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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강병원 · 정인석 프로듀서 [NO.166]

글 |배경희 사진 |이배희 2017-08-04 4,494

대학로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라


최근 대학로에 등장한 소규모 제작사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라이브’와 ‘아이엠컬처’다. 라이브가 침체된 국내 공연 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면, 아이엠컬처는 신선한 소재와 형식으로 공연 마니아들을 사로잡으며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다.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며 입지를 다지고 있는 두 회사, 라이브와 아이엠컬처를 이끌고 있는 강병원, 정인석 대표를 만났다.




다른 목표, 다른 색깔


각각 어떤 경로를 거쳐 회사를 꾸리게 됐는지 소개해 달라.
정인석  2003년, 넌버벌 퍼포먼스 <점프>를 만든 ‘예감’ 창립 멤버로 공연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그전엔 광고 전공을 살려 마케팅 일을 했는데, 새로운 넌버벌 퍼포먼스를 구상 중이던 친구(최철기 연출)가 작품 마케팅을 맡아달라고 부탁해 이쪽으로 오게 된 거다. 이후 공연 기획사 파파 프로덕션과 웨이즈비의 마케팅 팀을 거쳐 블루스퀘어 개관을 준비하던 인터파크 공연 기획 팀에 들어가게 됐다. 딱히 극장에서 일해 볼 계획이 있었다기보다 우연한 기회에 영입된 건데, 그간 해온 업무와는 성격이 다른 대관이나 공동 기획, 투자 업무를 담당하게 돼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 특히 뮤지컬 제작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다 보니 공연 제작에 대한 목표가 뚜렷해지더라. 인터파크에 들어간 지 삼 년 좀 넘었을 때, 계속 회사를 다니다간 이대로 안주하겠다 싶어 ‘아이엠컬처’란 지금 회사를 차리게 됐다. 2015년에 올라간 창작뮤지컬 <로기수>가 우리 회사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이다.


강병원  대학에서 극작을 전공했다. 처음에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를 준비했는데, 작품이 성사되는 게 정말 힘들더라. 특히 이건 무조건 영화화되겠다 싶은 작품이 잘 안 될 때 좌절감이 컸다. 영화사에서 준비하는 기획성 작품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소모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2008년, 문화창작집단 청춘스토리가 제작한 창작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의 각색에 참여하면서 공연계와 인연을 맺었다. 본격적인 제작에 나서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건, 2011년 봄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했던 악극 <모란이 꽃피는 시장>의 기획, 대본 작업에 참여하면서다. 그해 바로 ‘라이브’란 회사를 만들어 여름에 극단 청국장과 공동 제작으로 연극 <임대아파트>를 올렸는데, 같이 일하던 친구가 운 좋게 영화사 투자를 받아오면서 겨울에 첫 자체 제작 창작뮤지컬 <파라다이스 티켓>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듬해 <총각네 야채가게>의 제작을 맡게 되면서 회사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포화 상태의 공연 시장에 새롭게 뛰어든 만큼 어떤 승부수를 띄워야겠다는 각오가 있었을 텐데.
정인석  관객을 모으기 위해서는 재미있는 작품이 나와야 하는데, 우리 회사가 생각하는 재미는 작품의 다양성이다. 그래서 애초부터 신선한 소재나 형식의 공연을 선보이는 데 주력하자 싶었다. 회사 두 번째 작품으로 영국의 젊은 극단인 제스로 컴튼 컴퍼니의 소규모 옴니버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를 선보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당시 <로기수>를 준비하면서 김태형 연출가하고 머리도 식히고 아이디어도 얻을 겸 2014 애든버러 페스티벌을 보러 갔다 발굴하게 된 건데, 우리 회사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좋은 역할을 해준 것 같다.


강병원  회사를 만들었을 때 처음 5년간은 연극, 뮤지컬 콘텐츠 개발에 주력한 후에 OSMU(원소스 멀티유즈)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중소규모 공연의 경우, 티켓 매출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품을 선정할 때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를 중요하게 봤다. 특히 초기에는 공연을 본 관객들이 행복한 기분을 느끼길 바랐기 때문에 휴머니티가 있는 따뜻한 작품을 많이 하려고 했다. 처음 몇 년 맨땅에 헤딩한 결과 이제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데, <마이 버킷 리스트>는 최근에 중국 영화 제작사와 계약을 맺어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들어갔고, <팬레터>도 국내 영화화를 위해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의 10년을 위해



첫 작품을 준비하면서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나.
정인석  최근 몇 년 사이 대학로 시장의 관객층이 점점 축소되고 있는 분위기인데, 거기에는 공연을 자주 안 보는 사람들이 대학로 공연에 대해 갖는 편견이 어느 정도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비좁은 공간의 불편한 관람 환경, 어렵고 진지한 내용 등의 선입견 말이다. 다양한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첫 작품으로 남녀노소가 볼 수 있는 대중적인 <로기수>를 준비한 건데, 실제 부딪쳐보니 관객층을 넓힌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더라. 어떻게 하면 관객층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을지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강병원  나 역시 첫 제작 작품 <파라다이스 티켓>에서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공연 장르가 휴먼 코미디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중을 끌어들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예상만큼 매출이 안 나오더라. 외부에서 투자를 받았던 거라 직접 금전적인 손해를 보진 않았지만 도의적 책임에 마음이 불편했다. 그때 어떻게 하면 소규모 공연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지 많이 고민하게 됐다.



거의 모든 중소규모 제작사들이 공연을 해서 돈을 벌기가 힘들다고 토로한다.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나.
정인석  중소규모 공연의 경우 객석 규모가 작아서 티켓 매출로 벌 수 있는 돈에 한계가 있다. 애초에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외부 투자를 받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대신 회사 규모도 작기 때문에 매 작품이 어느 정도 흥행만 해준다면 자체적으로 회사를 굴러가게는 할 수 있다. 우린 지금까지 보통 대여섯 명 안에서 움직였는데, 아마 대학로의 다른 회사들 사정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문제는 한 작품만 흥행에 실패해도 그 타격이 엄청나다는 거다. 벌 때는 조금 버는데, 손해는 크게 나니까. 쉽게 말해 한 시즌 공연이 잘 됐을 때 벌 수 있는 돈이 천만 원대라면 한 편이 실패했을 때는 수억 원대의 마이너스가 날 수 있다. 그러니까 한 편만 삐끗해도 손해를 쉽게 회복하지 못하고 회사가 무너지는 거다. 다른 포지션이었을 때는 몰랐는데, 직접 제작을 해보니 선배 제작자들이 왜 좀 더 과감하게 움직이지 못했는지 알겠더라.




최근 중소규모 공연들이 찾은 수익 창출의 돌파구 중 하나는 해외 시장 진출인 것 같다. 라이브는 활발하게 해외 진출을 벌이고 있는 회사인데, 해외 시장 진출의 성과라면?
강병원  2013년 <총각네 야채가게>로 일본 시장에 처음 나가게 됐는데, 당시 일본 엔터테인먼스사들이 국내 창작뮤지컬에 관심이 많았다. <총각네 야채가게>는 동명의 드라마가 아시아 시장에 수출됐던 터라 어느 정도 그 영향이 있었겠지만, 와타나베 엔터테인먼트나 아뮤즈 관계자들이 직접 공연을 보고 갔던 게 계약에 주효하게 작용했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우리 작품을 먼저 알리는 게 중요하겠다 싶어, 그때부터 작품 포스터나 홍보물을 외국어 버전으로 만들어 세일즈에 나서거나 직접 해외 관계자들을 초청해 공연을 보여주는 식으로 비즈니스를 했다. 우리 회사가 주관하는 창작뮤지컬 공모전인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쇼케이스에 자막 서비스를 제공해 중국과 일본 관계자들을 초청한 것도 그런 이유다. 지금까지 우리가 일본, 중국 시장에 진출시킨 작품은 <총각네 야채가게>, <마이 버킷 리스트>, <팬레터> 세 편인데, 사실 아직까진 해외 시장에서 큰 수익을 얻고 있다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한국 뮤지컬 자체를 좋아해주는 관객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라, 꾸준히 문을 두드린다면 수익 창출 활로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국내 프로듀서들에게 하나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 꼭 안정적인 해외 제작사와 작업하라는 거다. 안 그랬다가는 사기 피해로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담이다.



향후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정인석  지금 당장은 올여름에 시범적으로 올릴 1인극 카바레 스타일 쇼를 준비하고 있다. 연출은 김태형이 맡고, 이영미 배우가 출연하는데, 진짜 카바레 쇼처럼 객석 내에서 가벼운 알콜 섭취도 가능하게 할 거라 관객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가을엔 트릴로지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과 러시아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을 올릴 계획이다. 또 현재 우리 대본을 영미권에 수출해 보자는 목표로 김태형 연출과 지이선 작가와 함께 작품을 개발하고 있다. 신생 회사이다 보니 앞으로 한동안은 신작을 선보이게 될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지난해 연말부터 한국 공연 프로듀서 협회의 대표직을 맡게 됐는데, 많은 공연 시설과 예술가들이 모여 있는 대학로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힘쓸 계획이다.


강병원  당장은 지난 6월에 공모를 시작한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 2를 잘 진행하는 게 목표다. 또한 올해는 연말에 올라갈 <팬레터>를 성공리에 끝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이번 공연은 전보다 극장 규모가 좀 커진 동숭아트홀에서 세 달 가량 공연될 예정인데, 작품의 성패가 우리에게 무척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 외엔 오세혁 연출, 민찬홍 작곡, 윤희경 극본의 뮤지컬 <랭보>를 개발하고 있고, 중장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김혜성 작곡가와 함께 트로트 소재의 뮤지컬 <트로트 가족>도 개발 중이다.지난 한 해 여러 편의 작품을 하느라 정말 바쁘게 보냈는데, 그저 열심히 공연을 올린다고 답이 생기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나이 들어서까지 오래도록 작품 제작을 하고 싶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회사를 운영해갈 수 있을지 방법을 잘 찾아나갈 생각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6호 2017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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