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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웹툰 원작 뮤지컬 [NO.165]

글 |나윤정 2017-07-12 4,419

인터넷 공간에서 보는 만화 웹툰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만화적인 황당함이 있는 작품부터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때로는 사회 비판적인 이야기까지 다루는 소재도 다양하다. 인터넷을 통해 접근하기도 쉽고 그림의 형식이어서 감상하기도 편한 웹툰은 최근 영화와 드라마 원작으로 각광받고 있다. 뮤지컬도 예외가 아니다. <위대한 캣츠비>, <무한동력>,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이 웹툰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다. 특히 오는 6월에는 웹툰을 소재로 한 뮤지컬이 많이 올라간다. <위대한 캣츠비>를 비롯, 2015년 초연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신과 함께_ 저승편>, 그리고 신작 <찌질의 역사>가 그것이다. 6월에 올라가는 웹툰 원작 뮤지컬을 중심으로 웹툰이 뮤지컬로 옷을 갈아입는 과정을 살폈다.




웹툰 원작 뮤지컬


6월에 개막하는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신과 함께_저승편>, <찌질의 역사>는 모두 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비단 뮤지컬계뿐 아니라 문화계 전반에서 웹툰의 활약이 대단하다. 드라마 <미생>, <치즈인더트랩>, 영화 <내부자들>, <이끼> 등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작품들이 꾸준히 등장해 큰 인기를 얻으며, 웹툰 열풍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 여세를 몰아 뮤지컬계에 불어닥친 웹툰 열풍을 들여다 보았다. 




웹툰 원작 뮤지컬의 등장


웹툰은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만화를 의미하는 카툰(Cartoon)을 조합해 만든 신조어다. 즉, 웹을 통해 연재하는 만화를 통칭하는 말이다. 국내에서 웹툰 시장은 1997년 IMF 이후 침체된 출판 만화의 대안으로 자리잡으며,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급속도로 성장했다. 시장의 활성화는 곧 한국 웹툰을 문화계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바로 웹툰의 원 소스 멀티 유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꾸준히 등장하며 인기를 얻어, 바야흐로 웹툰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웹툰 열풍에 힘입어 뮤지컬계에서도 웹툰을 원작으로 한 무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웹툰을 무대에 올린 최초의 뮤지컬은 2007년 초연한 <위대한 캣츠비>다. 웹툰 <위대한 캣츠비>는 웹툰 1세대인 강도하 작가가 2005년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한 작품으로, 2005년 ‘대한민국 만화대상’ ‘독자만화대상’, ‘오늘의 우리 만화상’ 등에 이름을 올린 화제작이다. 작품은 주인공들을 개와 고양이로 의인화해, 무능력한 백수 캣츠비를 중심으로 그의 대학 친구인 학원강사 하운두, 캣츠비의 옛 애인 페르수, 결혼정보회사에서 C급으로 분류된 선의 사랑과 우정을 담았다.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초연은 박근형이 연출을 맡아 원작을 가급적 그대로 수용하는 방식을 따랐다. 강도하 작가의 감성적인 대사를 많은 부분 차용했고, 빈 무대를 활용해 의자에 앉으면 술집이 되고 자리에 누우면 모텔이 되는 등 무대적 상상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연출을 선보였다.



<위대한 캣츠비> 이후 다시 웹툰의 뮤지컬화가 활기를 띄기 시작한 것은 2015년. <도로시밴드>, <신과 함께_저승편>, <무한동력>, 세 편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이헌재가 각색, 홍정의가 작곡, 황두수가 연출한 <도로시 밴드>는 홍작가의 동명 웹툰을 각색해 무대화했다. 프랭크 바움의 동화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를 모티프로 만든 웹툰 <도로시밴드>는 다음의 ‘만화 속 세상’에 연재된 홍작가의 데뷔작으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단행본이 발간되기도 했다. 도로시, 토토, 사자 등 동화 속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방황하는 청춘들의 밴드 이야기를 담았다. 뮤지컬은 웹툰의 캐릭터들을 차용해 이야기를 새롭게 꾸리며 지극히 사실적인 밴드 멤버들의 현실을 담아냈다.


<신과 함께_저승편>과 <무한동력>은 모두 기발한 상상력으로 주목받은 인기 웹툰 작가 주호민의 작품을 원작으로 제작되었다. <신과 함께>는 네이버에 3년간 연재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아 단행본만 50만 권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고, 일본으로도 수출된 히트작.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_저승편>은 정영이 극작, 조윤정이 작곡, 김광보가 연출을 맡았다. 원작 캐릭터와의 높은 싱크로율, 짜임새를 살린 드라마 압축, 윤회를 상징하는 환형 무대와 LED를 활용해 지옥을 상징한 참신한 무대 구현 등으로 주목받으며, 웹툰의 성공적인 무대화로 평가받았다. <무한동력>은 2008년 야후코리아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작품으로, 취업준비생 선재가 무한동력기관을 연구하는 한원식의 집에 하숙하며 겪게 되는 좌절과 꿈에 관한 이야기다. 2013년에는 임슬옹, 김슬기, 안내상 등이 출연한 SNS 드라마로 제작된 바 있는 인기작. 이지혜가 극을 쓰고 작곡한 뮤지컬 <무한동력>은 무한동력 영구 기계를 크고 작은 바퀴로 구현한 무대와 드라마의 서사를 충실히 전하는 가사와 드라마틱한 음악으로 여운을 남겼다.


2016년에는 김수현 주연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원작 웹툰이 뮤지컬로 제작되어 눈길을 끌었다. HUN의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북한의 남파특수공작 5446부대 3인이 조국 통일의 사명을 안고 동네 바보, 가수지망생, 고등학생으로 위장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뮤지컬은 추정화가 각본과 연출, 허수현이 작곡을 맡아 캐릭터들의 내면을 부각하는 데 더욱 초점을 맞추었다.





웹툰 원작 뮤지컬의 과제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뮤지컬은 그 사실 자체만으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이점이 있다. 인기 웹툰은 인터넷을 통해 수개월 혹은 수년간 연재되기 때문에 탄탄한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다. 그만큼 원작 팬들을 관객층으로 흡수할 수 있는 가능성도 크다. 또한 이미 일반 관객들에게도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상당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웹툰의 인기는 곧 작품성, 대중성과도 연결된다. 인기 웹툰은 이미 검증된 드라마이기 때문에 새로운 장르로 재창작하기에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 웹툰이 원 소스 멀티 유즈에 활발히 활용되는 이유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참신한 소재다. 이미 무수한 스토리가 범란하고 있는 문화계에서 콘텐츠의 생명은 참신함이다. 웹툰은 시공간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기발하고 신선한 소재가 주를 이룬다. 또한 웹툰의 컷들은 무대 구상이나 영상 제작에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중요한 참고 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지도와 참신함이 작품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원작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가 크기 때문에 오히려 그만큼의 부담감을 감수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드라마 <미생>은 원작의 리얼리티에 감성적인 영상을 더해 최고 시청률 8.2%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밤을 걷는 선비>는 웹툰의 판타지적인 요소를 드라마 속에 잘 녹여내지 못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원작의 후광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장르적 특성에 맞게 새로운 매력을 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뮤지컬에는 뮤지컬 나름의 문법이 있고 표현 양식이 있다. 웹툰의 장점을 뮤지컬로 끌어오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것을 표현하는 것이 웹툰을 뮤지컬화하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숙제이다.



한편, 오는 6월 3편의 웹툰 원작 뮤지컬이 무대에 올라 다시금 웹툰 열풍을 이어갈 예정이다. <신과 함께_저승편>은 새로운 창작진들의 합류로 더욱 업그레이드된 무대를 예고한다. 성재준이 각색, 작사, 연출을 맡았으며, 드라마 <미생>, <시그널>의 음악을 담당한 박성일 작곡가가 작·편곡을 맡아 체코 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음악 작업을 했다. <위대한 캣츠비> 재연은 원작의 주요 설정만 차용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2015년 초연한 리부트 버전이다. 변정주 연출, 허수현 작곡가가 참여해 만든 송스루 뮤지컬이다. 또 한 편의 기대작은 신작 창작 뮤지컬 <찌질의 역사>다. 인기 작가 김풍이 글을 쓰고, 만화가 심윤수가 그린 동명의 웹툰을 뮤지컬화한 것으로, 20대에 막 접어든 청춘들의 서툰 연애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시즌 3까지 이어진 방대한 분량의 웹툰을 두 시간 안에 개연성 있게 압축하고, ‘이 밤의 끝을 잡고’, ‘늑대와 함께 춤을’ 등 웹툰에 등장한 인기가요들이 넘버로 사용되어 특별한 즐거움을 전해 줄 예정이다. 이들 작품들이 웹툰 열풍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5호 2017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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