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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INSIDE THEATER] <라 베리타> [No.163]

글 |배경희 사진제공 |LG아트센터 2017-04-28 3,660

<라 베리타>

살바도르 달리와 서커스의 만남



명작에서 탄생한 아트 서커스


서커스에 다양한 장르의 요소를 결합해 서커스를 쇼에서 한 단계 높은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아트 서커스는 국내에서 더는 낯선 장르가 아니다. 지난 2007년 세계적인 서커스 단체 태양의 서커스의 첫 내한 공연 <퀴담>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국내의 인기 장르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퀴담>의 성공 이후 <바레카이>, <네비아>, <카발리아> 등 해외의 유명 아트 서커스가 국내에 꾸준히 소개되고 있는 가운데, 올봄 또 한 편의 신작이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오는 4월에 공연되는 <라 베리타>는 아트 서커스로 이름을 알린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가 이끄는 핀지 파스카 컴퍼니(Copania Pinzi Pasca)의 작품이다. 2013년 1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초연된 이후 세계 20여 개국에서 400회 이상 공연됐는데, <라 베리타>가 관심을 끈 큰 이유 중 하나는 이 작품에 쓰인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광란의 트리스탄」 때문이다. 국내에는 미술 교과서에 실린 늘어진 시계 그림으로 잘 알려진 살바도르 달리는 스페인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로, 20세기 미술사에 뚜렷한 업적을 남겼다.


살바도르 달리의 1994년 작인「광란의 트리스탄」은 사랑해서는 안 되는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높이 9m에 너비가 15m에 달하는 대작이다. 당시 미국에서 활동 중이었던 살바도르 달리에게 저명한 안무가 레오니드 마신이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될 발레 <광란의 트리스탄>의 배경막 작업을 의뢰하면서 탄생했다.

2009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창고에서 발견돼 경매에 나온「광란의 트리스탄」이 무대에서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신분을 밝히지 않은 유럽의 한 익명의 수집가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에게 그림을 작품에 사용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다. 그림을 박물관에 전시하는 것보다 본래의 목적대로 공연의 배경막으로 사용하는 게 더 좋을 것이라 판단했다는 것. 다니엘 핀지 파스카는 달리의 그림에 걸맞은 낯설고 이상한 이미지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으로 수집가의 제안을 받아들여 실제 달리가 그린 오리지널 배경막을 공연에 사용하는데, 초연 이후 투어 공연에서는 카피본을 사용하고 있다. 


이야기는 정장을 입은 중년 남성이 어둠 속에서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무대에 등장한 남자가 곧 한 화가의 그림을 경매할 것이라 말하면 그림이 그려진 거대한 커튼이 나타나는데, 이 커튼 속 그림이 바로「광란의 트리스탄」이다. 남자가 잠시 분위기를 띄우고 퇴장하면 공중제비나 밧줄 타기, 폴 댄스, 훌라후프 등 친숙한 서커스 묘기에 음악과 춤을 결합한 각각의 아름다운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흘러간다. 특히 눈부신 조명 아래 반라의 무용수가 밧줄을 타고 날아오르는 장면이나, 달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동물인 코뿔소(달리는 코뿔소를 가장 신화적인 동물이라고 여겨 좋아했으며, 그의 작품에는 코뿔소의 뿔이나 원뿔 모양이 자주 등장한다) 가면을 쓴 출연자들이 붉은 실타래를 활용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장면이 작품의 압권으로 꼽힌다.




서커스 연출의 대가


아트 서커스 연출가로 이름을 알린 다니엘 핀지 파스카는 1964년 스위스의 사진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체조를 통해 처음 서커스의 세계를 접한 그는 스무 살에 친구들과 함께 ‘떼아뜨로 수닐(Teatro Sunil)’이라는 극단을 만들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극단에서 광대 연기와 서커스 기술을 연마하던 그의 이름을 대중에 처음 얼굴을 알린 것은 1991년 자신이 직접 출연하는 1인 광대극 <이카로>를 통해서다. 

이후 핀지 파스카는 떼아뜨로 수닐에서 꾸준히 공연을 선보이며 이름을 알려 가는데, 아트 서커스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태양의 서커스와 서크 엘루아즈에서 연출가로 활동하며 입지를 다진다. 태양의 서커스가 각각 2005년과 2016년에 공연한 <코르테오>, <루지아>와, 지난 2008년과 2011년 국내에 소개된 바 있는 서크 엘루아즈의 <네비아>와 <레인>이 핀지 파스카가 연출한 작품이다. <레인>은 초연 당시 2006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연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서커스 외에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 올림픽 개·폐막식 무대를 연출하기도 했다.


국내에 <라 베리타>를 선보이는 핀지 파스카 컴퍼니는 다니엘 핀지 파스카가 2011년 그의 동료인 안토니오 베르가미니, 휴고 가지울로, 줄리 하멜른, 마리아 본차니고와 함께 설립한 예술 단체다. 작가, 작곡가, 안무가, 배우 등으로 다양한 파트의 사람들로 구성된 공연 단체이며, 스위스에 본거지를 두고 아트 서커스와 애크러배틱 쇼, 연극 등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예술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핀지 파스카 컴퍼니의 강점은 애크러배틱을 활용한 예술적인 퍼포먼스인데, 이번 <라 베리타>에서도 예술성이 돋보이는 그것들을 만날 수 있다.


4월 27~30일

LG아트센터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3호 2017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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