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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ULTURE INTERVIEW] <프로듀스 101 시즌2> 박성우 [No.166]

글 |박보라 사진 |김호근 2017-07-18 5,332

<프로듀스 101 시즌2> 박성우

첫눈에 반하는 로맨틱한 기적



지난 3월 9일 서울 상암동에서는 교복을 입은 101명의 소년들이 짧은 손편지를 나눠줬다. 직접 시청자의 손으로 연습생을 투표해 데뷔를 시킨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101 시즌 2>에 참여하는 소년들이 공개된 것. 사실 이날의 주인공은 바로 ‘까치발 소년’이라는 별명을 얻은 한 소년이었다. 트위터를 통해 한 팬이 공개한 7초짜리 짧은 동영상의 당사자인 그는 많은 교복 소년들 사이에서도 맨 뒷줄로 밀려나 까치발을 들고 서 있다가 자신을 촬영하는 카메라와 눈이 마주치자, 자신의 까치발을 한 번 내려다 본 후 예쁜 미소를 지었다. 그는 35인만이 생존하는 2차 선발식에서 안타깝게 탈락했지만, 까치발을 시작으로 새로운 인생을 걷기 시작했다. 이 소년의 이름은 박성우다.



박성우라는 이름의 성장 영화

                     

2017년 박성우의 삶을 설명하면 ‘영화 같은 삶’이라고 생각해요. 3월 상암동에서 ‘까치발 소년’이란 별명을 얻었고, 탈락한 이후에 팬들이 준비한 샌드위치 나눔 이벤트에서는 운명처럼 마지막 참여자가 되었다던데요. 요즘 어때요?

예상하지 못한 일이 많이 생겼죠. 그동안 감사한 일들이 많았고, 운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모든 것이 제가 하기에 달렸죠.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하철역에 저를 응원해 주시는 광고를 보러 갔는데, 팬들이 붙여준 쪽지를 봤어요. 한 장, 한 장 다 찍어 왔어요. 잊어버릴까 봐요. 너무 아까워서. (웃음)


합숙 생활이나 촬영이 끝났을 때마다 댄스 학원에 다녔다고 들었어요. 특히나 춤이 가장 힘들었나 봐요.

특별하게 춤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이라기보다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많이 느꼈어요. 무엇보다 어떻게든 춤을 따라가고 싶었어요. 사실 모든 연습생에게 주어진 시간은 똑같아요. 그런데 연습생마다 숙지 속도는 다르죠. 주어진 과제를 빨리 따라간다면 조금이나마 여유 있게 무대를 준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따로 댄스 학원에 다니기도 했고, 합숙하면서는 자는 시간을 줄였죠. (웃음) 원래 잠이 되게 많은 편인데, 무대 생각밖에 없었어요.


팬들이 일명 ‘잠죽자(잠은 죽어서 자)’라고 응원을 보냈잖아요. 방송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살이 빠지는 모습이 보였죠.

일단은 이전 모습보다 발전되고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처음엔 무작정 ‘열심히 해야지’ 이랬다면, ‘널 붙잡는 노래’, ‘내꺼하자’, ‘Shape of You’를 연이어 하면서 제 눈에도 부족한 부분이 보였죠. 이런 부분을 보완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더 커졌어요. 그래서 지금은 ‘내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무대에 올랐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들어요.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에도 ‘더 연습해야 했는데’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팬들의 채찍질이 서운하지 않았나요? 사실 노력을 안 한 게 아니었잖아요.

팬들의 말엔 애정이 담겨 있었어요. 애정이 없다면 ‘박성우? 별로네’ 이러고 끝났겠죠. 그런데 이런 피드백 속에는 제가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더 보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서운하기보다는 감사했어요. 결과는 너무나 냉정하게 보였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싶었어요.


<프로듀스 101 시즌2>의 무대 중에서 컨셉 평가였던 ‘Shape of You’에 대한 이야기가 빼놓지 않고 나오는 것 같아요.

팀 배틀이 아니라 팀 내의 개인이 경쟁하는 미션이었죠. 그래서 모두가 무대에 대한 욕심이 있어요. 누구보다 내가 돋보이고 싶고,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없을 수가 없었죠. 그런 와중에도 너무 고마운 것이, 팀 전체가 균형감을 먼저 생각했어요. 어떤 연습생이 너무 묻히거나 보이지 않는다면, 서로가 나서서 배려했죠. 그런 게 참 좋았어요. 경쟁은 경쟁이었지만, 서로 배려하면서 경쟁하는 자체가 참 좋았죠.


35명만이 생존할 수 있었던 두 번째 선발식에서 탈락했어요. 심지어 마지막 35등을 발표하는 4분할 컷에서 성우 씨의 얼굴이 잡혔죠.

당시에는 어떤 결과가 나와도 마음이 아픈 건 피할 수가 없었죠. 화면에 네 명의 연습생이 비쳤는데, 정말 모두가 합격해도 당연할 정도로 실력도 뛰어나고 성격도 좋은 친구들이었어요. 그땐 연습생 모두가 친할 수밖에 없어서, 살아남아도 마음이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합격해도, 탈락해도 마음이 많이 아팠을 거란 생각이 들었죠.


방송 초반에 가장 강력한 데뷔 멤버로 꼽히기도 했어요. 그런데 점차 순위가 떨어졌잖아요.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는데, 어땠나요?

처음 제가 딱 12등을 했어요.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도 순위가 보이니까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무대에만 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사실 등수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오로지 국민 프로듀서님들의 선택이었으니까. 그런데 첫 등수를 보고 ‘어쩌면 혹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웃음) 그러다가 떨어지는 제 등수를 본 이후엔 마음을 내려놓고 하려고 했어요. 등수가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를 떠나서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고, 그 시간을 통해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리자고 다짐했죠.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분량에 따라서 참가자에게 많은 영향을 주죠. 화제성에 비해 의외로 방송 분량이 없었어요.

어쩌면 (방송 분량이) 절대적일 수도 있어요. (웃음) 아쉬움이 없을 순 없어요. 조심스럽지만 ‘제가 노력하는 모습이 조금 더 나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안 한 건 아니거든요. 저는 분량보다는 실질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화면에 많이 비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모습으로 방송이 되느냐도 중요하잖아요. 다양한 모습으로 방송에 많이 보일 수 있지만, 최대한 진솔하게 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쉽지는 않았죠. 내가 방송에 나오고 싶다고 해서 나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모습은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안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사실 이건 제 능력 밖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순간마다 ‘더 적극적으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점점 더 생기기도 했어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좋은 모습이 많이 나오면 굉장히 좋겠지만, 안 나오면 어쩔 수 없죠. (웃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매 순간 표정 관리도 해야 하고, 내가 전하고 싶은 진정성도 전해야만 하죠.

1분 1초에 대해서 반응이 어마어마하게 왔다갔다하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되기도 해요. 마치 ‘하늘이 보고 있다’ 혹은 ‘내가 지금 옳은 행동을 하고 있는 걸까’ 이런! 물론 가식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런 특징 때문에 자신을 더 조심하고 돌아보게 됐죠.


연습생들이 정말 많이 울었다고 들었어요. 압박감이 심했나 봐요.

뭔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나 자신을 끝까지 몰아넣는 상황에 닥쳤으니까요. 무언가 해내야만 하는 과제가 정해져 있고, 난 그걸 꼭 해내야만 하는 극한의 상황. 당장 죽고 사는 생존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런 상황이 펼쳐지니까 많은 감정이 들 수밖에 없어요. 그리움이 될 수도 있고, 억울함이 될 수도 있고, 서러움이 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감정들이 북받치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뜨거웠던 봄과 여름


서른이 된 나이에 아이돌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예요.

왜 굳이 사서 고생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요? (웃음) 사실은 처음 이 도전을 할 때, ‘내가 이걸 하면 잘할 수 있을까. 잘하게 된다면, 얼마만큼 할 수 있을까. 내가 여길 나갈 수 있을까’ 이런 스스로에 대한 자격과 능력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그런데 제작진과 미팅을 거쳐 좋은 소식을 들은 이후엔,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 자체에 감사했죠.


나이가 큰 장애는 아니라 쳐도, 어린 친구들과 함께 경쟁한다는 건 힘든 조건이었잖아요. 어땠나요?

어려움이 없을 순 없죠. 사실 제가 언제 또 열 살이나 차이 나는 친구들과 생활해 보겠어요? (웃음) 그런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마음먹고 나서는 나이나 환경은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원래 나이에 대해 엄격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더 내려놓고 하려고 했어요. 다른 친구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부분이 있으면 배우고 싶었죠. 그랬더니 많이 다가와 줬어요, 동생들이. 그리고 열다섯 살 무렵의 아이들과 서른 살 친구들의 무리가, 별 차이가 없었어요. 하하.


함께 연습했던 101명의 연습생들과 동지애가 생겼을 법도 해요. 경쟁자이자 함께하는 동료.

아무래도 그런 감정이 생기죠. 같이 밥 먹고 연습하고 잠도 같이 자고 한 공간에서 같이 생활하니까요. 사실 누가 데뷔하게 될지는 모르잖아요. 실력도 여러 가지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지만 실력만 뛰어나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에요. 일단 어떤 마음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느냐가 가장 중요했던 것 같아요. 나와 같은 마음들이 보일 때면, 다른 연습생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들죠.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 동질감 때문에 동료애가 저절로 생기는 것 같아요.


의지를 많이 했던 연습생을 꼽자면?

음…, 웬만해선 누군가에게 의지를 많이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최대한 혼자 할 수 있으면 그래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좋지만, 그 친구들도 개인적으로 연습할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러다 보면 그 친구들의 시간을 빼앗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미안했어요.


트레이너 혹은 주변 연습생에게 들었던 말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은?

방송에서는 안 나왔지만 ‘Shape of You’의 리허설을 했을 때요. (웃음) 사실 그때 리허설을 하면서도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이석훈 선생님이 무대를 보고 일어서서 ‘너 정말 많이 늘었다. 정말 열심히 했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마음이 울컥하더라고요. 선생님은 이전부터 제가 해왔던 걸 보셨잖아요. 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해 온 걸 알아봐 주신다는 사실에 너무 좋았고, 마음에 아주 많이 남았어요.


‘Shape of You’의 개인 직캠 엔딩이 인상적이었어요. 차마 눈을 깜빡거릴 수가 없어서 눈물이 차오르던 장면이요.

아! (웃음) 무대에서 느꼈던 무언가를 집중해서 가지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참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Shape of You’의 경우는,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에도 연습했거든요. 무대에서는 연습처럼, 연습 때에는 실전처럼 해야 한다고 하잖아요. 되돌아보면 전 그런 걸 잘 못했던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보니까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한 거죠. 그만큼 앞서 보여드린 무대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거든요. 그런 아쉬움을 깨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요. 그래서 여유가 없었죠. 계속 이어폰을 끼고 템포에 맞춰 춤을 추다가도, 한 번씩 흐름이 끊기면 틀리잖아요. 그러면 ‘아, 망했다. 어떻게 하지? 이거 할 수 있을까?’ 별별 생각이 다 들어요. (웃음) 심지어 무대로 향하는 계단에서는 공황 상태가 되니까, 다리부터 시작해서 온몸이 떨리는 거예요. 이런 걸 제일 처음 느꼈던 것이 ‘나야나’였어요. 카메라에 빨간 불만 켜지면 머릿속이 하얘져서 몸이 안 움직였죠. 그래도 연습할 땐 천천히 동작이 됐는데! 많은 연습생들이 그랬어요. 그래도 ‘Shape of You’ 할 때 그나마 다행인 것이 다른 친구들보다 느리긴 했지만 조금씩 몸이 움직여지긴 하더라고요. (웃음) 멘탈이 나가도 몸은 춤을 추고 있었어요.


<프로듀스 101 시즌2>가 남긴 것은?

한마디로 정의하기엔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많은 걸 느끼게 해주고 얻어갈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었죠. 무엇보다 국민 프로듀서님들의 관심. 그리고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었던 계기였던 것 같아요. 새로운 저를 접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었죠.



2017년의 봄과 여름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정말 핫(hot)했죠. 제 인생에 이렇게 뜨거운 날이 있었을까요? 겨울에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춤을 췄고, 봄을 거쳐서 여름에도 땀을 흘렸어요. 하하. 아, 그러고 보니 오늘도 교복을 입네요. (인터뷰가 진행된 날은 <프로듀스 101 시즌2>의 마지막 방송 날이었다. 박성우는 101명의 연습생 중 하나로 이날 생방송 무대에서 ‘나야나’ 무대에 섰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6호 2017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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