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연극제, 불가능에 도전하라
지난 12월 11일 저녁 6시 30분. 공연 시간이 가까워지자 명동성당 근처에 숨겨진 보물처럼 위치하고 있는 삼일로창고극장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헌데, 사람들이 안내되는 곳은 극장이 아닌 연습 스튜디오로, 입구에 도착하면 안내원에게 신발을 벗고 바닥에 편안히 않아 공연을 즐기라는 설명을 듣는다. 시작부터 보통의 공연과는 달라도 너무 달라 보이는 이곳은 바로 ‘삼일로창고극장을 점령하라, 우리가 만드는 극장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24시간연극제’가 열리는 공간이다.
삼일로창고극장 기획 프로그램인 <창고개방>의 일환으로 개최한 24시간연극제는 제목처럼 24시간에 연극을 만들어 선보이는 이색 연극제이다. 이번 프로그램의 전체 기획을 맡은 전윤한 연출가에 따르면, 1970년대 중반 젊은 예술가들의 산실이었던 삼일로창고극장의 명맥을 잇기 위해 이 같은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는 것. 24시간연극제의 룰은 간단하다. 선착순으로 모집된 참가자들끼리 제비뽑기로 팀을 구성한 후 같은 방식으로 주제를 정해 24시간 안에 10분 이내의 연극을 만들 것! 발표 형식은 물론 자유다. 뉴욕에서 시작돼 영국, 독일, 핀란드 등 다양한 곳으로 퍼져 나간 ‘24시간 연극(24 Hour Plays)’을 차용한 것인데,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만큼 모집 4일 만에 60명이 지원하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번 24시간연극제에 선발된 총 열두 팀 가운데,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것은 김기범, 박보현, 최준형, 허유미, 이렇게 네 멤버로 구성된 팀이다. 넷 다 이삼십 대 배우라는 공통점을 지닌 이 팀이 제비뽑기로 뽑은 주제는 ‘점묘화’. 어떤 아이디어로 출발하느냐에 따라 결과도 천차만별로 달라질 이 주제를 가지고 네 사람이 표현한 것은 인내심이 발휘되는 상황에 부딪친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수많은 점을 찍어 완성하는 점묘화가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라는 점에 착안해 이 같은 퍼포먼스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네 배우 모두 처음 만난 사람들과 제한된 짧은 시간에 퍼포먼스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흥미로웠단다. 젠더, 배고픈 손톱, 보험, 판타지, 어금니 등 나머지 열한 팀에게 주어진 주제 역시 각양각색의 상상력을 요구하는 문제였지만,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열두 팀 모두 미션을 수행해 내며 국내 24시간연극제의 첫출발에 훌륭히 마침표를 찍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4호 2019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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