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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공연 속 녹음 목소리의 주인공 [NO.168]

글 |안세영 2017-09-26 5,873

이 목소리 누구게?


뮤지컬을 보다 보면 무대에 얼굴 한 번 비치지 않고 목소리만 등장하는 인물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진행자의 목소리, 주인공을 심문하는 법조인의 목소리, 마음속에 울려 퍼지는 그리운 이의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머릿속에 예상 답안을 떠올렸다면, 이제 정답을 확인해 보시라.





“공연을 마치기 전에, 아주 오래전, 누군가가
날 위해 써준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그녀.
오늘밤 그녀가 어디 있는지 모르지만, 여러분,
잠시만 조용히 해주실 수 있나요?
그녀가 내 노랠 들을 수 있게요.”


<헤드윅>
헤드윅이 공연을 하다 말고 무대 뒤쪽에 난 문을 열자 벽 너머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토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토미의 목소리를 헤드윅 역 배우가 직접 녹음한다는 사실, 알고 있었는지? 이는 오리지널 프로덕션부터 이어져온 전통으로, 실제 공연에서 헤드윅이 일인이역으로 토미를 연기한다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어쩌면 헤드윅과 토미는 두 개로 갈라진 하나의 영혼이기에. 녹음은 매 시즌 캐스팅에 맞춰 새롭게 이뤄지며, 이전에 출연했던 배우라도 시즌마다 다시 녹음해야 한다. 헤드윅 역 배우라면 꼭 거쳐야 하는 의식인 셈이다.





“한대위! 지금 당장 부산항으로 출발하게.”
“니는 왜 인민군임메?”


<여신님이 보고 계셔>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 나오는 목소리 역시 매 시즌 새로 녹음한다. 영범의 상사 목소리는 대본 리딩을 하면서 제일 목소리가 맞는 배우 1~3명을 뽑아 녹음하는데, 재미있게도 여태껏 그중 하나에는 꼭 창섭 역 배우가 끼어 있었다. 대부분 창섭 역 배우가 무게감 있는 상사의 목소리를 잘 소화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동현의 아버지 목소리는 아예 창섭 역 배우가 녹음하는 것이 원칙. 동현이 아버지처럼 믿고 따르는 존재가 창섭일 거라는 연출의 판단에서다. 이번 시즌에는 창섭 역 배우가 직접 무대에 등장해 동현의 아버지를 연기할 예정이다.





“레이몬드 노비 교수의 고고학 연구일지 2장.
나의 딸 애니, 조교 에드와 함께했던 칸다르의
성 여행에서 나는 매우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
네크로노미콘 엑스 모티스.
간략히 번역하면 죽음의 책.”


<이블데드>
숲 속 오두막에 방치된 라디오에서 음산하게 흘러나오는 목소리. 그런데 이 목소리, 왠지 익숙하게 느껴졌다고? 그럴 만하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수많은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을 맡은 명품 목소리의 소유자, 배우 윤주상이니 말이다. <이블데드>는 올해 9년 만의 재연을 올리며 레이몬드 교수의 목소리를 새롭게 녹음했는데, ‘코믹하지 않고 중후하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은’ 까다로운 조건의 목소리를 찾아 헤맨 끝에 윤주상 배우에게 녹음을 부탁했다. 





“지역 뉴스입니다. 지난밤, 호수의 배수관에서
어린아이로 보이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사체가
반쯤 걸려 있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교수형을 면한 것만 해도 행운이야!”
“당신이 아직까지 한 번도 말하지 않은 얘기,
진짜 이유가 뭡니까?”


<쓰릴 미>
<쓰릴 미>에는 두 명의 심의관과 라디오 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그중 심의관 목소리는 전문 성우들이, 라디오 앵커 목소리는 배우 김대종이 녹음했다. 2007년 <쓰릴 미>가 초연을 앞둔 당시 김대종은 제작사 뮤지컬해븐이 만드는 또 다른 공연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목소리가 찾고 있던 뉴스 앵커 목소리에 딱 맞아 <쓰릴 미> 녹음까지 함께하게 되었다. 2009년에는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녹음하기도 했다. 이때 심의관 중 한 명이 다른 성우로 교체되었고, 대사와 연기 톤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지금 저승행, 저승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안전선 밖으로 한 걸음 물러나지 않아도
죽을 일은 없겠습니다.”


<신과 함께_저승편>
재치 있는 멘트와 실감 나는 말투가 어우러져 관객의 뇌리에 콕 박힌 저승 열차 안내 방송.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신과 함께_저승편>에 도산지옥 판관, 한빙지옥 판관, 망자 역으로 출연한 서울예술단 타악 전공 단원 이영규다. 2015년 초연을 앞두고 대본 리딩을 하면서 가장 목소리가 잘 들리고 기관사 느낌(실제 지하철 안내 방송은 주로 여자 성우 목소리이나 간혹 기관사가 직접 방송할 때가 있으므로)이 나는 단원으로 뽑혀 녹음을 맡았다.





“뉴스입니다. 이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으로 온 도시가
떠들썩한 가운데 삼각지 하류 부분에서
유기된 시체가 또 발견되어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광염소나타>
<광염소나타>에서 살인 사건을 보도하는 뉴스 앵커의 정체는? 간혹 K역을 맡은 이선근으로 오해받기도 했으나, 실제 목소리의 주인공은 배우 최수형이다. 본 공연에 앞서 창작산실 공연을 준비하며 뉴스 앵커에 적합한 목소리를 찾던 중, 연출 팀의 추천으로 함께하게 되었다. 최수형은 <광염소나타>에 출연하진 않았지만 전작 <고래고래>를 함께했던 연출 팀과의 의리로 녹음에 참여했다. 심지어 창작뮤지컬의 성공을 비는 마음에서 노 개런티로 참여했다고.





“잭, 노래할 수 있겠어요? 그럼 시작해 보죠.”

“안녕하세요, KFVD의 애청자 여러분.
이번 주도 영국에서 온 리틀 잭의 싱글과
데뷔 앨범이 영미 차트를 휩쓸고 있네요.”


<리틀잭>
<리틀잭> 오디션 장면에 등장하는 심사위원의 목소리는 뮤지컬 <살리에르>에 앙상블로 출연했던 배우 최신우의 것. 그는 <살리에르> 때 제작사 HJ컬쳐와 맺은 인연으로 해당 녹음에 참여하게 되었다. ‘리틀 잭’의 활약을 알리는 라디오 방송은 최신우와 황두수 연출이 함께 녹음했다. 황두수 연출은 본래 시범을 보이기 위해 가이드 녹음에 참여했는데, 목소리가 극의 분위기와 잘 맞아 일부 녹음(“5년 만에 사우스 웨스트로 다시 돌아온 밴드 리틀 잭과 줄리!”)은 그대로 공연에 사용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8호 2017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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