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인 전체를 대표하는 협회로 거듭나야
2006년 극단 시키의 한국 진출을 앞두고 뮤지컬 제작자들의 공동 대응을 위해 뮤지컬협회가 발족하면서 초대 회장으로 에이콤의 윤호진 대표가 선출됐다. 그해 시키의 <라이온 킹>은 한국 진출을 했지만 뮤지컬협회 차원에서 국내 뮤지컬 지원의 타당성을 알리고 문광부를 비롯한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갖게 하는 역할을 했다. 문광부 산하 뮤지컬 TF 팀이 꾸려지는 등 지원책 마련을 위한 특별 기구가 설치되기도 했다. 함께 뭉칠 동력이었던 시키 문제가 사라지자 협회의 활동이 미진해졌다. 제작자 중심으로 꾸려진 협회이기 때문에 배우나 스태프들의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5년이 지났다. 뮤지컬 시장은 급변했고 해마다 성장을 기록하던 시장이 2008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뮤지컬계가 더 나은 발전을 하기 위해서 공동의 이익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 시점에 PMC프러덕션의 송승환 대표가 2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송승환 회장에게 뮤지컬협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었다.
윤호진 대표에 이어 2대 뮤지컬협회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회장 임기가 3년이다. 윤호진 선배가 연임을 하고 임기가 1년 남았는데 올해 <영웅> 미국 진출 문제도 있고 회장 활동이 어려우시다고 해서 잔여 임기를 맡게 되었다.
2006년 뮤지컬협회가 결성되었다. 그간 협회의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나?
솔직하게 그렇게 활발한 활동을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태동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그나마 성과라면 중앙일보와 더 뮤지컬 어워즈를 꾸준히 추진해 와서 더 뮤지컬 어워즈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매년 하는 배우 워크숍이 어느 정도 틀을 잡았고 올해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작년에 <생명의 향해>를 국방부와 같이 주관을 했는데 흥행에 성공을 해서 협회에 1억 원 정도의 기금이 마련됐다. 이런 것들이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뮤지컬협회가 결성되었던 것은 시키의 한국 진출이라는 제작사들의 공동 이슈가 작용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는데.
뮤지컬협회의 성격 자체가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제작사 중심이 되어서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뮤지컬협회라는 것이 제작사만의 협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다른 예술 협회와의 차이점이 있는데, 연극협회를 예로 들면 극단 대표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극단 단원들도 회원이 된다. 그런데 뮤지컬은 단원의 개념이 없다. 배우나 스태프들이 모두 프리랜서이다. 처음에는 제작사 중심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협회가 배우와 스태프들의 공동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협회의 필요성을 스태프나 배우들도 느껴야 할 것 같다. 어떤 사업들을 추진해갈 생각인가?
제작사와 배우, 스태프들 간에 갈등이 생겼을 때 조정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생각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예술인 복지법이 계류 중인데 뮤지컬 배우나 스태프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이 법이 예술인들이 기초 생활을 보장받도록 하겠다는 법인데, 그 법을 만들 때 예술인의 범위를 어디까지 보느냐가 문제가 됐다. 그때 기본적으로 합의한 것이 예술 단체나 협회에 가입된 인원들을 기준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연극협회, 무용협회, 각 예술 단체 협회가 있지 않나, 그 협회원들을 예술인으로 본다는 것이다. 뮤지컬 배우들도 뮤지컬협회 회원이 되면 예술인에 준하는 기초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게 만들 생각이다. 뮤지컬계는 빈부 차이가 큰 데다. 엄청난 개런티를 받는 소수의 사람들도 있지만 기초 생활이 힘든 배우들도 많이 있다. 그런 배우나 스태프들이 정부로부터 예술인에 준하는 보조를 받게 만드는 일. 그게 올해 뮤지컬협회가 할 큰일이다. 우선 법이 통과되어야 하니까 그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뮤지컬협회가 노력을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협회 회원이 많아져야 하고 이제는 배우나 스태프들이 회원이 되어서 함께 일을 해나가야 한다.
뮤지컬협회 회장으로 지금 뮤지컬 시장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듣고 싶다.
시장은 꾸준히 커가고 있다. 다만 관객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그에 비해 작품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서 제작사가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구조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제작사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 개척을 해야 한다. 대구가 중요한 뮤지컬 시장이 된 것처럼 다른 도시에서도 시장 개척을 해야 한다. 아시아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소신을 가지고 말해왔던 바이다. 시장을 넓혀가지 않으면 제작사가 수익을 내는 게 어려워진다. 라이선스 작품은 한계가 왔다. 관객들이 정서적으로 ‘토니’, ‘마리아’ 보다 ‘철수’, ‘영희’가 편하듯이 우리 것을 찾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같다. 이미 팝에서 가요로, 영화도 할리우드에서 한국 영화로 넘어왔듯이 우리에게 편한 정서를 추구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서이다. 또한 지금 창작뮤지컬은 스타 의존도가 너무 높다. 그런데 스타 캐스팅도 한계가 온 것 같다. 이젠 아이돌 캐스팅을 할 수가 없다. 가요 시장이 아시아 시장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요즘 소녀시대는 일반 항공기로 스케줄을 맞출 수 없어서 전세기를 타고 다닌다고 한다. 다른 아이돌 그룹도 마찬가지다. 개런티도 비싸졌다. 아이돌 캐스팅으로 대안을 찾는 것은 끝났다고 본다. 이제는 진정한 뮤지컬 스타를 키워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뮤지컬 스타를 키우려는 노력을 뮤지컬계 내부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과도 연계하고 뮤지컬 스타들이 TV에도 자주 출연하고, 뮤지컬 스타라는 존재감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길들을 개발해야 한다. 대중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창작뮤지컬이 아직은 라이선스 뮤지컬과 경쟁이 되지 않으니까 스타 캐스팅에 집중하는 것 같다. 안정적인 단계에 오를 때까지는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뮤지컬이 사각지대이다. 문화관광부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기초 예술이나 순수 예술 지원에 포커스를 맞추고, 뮤지컬은 상업적인 장르이니까 자생하라고 지원을 안 해준다. 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는 게임, 비디오, 영화, 음반 등만 취급하지 공연은 문광부 소관이라고 보고 지원하지 않는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이나 문광부에 요청하고 싶은 것은 뮤지컬도 문화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고 지원 시스템을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한국 영화는 한때 정부에서 엄청난 지원을 해서 빠르게 성장했다. 뮤지컬은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도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어떤 방식의 지원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사전 지원보다는 사후 지원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사전 지원이라면 대본만 보고 지원하는 방식인데 불확실성이 크다. 올라간 창작뮤지컬을 보고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지원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현재는 대본만 보고 지원을 해주는 제도는 있다. 영세한 단체가 뮤지컬을 하고 싶을 때 도움을 주는 것이다. 산업적으로 지원을 하려면 어느 정도 자본을 가지고 만들어진 작품을 업그레이드하고 해외 진출을 할 때 도움을 주는 사후 지원이 바람직하다.
뮤지컬 작가나 창작자가 부족하다. 창작자를 양성하기 위한 지원도 필요할 것 같다.
뮤지컬 작가가 없다고 하는데 문제는 타 장르에 비해서 대우를 못 받기 때문에 뮤지컬계로 안 오는 것이다. TV나 영화에 비해서 뮤지컬에 스토리를 만들었을 때 적은 비용을 받는다. 그렇다면 누가 뮤지컬을 쓰려고 하겠는가. 양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을 키우고 제작사가 수익률을 높이고 그래서 작가들에게 높은 고료를 줄 수 있게끔 하는 상업적인 발전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작가 인프라가 약하다. 그것은 우리 교육이 창의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고, 그나마 글을 쓰는 작가들은 다른 매체로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 1차 창작물을 가져와서 각색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비싼 작가들이 초고를 우리에게 주지 않으니까 1차 창작물을 가지고 그것을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맞게 각색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맞게끔 스토리를 재창작하는 방향으로 뮤지컬 작가 교육이 필요하다. 협회에서 매해 배우들을 위한 워크숍을 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해서 해외 작가들을 초빙한다거나 해서 테크닉적인 워크숍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배우들의 개런티나, 라이선스 로열티의 적정 수준 문제도 협회 차원에서 기준을 정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
제작자들 간에 그런 논의가 여러 차례 있었다. 없었던 것은 아닌데 제작사들간의 단합이 잘 안된다. 가령 조승우나 김준수를 캐스팅하면서 우리가 정해놓은 룰을 강요하기 어렵다. 아주 특별한 경우의 톱스타를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 개런티의 미니멈과 맥시멈을 정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협회 이사진 중에 배우도 있고 제작자도 있으니까 같이 의논을 해보려고 한다. 배우, 스태프들의 개런티, 라이선스 로열티, 조명 음향 등의 높은 렌탈료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들을 뮤지컬협회에서 어느 정도 기준을 정하는 일들을 해나가려고 한다. 뮤지컬협회에 제작 분과도 있고 연기 분과도 있다. 여러 분과들이 모여서 그런 작업들을 해야 한다. 사실 각자 바쁘다보니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책을 세우기 위해 모이는 일이 쉽지 않다.
미래의 공동 이익보다는 당장 눈앞에 닥친 자기의 이익을 챙기기가 급급할 테고, 그것이 지금까지 협회가 잘 운용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푸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협회 사무처를 제대로 셋업을 해서 사무처 중심으로 일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제작자들이 관심이 많은 것이 극장 대관이다. 협회 회원사가 아니면 대관이 쉽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다. 극장 입장에서도 크레딧을 검증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일부 뮤지컬 제작사들이 대관 펑크나 공연 완성도에 서 심각한 문제를 보이는 경우가 있지 않나. 적어도 그걸 걸러주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연기자들의 경우에도 예술인 복지법으로 기본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면 협회에 들어오는 명분이 되지 않을까. 예술가는 사회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한다. 협회라는 단체를 통해서 뮤지컬인들이 보호받을 수 있고 자기를 대변해줄 수 있는 곳이란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또 제작사와 배우들 간의 갈등이 생길 때 조정 역할을 할 수 있다. 개런티를 못 받은 배우 대신 받아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런 제작사는 극장 대관에 불이익을 준다거나, 배우들에게 그 프로덕션은 크레딧이 좋지 않으니 조심하라는 주의를 준다거나, 또는 대표를 불러서 대신 종용한다거나 조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망치 사건 때도 협회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어서 각 극장에 긴급 공문을 보냈다. 협회를 활용할 수 있게끔 도와줘야 한다. 제도권 안에 들어감으로써 이득을 얻고 그렇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한다는 것들을 계속 계몽하고 설득해야 한다.
협회 운영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그동안 윤호진 회장님과 나나 설도윤 대표나 각 이사진들이 갹출해서 운영을 했다. 그런데 다행히 작년에는 <생명의 향해>에서 수익금이 좀 생겨서 기금이 마련됐다. 앞으로는 협회원들에게 연회비든 입회비든 회비를 받아 운영할 것이고, 또 하나는 수익 사업을 해야 한다. 지금 생각하는 수익 사업은 협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갈라 콘서트를 한다거나, 협회의 작곡가와 연출자들이 뮤지컬 아카데미를 운영해서 아마추어 뮤지컬인들을 양성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뮤지컬 아카데미가 거의 없잖나. 수익 사업이지만 협회에 좋은 인적 자원이 많으니까 협회 차원에서 뮤지컬 아카데미를 제대로 만들 수 있고 어떤 의미에서는 뮤지컬계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사업이다.
뮤지컬협회 내에 제작자와 배우, 스태프들이 함께한다. 제작사나 배우, 스태프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여지가 많다.
이사진 중에는 제작자뿐만 아니라 작가, 연출, 스태프들이 포함되어 있다. 뮤지컬협회 내에서 제작 분과, 연기 분과, 스태프 분과들이 있다. 좀 더 발전한다면 배우 분과가 독립을 해서 배우 조합이 만들어지는 단계가 될 것이다. 작가협회, 스태프협회가 떨어져 나갈 수도 있고 뮤지컬협회는 그런 이해관계를 총괄하는 협회로 남을 수도 있다. 앞으로 그렇게 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럴 단계가 아니다. 제작사의 요구와 배우들의 요구들이 부딪히는 부분들, 개런티 같은 경우 협회에서 표준 계약서를 만들 수 있다. 협회 내에 작가나 제작자들이 모여서 세미나를 하든 토론을 해서 표준 계약서를 만드는 거다. 이런 식으로 협회에서 표준 계약서를 하나씩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을 같이 쓰면 어느 정도 룰을 만들어갈 수 있다. 그동안 회사마다 계약 조건이 다르고 룰이 달랐다. 그런 것들이 어느 정도 표준화될 수 있다.
마케팅에 필요한 자료들이 오픈 되지 않아, 뮤지컬 시장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협회 차원에서 다양한 통계를 만드는 기능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통합 전산망이 구축되어야 통계가 잡힐 수 있다고 본다. 통합 전산망을 만들자고 계속 요구하고 있다. 시장이 투명해지고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여러 사이트에 들어가서 좌석을 검색하는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 현재 연동제가 일부에서 시도되는데 연동제가 통합되면 영화처럼 통합 전산망이 꾸려지게 될 것이다.
아마도 연임이 되겠지만 일단 1년이란 임기를 보장받았다. 올해 가장 우선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협회 회원들을 확장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 뮤지컬협회가 하는 일에 대해 홍보도 하고, 인터넷 카페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협회의 존재를 알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제작자들이 중심이 되었는데 배우나 스태프들이 협회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서 회원 수를 늘려나가는 것이 올 1년 동안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0호 2011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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