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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뮤지컬 배우 40인의 여름 나기, 더위를 날려줄 괴담 [No.179]

정리 | 박보라·안세영 2018-08-29 6,871

오싹한 얘기 해줄까? 

더위를 날려줄 괴담

 

2018년 한 해에 쉼표를 찍어줘야 하는 때, 한여름의 바캉스 시즌이 돌아왔다. 재충전을 위해 어디로 떠나야 할지, 무엇을 먹어야 기운이 다시 솟을지, 어떤 음악과 시간을 함께하면 좋을지. 휴가 계획에 쏟을 고민 에너지를 줄여주기 위해 배우들이 직접 나섰다. 하지만 불볕더위에 지쳐 여행도, 보양식도, 음악 생각도 다 안 난다면? 그래서 마지막으로 준비한 스페셜 괴담! 단, 이 코너는 한낮에 읽을 것. 피식 웃고 다음 장으로 페이지를 넘기려는 찰나 주위가 오싹해질지도 모르니까!



 

강정우 <이블 데드> 

대학교 1학년, 동기들하고 모이기만 하면 귀신 얘기로 시간을 보냈던 때가 있어요. 하루는 밤 열두 시에 귀신이 나온다는 무대 제작실에 모여 한 시간이 넘도록 분신사바를 했죠. 이 건물에 귀신이 있느냐, 몇 명이나 있느냐,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다가 그 자리에 없던 선배의 주민등록번호를 맞춰보라고 했어요. 다음 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 선배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물었더니 뒷자리 일곱 자리 중 네 자리나 맞췄다는 사실!



 

강필석 <번지점프를 하다>

제가 다닌 한국예술종합학교는 그 시절만 해도 악명 높은 안기부 건물을 사용했던 터라 괴소문이 많았어요. 실제로도 기이한 일이 많이 일어났죠. 북을 연주하는데 눈앞에서 의자가 360도 돌아가고, 창문이 닫혔다 열리고, 전등이 꺼졌다 켜지고! 종종 복도 끝에 정체 모를 형체가 서 있기도 했어요. 그래서 밤에 연습할 땐 꼭 최소 이인 일조로 돌아다녔죠. 하지만 저를 가장 두려움에 떨게 한 건 바로 진선규 배우의 자취방 괴담입니다. 그 옥탑방의 창문을 보고 자면 누구나 가위에 눌렸어요. 저도 그곳에서 몇 번 신세를 졌는데 정말 무서워요. 베개에서 들려오던 그 이상한 소리들… 꺄아아!



 

김히어라 <이블 데드> 

어렸을 때,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서 여름밤을 보낸 추억이 새록새록 기억나네요. 여러 이야기 중에 소개해 드릴 괴담이 있어요. 차를 타고 빈 터널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불이 꺼지고 차가 멈췄대요. 그래서 라이트를 켰는데 시동도 꺼지고 어두워진 거예요. 그러다가 갑자기 뭔가가 차를 막 두드려서 너무 놀라서 엎드리고 있었답니다. 그러다 불이 켜지고 시동도 다시 걸리길래 곧장 집으로 갔대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나와 보니 차가 손자국으로 가득 묻어 있더래요. 소름 끼쳐서 세차를 맡겼는데 센터 사장님이 하시는 말. “이건 안에서 두드린 건데요.” 이 이야기를 듣고 정말 오싹해서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나요! 



박영수 <오! 캐롤>

서울예술단 단원 2년 차 때의 일입니다. 모두가 휴가를 떠난 1월, 전 혼자 연습실에 나와 연습을 계속했어요. 출퇴근 시간조차 아까워 연습실에서 숙박을 해결했죠. 그때는 예술단 연습실이 예술의전당 음악당 지하에 있었는데, 숙박 첫날 탈의실에서 잠을 청하던 중 밖에서 어린아이의 발소리가 들려 왔어요. 타다다다닥! 발소리는 곧 두 사람 소리로 늘어났고 전 겁에 질려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다음 날 해가 뜨고 집에 갈까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귀신 소리도 못 이겨내면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하여 저는 2주 동안 밤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연습실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숙박을 중단해야 했어요. 보안 업체에서 항의가 들어왔거든요….



 

서범석 <오! 캐롤>

<노트르담 드 파리> 지방 공연 때였어요. 한창 음향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성당 세트 안쪽으로 문혜원 배우가 에스메랄다 의상을 입고 올라가더군요. 왜 벌써 공연 의상을 입었을까 의아했는데, 테스트를 마치고 분장실에 들어가니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몸을 풀고 있는 문혜원 배우가 보였습니다. 헉, 그렇다면 조금 전에 에스메랄다 옷을 입고 성당으로 올라간 사람은…? 더 오싹한 건 그 극장 터가 원래 공동묘지였다는 겁니다. 헉!



 

송유택 <붉은 정원> 

공연장 또는 연습실에서 발생한 기이한 현상과 귀신 목격담은 주변 사람들을 통해 많이 전해 들었어요. 귀신도 사람이었던지라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지요? 그런데 아무래도 제 열정이 훨씬 더 큰가봐요. 전 아직까지 한 번도 귀신을 보거나 기이한 현상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요. 아, 이런 이야기는 알고 있어요. 여름이라 다들 입맛도 없고 몸도 허해지잖아요? 그런 틈을 타 송유택이라는 배우가 온 극장과 연습실 내의 냉장고를 습격한다는 괴담이요! 특히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기름 없이 튀겨주는 에어프라이어를 산 이후에 더욱 건강해졌다는(?) 소문도 나돌더군요. 어휴, 정말 간담이 서늘하네요.



 

유연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연극 <뜨거운 여름> 공연을 하고 있을 때였어요. 극 중 여자 주인공 채경이 처음 등장해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갑자기 중간중간 화음을 맞추는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당시 무대에 서 있던 저는 그 목소리를 듣고 순식간에 얼어붙고 말았죠. 장면이 전환되면서 겨우 분장실로 돌아와 털썩 주저앉았던 기억이 나요. 심지어 그날 같이 공연했던 다른 배우와 스태프도 같은 목소리를 듣고 놀랐다고 해요.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답니다.



 

이영미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흔히 공연장에는 귀신이 산다고들 하죠. 실제로 분장실이나 무대 뒤는 아주 캄캄하고 무서워서 가끔씩 소름이 돋곤 한답니다. 하지만 저는 기가 세서 그런지 직접 귀신을 마주친 적은 없어요. 아! 예전에 <밴디트>라는 작품을 할 때 사인회를 한 적이 있는데, 대기 줄 저편에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아주머니 한 분이 계속 저를 주시하고 계시는 거예요. 그러더니 제게 오셔서 당신은 이런 곳에 있을 사람이 아니니 자기한테 연락하라고 했어요. 아마 무당이나 점술가이셨던 것 같은데, 무서워서 연락 안 했어요!



 

정영주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1998년 부산시민회관에서 <명성황후> 테크 리허설을 할 때였어요. 마지막에 낭인들의 칼에 궁녀들이 꽃잎처럼 죽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그날 리허설 때 죽은 궁녀가 아홉 명이었어요. 원래 공연에서 죽어야 하는 궁녀는 여덟 명인데 말이죠! 또 배우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전해지는 금기가 있는데요, 공연 전 무대 위에서 몸을 풀 때 누가 이름을 부르면 대답하지 말라는 거예요. 혹 대답을 했는데 또 이름을 부르거든 절대 세 번 이상 답하지 않아야 해요. 산 자의 부름이 아닐지도 모르니까요.



 

정원영 <오! 캐롤> 

서울예술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명동 캠퍼스 극장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소문의 내용은 새벽 한 시부터 세 시 사이 텅 빈 극장에서 관객의 환호와 박수 소리가 들린다는 것! 하지만 알고 보니 나무에 습기가 차서 벌어진 틈으로 공기가 지나가며 나는 소리였습니다. 만약 그 원인을 몰랐다면 지금까지 괴담으로 떠돌았겠죠? <아가사> 연습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극장 어딘가에서 계속해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소리만 들리고 보이지 않아 너무 무서웠는데 결국 숨어 있던 고양이를 찾아내 해프닝으로 끝났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9호 2018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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