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 <소녀가>
빨간 망토 소녀의 모험
국립창극단이 ‘신(新)창극’이라는 이름 아래 변화를 시도한다. 이 시대의 감수성과 변화를 창극 안에 흡수시키기 위해 젊은 예술가들과의 합작에 나서는 것. 국립창극단의 ‘신(新)창극 시리즈’는 일찍이 본인의 스타일을 구축한 동시대 젊은 예술가들이 창극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젊은 감각을 더해 작품을 선보이는 프로젝트다.
‘신(新)창극 시리즈’의 첫 번째 예술가는 이자람. 그녀는 동시대의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판소리에 대해 고민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소리꾼이다. 배우이자 소리꾼, 인디밴드 보컬로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나 창작 판소리극 <사천가>, <억척가> 등을 통해 우리 전통에 본인만의 감각을 덧입혀 호평을 받았다.
이자람은 이번 <소녀가>를 통해 첫 창극 연출에 도전한다. 그녀 특유의 상상력으로 판소리와 창극이 가진 몸을 자유롭게 변형시킨다는 게 목표다. 특히나 이번 <소녀가>에서는 연출, 극본, 작창, 작곡, 음악 감독까지 1인 5역을 맡을 예정이다.
프랑스 동화 『빨간 망토』를 원작으로 한 작품은 호기심 많은 소녀가 숲속에 들어갔다 위기에서 기지를 발휘해 빠져나온다는 이야기다. 어느 작은 마을에 사는 소녀는 마을 뒤 숲을 몹시 궁금해하다가, 자신이 입고 있는 철로 만든 드레스와 신발이 벗겨지면 숲에 갈 수 있다는 엄마의 말을 듣게 된다. 마침내 철을 부숴버린 소녀는 빨간 망토를 쓰고 숲 너머의 할머니 집으로 떠난다. 그러나 소녀를 반기고 있는 건, 할머니인 척 침대에 누워 있는 늑대다. 늑대는 소녀의 옷을 하나씩 벗게 만들어 침대로 끌어들이고, 속임수를 알아차린 소녀는 재치를 발휘해 늑대를 상대로 놀이를 시작한다.
<소녀가>라는 제목은 소녀가 여자로 성장하면서 겪는 경험을 은유적으로 함축하고 있는데, 사회에서 여성으로 성장하며 겪는 신체와 심리의 변화를 경쾌하게 풀어낼 예정이다. 또 사회에서 터부시되고 있는 것들을 무대 위에 풀어낼 것으로 알려져 기대감을 높인다. 작품은 단순화한 구성을 가장 큰 특징으로 내세운다. 그에 따라 연주자를 포함한 출연진은 최소화했다. 한 명의 배우와 세 명의 연주자가 무대에 오른다. 한 명의 이야기꾼이 등장하는 1인극 형식의 창극 가능성에 도전하는 것이다.
국립창극단의 주역 배우 이소연이 세밀한 소녀를 연기한다. 여기에 고경천(신시사이저), 이준형(고수/타악), 김정민(베이스)이 만들어내는 풍성한 음악이 극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 섬세한 연출력과 분석력으로 호평받는 박지혜가 드라마투르그로 합류했고, 개성 강한 미장센을 보여주는 무대디자이너 여신동, 프랑스 국적의 젊은 의상디자이너 프란체스코, 차세대 안무가 권령은이 참여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3호 2018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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