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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IT CULTURE] 진짜 드래그 퀸을 만날 시간 [No.168]

글 |배경희 사진 |김호근 2017-09-25 4,573

진짜 드래그 퀸을 만날 시간



스테디셀러 뮤지컬 <헤드윅>의 새로운 시즌 개막을 기념해 당신에게 던지는 질문 하나. ‘<헤드윅>’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록커? 게이? 드래그 퀸? <헤드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낯설지 않지만 여전히 호기심의 대상인 존재, 드래그 퀸. 현실의 드래그 퀸을 찾아서.





전설의 드래그 퀸 클럽                      


드래그 퀸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옷차림, 행동 등을 통해 과장된 여성성을 연기하는 사람. 최근 몇 년 사이 퀴어 문화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는 분위기 가운데 각종 클럽에서 종종 이벤트성 드래그 퀸 쇼가 열리기도 하지만, 누가 뭐래도 국내에서 드래그 퀸 쇼를 감상하기 가장 좋은 곳은 클럽 트랜스다. 이태원의 성 소수자를 위한 거리 ‘게이힐’에 위치하고 있는 트랜스는 1995년에 문을 연 역사적인 클럽일 뿐 아니라 이태원 문화의 상징으로 꼽히는 곳. 이효리 5집 수록곡 ‘미스 코리아’의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와 지드래곤과 틸다 스윈튼이 참석한 한 패션 브랜드의 파티 장소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대중적인 유명세를 탔는데, 여전히 많은 연예인들이 찾는 핫 플레이스다. 이번 시즌 <헤드윅>에 첫 도전장을 내민 유연석 역시 지난 인터뷰에서 공연 연습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곳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주중에는 ‘바’로 운영되는 클럽 트랜스에서 드래그 퀸 립싱크 쇼가 열리는 것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새벽 2시. 만약 그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해 쇼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하다면, 지상 1층에 위치한 게이 클럽 퀸을 방문해 열정적인 분위기와 음악에 몸을 맡겨보자(이곳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자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들에게 매너만 잘 지킨다면 안전하게 춤만 추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퀸은 입장료가 따로 없고, 트랜스는 입장 팔찌를 착용하고 있으면 재입장이 가능하니 말이다. 단, 트랜스는 공연 직전에 많은 사람들이 확 몰리기 시작하므로 앞자리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목욕탕 의자’에 앉아 쇼를 관람하고 싶다면 30분 전에는 미리 가서 자리 잡을 것. 경쟁이 치열한 앞자리를 사수하는 데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하지만, 걸죽한 입담을 자랑하는 트랜스의 산증인 왕언니와 난해한 예술 세계를 선보여 얼터너티브 드래그 퀸으로 불리는 모어, 잘 빠진 몸매로 시선을 압도하는 얼굴 마담 세미 등 각각 다른 개성을 지닌 쇼걸들의 쇼를 가까이에서 보고 나면 후회할 일은 없다.


만 원이라는 저렴한 입장료와 남녀노소 누구나 위화감 없이 섞일 수 있는 분위기. 클럽 트랜스는 열린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장소이지만, 트랜스에 방문하기 전에 한 가지 명심할 게 있다. 아름다운 여왕들을 오빠라고 부르거나, 성전환 수술 여부를 묻는 실례를 범하지 말 것. 드래그 퀸은 트랜스젠더가 아닐뿐더러 반드시 게이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상식 밖의 고루한 질문을 던지는 대신 그녀들의 아름다운 메이크업과 의상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오래도록 잊지 못할 재미있는 밤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구역의 Queen                                                                                                          


김치  Kim Chi                           

미국 TV에 출연한 최초의 한국인 드래그 퀸. 국내에 드래그 퀸의 인지도를 끌어올린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김치’는 미국의 인기 드래그 퀸 서바이벌 쇼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가 낳은 스타다. 그것도 무려 100만 명에 가까운 SNS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슈퍼스타 말이다. 그가 미국 TV 쇼의 오디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미국에서 나고 자란 이민 2세이기 때문인데, 방송 출연 전부터 이미 자신의 동네인 시카고 게이 클럽 신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드래그 퀸이었다는 사실. 전직 그래픽디자이너다운(?) 뛰어난 메이크업 실력과 독창적인 패션 스타일이 김치의 강점이다.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 시즌 8 출연 당시에도 남다른 스타일로 TOP 3에 오르는 높은 인기를 누렸는데, 특히 현대적인 한복을 입고 등장한 결승 무대는 많은 화제를 모았다. 혹시라도 화제의 무대가 궁금하다면, 유튜브에서 “비욘세나 마돈나보다 더 핫한 나처럼 되고 싶으면 뚱뚱하고, 여성적이고, 동양인이기만 하면 된다”고 노래하는 자작곡 ‘Fat, Fem & Asian’을 찾아보면 된다. 참고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드래그 퀸 ‘허리케인 김치’는 다른 인물이니 혼동하지 말 것.


모어 More                        

드래그 퀸 퍼포먼스를 행위 예술로 승화한 드래그 ‘아티스트’. 이 같은 수식어로 설명되는 모어는 국내에서 드래그 퀸에 대한 인식이 생소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드래그 퀸으로 활동해 온 이 분야의 장인이다. 드래그 퀸 퍼포먼스인 립싱크 쇼에서 대중이 쉽게 열광할 수 있는 인기곡이 아닌 예상을 깨는 의외의 선곡으로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게 그녀의 특징. 또한 무용 전공자답게 고난이도의 안무를 선보이는 것도 그녀의 매력이다. 자신의 드래그 퀸 활동에 영향을 준 롤모델로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이룩한 전설의 아티스트들 애니 레녹스, 케이트 부시, 조니 미첼을 꼽는데, 여기서 그녀의 지향점을 알 수 있다. 지난 2월에 열린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트로피 경매 퍼포먼스’를 벌여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뮤지션 이랑과 절친으로, ‘나는 왜 알아요/웃어, 유머에’ 뮤직비디오의 배경이 된 장소가 바로 그녀의 집이다. 현재 모어가 정기적으로 공연을 펼치고 있는 곳은 이태원 게이힐의 터줏대감 클럽 트랜스와 지난 6월 이태원에 새롭게 오픈한 게이바 ‘Q Bar’, 이렇게 두 곳. 모어, 그녀가 궁금하다면 주말에 이태원으로!


쿠시아 디아멍 Kuciia Diamant     

미국에 김치가 있다면, 한국엔 쿠시아가 있다! 인스타그램 1만 팔로워를 자랑하는 쿠시아 디아멍은 최근 몇 년 사이 드래그 퀸의 저변을 넓히는 데 앞장서고 있는 화제의 인물이다(2017 퀴어문화축제 메인 무대에서 공연을 펼친 바로 그 드래그 퀸!). 군 제대 후 이태원 클럽에서 일하던 중 드래그 퀸 문화를 접하면서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었고, 현재는 드래그 퀸 겸 DJ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국적인 활동명 쿠시아 디아멍은 발음이 예뻐 인터넷 아이디로 즐겨 썼다는 쿠시아에 다이아몬드의 불어식 발음인 디아멍을 합쳐서 스스로 지은 이름. 무대 위에서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길 바란다는 뜻이다. 아름다운 외모와 빼어난 몸매로 떠오른 퀴어계의 신흥 여왕 쿠시아의 핫한 무대를 직접 경험하고 싶다면 그가 호스트를 맡고 있는 홍대 클럽 명월관의 정기 드래그 퀸 파티 ‘미트 마켓(The Meet Market)’ 일정을 체크할 것. 지금 당장 그녀에 대해 알고 싶다면, 다른 드래그 퀸 모어, 빛하 믹주와 함께 출연한 신세하의 ‘Tell Her’ 뮤직비디오를 참고하면 된다. 물론, 그 외에도 유튜브에 존재하는 다수의 영상에서 그녀의 카리스마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8호 2017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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