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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OCUS]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 무대에서 완성된 디즈니 전설 [No.185]

글 |지혜원 공연 프로듀서·칼럼니스트 사진 |Disney Theatrical Productions 2019-03-04 5,303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 무대에서 완성된 디즈니 전설

 


 

‘월트 디즈니’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다양한 문화권에서 자라온 많은 어린이들의 정서를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브랜드다. 콘텐츠가 지닌 탄탄한 힘이야말로 디즈니 왕국을 지켜온 핵심이지만, 단순히 좋은 콘텐츠를 보유했다고 해서 영화와 애니메이션, 방송, 그리고 무대로까지 영역을 확장한 오늘의 디즈니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브로드웨이를 넘어 전 세계 공연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는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을 좀 더 속속들이 들여다보자.



 

브로드웨이에서 꽃 피운 디즈니 신화

월트 디즈니사의 공연법인인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Disney Theatrical Productions, 이하 DTP)이 정식으로 출범한 것은 1993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9년 <인어공주>를 시작으로 1991년 <미녀와 야수>, 1992년 <알라딘> 등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온 디즈니의 르네상스가 무대에서도 재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 당시 브로드웨이에서는 우려의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1994년 디즈니 테마마크의 공연 책임자였던 론 로건의 주도로 브로드웨이 팰리스 시어터에서 첫선을 보인 <미녀와 야수>는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으며 디즈니 브로드웨이 시대의 청신호를 예고했다. <미녀와 야수>의 성공에 힘을 받은 DTP는 이듬해 뉴 암스테르담 시어터의 장기 대여 계약을 체결한 뒤 리노베이션을 진행했고, 1997년 11월 야심작이었던 <라이온 킹>을 선보였다. <라이온 킹>을 준비하는 도중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수장인 피터 슈나이더가 DTP의 대표로, 토마스 슈마커가 부대표 자리에 올랐다. 현재까지 가장 성공한 디즈니 뮤지컬로 손꼽히는 <라이온 킹>은 1998년 토니 어워즈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연출상, 안무상, 무대디자인상, 의상디자인상, 조명디자인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하며 명실상부 DTP의 대표 브랜드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라이온 킹>은 2006년 <메리 포핀스>에 뉴 암스테르담 시어터를 내어주기 전까지 매진 행진을 이어갔으며, 이후 민스코프 시어터로 옮겨 오늘날까지 여전히 상연되고 있다. 

<미녀와 야수>와 <라이온 킹> 두 작품을 통해 브로드웨이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디즈니는 2000년 오페라 원작의 <아이다>를 엘튼 존과 팀 라이스의 음악을 통해 뮤지컬로 창작하며 관객층 확장에 나섰다. 애틀랜타와 시카고에서 개발 과정을 거친 <아이다>는 2004년 9월까지 공연되었는데, 당시 브로드웨이에는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아이다> 등 3편의 DTP 작품이 동시에 공연되며 본격적인 디즈니 시대의 시작을 알린다. 다른 두 작품에 비해 짧은 기간 공연되었지만, <아이다> 또한 2000년 토니 어워즈에서 음악상과 여우주연상, 무대디자인상, 조명디자인상 등을 받으며 평단과 관객의 인정을 받았고, 개막 후 2년이 채 되지 않아 손익분기점을 넘김으로써 흥행 면에서도 안정적인 성과를 보여주었다.

2000년대를 넘어서며 DTP는 영화와 애니메이션 원작의 뮤지컬 작품을 차례로 선보였다. 그중 브로드웨이에 앞서 2004년 웨스트엔드에서 먼저 개막한 <메리 포핀스>는 캐머런 매킨토시와 공동 제작한 작품으로, 동명의 원작 소설과 1964년 디즈니에서 제작한 뮤지컬 영화를 바탕으로 한다. 대표적인 공연 제작사 두 곳이 함께 제작에 참여한 만큼 탄탄한 완성도를 보여준 이 작품의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은 2006년 11월 뉴 암스테르담 시어터에서 개막해 2013년 3월까지 공연되었다. <메리 포핀스>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 영화에 기반한 콘텐츠를 뮤지컬로 제작해 성공한 첫 DTP 작품이자, 첫 공동 제작 작품이기도 하다. 미국과 영국 내 투어 공연은 물론 호주, 네덜란드, 체코, 독일, 헝가리, 멕시코, 아이슬란드, 일본 등에서 공연된 <메리 포핀스>는 2019년 하반기 웨스트엔드 리바이벌 프로덕션으로 프린스 에드워드 시어터에서 다시 공연될 예정이다. 

하지만 DTP의 모든 작품이 이처럼 흥행 신화를 이어간 것은 아니다. 2006년에는 <타잔>이, 2008년에는 <인어공주>가 각각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했으나 원작의 인기에 비해 기대만큼의 흥행 성적을 올리지는 못 하고, 두 작품 모두 2년을 채우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오히려 기대 이상의 성공은 2012년 3월 네덜란더 시어터에서 개막한 <뉴시스>였다. 1992년 제작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애초에 브로드웨이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라이선스 시장을 노린 작품이었다. 하지만 2011년 뉴저지에 위치한 페이퍼 밀 플레이하우스에서 첫선을 보인 뒤 관객과 평단의 호평 속에 계획을 수정해 브로드웨이행을 결정했고, 예상 밖의 흥행 돌풍뿐 아니라 그해 토니 어워즈에서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최우수음악상과 안무상을 받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뉴시스>는 지난 2014년 8월까지 공연되었으며, 국내에도 오디컴퍼니에 의해 2016년 라이선스 뮤지컬로 소개된 바 있다.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DTP의 작품은 2014년 3월 개막한 <알라딘>과 2018년 3월 선보인 <겨울왕국(Frozen)>이다. 두 작품 모두 토니 어워즈의 주요 부문 수상은 불발되었으나 흥행에서는 여전히 순항 중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이외의 DTP 작품들 

뮤지컬로 제작되었으나 아직까지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선보이지 않은 DTP의 작품도 있다. 디즈니 버전의 <노트르담의 꼽추(The Hunchback of Notre Dame)>는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과 1996년 애니메이션 버전의 음악을 기반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1999년 독일 베를린에서 초연되었으며, DTP 뮤지컬 중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먼저 공개된 첫 작품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2004년 신시컴퍼니 제작으로 공연된 바 있다. 영어 버전의 <노트르담의 꼽추>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인 지난 2014년 샌디에이고의 라호야 플레이하우스(La Jolla Playhouse)에서 처음 선보였으며, 이듬해 뉴저지 페이퍼 밀 플레이하우스에서 공연되었다. 하지만 브로드웨이행은 결정되지 않았으며, 2017년 독일에서 다시 무대에 올랐다. 최근에는 <넥스트 투 노멀>의 창작자 톰 킷과 브라이언 요키의 신작 <프리키 프라이데이(Freaky Friday)>도 DTP에 의해 개발되었다. 동명의 소설과 영화에 기반한 이 작품은 2016년 버지니아의 시그니처 시어터에서 초연되었으며, 이후 라호야 플레이하우스 등 미국 내 다수의 비영리 공연 단체에서 공연되었으나 아직까지 브로드웨이행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정해진 바가 없다. 이외에도 라이선스 버전으로 많은 도시에서 공연된 대표적인 DTP의 작품으로는 국내에도 소개된 바 있는 <하이 스쿨 뮤지컬>이다. 디즈니 채널의 히트 시리즈를 무대로 옮긴 이 작품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상업 공연 또는 아마추어 공연으로도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속편으로 제작된 <하이 스쿨 뮤지컬2>도 무대화되어 공연되고 있다. 유사한 사례로 디즈니 채널의 영화 <캠프 락2: 더 파이널 잼>도 뮤지컬로 제작되어 다양한 라이선스 버전으로 공연되고 있다.

이렇듯 애니메이션 또는 영화에 기반한 뮤지컬이 디즈니의 대표 작품들이기는 하지만, DTP의 작품 중에는 뮤지컬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2년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연극 <피터 앤 더 스타캐쳐>는 동명의 소설에 기반한 작품으로 잘 알려진 피터 팬 이야기의 프리퀄을 다루고 있다. 2009년 라호야 플레이하우스에서 초연한 이 연극은 참신한 이야기와 돋보이는 무대로 호평을 받았으며, 2012년 토니 어워즈에서 남우조연상과 무대디자인상, 의상디자인상, 조명디자인상, 음향디자인상 등을 석권한 바 있다. 2013년 1월 브로드웨이 런을 마친 <피터 앤 더 스타캐쳐>는 오프브로드웨이의 뉴 월드 스테이지로 자리를 옮겨 1년간 더 공연되었다. DTP의 또 다른 연극은 동명의 영화를 연극으로 제작한 <셰익스피어 인 러브>다. 2014년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영국의 소니아 프리드만 프로덕션과 공동으로 제작했으며, <빌리 엘리어트>의 극작가로 널리 알려진 리 홀이 각색을 맡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연극으로 무대화된 사례로는 <피노키오>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원작 소설과 1940년 제작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요소가 적절하게 뒤섞여 있는 이 작품은 DTP가 아닌 영국의 내셔널 시어터에서 제작한 작품으로 디즈니는 이야기와 음악의 사용권만을 양도한 경우이다. 뮤지컬 <원스>의 연출가이자 연극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로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의 공연 역사를 새롭게 쓴 존 티파니가 연출을, <마틸다>의 극작가 데니스 켈리가 극본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DTP의 성공을 이끈 주역들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성공 가도를 달려온 디즈니가 자신만의 브랜드를 견고히 하며 공연 시장에도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음악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대표적인 두 작곡가 알란 멘켄과 엘튼 존이 있다. 알란 멘켄은 <인어공주>와 <미녀와 야수>에 이어 <알라딘>, <노트르담의 꼽추>, <헤라클레스>에 이르기까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이다. 

명실상부 디즈니의 대표 작곡가라 할 수 있는 그는 주로 작사가 하워드 애시맨, 팀 라이스, 글렌 슬레이터 등과 작업했으며, 그가 발표하는 음악 대부분은 큰 인기와 동시에 음악적 완성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89년 아카데미 시상식과 글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인어공주>로 음악상과 주제가상(‘Under the Sea’)을 받았으며, 1991년과 1992년에도 두 시상식에서 <미녀와 야수>로 음악상과 주제가상(‘Beauty and the Beast’)을, <알라딘>으로 음악상과 주제가상(‘A Whole New World’)을 수상했다. 하지만 무대로 옮겨진 그의 작품들 중 토니상의 영예를 안겨준 작품은 <뉴시스>였다. 원작 영화와 뮤지컬의 음악을 담당했던 알란 멘켄은 작사가 잭 펠드만과 2012년 토니 어워즈에서 최우수음악상을 받았다. 엘튼 존의 가장 큰 성공작은 <라이온 킹>이다. 이 작품으로 그는 작사가 팀 라이스와 함께 1995년 아카데미 시상식과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로 최우수주제가상을 받았으나, 안타깝게도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의 토니상 수상은 불발되었다. 하지만 그의 아쉬움은 2000년 토니 어워즈에서 <아이다>로 최우수음악상을 거머쥐며 달랠 수 있었다. 

DTP가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에 이어 공연으로도 지난 25년 이상 성공 가도를 달려올 수 있었던 데는 철저한 브랜드 관리와 체계적인 운영 전략도 톡톡히 한몫을 했다. 1999년 이후 피터 슈나이더와 함께 공동 대표로서 DTP를 이끌어온 토마스 슈마커는 2001년 슈나이더가 디즈니를 떠나게 되면서 현재까지 DTP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브로드웨이 진출 초기에 <미녀와 야수>와 <라이온 킹>의 연이은 성공에 비해 2000년대 중반에는 다소 주춤하는 경향도 있었으나 슈마커는 이에 크게 타격받지 않고 자사의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 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투어와 라이선스 버전으로 유통망을 확장했으며, 브로드웨이에서 실패한 프로덕션의 경우에도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하며 새로운 활로를 개척했다. 이 결과 아쉽게도 브로드웨이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타잔>은 네덜란드, 스웨덴, 독일, 필리핀 등에서 공연되었고, <인어공주>는 이스라엘, 필리핀, 네덜란드, 러시아, 일본, 덴마크, 벨기에, 브라질 등에서 새롭게 만날 수 있었다. 

DTP 작품의 시장은 전 세계를 아우른다. 이미 잘 알려진 원작에 디즈니만의 색깔을 입혀 무대화한 작품들은 북미와 영국은 물론 유럽과 남미, 아시아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프로덕션을 직접 관리하고 있는 DTP이지만, 더욱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파트너십의 구축에서도 전략적 운영을 펼치고 있다. 예를 들어, DTP의 유럽 프로덕션은 네덜란드에 위치한 오랜 파트너사 스테이지 엔터테인먼트가 제작에 관여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를 비롯해 싱가포르, 타이완, 남아프리카, 태국 등지에서 투어를 진행했거나 예정 중인 <라이온 킹>의 첫 인터내셔널 투어 프로덕션은 호주의 마이클 캐슬 그룹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성사되었다. 또한 DTP 작품들의 라이선스는 뉴욕의 대형 라이선싱 에이전시인 MTI(Music Theatre International)에 의해 중개되는데, 프로페셔널 프로덕션만이 아니라 아마추어 프로덕션도 신청할 수 있으며 어린 학생들이 DTP 작품들을 공연할 수 있도록 주니어 버전(60분)과 키즈 버전(30분)도 별도로 제작하여 유통 중이다. 

DTP의 진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현재 영화와 TV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는 <머펫츠>의 무대화 작업이 진행 중이며, 1973년 출간된 동명의 소설이자 1987년 영화로도 제작된 <프린세스 브라이드>도 DTP에 의해 연극 또는 뮤지컬로 제작될 예정이다. 개발이 더욱 가시화된 작품으로는 <정글북>이 있는데, 이미 지난 2013년 시카고의 굿맨 시어터와 보스톤의 헌팅턴 시어터에 의해 워크숍 공연이 진행된 바 있다. DTP 신화의 중심에는 무엇보다 좋은 콘텐츠의 힘이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다. 거기에다 새로운 작품 발굴과 창작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 제작과 유통에서도 참신하고 공격적인 시도를 아끼지 않는 기획과 경영 전략 또한 바로 오늘의 DTP를 이끌고 있는 바탕이자, 더 빛나는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5호 2019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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