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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NSIDE THEATER] 영국 극단 1927 <골렘> [NO.170]

글 |박보라 사진제공 |LG아트센터 2017-11-10 3,938

영국 극단 1927 <골렘>

당신은 진흙 인형의 행운을 믿나요?





“골렘이 뭐냐고요?

알려드리죠! 골렘은

진흙으로 만든 사람입니다!

자유의지는 없지요!

복종하는 것밖에 못해요.

믿지 못하시겠다고요?

제 말을 똑똑히 들으신 겁니다!

제대로 들으신 게 맞습니다!

행운을 경험하실 거예요!”


- <골렘>의 대사 중






떠오르는 태양     

                     

 극단 1927은 애니메이션, 연극, 라이브 음악을 결합한 독특한 형태의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7년 첫 공연을 시작으로 이제 막 10년을 넘긴 젊은 극단 1927은 2006년 애니메이터이자 일러스트레이터 폴 배릿과 작가 수잔 안드레이드가 창단했다. 이후 배우 애즈머 애플턴,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릴리안 헨리가 합류했다. 작가, 애니메이터, 배우, 작곡가의 구성에서 나온 개성 있는 스타일이 극단 1927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들은 지난 2007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첫 작품 <비트윈(Between the Devil and the Deep Blue Sea)>으로 화려한 데뷔를 치르고 호평을 이끌어냈다. 평론가들의 극찬뿐 아니라 프로듀서, 프로모터 들에게 눈도장을 톡톡히 찍은 이 공연을 시작으로 극단 1927는 지금까지 화려한 꽃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초연 당시 투어에 대해 아무런 계획이 없던 이들은 에든버러에서의 폭발적인 반응을 기반으로 프로듀서를 찾아 나섰다. 이후 뉴욕을 시작으로 호주, 스리랑카, 중국, 싱가포르, 슬로베니아, 영국을 오가며 첫 번째 월드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문제는 불확실한 전망에 대한 불안과 쉴 틈 없는 투어 스케줄로 인해 창작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극단 1927은 멜버른 몰트하우스와 BAC의 공동 의뢰를 받은 상태였으며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도 스케줄이 잡혀 있는 상태였다. 안드레이드는 당시 상황에 대해 소포모어 슬럼프(2년 차 증후군, 신인으로서 첫 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두 번째 시즌에 겪는 부진)를 겼었다고 털어놨다. 부진한 창작 과정에서 극단 1927이 선택한 전략은 바로 ‘뿌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극단 창단 초기 카바레 쇼를 올렸던 클럽과 BAC의 무료 리허설 공간에서 새로운 작품을 서서히 다듬어갔다. 필요한 만큼의 시간을 쏟은 후에야 극단 1927만의 모습이 다시 탄생했다. 그들의 두 번째 공연 <동물과 아이들이 거리를 점거하다(The Animals and Children Took to the Streets)>는 마침내 2010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초연했다. 이들은 이 작품으로 28개국의 80개 장소에서 400회 이상의 공연을 성황리에 올렸다.


이후 극단 1927은 무대를 통해 그들의 잠재된 능력을 쏟아냈다. 2012년 코미셰 오퍼 베를린과 함께한 오페라 <마술피리>에서는 전통적인 오페라 무대 세트 대신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창의적이고 독특한 무대로 오페라 월드 어워드에서 최고 무대 디자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현재 극단 1927은 혁신적인 작품 <골렘>으로 월드 투어 중이다.





진흙 인간의 반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극단 1927이 선택한 또 하나의 작품은 바로 진흙 인간 <골렘>이다. 골렘은 원래 히브리어로 형태 없는 것 또는 태아라는 뜻으로 유대교 경전 『탈무드』에서는 율법학자들이 지구의 모든 지역에서 먼지를 긁어모은 후 이를 반죽하여 만든 진흙 인간으로 등장한다. 즉, 골렘은 유대교 전설 속 점토로 만들어진 인형으로 주인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는 로봇 같은 존재다. 전설에 따르면 골렘을 만들고 사용하는 데에는 엄격한 기준과 고난도의 기술이 적용되어 함부로 남용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점토로 된 인형은 19세기와 20세기의 작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하나다.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 중 하나는 구스타프 마이링크의 소설 『골렘』이다. 20세기 초 프라하 유태인 게토 지역을 배경으로 17세기 한 랍비의 손에 창조됐던 골렘이 부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이 그로테스크한 내용과 환상,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특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이 작품에서 영향을 받아 창작된 <골렘>은 지난 2014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초연했다. 작품 속 폴 배릿이 만든 애니메이션은 극단 1927의 전작들보다 풍성한 색감과 시각 효과가 돋보이는 것이 큰 특징. 그리고 다섯 배우의 정교한 연기는 그들이 애니메이션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골렘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클레이 애니메이션 기법을 이용해 촬영됐는데, 점토로 진짜 인형을 만든 후 걷고 움직이는 모습을 촬영해 사용했다.


작품은 회사에서 하루 종일 백업만 하는 소심한 남자 로버트가 우연히 점토 인형 골렘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친구들과 록 음악을 연주하는 유일한 낙을 가진 로버트에게 골렘은 일을 대신해 줄 뿐 아니라 그가 입어야 할 것과 먹어야 할 것까지 알려준다. 골렘은 스스로 학습해 진화했고, 로버트는 이런 골렘의 도움을 받아 관리자로 승진하는 동시에 동료와 데이트도 즐기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로버트의 일상은 골렘의 지배를 받게 된다.


<골렘>은 골렘에게 익숙해져 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통해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에 길들여진 현대 사회의 모습을 신랄하게 풍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천연색 애니메이션 위에 펼쳐지는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와 독특한 유머, 그리고 묵직한 메시지는 색다른 매력을 전할 예정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9호 2017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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