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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ULTURE INTERVIEW] <리처드 3세> 토마스 오스터마이어 연출 [No.177]

글 |배경희 사진제공 |Schaubühne 2018-06-12 5,577
인간을 향한, 세상을 위한

한 도시를 넘어 한 나라를 대표하는 극장의 예술감독. 국경 없이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연출가. 오는 6월 한국에서 <리처드 3세>를 선보일 독일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가 바로 이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해내고 있는 사람이다. 지난 4월, 토마스 오스터마이어를 만나기 위해  그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베를린의 샤우뷔네를 찾았는데, 마침 인터뷰 날 그의 최근작을 상연해서 미리 티켓을 사두는 과정에서 깜짝 놀랄 경험을 했다. 다름 아닌 학생과 실업자, 난민을 위한 균일가의 할인 티켓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가격은 학생과 실업자 티켓이 9유로(약 1만 원), 난민을 위한 티켓이 3유로(약 4천 원)였다. 참고로 샤우뷔네에서 가장 비싼 등급의 티켓가는 48유로(약 6만 원)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선에서는 뉴욕이나 런던, 베를린의 다른 어떤 극장에서도 본 적 없는 할인 정책이었다. 토마스 오스터마이어와의 인터뷰는 바로 이 이야기로 시작됐다.




오직 예술성으로 승부하는 곳, 샤우뷔네
                      
샤우뷔네의 할인 정책 중 실업자와 난민 할인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개인적으로는 실업자 할인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이러한 할인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뭔가.
독일에, 특히 이곳 베를린에는 워킹푸어가 하나의 계층처럼 존재한다. 실업자의 수도 많다.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실업 상태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하지 않고 사는 것은 우리 모두의 꿈이지 않나. (웃음) 그런데 문제는 우리 사회는 성공과 돈이란 결과로 사람을 판단하기 때문에 실업자가 되면 자연히 사회적으로 뒤처진다는 것이다. 실업자는 단지 일에서 제외되는 게 아니라 사회에서 배제된다. 당연히 사회로부터 소외감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는데, 이건 큰 문제다. 이들이 사회적 교류의 기회를 얻고 사회에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그들을 돌봐야 한다. “일자리가 없다니 힘들지, 하지만 괜찮아, 우리가 널 도와줄게”라고 먼저 손 내밀어야 한다. 우리의 할인 티켓은 우리가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방식이다. 

과거 얘기를 좀 해보자. 당신 부모님은 자식들이 어렸을 때부터 가능한 한 빨리 돈을 벌길 기대했다고 했다. 그 일화는 왠지 문화적인 환경과는 거리가 멀었을 거란 인상을 주었는데, 어떻게 연극 일을 시작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원래 내 꿈은 뮤지션이 되는 것이었다. 요즘에도 매일밤 집에서 연주를 하곤 한다. (웃음) 어렸을 때 실제 밴드 활동을 하기도 했고, 음악 그룹에 들어간 적도 있다. 그런데 그게 제대로 된 커리어로 이어지진 않더라. 반면 연극 일은 순전히 우연히 하게 됐는데, 하는 것마다 쉽게 성공할 수 있었다. 특별한 노력도 없이 말이다. 열두 살에 배우로 생애 첫 무대에 올랐을 때조차 어떤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연극 예술 학교를 졸업하고선 일 년 정도 배우 활동을 했는데, 그러다 자연스럽게 연출을 하게 됐다. 연출이란 일이 그냥, 내게 다가왔다. 달리 표현할 방법을 모르겠다. 어쨌든 음악으론 돈을 벌 수 없었지만, 연극으론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에 ‘좋아, 그럼 이 일을 계속 해보자’ 하고 마음먹게 된 거다. (웃음)  

1999년, 서른한 살이란 젊은 나이에 샤우뷔네 예술감독을 맡게 됐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나. 당시에 많은 화제를 모았을 것 같은데?
맞다, 당시에 꽤나 파격적인 일이었다. 음, 어떻게 그렇게 됐냐면, 당시 현대적인 작품을 주로 선보였던 소규모 실험 극장 바라크(Baracke)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예술감독을 맡은 지 2년째에 ‘올해의 극장’에 바라크가 선정된 적도 있다. 오십여 명의 평론가들이 독일의 베스트 극장으로 바라크를 꼽아준 것이다. 세계 이곳저곳에서 공연해 달란 초청이 들어왔고, 연출을 맡아달란 제안을 여기저기서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는 어렸지만 샤우뷔네의 예술감독을 맡는 게 논리적으로 말이 됐는데, 한편으론 독일 연극계의 위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위기라 하면?
당시 독일에선 68세대(1968년 프랑스 학생 혁명이 출발점이 돼 유럽 전역에 퍼진 젊은 저항 세대)가 막강한 힘을 떨치고 있었다. 단지 연극계에 한해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말이다. 그때의 68세대는 모든 세대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끼쳤고,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는 것을 막았다. 그런데 문제는 68세대가 점차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었기 때문에 극장 입장에선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할 누군가가 나타날 필요성을 느꼈던 거다. 예술감독으로 극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연출로서도 성공적인 공연을 선보이는 게 흔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샤우뷔네에서 내게 더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샤우뷔네의 예술감독을 맡은 지 어느덧 20년 가까이 됐는데도 여전히 이곳을 고집하는 이유는 뭔가. 다른 곳에서 많은 영입 제안을 받았을 텐데 말이다.
물론 그동안 많은 제안이 있었다. 영국의 RSC(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에서 예술감독직을 제안한 적도 있고, 프랑스의 코메디 프랑세즈나 오데온 극장, 아비뇽 페스티벌 등등에서도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내가 샤우뷔네를 고집하는 까닭은 첫째는 모국어 때문이다. 언어는 연극에서 내게 가장 중요한 요소다. 두 번째 이유는 이곳에선 내 컴퍼니를 가질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런던에선 보통 프로덕션마다 새롭게 팀을 꾸려야 하는데, 나한테는 고정된 배우들과의 지속적인 작업이 언어만큼이나 중요하다. 현재 샤우뷔네에 소속된 서른다섯 명 가운데  이번에 리처드를 연기할 라르스(아이딩어)를 포함한 여섯 명이 이십 년째 같이 작업 중인 배우들이다. 내가 생각하는 연극이란 앙상블의 예술이다. 연극의 진정한 예술성에 도달하기 위해선 앙상블을 끊임없이 발전시켜야 한다.

샤우뷔네의 대단한 점이라면 젊은 관객에게도 인기가 있다는 것 아닐까 싶다. 비결이 뭔가.
왜냐면 우리는 우리가 마땅히 말해야 하는 것에 대해 말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흥행을 생각하지 않는다. 때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우리가 흥미롭다고 느끼는 이야기를, 우리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만약 그 이야기가 많은 관객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대도 괜찮다. 그 이야기를 한 것은 우리의 필요 때문이었으니까. 내 생각엔 아마 관객들이 이걸 느끼는 것 같다. 특히 젊은 관객들이 말이다. 젊은 세대는 세상의 그 어떤 마케팅 디렉터보다 똑똑하다. 어떤 공연을 봤을 때, 단순히 마케팅에 걸려든 것인지 아니면 진실된 무엇을 본 것인지 바로 알아차린다. 

그럼 당신들은 마케팅에 관심이 없나.
물론 우리도 마케팅을 한다. 많이 한다. 하지만 우리의 마케팅 포인트는 우린 우리 예술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가 해야 하는 공연을 하는 것이 우리에겐 가장 중요하다. 사람들이 우리 공연에 흥미를 갖지 않는다고 해서, 결코 아, 이번에 성공 못 했는데 다음엔 이런 걸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고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관객의 취향을 좇으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의 목표는 좋은 연극을 하는 것이다. 그게 우리가 바라는 전부다.




어두운 욕망의 대변자 <리처드 3세>
                      
<리처드 3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개인적인 질문을 하나 하고 싶다. 리처드 글로스터의 신체적 결함은 어떤 면에선 그를 필사적으로 똑똑하게 만들지 않나. 때때로 핸디캡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젊은 연출가 시절의 당신의 핸디캡은 무엇이었나.
나의 핸디캡은 강박증이었다. 그리고 난 여전히 편집증이 있다. 늘 두렵다.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지. 또 항상 두렵다. 아, 이 사람이 나보다 앞에 있구나, 음, 이 사람은 내 뒤에 있네, 이런 생각들이. 그렇다고 내 작업에 자신이 없단 말은 아니다. 이래서 아티스트는 절대 자기 자신에 대해 스스로 말하면 안 된다. 오, 지금 내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지! (웃음) 인터뷰 기사가 나왔을 때 내가 나를 분석하듯 말한 걸 볼 때면 그렇게 당혹스러울 수가 없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괴롭힌 것 같아 미안하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이게 내 일이니까. 그리고 연달아 미안한 이야기를 또 해야 할 것 같은데, 유튜브로 <리처드 3세> 공연 실황을 봤다. 현대적인 무대에 셰익스피어의 시대를 잘 섞어 놓은 점이 인상적이더라. 예를 들면, 극장을 셰익스피어 글로브 시어터처럼 꾸민 것이나 마거릿 왕비를 남자 배우가 연기하는 것, 리처드의 오프닝과 엔딩 독백 부분에선 원어인 영어를 쓰는 것 말이다. 개인적으론 셰익스피어를 향한 오마주처럼 느껴졌다.
우선, 유튜브는 괜찮다. 내가 올려놓은 것은 아니지만 유튜브에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게 당신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고. (웃음) 내가 셰익스피어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작품에는 항상 시와 철학, 음악, 곡예, 펜싱 등 여러 가지 요소가 한데 훌륭히 섞여 있지 않나. 셰익스피어야말로 최초의 매시업 아티스트(Mashup Artist)가 아닌가 싶다. 적어도 내 생각엔 그렇다. 그리고 그의 작품은 당대의 귀족들과 아래 계급 사람들에게 동시에 공감을 얻었는데, 이는 내가 꿈꾸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마거릿 왕비 역을 남자 배우에게 맡긴 것은 오마주라기보단 그게 모든 장면을 베스트로 만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극장을 글로브 시어터처럼 만든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글로브 시어터는 직접 가보면 알겠지만, 한마디로 최고의 극장이다.

에드워드 세자와 요크 왕자 캐릭터를 퍼펫 인형으로 연출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꼭 인조 로봇처럼 보여서 언캐니 밸리 효과를 경험하게 해줬달까. 
언캐니 밸리가 뭐지? 만약 불안하고 두려운 감정을 말하는 것이라면 맞다. 내가 그 장면에서 의도한 부분은 관객들이 불편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리처드가 왕이 되기 위해 어린아이들을 죽이는 것은 이 작품에서 가장 어두운 부분이니까. 어떤 사람들은 퍼펫을 두고 죽은 왕자들의 유령 아니냐고도 하더라. 왕자들이 죽는다는 설정을 이미 유령이 된 인형으로 표현했다는 거다. 흥미로운 생각이다. 어쨌든 내가 퍼펫을 쓴 이유는 아역들이 직접 연기하는 것보다 배우들이 퍼펫을 가지고 그 캐릭터를 연기할 때 훨씬 더 세고 강렬한 감정을 전달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신 작품 속 리처드 왕은 거부할 수 없는 나쁜 록 스타 같은 느낌을 줬는데, 어둡고 뒤틀린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 이유는 뭔가.  
리처드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이 공연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왜냐면 우리 모두 리처드 3세가 어떤 인물인지 알고 있다. 그가 무대에 오르는 순간 관객들은 즉각적으로 ‘아, 저 악마 같은 사내’란 생각을 떠올린다. 근데 당신도 알다시피 악마를 단순히 악마로 표현하는 것은 지루한 일이다. 그건 마치 흰색 벽에 다시 흰색을 칠하는 것과 같다. 만약 당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연극 재료가 흰색이라면, 작품에 긴장감과 복잡성, 애매모호함 같은 복잡다단한 감정 층을 만들어내기 위해 검정색이 필요하다. 일종의 대위법 같은 거다. 그리고 또 리처드가 매력적이어야 그가 하는 나쁜 짓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아름다운 말로 관객을 유혹한다는 점에서 리처드는 엔터테이너, 그중에서도 흡사 스탠드업 코미디언에 가까운데 바로 여기에 이 작품이 지닌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 말처럼 리처드 3세는 연극사에서 가장 악마 같은 캐릭터 중 하나로 꼽힌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거리낌 없이 악행을 저지르는데, 사람들은 그처럼 알려진 유명인이 나쁜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묘한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혹시 작업할 때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있었나.
유명인이 핵심은 아니지만,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리처드는 우리가 하지 않는 모든 행동을 하는 캐릭터다. 그런데 우리가 리처드처럼 행동하지 않는 까닭은, 그와 같은 욕망이 없어서가 아니라 휴머니즘을 중시하는 문명화된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속에 비밀의 작은 방을 가지고 있는데, 그 안을 열어보면 우리에겐 모두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다. 우리 역시 리처드처럼 이기적으로 내 자신만 위하고 싶고, 세상 모든 사람을 유혹하고 싶어 하고,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타인을 조종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자신의 욕망대로 산다면 인류는 곧장 종말을 맞을 것이다. 그래서 어두운 욕망의 집합체인 리처드를 대리자처럼 무대에 세워 그를 통해 일종의 대리만족을 얻는 거다. 이게 우리가 그를 무대로 불러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이 리처드와 같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물론 그렇고 말고. 다만 크기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중요한 부분은 각자 품은 욕망의 크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 어두운 욕망을 가지고 있단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욕망은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조건 중 하나이고,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일 때 역설적으로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극에서 인간의 어두운 면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영화나 다른 매체도 마찬가지다. 각자 잠재된 욕망을 마주함으로써 떨쳐낼 방법을 찾는다면 누군가의 어두운 욕망이 사회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고독하게 최후의 만찬을 즐기던 리처드가 하얀 크림으로 얼굴을 칠갑한 후 은쟁반을 들고 자신을 공허하게 응시할 때, 죽은 그의 시체가 마치 정육점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고깃덩어리처럼 허공으로 들어올려질 때. 당신이 만든 마지막 순간에선 결국 리처드를 연민하게 된다.
무대에서 아름다움과 추함이 부딪치는 모순을 보여주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다. 좀 더 교양 있고, 좀 더 아름답고, 좀 더 진일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인간은 어떤 면에선 결국 동물 같은 존재이지 않나. 똥을 누고, 섹스를 하는 돼지나 원숭이하고 다름없는. 그런데 내가 리처드를 연민하는 이유는 그 역시 시대의 희생양이기 때문이다. 그는 전쟁과 폭력 속에서 길러졌다. 전쟁 속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했고, 무수히 많은 죽은 사람들을 봤다. 리처드는 자기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낳은 산물인 것이다. 스스로 만들어진 악인이 아니다. 만약 당신이 그에게 연민을 느꼈다면, 당신은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공감한 것이다. 나는 우리 자신이 그 어떤 행동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은 존재라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리처드를 보고 ‘아, 나라면 저런 짓은 절대 안 해’라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누구보다 선한 행동을 할 수 있지만, 반대로 끔찍하게 나쁜 짓을 할 수도 있다. 내가 살기 위해 다른 누군가를 죽일 수 있지만, 그와 동시에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양쪽 모두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아는 일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그를 둘러싼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물론이다. 인간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게 내가 사회적인 이슈를 공연으로 만드는 이유다. 우리 극장이 실업자를 위해 할인 티켓을 제공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나쁜 환경이 사람으로 하여금 나쁜 선택을 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가 책임을 가지고 좋은 사회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연출가로서 당신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글쎄, 다음 목표라. (웃음) 나는 그냥 단지 내가 리허설 룸에서 행복할 수 있길 바란다. 나와 작업하는 배우들이 스스로 하고 있는 것에 대해 편안함을 느낄 때, 그들이 창의적인 무언가를 발견해 내는 것을 볼 때 행복하다. 그리고 배우들로 하여금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내가 창조적인 환경을 만들어주었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나의 유일한 목표는 샤우뷔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배우들의 앙상블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다. 나는 그들이 아직 자기가 지닌 기량을 다 펼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이상의 것을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배우들을 돕는 게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럼 리허설 룸에서 더는 행복감을 느끼지 않을 때, 곧바로 연출을 그만둘 수도 있나.
아니,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가 완벽한 행복을 성취하는 날이 오지 않을 것을 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7호 2018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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