한다. 남들에게 없는 부와 명예를 가졌어도, 사회적인 신분이 대단해도, 모든 여인들이 나를 사랑한다고 해도 기껏해야 좀더 화려한 다람쥐 쳇바퀴를 굴리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챈 그 잘난 남자들의 일탈에 최재웅은 얼마만큼 공감할까. “일탈, 해봤죠. 의식적인 일탈도 해봤어요. 예를 들어서 군대에 갔을 때. 기존의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 앞에 섰을 때, 안면을 바꾸고 해본 적이 있어요. 나쁜 짓은 아니었어요. 천성이 착해서. 재미있던데요.” 고교 시절 조정은이 열심히 웃어줬다는 최재웅 식 유머도 아마 이런 식이었을 것이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77호 2010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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