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인터뷰 | [SPECIAL INTERVIEW] 한국을 방문한 독일 뮤지컬의 별 - 우베 크뢰거 [No.86]

글 |정세원 사진 |김호근 장소협찬 | AOC(02-541-9620) 2010-11-08 5,726

 

1992년 오스트리아 황후 엘리자베트의 드라마틱한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내뿜는 ‘죽음’을 연기한 이후로 독일 뮤지컬계의 최고 스타로 군림해 온 배우 우베 크뢰거가 <김준수 뮤지컬 콘서트-르베이와 친구들>의 게스트로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독일어권 뮤지컬 1세대 배우인 그의 뮤지컬 인생은 1980년대 후반 영미권 뮤지컬이 수입되면서 본격적인 붐을 일으킨 독일어권 뮤지컬의 성장기와 맞물려 있다. <미스 사이공>의 크리스, <카바레>의 해설자, <나폴레옹>의 나폴레옹, <선셋 대로>의 조, <모차르트!>의 콜로레도, <레 미제라블>의 자베르, <미녀와 야수>의 야수,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 등 그가 출연한 작품들은 독일 뮤지컬 역사의 한 획을 긋는다. 20년이 넘도록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뮤지컬과 관련한 모든 일에 완벽을 추구해왔다는 그를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영상 카메라에 담길 자신의 얼굴 각도까지 신경 쓰면서 자신과 통역자, 그리고 필자의 자리를 직접 연출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지난 이틀간의 콘서트에 대한 얘기가 시작되자 “앗, 인터뷰가 벌써 시작된 것인가요? 녹화도?” 하더니 영상 카메라를 향해 “헬로우!” 하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와의 유쾌한 대화는 그렇게 시작됐다. 

 

오늘이 콘서트 셋째 날이죠? 지난 이틀 동안 한국 뮤지컬 배우들과 함께 콘서트 무대에 오른 기분은 어떤가요?
한국 팬들에게 정말 감동받았어요. 한국에서 뮤지컬이 그렇게 사랑받고 있는지도 몰랐거든요. 아시아권에서는 일본 팬들 앞에서 공연한 게 전부니까. 물론 김준수라는 톱 스타가 있어서이기도 했겠지만 기대 이상의 관객 에너지에 많이 놀랐어요.


한국 배우들과의 호흡은 잘 맞나요?
물론이죠. 한국 배우들은 연기력이나 성량이 매우 뛰어난 것 같아요. 노래하는 방식이나 아름다운 음색은 세계 수준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고요. 사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이전과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어요. 연습실에서 배우들은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에서처럼 똑같이 일하고 있었거든요. 전 어떤 공연에서든 팀워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번 콘서트를 향한 배우, 스태프들의 마음과 열정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초대에 응했다면서요. 실베스터 르베이와의 오랜 우정이 당신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었네요.
내가 정말 사랑하는 친구 르베이의 초대는 언제나 영광이죠. 그와 작사가 미하엘 쿤체는 1992년 <엘리자벳> 초연 때 나를 죽음 역으로 발굴해준 분이에요. <모차르트!>의 콜로레도, <레베카>의 막심까지 세 편의 뮤지컬 초연에 출연했을 뿐만 아니라 캐릭터도 직접 창조할 수 있게 해주었죠. 날 위해 콜로레도의 노래를 써주셨고 개인 앨범에서도 함께 작업해줬어요. 이번 콘서트에서도 그는 내 개인 앨범에 수록된 곡을 처음으로 라이브로 부르게 해주셨으니 얼마나 영광이에요. 게다가 준수까지도 날 초대해줬잖아요?(웃음) 이렇게 높은 수준의 뮤지컬 갈라 콘서트를 본 적이 없어요. 요즘 같은 불황기에 이런 아름다운 공연을 할 수 있는 용기와 열정이 멋진 것 같아요. 나중에 ‘르베이와 친구들’ 콘서트가 비엔나나 독일, 가깝게는 일본, 뭐 미국에까지 확대되면 좋겠어요.


당신이 뮤지컬 배우로 이름을 알리기 전에 섰던 첫 무대도 뮤지컬 갈라 콘서트였죠? 1988년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로 프로 무대에 데뷔하셨으니 그 이전의 얘기겠네요. 그때는 독일에 뮤지컬 붐이 일기 전이었을 텐데 어떻게 뮤지컬과 인연이 닿았나요? 뮤지컬에 매력을 느낀 결정적인 계기가 궁금해요.
재밌게도 모든 인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결정되는 것 같아요. 난 좋은 학교를 다녀서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었고 더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었어요. 약학도 공부할 수 있었죠. 군대 대신 2년 정도를 감정적으로 학대 받는 아이들의 심리 치료를 위한 기관에서 예술 치료를 했는데 그때 뮤지컬 갈라 콘서트 출연 기회가 닿았던 거예요. ‘드림스 온 브로드웨이’라는 제목의, 아마추어를 위한 갈라 콘서트였는데 10살 소녀부터 70세 할아버지 관객까지 있었죠. <헤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 그 당시에 인기 있던 유명 뮤지컬 넘버들로 무대를 꾸몄는데 난 <헤어>의 ‘Aquarius’라는 곡을 불렀어요. 그때 연출을 비롯한 팀원들로부터 뮤지컬 교육을 받아보라는 제안을 받았죠. 당시 베를린에서 새로 생긴 예술대학에 오디션을 봤고 1기로 합격했어요. 600~700명 지원자 중 6명을 뽑는 오디션에 붙었으니 이게 기회다 싶었고, 바로 베를린으로 터를 옮겼죠. 그때부터 계속 이렇게 뮤지컬과 함께 살고 있어요.


재능을 인정받아 뮤지컬을 시작했지만 <엘리자벳>으로 유명해지기까지 6~7년 정도를 무대 위에서 앙상블로 출연하면서 훈련을 했어요.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를 해본 적은 없었나요?
다행히 난 한번도 스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어요. 그저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었고 지금까지도 제 일과 직업을 사랑하고 있어요. 사람이 말로 더 이상 표현하지 못할 때 노래와 음악으로 대신하잖아요. 뮤지컬은 사람의 감정을 심장으로 바로 전하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춤과 노래, 연기로 조화를 이뤄서 내가 그리는 착각의 그림들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게 좋아요.


20년 넘게 뮤지컬 배우로 살아오면서 지켜온 어떤 철칙이 있나요?
어떤 감정, 어떤 행위든 무대 위에서는 진실되게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겠죠. 또 공연 즉,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한 존경심과 동료들에 대한 존경심도 잊지 않아야 하고요. 의심하지 않고 존경해야 해요. 그리고 주위 사람들을 미쳐버리게 할 정도로 완벽주의를 추구한다는 것도 저만의 철칙이네요.(웃음)


스스로를 완벽주의자라 설명할 정도의 작업 스타일은 어떤지 궁금한데요.
백스테이지든 무대 위든 어디든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이뤄지지 않으면 난리가 나는 거죠.(웃음) 독일에서 나는 항상 좋은 팀과 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나와 함께하는 팀은 항상 어제보다 나은 걸 성취해 나가고 더 빨라지고 더 나아지는 것으로 유명하죠. 그렇게 되려면 매일 얼마나 노력해야겠어요. 배우, 스태프 모두가 말이에요. 쉽지 않은 일일 거예요.


DVD를 통해 본 당신의 ‘죽음’을 아주 잠깐이었지만 콘서트 무대에서 직접 볼 수 있어 반가웠어요.
아주 작은 부분이었죠. 하지만 이번 무대를 통해 한국 배우들이 한국 관객들에게 <엘리자벳>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기뻐요. 오리지널 배우인 나는 케이크에 예쁜 장식을 해준 셈인 거죠. 이왕이면 초콜릿이면 좋겠어요.(웃음) 아, 나와 듀엣을 부른 전동석은 독일어 공부를 따로 했더라고요.


‘그림자는 길어지고(Die Schatten Werden Langer)’는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6곡의 <엘리자벳> 무대에서 유일하게 원곡 그대로 부른 곡이었으니까요. 신인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 배우와  무대에 올라 주눅 들지 않고 끝까지 무대를 채운 그가 꽤 멋져 보였어요.
정말 재능 있는 배우인 것 같아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난 배우들이 질문을 많이 해야 뮤지컬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 위치가 되면 질문을 하기보다 그 자리에 머무는 경향이 있는 것 같거든요. 배우는 자신의 울타리를 넓혀가는 게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도와주세요’, ‘이해시켜주세요’라는 얘기를 많이 하고 그를 위한 질문을 많이 해야 해요. 그런 면에서 한국 배우들은 정말 많은 질문들을 내게 해줬어요. 동석 씨는 루돌프의 어떤 부분을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이 물었죠. 루케니를 연기한 (박)은태 역시 아주 겸손하게 죽음과 자신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서 굉장히 기뻤어요. 나도 그랬거든요. 동료 배우, 연출, 작가 등 가능한 많은 이들에게 질문을 하는 일이 내겐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미스 사이공>의 크리스로 출연할 때도 영국 배우들이나 미국 배우들에게 가서 도움을 청했어요. 그들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고 그 신이 왜 그렇게 진행되어야 하는지를 알아야 이후의 내 캐릭터를 정할 수 있었으니까요.

 

한국 배우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시간이었을 테니까요. 또 언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고.(웃음) 독일어권의 젊은 배우들은 어떤가요,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인가요?
성격이나 성향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유럽이나 영국, 미국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뮤지컬 바닥이 굉장히 어려운 곳이잖아요. 질투나 시샘이 많은 곳이라 질문하는 걸 두려워하고 겸손하지 못한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유명해질수록 자신을 디바로, 높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그건 스스로를 외롭게 만드는 일이거든요. 먼저 손을 내밀 줄 알아야 해요. 누구나 똑같은 인간일 뿐이잖아요. 연약한 면도 있고,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는 그런 인간적인 면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내가 마음을 열어야 사람들도 내게 다가올 수 있다는 걸 깨닫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마음의 문을 열면 나를 상처 줄 수 있는 문도 동시에 열리는 셈이잖아요. 난 부끄러움이 많고 연약한 면이 많아서 어렸을 땐 상대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곤 했어요. 지금은 진심인지 아닌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지만 그땐 연륜과 경험이 부족했던 거죠.


콘서트 때 무릎을 꿇고 인사를 했던 건 배우들과 관객들의 진심을 느꼈기 때문이었나요?
제가 두 번 무릎을 꿇었죠. 리허설 때 연습한 것도 아니고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닌 제 진심이었어요. 난 인터뷰나 무대 위에서만큼은 즉흥적으로 내가 느끼는 대로 표현하거든요. 한국에 오기 전까지 이곳에 제 팬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도착한 다음 날 네 명의 팬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면서 나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았어요. 또 콘서트 때 처음으로 내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관객들의 환호에 소름이 돋고 눈물이 맺힐 정도로 놀랍고 신기했죠. 극장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만나면서도 그랬고요. 세상이 점차 작아지는 것처럼 뮤지컬계도 그렇게 되는 것 같아 참 좋아요. 미래의 어느 날에는 유럽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공연하게 될 것 같아요. 생각만 해도 신이 나는데요.


<엘리자벳>에서 당신이 연기한 ‘죽음’이 그만큼 인상적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한국어 가사로 번역해 DVD 상영회를 한 적도 있거든요.
그런가요? 사실 그래서 이번에 내 웹사이트를 리모델링하려고 해요. 전부터 계획을 하긴 했는데 한국어 버전도 필요할 것 같더라고요.(웃음) 사실 <엘리자벳>은 매우 잘 쓰인 작품이에요. 엘리자베트는 시대를 잘못 만난, 매우 현대적인 여인이죠. 강인하면서도 연약한 면이 있는, 그래서 죽음과 사랑에 빠지는 여인이요. 작품에서는 죽음을 위험하게 생각하기보다는 그녀에게 자유와 평화를 준 인물로 보고 있어요. 엘리자베트를 비추는 어두운 거울인 동시에 금발의 죽음 천사인 거죠. 그래서 굉장히 이상한 방법으로 죽음과 그녀가 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표현이 된 거예요. 죽음과의 키스로 인해 그녀가 죽음을 맞게 되는 세기적인 이야기죠. 말할 수도 없이 지적이고 멋진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당신은 독일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스타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주연만 고집하지 않더군요. 작품 내의 비중보다는 <레 미제라블>의 자베르나, <모차르트!>의 콜로레도, <삼총사>의 리슐리외처럼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에 무게를 둔 작품 선택도 눈에 띄고요. 
난 재밌고 흥미로운 역할을 좋아하거든요. 주인공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작품 선택에도 마찬가지에요. 일단 스토리의 여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분명하게 전개되어야 해요. 그 끝이 어떻게 되든 간에 말이죠.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이 동반되어야겠죠. 그거면 돼요. 그 역할이 작품 안에서 전달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악역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우리는 모두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니까 말이에요. 악역을 맡게 되면 그 안에서 다시 따뜻한 면과 차가운 면을 찾으려고 노력하죠. 그가 왜 특별할까 생각하면서 말이에요. 내가 무대 위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많이 하긴 했지만 흥미로운 건 역할 자체가 카리스마를 담고 있다고는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특히 초연이 아닐 경우에는 말이죠. 다른 배우로부터 만들어진 역할을 내가 다시 연기하지 않으면 그 역할이 카리스마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잖아요. 카리스마는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니까.

 


그동안 수많은 인물을 연기해왔는데 무대에 오르기까지 가장 많은 질문을 해야 했던 역할은 뭔가요?
음, 재밌게도 르베이와 쿤체가 쓴 세 편의 작품이 다 그랬어요. ‘죽음’은 말할 것도 없죠. 오디션 과정이 길고 험할 수 있는데 ‘죽음’의 경우 오디션장에 들어가자마자 ‘이건 네 역할’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고 덕분에 그 과정을 건너뛸 수 있었어요. 근데 그게 힘든 일이었어요. ‘죽음’이 단지 금발에 젊고 아름다운 인물로 표현될 수 있는 역할이 아니었거든요. 물론 쿤체와 르베이, 연출가 해리 쿠퍼로부터 많은 얘기를 들었지만 어느 순간 내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아무도 설명해줄 수 없는 인물의 부족한 연결 고리는 나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는 걸 말이에요. 1992년부터 2008년까지 같은 연출가와 세 차례 ‘죽음’으로 무대에 오르면서 그것을 채워 갔어요. 물론 다른 무대 위에서 쌓은 연기 경험과 연륜, 작품을 바라보는 내 시선의 차이로 인해 약간의 변화는 있었지만 말이죠. 인물에 대한 신비로운 연결 고리는 앞으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비밀로 갖고 있을 거예요.


2012년에는 한국에서도 <엘리자벳>이 공연하게 되는데 누가 될지 모르지만 ‘죽음’을 연기할 배우에게 약간의 도움말은 줄 수 있겠죠?
엘리자베트 여왕에 관한 가능한 많은 것들을 읽어보기를 바랍니다. ‘죽음’을 연기하려면 그녀를 이해하는 게 우선이니까요. 그녀가 인간으로서 죽음과 맞설 때마다 그녀의 곁에 ‘죽음’이라는 캐릭터가 늘 같이 있었다는 알아야 해요. 위험한 상황에서나 자살을 시도할 때마다 말이죠.


수많은 작품에 출연해온 당신이지만 아직 경험하지 못한 작품 중에 욕심나는 것이 있나요?
글쎄요. 음, <프리실라>나 <스팸어랏> 같은 코미디 뮤지컬도 재밌을 것 같아요. 꽤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알고 보면 나 무척 웃긴 사람이거든요. <지킬 앤 하이드>도 해보고 싶네요. 두 차례나 제안을 받았는데 인연이 닿지 않았거든요. <나인>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여배우들도 많이 나오고.(웃음)


한국 일정 이후에는 어떤 일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11월 15일부터 오스트리아, 독일에서 내 개인 뮤지컬 콘서트 <앱솔루트 우베> 투어 공연을 시작해요. 일단 집에 돌아가면 콘서트 프로모션 시사회가 기다리고 있고, 친구와 LA에도 가야 해요. 또 콘서트 홍보를 위한 4시간 반짜리 방송 촬영도 있고요. 크리스마스 뮤지컬 콘서트 리허설도 시작해요. 12월 3일에 비엔나에서 첫 공연이 있고 연말까지 투어 일정이 잡혀 있거든요. 정말 바쁠 거예요. <앱솔루트 우베>는 그냥 뮤지컬 넘버들을 엮은 콘서트가 아니라 나만의 뮤지컬 세상을 재밌게, 내 개성에 맞게 표현하는 콘서트예요.
 
당신만의 뮤지컬 세계란 어떤 모습인가요?
그동안 심각하고 카리스마 있는 강한 역할을 주로 맡으면서 만들어진 내 이미지가 아닌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거죠. 난 농담하는 것도 좋아하고 사람들을 웃기는 재주도 많거든요. 나만의 뮤지컬 세상이라는 건 ‘우베는 6살 때 어떤 노래를 불렀을까’, ‘우베가 뮤지컬 오디션 때 처음 불렀던 노래는 뭘까’, ‘영화에서는 어떤 노래들을 불렀을까’ 뭐 이런 것들이죠. 내가 처음으로 오디션 본 작품이 <캣츠>였는데 고양이보다는 기차에 더 잘 어울리겠다는 얘기를 듣고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로 프로 무대에 데뷔하게 된 사연들부터, 뮤지컬 배우로 살아오면서 마주했던 즐거움이나 짜증, 분노도 무대에서 표현하고 있어요. 여성 댄서 4명, 남성 댄서 4명과 춤도 추고 화려한 쇼를 연출해요. 이래 봬도 <엘리자벳> 출연하기 전까지 무대 위에서 춤도 많이 췄거든요. 콘서트는 DVD로도 출시되어 있어요. 자랑은 아니지만 뮤지컬 배우가 개인 콘서트를 하면서 DVD까지 출시하는 건 유럽에서는 굉장히 드문 일이랍니다.(웃음)


작품 계획은 없나요?
지금은 없어요. 20년이 넘도록 쉬지 않고 무대에서 일을 해왔고 또 지금은 관심 있는 역할을 찾지 못한 상황이거든요. 작품보다는 내 개인적인 활동에 욕심을 내고 있어요. 뮤지컬을 시작하면 투어 콘서트는 불가능하니까 지금은 콘서트에 집중할 계획이에요.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6호 2010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