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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더뮤지컬 박보라의 내가 사랑한 뮤지컬 [No.186]

글 |박보라 2019-03-29 3,064

내가 사랑한 뮤지컬  

 

당신이 기억하는 첫 번째 뮤지컬은 무엇인가요? 당신을 가장 많이 웃음 짓게 했던, 또 가장 많이 울게 했던 뮤지컬은요? 당신에게 뮤덕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한 뮤지컬도 있나요? 바람 잘 날 없는 뮤지컬계 관계자들에게 당신을 붙잡아 두고 있는 인생작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공개되는 프로 관극러들의 덕밍아웃 다이어리!

 

빅보라

 


 

험난했던 공연장 가는 길 <라카지>

세 달 전부터 예매해 놓고 목이 빠져라 기다렸던 <라카지> 관극 날.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때마침 한국에 정말 강력한 태풍이 상륙한다는 소식이 들렸죠. 사람들은 태풍에 맞서 물 묻힌 신문지를 창문에 붙이며 만반의 준비를 하는데 뮤지컬을 보러 가? 말아? 집으로 돌아올 걱정에 제작사에 전화를 걸어 “태풍이 온다는데 오늘 공연 그대로 진행하나요?”라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왜 하필 이날인지, 하늘을 잔뜩 원망하며 비바람을 뚫고 간 <라카지>는 물론 재미있었지만요. 아, 그날 제가 어떻게 집에 돌아갔냐고요? 다행히도 거센 비만 내려 무사 귀가 완료! 



 

성장을 응원해 <여신님이 보고 계셔>

2012년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의 서포터즈 1기로 활동했어요. 당시 예그린 앙코르에서 보게 된 작품은 지금까지도 저의 ‘애정작’ 자리를 지키고 있죠. 좋은 작품이 사랑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이랄까요. 비좁은 충무아트센터의 소극장 블루에서 옆 사람과 낑겨 앉아 초연을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초연의 막공이 끝난 후엔 같이 공연을 본 언니들과 신당동 감자로우주정복에서 아쉬움으로 울음바다가 된 뒤풀이도 했어요. 그때 먹은 감자튀김 정말 맛있었는데! 



 

나의 첫 해외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

EMK뮤지컬컴퍼니에서 컬쳐트레블러라는 이름의 블로그기자단을 운영한 적이 있어요. 휴학하고 심심하던 차에 활동하게 됐는데, 운이 좋게도 우수활동자로 뽑혀 해외 탐방의 기회를 얻었죠. 바로 한국에 소개되지 않았던 <더 라스트 키스>의 일본 공연을 보고 오는 어마어마한 일정!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해외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은데, 그것도 뮤지컬을 보러 간다니! 여권을 만들면서 들뜬 마음을 숨길 수 없었어요. 물론 일본어로 공연하는 <더 라스트 키스>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내가 언제 또 외국에서 뮤지컬을 보겠나 싶어서 두 눈을 부릅뜨고 관람했답니다.



 

언제 돌아올까요? <두 도시 이야기>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정말 좋은 공연이라고 추천하는 작품이랍니다. 초연 전 미리 뮤지컬 넘버를 들어볼 수 있었던 콘서트부터 초연, 재연, 삼연에 이르기까지 뜨겁게 ‘달렸던’ 작품이기도 하죠. 올해 다시 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설렜는데, 아쉽게도 불발되어 속상했어요. 자세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벤트에 뽑혀 <두 도시 이야기>의 오리지널 공연 DVD도 소장할 수 있었죠. 덕분에 종종 작품이 그리울 때면 틀어보곤 한답니다.



 

뮤지컬에 빠지게 된 바로 그 장면 <엘리자벳>

첫 번째 시즌의 첫 공연, 첫 뮤지컬 넘버가 끝난 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어요. 저도 모르게 “정말 멋있다”고 외칠 정도로요. 수십 명의 앙상블과 화려한 음악, 웅장한 무대, 판타지가 더해진 이야기는 제가 뮤지컬이란 장르에 본격적으로 푹 빠져버린 계기가 되었죠. 대학생 시절, 저녁에 치른 시험 탓에 1막을 놓치고 2막이라도 보려고 학교가 있던 상도동에서 이태원 블루스퀘어까지 달려가기도 했어요. 지금도 <엘리자벳>의 음악을 들으면 가슴이 뛰어요. 



 

1열 객석에 앉다 <풍월주>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1열에 앉았던 뮤지컬은 바로 <풍월주>랍니다. 사실 1열을 예매한 줄도 모르고 공연장에 갔다가 깜짝 놀라 어셔에게 내 자리가 맞냐며 되물어봤던 촌스러운(?) 기억이 있기도 해요. 초연 당시 천장에 매달려 있던 천이 떨어지는 연출이 있었는데, 그때 느낀 바람이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로 인상적이었어요. 무엇보다 <풍월주>를 통해 친언니 같은 언니를 만났어요. 지금 하늘나라로 잠시 여행을 떠났지만, <풍월주>를 떠올리면 언니가 자연스럽게 생각나서 그립고 또 그리워요. 



 

크리스마스의 기억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친한 친구들과 함께 크리스마스에 공연을 보기로 했어요. 아무런 정보도 없이 예매한 작품은 바로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작품 속에서 크리스마스가 이렇게 중요할 줄은 꿈에도 몰랐죠. 첫 관람 이후 이상하게도 자꾸만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가 생각났어요. 제 ‘최애’ 뮤지컬이 되었다는 증거일까요. 저의 눈물 버튼은 앨빈이 부르는 ‘People Carry On’.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슬픔에 눈물을 참을 수 없게 되더라고요. 매번 객석에서 늘 펑펑 울고 나오는 작품이랍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6호 2019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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