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극장 정동마루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들어서면 도시의 복잡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고즈넉한 정동길이 펼쳐진다. 그 길 한가운데 자리해 더욱 특별한 운치를 느낄 수 있는 정동극장. 이곳에 예술가와 관객이 친근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새롭게 문을 열어 눈길을 끈다. 사람과 예술의 문턱 없는 만남을 위해 탄생한 문화 공간 정동마루. 이곳은 한옥의 소담스러운 분위기를 닮아 있어 더 매력적인 곳이다.
문턱 없는 친근한 공간
고즈넉한 정동길에 찰진 판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의 출처는 정동극장의 새로운 문화 공간 정동마루다. 지난 4월, 정동마루에서 젊은 소리꾼 박인혜가 춘향가의 한 대목을 열창하고 있었다. 소리꾼 박인혜는 춘향가에 발칙한 상상을 더한 창작판소리 <같거나 다르거나 춘향가>를 선보이며, 관객들과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는 그야말로 한 뼘. 예술가와 관객 사이에는 작은 문턱도 없었다.
지난 4월 8일, 정동극장의 새로운 문화 공간 정동마루가 문을 열었다. 이전 카페 공간을 리모델링해 만든 정동마루는 1층 카페 정담으로 들어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2층에 자리하고 있다. 정동마루는 그 이름이 의미하듯 전통 한옥에서 집의 중심이 되는 ‘마루’의 공간적 특성을 차용했다. 한옥의 마루처럼 사람과 문화의 활발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꾸린 것이다. 정동마루에 들어서면 한옥을 모티프로 한옥 문살의 특징을 살린 창과 너른 바닥이 눈에 띈다. 그런 만큼 한옥의 소담스러운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양쪽에 위치한 창을 열면 정동길과 정동극장의 야외마당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특별한 운치를 전해 준다. 근대 문화 유산 1번지 정동길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전용 테라스도 정동마루만의 보물 장소다.
정동마루의 시작을 알린 프로그램은 정동극장 하우스 토크 콘서트 <예술가의 작업실>이다. 4월 8일을 시작으로 지난 한 달 매주 토요일 오후, 젊은 소리꾼들의 판소리와 수다 한마당이 펼쳐졌다. 그 첫 주자로 소리꾼 박인혜가 정동마루의 첫 무대에 올랐다. 한옥의 마당을 닮은 이 공간은 프로그램의 특성에 따라 무대와 객석을 자유롭게 꾸릴 수 있다. 50석 규모로 진행된 <예술가의 작업실>은 공연의 컨셉에 따라 무대를 소리꾼 박인혜의 작업실로 꾸려놓았다. 실제 그녀의 작업실에서 가져온 한복과 장구, 문갑이 무대 곳곳에 놓여 있어 정동마루의 전통적인 분위기와 잘 어우러졌다. 바로 코앞에서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만나고, 또 그들의 이야기를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자리. 이처럼 정동마루는 예술가와 관객 사이의 벽을 없애고, 마루에서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전해 주는 것이 큰 매력이다.
열려 있는 만남의 장
정동마루는 다양한 만남의 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우스콘서트 같은 소규모 전통 공연들을 만날 수 있고, 전통 문화 체험, 비즈니스 문화 행사 등에도 다채롭게 사용될 예정이다. 정동극장 손상원 극장장은 “정동마루의 편안하고 캐주얼한 공간적 특징을 활용해 관객과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형식의 창작 작업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라 ‘정동마루 시리즈’는 더욱 캐주얼한 공연을 선보이며, 무대와 객석이 분리된 일반 공연장들의 레퍼토리와 차별화를 이룬다. 그중 하나가 창작자들의 작업 세계와 작업담을 직접 들을 수 있는 하우스 토크 콘서트 <예술가의 작업실>. 그리고 또 하나가 한컴그룹, 우문지와 함께하는 청년 국악 인큐베이팅 사업인 <청춘만발>이다. 이는 전통 음악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신예 아티스트들의 지원을 받아 그들에게 개성 있는 무대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오는 5월 18일 퓨전국악 밴드 달섬의 무대가 그 시작을 알릴 예정이다.
정동마루에서는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 이로 인해 단순히 공연만 관람하는 곳이 아니라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나아간다. 장구를 직접 치며 한국 전통의 리듬을 배울 수 있는 장구 체험, 한국 전통의 선을 느낄 수 있는 무용 체험, 한국 전통 소리를 경험할 수 있는 판소리 체험 등이 사전 예약을 통해 이루어진다. 또한 공연 관람을 포함한 독특한 체험 패키지도 마련된다. 한복을 입고 전통문화를 체험한 뒤 극장 공연을 관람하는 한복 체험 패키지, 조선의 선비처럼 유건을 쓰고 도포를 입은 후 직접 과거시험을 체험하고, 세종의 업적에 대한 이야기를 공연으로 만날 수 있는 세종 서당 체험은 정동극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한편, 정동마루에서는 특별한 비즈니스 행사도 만날 수 있다. 공연에 필요한 전문 음향과 조명 시스템뿐 아니라 이동식 빔 프로젝터와 스크린 등을 완비해 비즈니스 문화 행사, 기업 행사, 세미나, 홍보 설명회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수 있게 공간을 꾸린 것이다. 자리 배치에 따라 60~8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어, 특별한 행사를 기획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매력적인 공간이다. 이처럼 정동마루는 공간의 문턱을 없애고, 창을 활짝 열어 많은 이들의 방문을 환영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4호 2017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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