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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PEOPLE&PEOPLE] <키스미 케이트>의 데이비드 스완 & <베로나의 두 신사>의 글렌 월포드 [No.83]

글 |박인선 사진 |이맹호 2010-08-30 5,633

언어 없이 소통하는 법

 

올여름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원작으로 하는 두 편의 뮤지컬이 올라간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원작으로 하는 <키스 미, 케이트>와 동명의 희곡을 토대로 한 <베로나의 두 신사>가 그것이다.
두 뮤지컬 모두 해외 연출가들을 초빙하여 연출을 맡겼다. 이미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올 슉 업> 등 국내 연출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한국에서 많은 작품에 참여한 데이비드 스완이 <키스 미, 케이트>를 연출하고, 셰익스피어 극에 정통하고 영국,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러시아, 이스라엘 등 전 세계를 돌며 활동하고 있는 글렌 월포드가 <베로나의 두 신사>에 참여했다. 이들의 인터뷰어로 나선 이는 <스페셜 레터> 연출, <몬테크리스토> 협력 연출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박인선 연출가이다. 두 벽안의 연출가와 국내 젊은 연출가가 뮤지컬 연출에 대해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 편집자    

 

 

 

 

 

 

 

 

 

 

셰익스피어와 뮤지컬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원작으로 한 <키스 미, 케이트>와 <베로나의 두 신사>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다. 이 작품들이 뮤지컬로 만들어졌을 때 어떤 매력과 장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글렌  ▶ 기본적으로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감정이 커질 때 대사에서 노래로 바뀌는 것이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셰익스피어의 시적인 대사들과 감정들을 살릴 수 있는 좋은 장르라고 생각한다.
데이비드 ▶ 글렌의 말씀이 맞다. 더불어 셰익스피어 작품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작품들은 그것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탐구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원래 희곡 구성이나 대사 자체가 대단히 파워풀하고 열정적이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영화, 시트콤, 뮤지컬 등으로 수없이 많이 변형되었다. 그 주제 자체가 굉장히 보편적이기 때문에 4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통용된다는 점이 매력인 듯하다.

 

셰익스피어의 수많은 작품들 중 <베로나의 두 신사>나 <키스 미, 케이트>만의 매력은?
글렌
▶ <베로나의 두 신사>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어서 꼭 하고 싶었다. 원작이 셰익스피어의 초기작이기 때문에 아이디어들이 과할 정도로 많이 들어가 있고, 아직 그가 구조에 대해 충분히 익히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 안에는 굉장히 많은 에너지와 열정이 있다. 따라서 <베로나의 두 신사>는 어떤 식으로 공연이 되든지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의 스토리는 굉장히 재미있다. 사랑, 열정, 배신 더구나 엔딩에는 쇼킹한 결말까지 기다리고 있다. 젊은 작가가 쓴 젊은 캐릭터들의 젊은 연극이랄까. 셰익스피어 본인도 뮤지션이었기 때문에 작곡도 했다. ‘실비아는 누구인가?’ 라는 굉장히 유명한 곡도 있다.

데이비드 ▶ <키스 미, 케이트>도 <베로나의 두 신사>처럼 굉장히 열정이 넘치는 작품이다.  <키스 미, 케이트>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공연하는 배우들의 이야기이다. <키스 미, 케이트>가 가장 재치 있는 부분은 같은 스토리와 캐릭터들을 가지고 현대적인 커플의 이야기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것은 백스테이지에서 실제 배우들의 감정이 공연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이다. 평소에 궁금할 수 있는 백스테이지에서 배우들의 사생활, 그리고 배우 본연과 캐릭터를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갈등이 재미있게 그려진다.

 

원작에 변화를 준다면 어떤 식으로 작품을 수정할 것인가?
글렌▶ 작품 속에서 이야기를 다양한 노선으로 진행하는 부분들이 많은데 이야기를 심플하게 전달하기 위해 그것들을 줄이고, 이해하기 힘든 옛날식 농담들도 삭제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음악적으로는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들에서 그의 곡들을 가지고 와서 적용했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박물관에 있는 그대로 계속 공연했다면 절대 오늘날까지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시대에 맞게 수정해서 보여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데이비드▶  맞다.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 그 내용은 여자에게 문제가 있고 남자가 그것을 수정해주어야 한다는 지극히 남성 중심적인 이야기였다. 이것은 현대에 와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이런 부분들을 시대에 맞게 수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글렌▶  혹시 작품이 바뀌는 부분이 있더라도 불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정작 셰익스피어 본인도 많은 이야기들을 다른 데서 차용해오지 않았는가.

 

셰익스피어 작품으로 뮤지컬을 만든 것이 참 많은데,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거나, 만들어졌는데 새롭게 자신만의 색깔로 만들고 싶은 작품이 있는지?
글렌▶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셰익스피어 본인이 뮤지션이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뮤지컬로 만들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인 것 같다. 약간의 각색만 한다면 뮤지컬로 사용하지 못할 작품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모두 훌륭하다. 오페라로 <멕베스>도 공연된 적이 있지 않은가. <베로나의 두 신사>는 뮤지컬로 성공한 케이스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각색을 해보고 싶다. 이번 작업에는 한국 관객들을 위해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준비했다. 남은 생애 동안 힘이 닿는 대로 그의 작품들을 올리고 싶다. 셰익스피어는 내 삶의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하는 극작가이며, 다른 분들에게도 그럴 것이다. 그는 굉장히 보편적인 모티브들을 이용해 새롭고 강렬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데이비드▶  글렌이 셰익스피어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을 거라 말씀하셨듯이 셰익스피어의 영향을 알든 모르든 누구나 받고 있다. 셰익스피어가 표현한 주제들은 굉장히 보편적이고 수많은 방식으로 변형되었다. 집안 간의 싸움, 어려움을 극복한 연인들 같은 모티브들은 이미 많은 영화나 뮤지컬들에 보이는 익숙한 주제다. 나는 연출가로서 관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하는지를 늘 찾는다. 어떤 대본인지, 어떤 이야기와 정서를 공유하는지를 고민하는데, 셰익스피어는 작품 자체가 워낙 탄탄하고, 정교하며, 풍부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작품이라도 기쁘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다.

 

 

외국 연출과 한국 배우들


글렌은 이번이 세 번째, 데이비드는 총 일곱 번째 한국에서 작품을 했다고 알고 있다. 한국 배우들에 대한 총평을 부탁한다.

글렌▶  한국 배우들의 장점은 즉흥성이다. 그들은 함께 창조 작업을 하기 위한 준비가 늘 되어 있고 작품에 헌신적이다. 이런 부분들은 나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더불어 자유롭고 거친 부분들이 나와 비슷하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은 젊은이들이 사랑과 열정에 사로잡히는 <베로나의 두 신사>에는 정말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주로 배우들이 탐구하고 연구한 것들을 나에게 보여주면 내가 정리하는 식으로 작업을 하는데, 한국 배우들은 이런 방식에 맞게 잘 준비해준다. 하지만 어떤 배우들은 때때로 너무 과도한 연기를 하기도 한다. 한국 배우들은 영국 배우들에 비해 자유롭다. 영국 배우들은 너무 머리로만 생각한다. 한국 배우들은 훌륭하고 환상적인 노래 실력과 유머 감각,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지고 있다.
데이비드▶  나는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글렌과 반대로 생각했다. 굉장히 능력이 뛰어나고, 경험도 많으며, 노래도 잘하는 배우들인데도 불구하고, 실수하는 것에 두려움을 많이 느낀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연습 중에 뭔가를 설명하고 나서 이해했느냐고 물으면 무표정으로 ‘네’하고 대답하는 배우들이 많다. 이해가 안 됐는데 마지못해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때가 있다.
글렌▶  나도 동의한다. 내가 직접적으로 질문을 하면 배우들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배우들이 스토리에 빠져들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상처도 많이 받는다. 내가 무언가 지적하면 마치 한 대 맞은 것 같은 표정을 보이기도 한다. 어떨 땐 내가 그들의 에너지를 꺾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난 그들의 모든 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것 하나를 바로잡아 준 것뿐인데.
데이비드▶  좋은 연출이란 배우들이 연습실에서 안심하고 작업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인 것 같다. 한국 배우들이 교육이나, 다른 연출가들과의 경험, 혹은 관습적인 무언가 때문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들이 안심하고 연습할 수 있다고 느끼면 과감한 선택을 해낸다.
글렌▶ 배우들의 감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했는데 별 효과가 없었다. 소리쳤더니 분위기가 얼어붙더라. 오히려 그걸 원래 분위기로 되돌리는데 더 시간이 걸렸다.

 

한국에서의 작업 방식도 많이 다를 것 같다.
데이비드
▶ 미국이나 다른 곳에서 작업할 땐 안무가로도 활동하기 때문에 배우들이 연습에 몰두하지 않으면 굉장히 단호하고 강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배우들이 연습 시간보다 일찍 나오고, 연출이 있고 없고에 상관없이 연습이 끝난 후에도 남아서 연습을 한다. 미국과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 미국은 만약 6시에 연습이 끝난다면 배우들이 마지막 장면을 자기 겉옷을 미리 입고 연습하다가 끝나자마자 뛰쳐나간다.
글렌▶ 내 작업은 연습실에서 에너지를 폭발시키고 나서, 집에서 곰곰이 생각하며 검토하는 식이다. 배우들이 똑같은 것만을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자기가 만들어 놓은 것들만 계속 지키려는 경향이 생긴다. 전혀 창조적이지 않다.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서 한국 스태프는 어떤가?
데이비드
▶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 스태프들은 기술이나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인식했다. 2004년에 처음 한국에 와서 <지킬 앤 하이드>를 연출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이었다. 작업이나, 준비를 할 때 시스템의 차이가 있다. 많은 것들이 다르다보니 내 예상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거의 대부분은 같다. 결국 차이는 아주 작은 부분인데, 그 작은 것들에 서로가 힘들어한다.
글렌▶ 데이비드의 말씀에 동의한다. 한국 스태프들은 굉장히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 역시 소통 방식이 달라서 걱정했다. 지금은 소통이 잘 되지만 처음에는 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에 들게 잘하고 있는지를 걱정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것 같았다.

 

 

신인 연출가가 외국 연출에게 묻다


소통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얼마 전에 <몬테크리스토>를 작업하면서 소통에 힘들어하는 외국 연출과 작업했다. 언어가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작업은 어떤가?
데이비드
▶ 모국어를 사용하는 환경에서는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들까지 알아 채게 되는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미팅이나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아니면 다른 이야기들은 놓치게 된다. 스태프나 배우들을 개인적으로 잘 알게 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을 체크해야 할 것만 같고, 잘 되고 있는지 걱정이 되곤 한다. 결국 나중에는 서로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글렌▶ 영국에서는 오래 함께 작업한 스태프들과 하다보니 서로 마음을 알고 있어서 빨리 진행이 되는데, 한국은 모두가 처음이니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미팅을 싫어한다. 그것보다는 눈에 실제로 보이는 작업을 선호한다. 이제는 한국 스태프들이 그런 나의 성향을 잘 이해해준다.
데이비드▶ 다른 언어를 통해 작업하는 것은 소통의 문제도 있고, 여러 가지를 놓치기도 하지만 매우 기분 좋고 흥미로운 작업이다. 그리고 배우들의 언어로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배우들의 마음을 더 정확히 읽고, 조율하며, 더 잘 판단하고 가이드를 한다. 결국 언어 때문에 많은 부분들을 놓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좋은 연출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글렌▶ 데이비드의 말이 맞다. 외국어로 작업하면 생각을 더 깔끔하게 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고, 잠재 능력이 최대로 발휘된다. 어느 나라를 가나 연기를 잘하는 것, 또는 잘못하는 것은 똑같다. 물론 언어 문제는 항상 장벽이 되기는 하지만 거기에 갇히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 외국에서 작업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동안 열 작품 정도를 다른 언어권에서 작업했는데 굉장히 신나고 자극적인 경험이었다.

 

데이비드는 연출과 안무를 다 하는데, 어떤 장단점이 있나?
데이비드▶
말 그대로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야 하다보니 가장 큰 단점은 시간이다. <키스 미, 케이트>나 <올 슉 업>처럼 춤이 많은 작업에서 연출과 안무를 동시에 하다보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는 목소리를 하나의 통일된 루트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도 탄탄하게 이어 갈 수 있다. 반면, 가장 큰 단점은 작품에서 잘못된 점이 보일 때 탓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글렌의 뮤지컬에 대한 철학을 듣고 싶다.
글렌▶
음악의 힘과 가사에 표현된 강렬한 감정들의 도움을 받아, 뮤지컬이 더 큰 단계에 이르기 때문에 내게 스릴을 준다. 뮤지컬에는 주로 탄탄한 스토리와 흥미 있는 안무가 있지 않은가. 또한 앞서도 말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감정들을 노래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과 장점이 아닐까?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3호 2010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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