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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학공의 세계, 순수한 열정`진지한 태도 [No.187]

글 |배경희·박보라 사진제공 |오사라,인스타그램 ⓐthisistaeheean/ⓐd.hye.n,김예은 2019-04-12 8,123

학공의 세계순수한 열정, 진지한 태도

 

새학기가 시작되는 지난 3월, 2주 남짓한 기간에 국내 대학교 대표 공연 동아리의 정기 공연이 연달아 무대에 올랐다. 순수하게 공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공연을 만드는 학생들. 아직까지 한 번도 ‘학공’ 세계의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면, 지금부터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시라.

 


 

서울대학교 총연극회  

 

제73회 정기 공연 <록키호러쇼>

3월 7~9일

서울대학교 14동 인문소극장

 

서울대학교 총연극회는 1948년 결성된 서울대학교 국립대학극장이 전신인 오랜 전통을 지닌 동아리다. 매해 두 차례 꾸준히 정기 공연을 선보이는 이들은 서로의 아이디어를 모아 번뜩이는 매력을 만들어낸다. 올해는 B급 감성을 바탕으로 하는 파격적인 뮤지컬 <록키호러쇼>를 레퍼토리로 선택했다. <록키호러쇼>만의 관객 문화인 ‘콜백’을 위해 아기자기한 소품을 준비한 것은 물론이요, 다양한 MD를 선보이는 센스도 발휘했다.

 

지난 정기 공연에 대해 설명해 준다면? 

박석현(연출)_ 우리 총연극회는 ‘우리의 사상을 우리의 미학으로’라는 모토로 활동한다. 기존에 있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우리의 색을 입히거나 아니면 새롭게 작품을 창작해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각색한 <한여름 밤의 무대>나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 <세 자매>와 <벚꽃 동산>, 차근호의 <착한 남자 이대평> 등을 공연했다.
 

이번 정기 공연으로 <록키호러쇼>를 선택한 이유는?

조윤주(연출)_ 이 작품에 빠지면 저절로 흥에 취할 수 있기 때문. <록키호러쇼> 특유의 으스스한 분위기도 그렇지만,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져도 모든 사람이 재미있어 한다. 또 기존의 문법을 완전히 파괴해 버린 형식으로 인해, 공연을 보면서도 ‘내가 방금 무엇을 본 거지?’라고 반문하게 되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공연 준비 과정은 어땠나?

박예린(기획)_ 지난해 12월 중순, 제73회 정기 공연 작품으로 <록키호러쇼>를 결정하고 나서 연출을 중심으로 기획 팀을 꾸린 후 미술감독, 음악감독을 영입해 운영 팀을 구성했다. 공연을 올리기 위해 RHS 컴퍼니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고, 자체 MR 제작에 들어갔다. 이어 오디션 및 모집을 진행해 배우와 스태프가 꾸려졌다. 별도의 캐스팅 오디션을 거쳐 최종 배역이 확정됐는데, 여덟 명의 배우들은 주 5일 5~6시간 정도 음악과 연기를 연습했다. 미술감독을 중심으로 열세 명의 스태프가 음향, 조명, 의상, 분장, 무대, 소품 팀으로 나뉘어 참여했다. 디자인 팀은 홍보를 위해 포스터, 기념품, 프로그램북 등의 디자인을 맡았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조윤주(연출)_ 이번 작품은 영문 대본을 받아 직접 번역했다. 작품 특성상 영어로만 이해 가능한 말장난이 많았다.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번역하는데 특히 어려웠던 장면이 두세 곳 정도 된다. 예를 들면 ‘Sec…curity!’라는 대사는 중간에 말을 늘어뜨림으로써 ‘Sex’와 비슷하게 들려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런데 ‘안전’이라고 번역하니 재미가 없더라. 배우들이 하나씩 아이디어를 건네, 공연에서 ‘Sec…curity’는 ‘색…생존’이 됐다. 이렇게 여러 아이디어가 하나씩 모여 우리만의 공연이 완성됐다. 
 

총연극회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조윤주(연출)_ 사실 우리는 뮤지컬 동아리가 아니라 연극 동아리다. 별다른 오디션 없이 동아리 부원을 모집하는 만큼 연기나 노래에 대한 진입 장벽이 아예 없는 집단이라고 보면 된다. 다시 말해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각자가 지닌 능력 이상의 무대를 특별하게 선보인다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매력이다. 

 

 


 

연세대학교 중앙 뮤지컬 동아리 ROTHEMS   

 

제21대 정기 공연 <번지점프를 하다> 

3월 12~14일

연세대학교 백주년 기념관 콘서트홀 

 

오직 뮤지컬이 좋아서 한자리에 모였다는 연세대학교 중앙 뮤지컬 동아리 로뎀스.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뮤지컬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더욱 많은 사람들과 나누겠다는 확실한 목표 아래 창설됐단다. 동아리명인 ‘ROTHEMS’는 ‘Run On THE Musical Stage’의 약자. 동아리 활동이지만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진지한데, 2017년에 진행된 제1대 OB 공연 <빨래>부터는 배리어프리 공연을 하고 있다는 사실. 로뎀스의 배리어프리 공연은 시청각 장애가 있는 관객들을 위해 자막과 음성 내레이션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동아리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준다면?

구교민(기획)_ 로뎀스는 매 학기 초에 백주년 기념관 콘서트홀에서 3일간 정기 공연을 올리는 동아리다. 지난 10년간 총 21차례 정기 공연을 올리면서 공연 수준을 발전시켜온 결과, 공연마다 천 명 넘는 관객이 찾는 규모의 동아리로 성장했다. 연출, 음악, 안무는 물론 기획부터 디자인까지 공연 제작에 필요한 모든 것을 40명의 동아리 단원들의 힘으로 완성한다. 아마추어 학생들인 만큼 부족한 부분은 열정으로 채우고자 배우로 선발된 학생들은 방학 내내 주 5일 ‘텐투텐(10 to 10)’ 연습을 소화한다. 스태프들 역시 최고의 무대를 만들고자 준비 기간 내내 밤낮 없이 뛰어다닌다. 
 

단원 선발 오디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교민(기획)_ 신입 부원 오디션은 보통 정기 공연 종료 후 곧바로 진행된다. 기수별로 배우와 스태프를 각각 10명씩 선발하는데, 오디션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자질은 열정과 성실함, 책임감이다. 왜냐면 어느 한 명 빠짐없이 최선을 다해야 공연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전공과 나이의 학생들이 순수한 열정 하나로 동아리에 들어와 공연을 차근차근 채워가는 과정은 매 순간이 신기하다. 
 

이번 정기 공연으로 <번지점프를 하다>를 선택한 이유는?

성채아(연출)_ 작품이 지닌 메시지가 분명하고, 뮤지컬 넘버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또한 동아리 공연이라는 특성상 전체 부원들과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현재 연출, 음악, 무대, 음악 팀으로 선발된 부원들이 소화할 수 있는지가 작품 선택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예산으로 준비할 수 있는가 하는 실질적인 면도 많이 고민했다. 연출적인 면에서 가장 고민한 점은 극의 모든 요소가 통일성을 가지고 하나의 소설처럼 흘러가게 하는 것이었다. 작품이 지닌 섬세한 감정선을 잘 살려내고 싶었다.  
 

공연에 출연한 소감은?

표영후(배우)_ 내가 로뎀스의 공연을 처음 본 건 고등학교 때였다. 고1 때 공부를 정말 안 하는 학생이었는데, 당시 연대에 다니던 사촌형이 내가 뮤지컬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로뎀스 공연을 보여준 거다. 그때 학생들이 이렇게 멋진 공연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다. 그날 이후 로뎀스에 들어가기 위해 연대 진학을 목표로 세우게 됐는데, 이렇게 꿈을 이룰 기회를 얻게 돼서 정말 감사하다. 무엇보다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열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는 게 행운처럼 느껴진다.
유수연(배우)_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을 좋아해서 꼭 한번 무대에 서보고 싶었다. 고등학생 때 연대에 로뎀스라는 뮤지컬 동아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그날부터 로뎀스에 들어가는 걸 꿈으로 삼았다. 노래와 연기를 처음 해보는 거라 공연을 앞두고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43명의 공연인단이 두 달간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믿음을 가지고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태희를 맡아 사랑하고, 사랑받는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정말 행복했다. 
 

배리어프리 공연을 하는 이유는?

구교민(기획)_ 로뎀스 이전 공연을 통해 처음으로 ‘배리어프리’를 접하고 나서 지금까지 공연장에서 장애인 관객을 본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실제 장애인의 문화 및 여가활동 조사 결과 공연 관람은 7퍼센트에 그친다고 한다. 21대 정기 공연의 기획을 맡게 됐을 때, 로뎀스의 본래 목표와 배리어프리 공연의 취지가 일맥상통한다는 걸 깨닫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을 꼭 올리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이번 공연은 배리어프리 공연 전문 회사인 ‘컬쳐커넥트’와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는데, 공연 기간 

3일 동안 약 60명의 시청각 장애인 분들이 우리 공연을 관람했다. 

 

 

홍익대학교 뮤지컬 동아리 오픈런  

 

제21회 정기 공연 <쓰릴 미> 

3월 7~9일 

홍익대 학생회관 3층 소극장

 

끝나는 날을 지정하지 않고 공연을 이어간다는 의미의 단어, 오픈런. 홍익대학교 뮤지컬 동아리 오픈런은 동아리명처럼 지난 2011년부터 계속해서 뮤지컬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이 뮤지컬에 푹 빠진 이유는 하나의 작품을 위해 여러 사람이 함께 고민하고 같이 만들어 간다는 매력 때문이라고. 제21회 정기 공연으로 선택한 2인극 <쓰릴 미>는 특히 뜨거운 반응을 얻어 화제가 됐는데, 일반 관객들이 티켓을 구하기 위해 공연 시작 한참 전부터 줄을 서기도 했다고. 원작자 스티븐 돌기노프에게도 적극적인 응원을 받았다는 오픈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난 정기 공연에 대해 설명해 준다면? 

문다정(디자인·홍보)_ 오픈런은 매해 3월과 9월, 총 두 차례의 정기 공연을 올린다. 9월 공연은 신입생들이 경험을 쌓도록 하는 목적으로 하다 보니 주로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을 택한다. <렌트>나 <심야식당> 등이 그러한 예다. 3월 공연은 스태프 및 배우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작품을 고른다. 
 

뮤지컬 동아리를 하는 이유는? 

한지수(연출·기획)_ 하나의 목표를 위해 여러 사람이 같이 고민하고 같이 만들어간다는 사실이 좋다. 공연은 한 사람의 것이 아닌 배우, 스태프, 관객 모두의 것으로, 하나라도 빠지면 성립되지 않는다. 또 일상에서 담아뒀던 감정을 무대 위에서 해소할 때 짜릿함을 느낀다.
 

<쓰릴 미>의 준비 과정은 어땠나? 

한지수(연출·기획)_ 스태프 모집, 배역 오디션, 라이선스 허가 등을 포함한 프리프로덕션 기간은 3주 정도 걸렸다. 공연 연습 및 공연 제작에는 총 6주가 걸렸다. 스태프들은 기획 팀, 연출 팀, 의상·소품 팀, 무대디자인 팀, 조명·음향 팀, 디자인·홍보·마케팅 팀으로 나누고 추가로 필요한 업무는 서로 일을 분담하면서 진행했다. 이번 공연은 배우 2명, 객원 반주자 1명 그리고 21명의 스태프까지 총 24명의 팀원으로 구성됐다. 연습실에서는 연출과 음악감독 위주로 연습을 진행했고, 공연 3주 전부터 세션과 함께 합을 맞췄다. 그 외 스태프들은 팀장 주도하에 예산 설정, 컨셉 회의, 디자인 및 제작 순으로 작업했다. 
 

준비 과정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문다정(디자인·홍보)_ <쓰릴 미>의 원작자 스티븐 돌기노프가 이번 공연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배우의 인스타그램에 ‘Good Luck’이라고 댓글을 달거나, 본인의 SNS에 공연 사진과 함께 셀카를 찍어 업로드 해줬다. ‘나’의 가석방 심사를 컨셉으로 한 티켓 디자인을 보고 ‘Thrill’하다는 코멘트도 건넸다. 이런 스티븐 돌기노프의 적극적인 홍보 덕분에 일본의 <쓰릴 미> 팬분이 공연을 보러 오기도 했는데, 이것이 기억에 남는다. 
 

오픈런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김연우(디자인·홍보)_ 의상, 소품, 포스터, 디자인, 무대 등의 비주얼을 만드는 퀄리티가 높다고 생각한다. 팀원들 모두 여기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번 <쓰릴 미>의 ‘그’의 베스트는 직접 치수를 재서 의상·소품 팀에서 제작한 거다. 또 공연마다 팀원들의 ‘인생 사진’을 남길 정도로 프로필 사진에 공을 들인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7호 2019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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