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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NSPIRATION] 이성준 작곡가의 영감 창고[No.168]

글 |이성준(작곡가) 정리 | 안세영 2017-10-11 3,924

<벤허>
이성준 작곡가의 영감 창고





서양음악사 & 아라비아 음악

<벤허>의 음악에 담고 싶었던 것은 서기 26년 로마 제국 시대의 시공간입니다. 무대나 의상을 보지 않더라도 음악만으로 로마와 유대인의 삶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생 때는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던 두꺼운 서양음악사 책을 다시 꺼내 정독했습니다. 예전에 밑줄 친 부분을 보고 그때의 추억에 웃기도 하며, 오랜만에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죠. 더불어 아라비아 음악에 대해서도 깊이 공부한 후에 <벤허>의 작곡을 시작했습니다.




구스타브 홀스트 ‘The Planets’

영감을 받은 작품에 대한 질문을 받고 바로 떠오른 음악입니다. 중학생 때 처음 듣고 완전히 반한 음악이죠. 작곡가 구스타브 홀스트는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동양적인 음계를 사용합니다. 그런 점이 아라비아 음악과 흡사해요. 하지만 이 음악을 듣고 <벤허>의 곡을 쓰면 저도 모르게 따라 쓸까 두려워,곡을 다 쓴 후에 다시 들어봤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음악의 작품성과 완성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엘튼 존의 영향은 아마도 제 음악 곳곳에 숨어 있을 겁니다. 특히 <벤허>를 작곡하며 떠올린 그의 작품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입니다. 물론 내용부터 시대 배경까지 전혀 다른 작품이지만, 이 세상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에 대한 의지를 표현하는 <빌리 엘리어트>의 음악이 <벤허>의 편곡에 참고가 됐습니다.




마크 로스코

저는 곡을 쓰기 전에 그림을 보고 영감을 많이 얻는 편입니다. <벤허>를 작곡할 때는 이스라엘 미술품을 많이 접했는데 이상하게도 영감은 마크 로스코의 추상화에서 받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의 그림에서 느낀 매력을 음악으로 전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 ‘Audition’

작년에 개봉한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는 제게 뮤지컬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입니다. 혹자는 <라라랜드>의 음악이 뻔하다 말하지만 ‘뻔한 음악’, 즉 슬플 때 슬픔을, 기쁠 때 기쁨을 표현하는 음악이 쉽게 탄생하는 건 아니죠. 저는 첫 곡인 ‘Another Day Of Sun’을 듣자마자 저도 모르게 영화관에서 박수를 쳤답니다. ‘Audition’은 이 작품에서 첫 곡 다음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제 플레이리스트에서 늘 빠지지 않는 곡이 가수 김연우가 리메이크해서 부른 ‘나와 같다면’인데요, ‘Audition’도 이 노래처럼 아카펠라가 큰 감동을 줍니다. 그걸 듣고 저도 극적이고 호소력 짙은 장면에서 아카펠라 포인트가 들어간 라인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이번에 <벤허>의 ‘골고다’에서 그 소망을 이뤄 곡을 쓴 후 혼자 만세를 불렀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9호 2017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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