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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찍덕 탐구 생활 [No.175]

글 |박보라 찍덕, 마니아 2018-05-03 4,375
카메라를 든 마니아들




SNS가 활발해지면서 온라인상에 업로드되는 자료가 일명 ‘영업’의 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시대다. 공연계에도 흔히 말하는 ‘대포’가 등장했고, 이들의 영업 성과는 날로 커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무거운 카메라와 렌즈를 메고 셔터를 누르는 일명 ‘찍덕’은 전문가 뺨치는 퀼리티의 사진과 영상으로 작품 또는 배우의 특색 있는 모습을 전해 주기 때문이다.

보통 찍덕이 가장 즐거워하는 촬영 현장은 바로 커튼콜이다. 커튼콜은 무대와 배우를 사진과 영상으로 남길 기회다. 개막 초반 프리뷰에서는 커튼콜 촬영이 허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찍덕의 사진과 영상을 통해 작품의 초반 입소문을 잡는 경우도 있다. 보통 프레스콜이 프리뷰 기간이 끝난 후 본 공연이 시작되는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자료가 없는 창작 초연의 경우 공연 마니아들이 찍덕의 자료를 보고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기도 하다. 커튼콜 사진과 영상을 통해 작품의 분위기, 무대 세트, 의상 등을 미리 볼 수 있고, 특히 영상의 경우엔 커튼콜에서나마 짧게 부르는 하이라이트 뮤지컬 넘버로 작품의 취향을 가늠할 수 있다. 이를 흔히 ‘커튼콜 영업’이라고 부르는데, 특색 있는 커튼콜 사진이나 영상을 접한 뒤 티켓 구매를 하는 경우다. <더 라스트 키스>의 경우엔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커튼콜 촬영이 가능했고, 이벤트라는 목적에 맞게 배우들이 산타 머리띠나 루돌프 머리띠를 하고 무대에 나와 특별한 사진과 영상이 탄생해 반응이 좋았다.

또 공연을 본 이후 기억을 남기기 위해 커튼콜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적인 리뷰나 글을 남기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일부 관객들은 사진과 영상으로 해당 작품에 대한 기억을 저장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전문적인 촬영 장비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커튼콜을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 한 관객은 “찍덕으로서 커튼콜 허용이 되지 않았던 작품이 촬영이 가능할 경우, 시간을 내어서 꼭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런 욕구 때문인지 제작사 측은 적절한 타이밍에 커튼콜 허용이라는 특별 이벤트를 내세우기도 한다. 또 <베어 더 뮤지컬>의 경우는 스페셜 데이를 진행, 공연이 종료된 후 작품의 일부를 재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때 촬영이 가능하도록 해 큰 호응을 얻었다. 또 SNS를 통한 모집이나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사진과 영상 촬영이 가능한 프레스콜에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커튼콜 외에도 촬영 가능한 이벤트가 열리는 경우 찍덕의 호응도가 높다. 보통 작품마다 진행되는 사인회나 하이터치회, 관객과의 대화 등의 이벤트가 그 예다. 사인회와 하이터치회는 유료 관객을 대상으로 선착순 혹은 추첨을 통해 대상자를 선발하지만, 해당 이벤트 관람은 자유롭게 오픈되어 있어 편하게 촬영할 수 있다. 커튼콜과는 달리 다른 분위기의 배우를 엿볼 수 있는 기회로, 이를 기록하려는 찍덕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또 <팬레터>의 경우에는 로비에서 음악회를 개최했는데, 출연진과 제작진들이 작품과 관련된 시를 외우거나 뮤지컬 넘버를 시연했다. 해당 이벤트가 끝난 후 많은 사진과 영상 자료가 온라인에 업로드되어 작품을 추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됐다는 평이다. 해당 이벤트의 경우 촬영을 위해 로비가 보이는 공연장의 계단을 미리 선점하는 찍덕이 있을 만큼 주목을 받았다.





공연계 찍덕이 애정하는 특별한 촬영지도 있다. 바로 공연이 끝난 후 배우들의 ‘퇴근길’이다. 연극과 뮤지컬 분야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인 퇴근길은 그날 공연을 마친 해당 배우가 귀가하기 전 공연장 근처에서 짧은 팬미팅을 진행하는 시간이다. 배우마다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 사진이나 영상 촬영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해당 배우의 팬이라면 자유롭게 촬영할 기회를 얻는다. 퇴근길에서 촬영된 사진이나 영상이 SNS에 활발하게 업로드되면서, 일명 배우 ‘입덕’의 한 방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심지어 퇴근길의 사진이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탓에 일부 배우들은 이를 위해 사복에 신경 쓰는 경우도 있다는 후문이다. 

앞서 찍덕이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것은 제작사에서 모집한 서포터즈를 통해서였다. 서포터즈 활동은 제작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발행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서포터즈들은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내부 일정이나 연습실 공개, 프레스콜에 참여해 콘텐츠를 제작했다. 작품의 마니아인 경우 좋아하는 작품을 가까이에서 알아볼 수 있는 동시에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할 기회가 주어져 인기가 높았다.

물론 이런 찍덕이 매번 긍정적인 영향을 가지고 온 것만은 아니다. 일부 언론을 대상으로 취재가 허용된 프레스콜의 경우 작품의 전막 혹은 하이라이트 시연이 진행된다. 이 경우 저작권과 관련해 일정 부분 제한을 두어 업로드가 진행되곤 하는데, 언론사가 아닌 찍덕의 경우 안내된 제한 없이 풀 영상을 게재하기도 한다. 또 언론을 대상으로만 하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사칭해 입장하거나, 확인 절차 없이 허술하게 진행된다는 것을 알아차린 일부 찍덕이 입장하는 경우가 있다. 일부 해당 인물을 색출해 관계자에게 알려주어 퇴장을 요구하거나, 입장 시 명함 확인 혹은 당일 등록 무효 등의 강수를 두기도 한다. 이외에도 업로드된 사진이나 영상이 출처 없이 떠돌아다니거나 최근 메신저를 통해 만들어진 단체방에 무작위로 유포되는 경우가 왕왕 생겨 찍덕의 마음이 다치기도 한다. 저작권을 무시하거나 작품 혹은 배우 비방용으로 자신의 사진이 사용될 경우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는 것. 찍덕은 무거운 촬영 장비를 이용해 촬영하고 오랜 시간 셀렉과 보정 작업을 거치는 애정을 펼친다. 공연계 찍덕이 앞으로도 무대와 배우의 아름다운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응원의 목소리를 보낸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5호 2018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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