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뮤지컬&컬처 | [​VIEW] <봄 작가, 겨울 무대>, 신인 창작자들을 위한 봄빛 기회 [No.182]

글 |배경희 사진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8-11-09 4,545

<봄 작가, 겨울 무대>, 신인 창작자들을  위한 봄빛 기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극작가협회, 한국연극연출가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봄 작가, 겨울 무대>는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희곡작가들이 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공연 기회를 마련해 주는 지원 프로그램이다. 지난 2008년에 출발해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다 2013년 한 차례 중단된 바 있는데, 예술인들의 뜨거운 요청에 따라 5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오는 11월부터 연달아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 오를 네 편의 겨울 무대 작품들을 미리 만나보자.



 

<향수>  
11월 9~11일  최고나 작 / 신동인 연출 

언제나 모범생 같았던 내 아이가 학교에 나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면? 2014년 청소년 문학 소설 『옆집 아이 보고서』로 등단한 최고나 작가가 쓴 <향수>는 아들의 무단결석 문제로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아빠와 엄마,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범죄 용의자에 대한 보도 기사에서 더는 ‘편모슬하’에서 자랐다는 내용을 보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작품을 쓰게 됐다고. 17세기 영국 귀족 사이에 기형적인 외모의 아이를 애완용으로 삼는 유행이 번지자 멀쩡한 아이들을 납치해 기형아로 만드는 범죄 집단 콤프라치코스가 등장한 것처럼, 믿을 수 없는 기형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슬픈 단면을 들여다본다.

 

최고나 작가>>  평소 흥미로운 뉴스를 접하면 기사를 스크랩해 두는 편입니다. 또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때그때 노트에 적어놓습니다. 이번 <향수>도 그렇게 쓰게 된 작품인데, 실제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었습니다. 아동 학대 문제는 오래전부터 써보고 싶었던 소재로, 작품을 통해 아동 학대에 관한 다양한 변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괴물은 태어나는 것인가? 길러지는 것인가? 관객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신동인 연출>>  과거의 콤프라치코스들은 현재에 어떤 모습으로 살아남았을까? 대본을 처음 읽고 나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입니다. 이런 무거운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해 볼 수 있다는 게 이 대본이 지닌 매력 아닐까 싶죠. 구상 초반에는 스타일리시한 무대 연출을 떠올렸지만, 다른 화려한 연출보다는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하는 무대를 만들자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두 배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쭉 끌고 가는 작품이다 보니, 배우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무대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고시원 연쇄 화재 사건> 

11월 16~18일  이수진 작 / 이우천 연출

고시원 밀집촌에서 일어나는 연쇄 화재 사건을 소재로 하는 연극. 대학에서 연출을 전공한 이수진 작가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화재 사건들의 희생자들이 죽기 전에 과연 어떤 말을 남겼을까 하는 상상력으로 써 내려간 작품이다. 추리 소설 작가를 꿈꾸며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꾸려가는 스무 살 치현이 주인공이며, 계속되는 원인 불명의 화재 사건에 의구심을 품은 치현이 범인을 추적해 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치현과 그의 고교 친구 동민, 동민이 짝사랑하는 은주가 주요 등장인물로, 치현이 은주를 범인으로 의심하면서 이야기의 갈등이 시작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그는 왜 불을 질렀을까? 엔딩 장면에 담긴 반전 요소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고발한다.

 

이수진 작가>>  작/연출에 대한 꿈을 안고 연출과를 졸업한 후 여러 공모전에 도전했지만 줄줄이 낙방했습니다. 그러다 하나만 잘 써보자는 마음으로 완성한 작품이 신춘문예에 응모한 <고시원 연쇄 화재 사건>이죠. 신라 시대의 지귀라는 남자가 선덕여왕을 사모하다 사랑에 불타 죽었다는 ‘지귀설화’에서 모티프를 얻었는데, 평생 한 번도 직접 마주하지 않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진짜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 동안 구상해 온 작품이라 저의 여러 생각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이우천 연출>>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모순과 그로 인해 상처받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추리극 서사로 풀어낸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연쇄 방화를 저지르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가 하는 궁금증을 고조시키는 것이 이번 연출의 포인트입니다. 관객들이 공연 내내 손에 땀을 쥐며 범인을 유추하도록 말입니다. 작품에 작가의 문제의식이 강하게 담겨 있는데, 특히 예상치 못한 마지막 장면의 충격적인 반전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입니다.

 


 

<어제의 당신이 나를 가로지를 때> 

11월 23~25일  이소연 작 / 손원정 연출

체육관에서 벌점으로 발레 댄스를 춰야 하는 소년 소녀, 앞을 못 보는 할머니와 그의 고양이, 해저 터널의 준공식을 앞둔 인부들, 우주 유영 중에 외딴 행성에 불시착한 우주인 등등. 공간적 교집합이 전혀 없는 듯 보이는 이 인물들이 바로 <어제의 당신이 나를 가로지를 때>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등장인물들이다. 스무 살 때부터 희곡을 쓰기 시작해 3년간 꾸준히 신춘문예에 응모한 끝에 당선자 명단에 오른 이소연 작가의 작품으로, 각자 고립된 곳에서 부유하는 인물들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는 위로를 전하는 것이 창작 의도다.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돌림노래처럼 누군가 뱉는 숨은 결국 다른 누군가 들이마시는 숨과 연결돼 있다는 감각을 강렬하게 전할 예정이다.

 

이소연 작가>>  어느 날 혼자 서촌에서 광화문까지 걸었던 적이 있습니다. 원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저런 이별을 많이 겪었던 시기라 생소한 충동이 들었어요. 더운 날 한참을 걸어 광화문 광장에 다다랐는데, 거리에 가득한 사람들을 보고 갑자기 위안을 얻었어요. 누군가 저에게 직접 말을 건 것도 아니었는데도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상처 난 구멍을 메울 수는 없어도 그 상태 그대로 괜찮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 찰나의 순간을 작품에 담고 싶었습니다.

손원정 연출>>  분주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감정 중 하나는 외로움이 아닐까 합니다. 어느 무엇도 나의 빈자리를 채워주지 못한다는 생각은 마음속에 자리한 공허함을 더욱 극대화시키죠. 하지만 때때로 나처럼 외로운 사람들이 내 주변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인식은 그 자체로 큰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외로운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작품입니다.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말’로, 소통의 부재 속에 무언의 이해라는 감정의 연결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생각입니다.

 


 

<달랑 한 줄> 

11월 30일~12월 2일  송현진 작 / 류근혜 연출

남편과 싸우고 집을 나온 연실과 그의 두 딸 은주와 현주, 갈 곳 없는 세 모녀를 받아주는 연실의 친구 명희. 번역 일을 하는 명희가 지금껏 주옥같다고 여겨졌던 표현들에 불편함을 느끼자, 연실의 막내딸 현주가 문장을 바꾸자고 제안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달랑 한 줄>은 제목 그대로 ‘불편한 문장 한 줄’을 바꾸려는 네 여자들의 투쟁기를 그리는데, 이들이 진짜로 바꾸고 싶은 것은 사소한 문장 한 줄이 아닌 자신의 생각 한 줄이다. 송현진 작가의 말에 따르면, 개인의 작은 변화가 세상을 바꾼다는 이야기를 통해 각자 자신만의 투쟁을 벌이고 있는 여성들에게 용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우리는 한 줄을 바꿀 수 있고, 한 줄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찬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송현진 작가>>  오래전부터 여성 캐릭터만 등장하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어요. 언제부터인가 아무렇지 않게 여성의 외모를 비하하는 TV 프로그램을 볼 때면 불편함이 느껴졌거든요. 어떤 특정한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대본을 썼다기보다 지금까지 제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들에 대해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학창 시절 부당하다고 느꼈던 교칙들이나 누군가 가볍게 던진 농담 한마디에 불편해졌던 기억을 떠올리면서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하지만, 제 이야기인 동시에 모든 여성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류근혜 연출>>  여자 주인공들이 불편한 문장을 바꾼다는 발상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달랑 한 줄’이라는 제목에서 작가의 자신감이 느껴져서 좋았고요. 일상에서 이야기가 시작돼 사회의 문제를 파고드는 극 구성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연출로서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새삼 사회가 바뀌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연극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고요. 지금 우리 사회에서 현재 진행형인 사회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관객 참여 연극이 될 것입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2호 2018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