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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OCUS] 공연 양도 양수 문제 짚어보기 [No.174]

글 |박보라 2018-03-27 8,820
멀고도 가까운 공연 티켓

장면 하나,
“내일 <팬레터> 밤 공연 양도합니다. 캐스팅은 이규형, 손승원, 정민, 김히어라, 양승리, 이승현, 권동호. 좌석은 1열 14~16번 사이. 조기 예매 4만 5천 원” - 트위터
장면 둘,
“오늘 양도가 나올 줄 알고 대학로에 있었는데, 진짜 양도 표가 없네. 현장 예매라도 해볼까?”





공연계에서 공연 티켓 양도 양수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은 작품과 인기 있는 배우들의 출연으로 화제가 된 일부 작품의 티켓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닥쳐오면서, ‘피켓팅’에 참여해도 쉽게 티켓을 구할 수 없는 경우가 생겨났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많은 공연 마니아들은 양도 양수라는 방법을 통해 티켓을 구하곤 했다. 또 급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없는 상황에 닥친 관객들도 양도 양수를 통해 티켓을 다른 관객과 거래했다. 보통 공연 양도 양수는 대표적인 한 뮤지컬·연극 온라인 커뮤니티상에서 진행돼 왔지만, 최근에는 트위터를 비롯한 SNS를 통해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공연 티켓 양도 양수가 이뤄진 원인으로는 티켓 예매 사이트의 높은 수수료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현재 최대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의 경우, 예매 후 7일 이내에 취소 수수료는 부과되지 않지만, 관람일이 다가올수록 티켓 금액의 30%까지 취소 수수료가 책정된다. 그러나 최근 공연의 티켓 오픈은 빠르면 공연 개막 세 달 전부터 진행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공연 개막 이전에 마지막 티켓까지 모두 오픈된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공연 전날 혹은 당일에 공연을 관람할 수 없으면, 예매한 티켓을 취소하지 못한다는 것이 티켓 양도 양수가 진행된 가장 큰 이유다. 또 매진된 공연을 향한 열정도 한몫한다. 비슷한 이유로 별로 좋지 않은 좌석을 선호하는 좌석으로 교환하기 위한 경우도 포함된다. 양도 양수 이외에도 공연 마니아들은 수시로 예매 사이트에서 빈 좌석을 확인하는 ‘산책’을 하거나 예매 대기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취소되는 티켓을 예매하기도 한다. 티켓 오픈이 이뤄진 후 보통 무통장 입금으로 예매가 진행되는 것에 착안, 미입금 티켓이 다시 예매 창에 오픈되는 자정이나 새벽 2시에 ‘취켓팅’(취소되는 티켓이 오픈되는 시기)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양도 양수와 같은 개인 간의 티켓 거래는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 기획사들의 입장. 공식적인 티켓 중개 사이트를 통하지 않은 채로 진행되는 티켓 거래에서 발생하는 사기 피해 보상에 일일이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의 모든 기획사의 예매 페이지에는 이러한 ‘개인 간의 티켓 거래는 불법’이라는 안내를 명시하고 있다. 보통 공연장에서 티켓을 수령할 경우, 티켓 예매 번호 혹은 개인 정보를 통해 수령이 가능한데, 양도 양수의 과정에서 개인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심지어 일부 티켓에 일명 프리미엄을 더해 양도 양수하는 경우가 많아져, 이 문제가 심각했던 작품은 현장 티켓 수령 시 예매자의 신분증을 확인하기도 했다. 원칙적으로 개인 간의 양도 양수가 금지된 사항이지만, 공연계의 만연한 풍속을 봤을 때 프리미엄이 아닌 정가의 양도·양수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신분증의 일부 정보를 가린 사진이나 서류의 경우에도 티켓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한 경우도 있다.

최근 대명문화공장에서는 개관 4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콘서트를 기획했다. 공연계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조합과 내용의 콘서트 프로그램은 공연 마니아들의 큰 관심을 모았고 당연히 ‘피켓팅’을 불러일으켰다. 문제는 티켓 예매 오픈 이후. 트위터를 통해 프리미엄이 붙은 양도 멘션이 올라왔고, 해당 콘서트의 공식 계정은 이를 검색한 후 불법적인 양도 양수를 금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프리미엄이 붙은 불법 양도에 칼을 빼 들은 것. 이후 대명문화공장 측은 불법 양도 양수 건을 꾸준히 모니터링하여 예매를 취소하겠다고 공지했다. 뮤지컬 마니아들은 이런 대명문화공장의 프리미엄 티켓 양도 양수 근절 의지에 대해 큰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 밖에도 공연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는 티켓 불법 양도 사기 피해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정말 보고 싶은 공연, 티켓이 절실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티켓 양도 매매는 사기 수법에 손쉽게 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터파크 측에서는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불법 사기 수법을 설명하고 있다. 합성 위조한 공연 티켓 또는 예매 페이지를 보여주는 경우가 있는데, 예매 번호 및 예매자 이름을 개인 정보 보호라는 이유로 노출하지 않은 채 티켓 사진을 건네며 양도를 하는 경우다. 입금하면 전체적인 노출을 하겠다고 하지만 막상 돈을 받으면 연락이 두절된다. 가장 전형적인 양도 사기 케이스로 꼽힌다. 다른 사람의 예매자 신상을 도용, 다시 양도 글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예매한 티켓을 양도하려는 선의의 양도자에게 접근해 구매 의사를 밝히고 티켓 인증 사진을 받은 후, 이 티켓 이미지와 예매자 신상을 도용해 다시 양도 글을 올리는 경우다. 이 경우 처음 양도를 진행하려고 했던 선의의 양도자와 구매하려는 사람 모두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문제가 심각하다.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는 무통장 입금으로 결제 진행할 경우 하루의 입금 기한이 생기는데, 이 무통장 입금 기간을 이용한 불법 양도 문제도 발생한다. 무통장 입금 예매 확인 페이지를 올리고 양도한 후, 예매를 취소하거나 여러 명에게 판매하고 잠적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양도 글에 첨부된 무통장 입금 예매 확인 페이지는 실제 예매가 진행된 내역으로, 예매 번호나 예매자 이름이 양도자 신상과 일치하기 때문에 속기 쉽다는 것이 인터파크 측의 설명. 심지어 인터파크 고객 센터로 문의하여 예매자 확인을 거치더라도 양도가 성사되면 실제 티켓을 취소하거나 하나의 티켓을 여러 명에게 판매하고 잠적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인터파크를 비롯한 대부분의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는 인터넷 티켓 양도 거래는 법으로도 보호받기 힘들다는 점을 내세워 양도 매매를 지양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또 프리미엄 티켓이 중계 사이트를 통해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 통신 판매 중계 사이트 티켓베이가 대표적인 예다. 해당 사이트에서는 뮤지컬이나 연극 등의 공연보다 콘서트 비중이 높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공연 티켓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양도자가 사이트 내에서 공연 제목, 카테고리 등의 상세 정보를 입력하고 원하는 금액을 확인 후 판매 등록을 하고, 공연을 양도받고 싶은 양수자가 해당 제품을 구매하면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판매 수수료는 카테고리에 따라 달라지는데 티켓가의 보통 5~10%를 티켓베이 측이 가지고 가고 남은 판매 금액을 양도자가 받는 시스템이다. 티켓베이 측은 양도 양수 사기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시스템을 도입해 근절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종종 사기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정가가 아닌 프리미엄 금액을 더한 양도 양수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따른다.

공연 마니아라면 한 번쯤은 정말 좋아하는 공연을 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들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갑작스럽게 공연 관람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닥치기도 한다. 이런 때를 대비해 건전한 양도 양수 문화가 자리잡는 것이 모든 공연 마니아들의 바람일 것이다. 물론 이에 앞서 공연을 사랑하는 모두가 원하는 공연, 원하는 날짜의 좋은 좌석 티켓을 얻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말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4호 2018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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