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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홍보마케팅 회사 랑 안영수 대표 [No.174]

글 |박보라 사진 |김호근 2018-03-27 13,102
번뜩이는 실행의 힘

랑의 안영수 대표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공연계의 대표 홍보인이다. 그는 공연 포스터를 붙이는 것을 시작으로 공연계의 각 분야를 두텁게 경험해 왔고, 랑을 설립하며 홍보를 비롯한 마케팅 전문가로 성장했다. <난쟁이들>과 <이블데드> 등을 통해 다양한 홍보 이벤트를 쏟아내며 마니아층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안영수 대표. 그가 솔직하게 털어놓은 공연 홍보의 이모조모, 넓게는 마케팅과 관련된 이야기를 만나보자.   
 



사소하거나 특별하거나

처음 공연 홍보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1994년에 새내기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연극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약간의 개인적인 문제가 생겨서 학교를 그만두게 됐다. 옆 동아리에 있던 친구가 갑자기 연락이 와 공연 포스터를 붙이면 공연을 무료로 보여주고 돈까지 준다고 했다. 그 공연이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였다. 알고 보니 설도윤 대표의 공연기획사 TNS였고, 공연 포스터를 붙이라고 지시를 내린 사람이 지금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였다. 그렇게 공연계 일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공연 홍보를 시작했던 때를 회상해 본다면, 어떤 경험이 떠오르나.
처음부터 홍보를 비롯한 마케팅 전반에 뛰어들었다. 공연 포스터를 붙이기 시작했으니까. 여의도에서 공연 포스터를 붙이고 있는데, 등 뒤로 공연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티켓을 싸게 드리겠다고 티켓 구매 방법을 알려줬다. 그리고 여의도에 건물이 많지 않나. 공중전화로 여의도에 있는 큰 회사에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총무과, 인사과, 여직원회 같은 곳으로. 할인가로 티켓을 판매하는 방법을 시도해 봤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티켓이 팔리더라. 그땐 지금처럼 티켓 예매 사이트가 없던 시절이었다. 또 <브로드웨이 42번가> 국내 초연 당시, MD가 상당히 많아졌는데 그걸 파는 일도 맡았다. 이후 군대를 다녀오니 TNS가 서울뮤지컬컴퍼니와 클립서비스로 분리됐는데, 서울뮤지컬컴퍼니에서 일을 하게 됐다. 인터미션에 프로그램 북을 10권 팔면 1권 값을 주겠다고 해서 직접 극장 안에 들어가 팔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 앞에서 떠들게 되었고, 마니아들과 공연 동호회 회원들과도 친분을 쌓게 되었다. 그래서 단체 표를 구매하고 싶다는 연락도 많이 받았다. 자연스럽게 지금의 관객과의 대화 같은 행사에서도 사회를 봤고, 인터넷 방송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버티다보니 업계에서 인지도가 올라간 것 같다. 이후엔 오디컴퍼니의 마케팅 팀장으로 입사했다. 그 전까지는 혼자 일을 했다면, 오디컴퍼니에서는 각종 프로모션, 티켓 세일즈, 티켓 정책, 티켓 예매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다.

홍보마케팅 회사인 랑은 어떻게 설립했나.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는 날 많이 도와준 사람이다. 그런데 신 대표와 나는 가고자 하는 길이 달랐다. 나는 홍보와 마케팅을 통해 티켓 세일즈를 하고 해당 공연을 흥행시켜야 하는 사람이었지만, 신 대표는 흥행도 중요하지만 작품의 명분이나 미국 진출에 뜻을 뒀다. 당시 오디컴퍼니의 자회사인 오픈리뷰에 있었는데, 신 대표에게 마케팅 대행을 해보겠다고 말하고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그 시기에 외국의 경우 마케팅 회사들이 아웃소싱을 맡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컴퍼니 안이라는 회사를 만들었고, 오디컴퍼니에서 근무하던 동업자와 함께 어린이 뮤지컬을 제작하면서 함께 랑을 설립했다. ‘하다가 안 되면 그만두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계속해서 일이 이어져 왔고 벌써 햇수로는 9년째다.

공연 홍보는 어떤 과정을 거쳐 진행하나.
공연에 따라서 상당히 다르다. 시작은 공연의 목표 매출액을 듣는 것부터다. 그리고 처음 티켓 오픈 이후 공연이 끝날 때까지 날짜별, 주간별, 이슈별로 티켓 매출을 어떻게 올릴지 정한다. 티켓 오픈이 세 번이 될 수도 있고, 네 번이 될 수도 있다. 보통은 티켓 오픈 직후에 많이 팔리는데, 첫 번째 오픈부터 두 번째 오픈 기간 또는 공연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티켓 판매가 저조하다. 그러므로 이 시기의 목표 판매 금액을 최소화시킨다. 이후 예매처를 통한 할인 혜택(타임세일, 굿모닝 티켓, 소셜 오픈 등)의 횟수를 설정하면서 예상치를 살펴본다. 이 과정을 거치다보면 목표액과 예상액이 다를 때가 생긴다. 그때 적극적으로 홍보 방안을 집어넣는 거다. 다시 말하면, 매출액을 올리기 위해서 무엇이든 해야 한다. 프로필 사진 공개, 프레스콜, 제작 발표회, 쇼케이스, 강력한 할인 등을 말이다. 그리고 티켓이 오픈할 때, 반드시 필요한 콘텐츠도 제작한다. 작품의 컨셉을 잡고 포스터 이미지를 디자인하고 배우 프로필 사진을 찍고 카피라이트를 정리한다. 또 가격 정책을 세우는 동시에 좌석 배치도도 정리한다. 언론을 상대로 보도 자료를 배포하거나 배우의 방송 출연을 통한 홍보를 하기도 한다. 보통 초연인 경우엔 제작 발표회, 노래에 궁금증이 쏟아지면 쇼케이스 일정을 잡는다.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연습실 공개라도 진행한다. 개막 이후에는 언론 리뷰를 모니터링하다가 노출이 많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관객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에 담아 공연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이렇게 대략적인 공연을 알려주는 기간이 끝난 후에는 가격 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편이다. 마니아 관객이 많은 <난쟁이들>이나 <이블데드>의 경우엔 공연 기간 중 스페셜데이, 보여드림데이(게스트가 출연하는 특별한 공연), 싱어롱데이를 기획해 관객들이 리프레시하게 공연을 바라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앞서 언급한 <난쟁이들>의 이벤트 데이 효과는 어떤 편이었나.
한 작품은 한 번만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관객에겐 이벤트 데이가 필요 없다. 그런데 한 공연을 몇 번이나 보는 마니아층이 존재한다. 몇 번씩 같은 공연을 본 관객에겐 그만한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 서비스 때문에 작품이 훼손되면 안 된다. 그러니까 작품의 성향에 따라 재미있게 재해석하는 건 좋다고 보는데, <난쟁이들>이 바로 그런 작품이다. 이벤트 데이의 효과를 말하자면, 매출이 상당히 증가하는 편이고, 관객들에게 꽤 많이 회자되어서 좋은 효과를 얻었다고 판단된다. <난쟁이들>의 싱어롱데이의 시작은 ‘관크’라고 하는 관극에 방해가 되는 행동 때문이었다. 많은 관객들이 ‘관크’ 때문에 재미있는 장면에서도 함부로 웃지 않고 엉덩이가 아파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신날 때는 같이 웃고 박수를 쳐야 배우도, 스태프들도 신날 거란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네이버 생중계를 진행할 때면 ‘안방 1열’이라는 표현이 있는 댓글을 많이 보게 된다. 주로 모니터 바로 앞에서 편하게 보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봤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실제 공연장에 와서도 ‘안방 1열’처럼 그렇게 즐겁게 재미있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기획하게 됐다. 

<난쟁이들>의 보여드림데이는 어떻게 진행됐나.
배우들끼리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디어를 낸 거다. 특정 장면에는 다른 작품의 특정한 캐릭터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견이나 출연하는 배우와 비슷한 이미지의 배우가 함께 나온다면 재미있겠다는 의견 말이다. 그래서 직접 실행한 것이 보여드림데이의 시작이었다. 이번 시즌 <난쟁이들>에서는 보여드림데이가 한 번으로 정해졌다. 게스트를 직접 섭외해야하기 때문에 진행이 쉽지 않은데, 우여곡절 끝에 많은 게스트를 모으게 됐다. 하지만 원래의 작품처럼 공연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배우나 스태프 모두 기왕 하는 특별한 이벤트인데 잘하자는 마음이 컸다. 평소에 애드리브가 많은 작품이지만 조금씩 수정했고, 속 시원히 애드리브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싶어서 러닝타임을 세 시간으로 기획했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무척 좋아했다.

<난쟁이들>의 다른 이벤트들은 어떻게 기획한 것인가.
<난쟁이들>의 싱어롱데이는 분장실에서 배우, 스태프와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아이디어다. “처음 공연했을 때 ‘끼리끼리’에서 관객들이 정말 신나게 웃었는데”라는 말이 들려왔다. 재관람 관객이 많아지니까 작품이 익숙해져서 웃지 않을 때도 생긴 거다. 그럼 미리 신나게 떠들고 웃어달라고 공지를 하면 웃어주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시작했다. 또 <이블데드>의 경우엔 좌석 배치를 지칭하는 단어에 반응이 좋았다. 우리는 R석, S석이라고 말하지만, 구매자들끼리 이미 세세하게 부르는 표현들이 있더라. 통로석, 벽타는 자리 등등이다. 이미 구매자들이 만들어놓은 좌석명이 있으니 이걸 한 번 활용해 보자고 했다. 익숙한 표현이 좌석 배치도에 있으니 좋아하셨던 것 같다. ‘세상 불편한 사인회’라는 이벤트는 관객들이 줄을 서서 배우들 앞으로 가 사인을 받는 기존의 사인회와 정반대로 진행했다. 사인회를 기획하고 있는데 갑자기 ‘왜 관객이 줄을 서서 왔다 갔다 해야 하지? 배우들이 직접 가서 해주면 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에게 말했더니 재미있어 했고 실행하게 됐다. 이런 식으로 아이디어를 내면 내부 직원들이 조언을 하고 수정해 실행에 옮긴다.





차이를 힘으로

대형 뮤지컬과 중소형 뮤지컬의 홍보는 어떤 차이가 있나.
접근 방법이 다르다. 일단 대형 뮤지컬과 중소형 뮤지컬의 접근 방법은 광고의 규모에 따라 다르다. 대형 뮤지컬은 아무래도 짧은 시간에 큰 극장으로 사람을 끌어모아야 하기 때문에 임팩트 있게 홍보를 해야 한다. 여기서도 흐름이 나뉘는데 큰 임팩트를 자주 주어 관객을 모으는 공연이 있고, 큰 임팩트를 한 번 강하게 치고 나가 서서히 관객을 모으는 공연이 있다. 심지어는 큰 임팩트를 주었지만 공연이 개막한 후에도 반응이 없다가 갑작스럽게 관객들이 들어차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를 잘 살펴보면서 홍보 계획을 실행해야만 한다. 최근 중소형 뮤지컬은 계속 다양한 콘텐츠나 이벤트를 제공하며 홍보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난쟁이들>의 경우에는 정말 많은 이벤트가 있었다. 제작사나 배우의 협조는 어떻게 진행했나.
<난쟁이들>의 제작사 PMC프러덕션의 송승환 대표는 권위적이지 않다. 게다가 계속 무대에 섰던 분이라 관객들과의 소통 면에서도 굉장히 열려 있는 편이다. <난쟁이들>은 다른 작품처럼 큰 임팩트를 주는 홍보를 할 수 없었다. 대신 아이디어에 집중했다. 특히 <난쟁이들>은 제작 대행도 함께했기 때문에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난쟁이들>도 마찬가지지만, 다른 공연의 경우엔 배우, 배우 매니지먼트, 제작사, 스태프들과 아이디어를 미리 공유하고 협조를 구한다. 홍보 컨셉을 이해한다면, 협조하지 않을 배우나 스태프는 없다고 본다. 물론 어려움이 있다면, 공연 개막이 임박할수록 연습량이 많아진다는 거다. 공연 홍보나 광고, 이벤트가 그 시기에 맞춰지기 때문에 연습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스케줄을 조율하는 것이 살짝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활한 협조가 잘 안 될 때는 어떻게 하나.
빨리 접는 편이다. 사실 진행 가능한 것만 해도 시간 내에 하기 힘들다. 의외로 전화위복이 될 때도 있다. 이번 시즌 <난쟁이들>의 스페셜데이나 보여드림데이를 한 번 더 하고 싶었는데, 미리 공지가 안 된 상태여서 갑작스럽게 진행을 할 수가 없었다. 예매한 관객 중 하나라도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안 되니까. 그런데 싱어롱데이는 배우가 특별한 걸 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작품 속 뮤지컬 넘버를 따라 부르는 것이었다. 기획 단계에서 우리가 무엇을 하지 말고 관객에게 미션을 주어보자고 아이디어를 냈는데, 그게 의외로 빵 터졌다.



랑은 특히나 영상 콘텐츠에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이다. <이블데드>의 인터뷰 영상이나 <난쟁이들>의 싱어롱데이를 위한 노래 강좌 영상이 인상적이었다.
우선 영상을 만드는 게 재미있다. 최근엔 웹드라마나 웹툰 같은 모바일 콘텐츠가 붐인데, 우리 또한 거기에 발맞춰 가려 했다. <이블데드>는 프로필 사진 촬영 현장에서 영상 팀이 배우를 붙잡고 찍었다. 하다 보니까 이런 결과물이 나왔다. 사실 배우에게 특별한 지시를 하지 않았는데, 찍고 나니까 배우 성향에 딱 맞아떨어진 거다. 또 싱어롱데이를 위한 영상은 배우에게 부탁할 수도 있었지만 나 또한 관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직접 출연했다.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전달력을 높이는 것이다.

번뜩이는 홍보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는가.
아이디어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니, 많은 척을 하는 거다. (웃음) 나는 ‘이런 걸 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할 때, 진짜로 실행한다. 프로필 사진을 찍을 때 중간중간 배우들의 눈이 요상하게 나올 때가 있다. 그 사진을 실제 프로필 사진을 쓰는 선택이 그 예다. <난쟁이들>의 지난 시즌엔 강풍을 맞아 배우들이 상당히 못생기게 찍힌 사진을 사용했다. 예쁘고 멋있게 찍힌 사진도 분명 홍보를 위해 필요하겠지만, 작품의 왕자들은 멋있으면서도 웃긴 것이 포인트다. 배우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공연의 컨셉을 설명했더니 재미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런 소통을 통해서 임팩트 있는 해당 사진을 공연 상세 페이지에 이용했다. 보통은 이런 식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데, 이것이 나와 다른 사람들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색다른 홍보 방안을 펼쳐 뮤지컬 관객들에게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앞으로의 방향은 어떤가.
정말 좋고 감사하다. 그런데 ‘한 번 잘못하면 난 박살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한다. 관객들이 랑과 랑이 맡은 작품에 기대가 높아진다면 난 눈에 보이지 않은 엄청난 가치를 얻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기대하는 걸 만들려고 억지로 뭘 하지는 않을 거다. 또 그렇다고 관객들의 이야기를 안 들은 척하지는 않을 거다. <이블데드>를 할 때도 직접 객석 안내 방송을 했는데, 전날 공연 후기에 재미있던 사연이 올라오면 그걸 응용해서 멘트를 썼다. 난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상관없이 공연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다. 뮤지컬 마니아와 관계자가 솔직하게 의견을 털어놓고 또 그것을 반영하는 경우가 별로 없지 않나. 이런 부분에서 난 복을 받은 것 같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4호 2018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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