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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ULTURE INTERVIEW] <어나더 컨트리> 연준석·문유강, 위태로운 청춘이 빛날 때 [No.188]

글 |박보라 사진 |이승재 2019-05-23 8,560

<어나더 컨트리> 연준석·문유강 
위태로운 청춘이 빛날 때  

 

지난해 열린 연극 <어나더 컨트리>의 공개 오디션은 신인 남성 배우들이 모두 지원했다는 소문이 들릴 정도로 화제였다. 그리고 여기 750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위태로운 청춘을 연기할 신예 연준석과 문유강을 소개한다. 


 

청춘의 치열함으로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 통과했다고 들었어요.

문유강_ 전 현재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 재학 중이에요. 사실 졸업 후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저뿐 아니라 주변에 연극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했거든요. 그런데 <어나더 컨트리> 공개 오디션이 있다고 해서 굉장히 희망적이었어요. 학교 측에서도 할 수 있다면 지원하라고 응원해 줬고요. 그래서 선후배 동기들이 이번 오디션에 많이 참여했어요. 같이 모여서 원작 영화를 보기도 했을 정도로 관심이 많았죠. 

연준석_ 저도 유강이랑 같은 학교 같은 과에 재학 중이에요.

문유강_ 저의 제일 친한 친구입니다. (웃음)
 

공개 오디션에 특정 배역으로 지원했다면서요. 특별히 그 역을 선택한 이유가 뭘까요? 

문유강_ 제가 원래 토미 저드가 아닌 다른 배역을 생각했던 걸 말씀드려도 괜찮나요? (그럼요!) 전 개인적으로 저한테 파울러나 토미 저드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대본을 보면서 어떤 면에서는 파울러에, 또 다른 면에서는 토미 저드에 이끌렸죠. 그런데 토미 저드는 저와 정말 극명하게 다른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하니 토미 저드가 확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연준석_ 저도 오디션은 가이 베넷이 아닌 토미 저드로 봤는데, 이 역할은 1차 서류 심사 다음에 주어졌어요. 사실 정확한 대본이 없는 상태로, 주어진 정보도 거의 없어서 토미 저드나 가이 베넷을 생각하고 오디션을 본 건 아니었어요. 참여하는 데 의의를 두고 열린 생각으로 어떤 배역이든 도전하고 싶었어요.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듣고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연준석_ 아, 그 순간 유강이와 같이 있었어요. 유료 주차장에!  

문유강_ 정확하게는 압구정 로데오 유료 주차장. 뜬금없이 합격 소식을 듣자마자 얼떨떨해서 아무 생각도 안 났던 것 같아요. 
 

거기는 왜 갔는지 물어봐도 돼요? 

연준석_ 방탈출 게임을 하러 가는 길이었어요. 그런데 그날 탈출을 못 했어요.

문유강_ 저희가 여러 재미있는 것들을 도전하던 과정에 방탈출 게임을 찾게 됐어요. 강남 일대의 방탈출 카페에 자주 갔죠. 아, 저 노원에 있는 한 방탈출 카페에 신기록도 세웠어요!
 

혹시라도 이 작품에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고민한 부분이 있을까요? 정말 좋은 기회일수록 부담감이 크잖아요. 

연준석_ 아직까지도 부담감과 두려움을 많이 느껴요. 유강이는 학교에서의 무대 경험이 몇 번 있거든요. 그런데 전 학교 공연에도 딱 한 번 참여했고, 무대 경험이 거의 없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가이 베넷으로 캐스팅이 확정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뻤지만,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도 있어요. 부딪혀야 뭐라도 배우니까,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문유강_ 맞아요. 솔직히 부담스러워요. 그렇지만 열심히 연습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거든요. 배우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많은 관객 앞에서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요. 특히 전 군대 전역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이번 기회를 잡았어요. 그래서 남은 기간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어나더 컨트리>는 공개된 정보가 별로 없더라고요. 어떤 작품인지 설명해 줄 수 있나요?

연준석_ <어나더 컨트리>는 1930년대 영국의 공립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학교 안에서의 갈등과 사랑, 그리고 그로 인한 성장을 보여드리죠. 1930년대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현재 젊은 청춘들의 모습이 깃들어 있어요. 

문유강_ 굉장히 지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이념과 사상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문학, 철학, 정치적인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잘 풀어내고 있거든요. 많은 분들께서 ‘이거 어려운 작품 아니야?’라고 하실 수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어나더 컨트리>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연준석_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모든 인물이 다채로워요. 지금은 이런 다양한 캐릭터를 관객에게 어떻게 보여드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작품의 정확한 목표와 색이 캐릭터에 묻어난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캐릭터라 만드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연준석_ 제가 맡은 가이 베넷과 전 굉장히 다른 성격이에요. 우선 지금 당장은 제 자신을 깨는 게 가장 중요할 듯싶어요. 가이 베넷을 설명하자면 바람 같은 친구, 저는 조금 바위 같은 사람이에요. 아닌가? 

문유강_ 맞아. 근데 나도 이런 표현으로 설명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 하하. 저와 토미 저드는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좀 더 파고들어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어찌 됐든 현재와 <어나더 컨트리> 속 시대가 전혀 다르잖아요. 그리고 토미 저드의 말투가 독특해요. 그 묘한 뉘앙스를 잘 살리면 제 스타일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토미 저드의 농담을 어떻게 표현할지 많이 고민 중이에요. 
 

그렇다면 작품을 연습하면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요?

문유강_ 토미 저드가 하는 이야기가 한국 정서상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2019년을 살아가고 있는 제가, 1930년대의 이 친구들이 마르크스 주의에 열광하는 이유나 당시의 체제와 분위기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 명확하게 전달해야 하죠. 그러려면 저 또한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1930년대 영국 상류층 공립학교가 배경이죠. 공감이 됐던 장면이 있다면?

문유강_ 어린 친구들인데도 그 안에서 경쟁 아닌 경쟁을 하고 있어요. 사실 시간이 지나고 성인이 되면 그냥 ‘아, 맞아. 그랬었지. 예전에 누군가가 이렇게 했잖아’라면서 털어버릴 수 있는 문제인데도 당시에는 친구들의 관계가 틀어지면 정말 밉고 화나잖아요. 이런 마음이 공감되더라고요. 
 

원작 연극의 대사가 좋고 위트가 넘친다고 들었어요. 한국 공연에 대한 힌트를 주자면요? 

연준석_ 사실 그 부분이 연습 과정에서 굉장히 많이 부딪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영국과 한국의 정서가 많이 다르니까요. 연습이 초반이라 다 같이 머리를 모아서 대사와 정서를 풀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문유강_ 처음엔 ‘왜 이 말을 하는 거지?’ 싶은 대사가 자연스럽게 유머로 이어지는 지점이 있어요. 그런데 이걸 한국적으로 바꿔버리면 어색한 부분이 생기더라고요. 이런 간극을 줄여서 한국에 맞는 <어나더 컨트리>를 만드는 게 숙제에요. 

 


 

시간을 뛰어넘어 나아가는 용기

                      

어느 순간부터 무대가 매체 진출을 위한 발판이 됐다는 냉소적인 시선도 있어요.

문유강_ 저는 그렇다고 생각 안 해요. 만약 제가 무대가 매체 진출을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했다면 <어나더 컨트리>에 지원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음, 다른 결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전 무대에서 배우가 한 인물로 살아 있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기회가 된다면 연극 무대에 꾸준히 서고 싶어요.
 

준석 씨는 주로 영상 매체에서 활동하다가 이번에 연극으로 무대에 도전했잖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연준석_ 언젠간 연극을 하고 싶다는 갈망이 막연하게 있었어요. 사실 드라마나 영화도 제작 과정도 다르고,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연극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고 한번 제대로 부딪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연극 무대에 서면 왕창 깨지면서 배울 수 있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래서 <어나더 컨트리> 공개 오디션 소식을 듣자마자 자연스럽게 도전해 봐야겠다고 했죠. 
 

10년 이상의 연기 경력을 가진 상태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가 쉽지 않죠.

연준석_ 시간이 다는 아니에요. 지금 연기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연기의 깊이에 대해서 더 고민하고요. 솔직히 말해서 지금 많이 두려워요. 처음부터 득이 되건 실이 되건 일단은 해보자는 마음이 컸거든요. 이번 작품을 무사히 마치면 제 연기가 변하게 될 것 같은 기대감이 있어요. 
 

학교 공연에서 프로 무대로 옮겨왔어요. 그 차이를 실감한 순간이 있나요?

문유강_ 아직 무대에 서지 않았으니, 식권! (웃음) 네 곳의 식당에서 밥을 먹어요. 또 다양한 촬영,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것. 이렇게 <더뮤지컬>과 인터뷰하는 지금도 신기해요. 물론 학교 공연도 치열하게 하지만, <어나더 컨트리>를 연습하면서 느낀 건 김태한 연출님의 분명한 지표가 있어서 잘 따라갈 수 있다는 거예요. 이 과정에서 차이를 느꼈죠.
 

이번에 예술감독으로 참여하는 이지나 연출은 무섭기로 유명해요. 혹시 어떤 조언을 해주던가요? 

문유강_ 비밀입니다. (웃음) 

연준석_ 이지나 예술감독님은 사람을 잘 파악하세요. 그래서 제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편하고 직관적인 조언들을 해주시죠. 예술감독님의 말을 통해 제 자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보고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요즘 힘을 얻는 것이 있다면요?

문유강_ 저는 준석이요. (일동 웃음)

연준석_ 그래서 내가 요즘 힘이 빠졌구나! 저는 잠깐의 휴식 시간이요. 요즘 식사 시간이 너무 행복해요. 엄마가 제가 좋아하는 반찬을 해주시는데, 밥을 먹으면서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볼 때 기분이 환기되는 것 같아요.  

문유강_ 아, 저 또 생각났어요. 아이패드요. 얼마 전에 새로 샀는데 되게 좋던데요. 
 

마지막으로, <어나더 컨트리>의 첫 공연 5분 전에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연준석_ 정신 똑디 차려라. 

문유강 _ 이 순간이 불안하지 않게 확실하게 연기하기를. 왜냐면 조금이라도 불안한 요소가 있으면 흔들리기 쉽잖아요. 

연준석_ 떨린다고 셀카 찍는 거 아닐까요? 어휴, 싫어. (웃음) 저희가 셀카 찍고 그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5분 전에는 정말 떨릴 테니 평소에 저희가 싫어하는 행동을 해도 웃기겠네요. (일동 폭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8호 2019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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