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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OLUMN]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중국 시장 [No.175]

글 |박병성 사진제공 |라이브, HJ컬쳐 2018-05-03 3,815
뮤지컬 시장의 위기가 거론될 때마다 해외 시장 진출은 가장 먼저 거론되는 대안이었다. 2014년 건실한 중견 뮤지컬 제작사의 파산과, 미지급으로 인한 공연 중단 사건이 벌어지면서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열망이 더욱 높아졌다. 작은 시장에서 과열 경쟁을 벌이는 한국 뮤지컬로서는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졌다. 최근 가장 관심을 받은 곳은 중국 시장이다. 2010년대 초반에는 K-POP 열풍에 힘입어 아이돌 스타가 출연하는 뮤지컬이 주로 일본 시장을 공략했다. 2010년 일본 진출 뮤지컬은 1건에 불과했지만 2011년 4건으로 증가하더니 2012년 7건, 2013년 18건으로 정점을 찍는다. 2013년에는 한국 뮤지컬 전용관인 아뮤즈 뮤지컬 시어터가 생기면서 일본 진출 작품이 많아진 것이다. 2014년을 정점으로 일본 진출은 꾸준히 줄어들고 현재는 2010년대 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후 급속도로 관심이 높아진 곳이 바로 중국이다. 2010년도까지 문화 교류가 아닌 상업적인 차원에서 진출한 작품은 단 한 작품도 없었다. 중국 뮤지컬 시장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3년 이후의 일이다.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의 컨퍼런스 주제는 늘 해외 시장 진출이다. 2013년까지만 해도 컨퍼런스의 주요 논의는 일본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2013년 컨퍼런스에 CJ E&M 차이나의 이성훈 부장이 발표자로 중국 시장을 소개하면서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2014년 같은 컨퍼런스의 중심국은 중국이었다. 중국 SMG 아트센터의 마청천 부사장, 프로듀서이자 아트디렉터인 리둔, 베이징무용아카데미 대학원 지도교수인 자정함이 발표자로 나서 중국 시장을 소개했다. 아직까지도 한국 뮤지컬 시장의 돌파구를 중국에서 찾으려는 시각이 많다. 중국 시장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한데도 13억 인구의 중국을 기회의 땅 엘도라도로 막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뮤지컬계에서 중국에 대해 한창 열기가 뜨거웠을 당시에는 중국 공연 관계자들이 당장이라도 위안화를 싸 들고 와 한국 뮤지컬을 사 갈 것 같은 분위기가 곳곳에서 연출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성과를 낸 사례가 거의 없다. 최근 국내 소극장 뮤지컬 몇 편이 라이선스로 중국에서 공연되고 있는 것이 그나마  긍정적인 결과이다.

그동안 중국의 공연 정보를 알 수 있는 곳은 매우 적었다. 중국 시장의 상황을 명확히 알지 못한 채 막연한 꿈을 꾸는 것이다.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는 있었다. 뮤지컬 분야에서는 한국의 창작이나 제작 수준이 중국에 앞서 있어서 작품이나 인력이 진출할 여지가 높았다. 중국은 아직 공연 시장이 발달하지 않아 그것이 진출의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점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잠재적 요소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게다가 국가 차원에서 새로운 공연장을 짓는 등 과감한 인프라 투자는 곧 빠르게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지만 이것이 한국 뮤지컬의 엄청난 기회가 될지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최근 중국의 대략적인 공연 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다. 2017년 조양의 학위논문(「중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뮤지컬의 현황 연구」(동국대 공연예술학과 석사논문 2017))은 한국이 아닌 중국의 입장에서 그곳에 진출한 한국 뮤지컬을 검토한 것이다. 최근 중국 시장 상황을 비교적 상세히 담고 있어 중국 뮤지컬 시장을 이해하는 데 많은 정보를 준다.

논문 자료에 따르면 중국 뮤지컬 시장은 2016년 300억 원 수준이었다. 관객 수는 100만 명 정도로 인구 수에 비하면 굉장히 미미한 수준이다.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 투어 공연이 이루어졌던 2015년에는 전반적으로 시장의 규모와 관객 수가 늘었다. 그만큼 그해 어떤 라인업이 준비되어 있느냐에 따라 시장 규모가 크게 변하는 상황이다. 이 정도 규모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2000년대 초반 정도의 수준이다. 한국은 2001년 <오페라의 유령> 이후 무섭게 뮤지컬 시장이 성장했다. 성장 가능성만 보자면 중국의 잠재력이 훨씬 크지만 당분간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첫 번째 장애물은 중국 사람들이 아직 공연 경험이 매우 적다는 것이다. 영화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데 비해 공연 시장의 성장 속도는 더디다. 현대적인 공연 문화가 익숙하지 않다 보니 공연 문화가 자라 잡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이다. 또 하나 중국 공연 시장의 성장을 더디게 하는 이유는 높은 티켓 가격이다. 중국에서 올라가는 뮤지컬의 티켓 가격은 대극장 라이선스 공연이 3만~15만 원, 대극장 해외 투어 공연 3만~18만 원, 소극장 라이선스 2만 8천~5만 5천 원, 소극장 창작뮤지컬이 1만 7천~6만 5천 원 수준이다. 소극장 창작뮤지컬의 최저가를 제외하면 우리와 비슷하다. 중국의 대졸자 평균 초봉이 82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비싼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뮤지컬 시장은 한국의 1990년대 과정을 압축적으로 밟고 있다. 한국 뮤지컬 시장이 지금처럼 성장한 데에는 흔히들 2001년 <오페라의 유령> 라이선스 공연을 이야기하지만, 그에 앞서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1990년대 대중문화의 붐과 더불어 해외 투어 뮤지컬이 관객들에게 뮤지컬의 재미를 느끼게 했다. 1990년대 <캣츠>, <레미제라블> 등이 내한하면서 국내 뮤지컬 제작사를 자극했으며 젊은 뮤지컬 마니아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중국 시장도 지금까지는 해외 투어 뮤지컬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오페라의 유령>이 공연됐던 2015년 해외 투어 뮤지컬의 시장 점유율은 64%에 이르렀다. 2016년에도 41%로 라이선스 39%, 창작뮤지컬 20% 등 약소하나마 가장 높은 비중을 유지했다. 2016년 결과에서도 보듯이 중국은 라이선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라이선스 공연 횟수가 2011년 175회에서 2016년 566회로 빠르게 증가했으며 이러한 분위기는 앞으로 더욱 지속될 것이다. 한 가지 라이선스 뮤지컬 시장 성장에 걸림돌이 있다면 실력 있는 뮤지컬 배우의 부족이다. 2015년 <오페라의 유령> 역시 라이선스 공연을 검토했으나 능력 있는 뮤지컬 배우의 부족으로 투어 공연으로 대체했다고 한다.

중국 뮤지컬 시장의 두드러진 경향은 라이선스 뮤지컬의 공연 증가와 더불어 소극장 뮤지컬의 증가이다. 중국도 초창기에는 ‘고투자, 고수익’ 즉,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대형 뮤지컬 제작에 열을 냈다. 하지만 대극장 공연은 높은 티켓 가격을 책정해야 하고 뮤지컬 배우의 인프라가 적은 상황에서 티켓 파워가 있는 캐스팅을 해야 한다. 뮤지컬 시장이 폭넓게 형성되어 있다 보니 장기 공연에 대한 부담도 따른다. 이런 점을 경험으로 인식한 중국은 최근에는 뮤지컬 시장을 점진적으로 키우면서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중소극장 뮤지컬을 많이 올리고 있다. 이런 공연들에서는 신인 창작자와 신인 배우를 기용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지난해 사드의 여파 속에서도 <빨래>와 <마이 버킷 리스트>, <빈센트 반 고흐> 등 우리 뮤지컬이 중국에서 라이선스로 공연됐다. 이들 작품들이 모두 중소극장 라이선스 형태로 공연되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도 당분간 이러한 분위기는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경우가 있다면 중국 제작사가 한국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방식이다. 이미 드라마나 방송에서 한국의 유능한 PD를 영입하여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 중국은 초기 비용이 더 들고 결과가 투어 공연이나 라이선스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자신들의 문화적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선호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5호 2018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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