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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작가 정한솔, 마음을 담아 써 내려간 이야기 [No.188]

글 |박보라 사진제공 |정한솔 2019-05-31 6,074

브로드웨이의 한국인들 

 

국가와 국적의 전통적인 의미가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는 21세기 오늘. 놀랍게도 K팝이 빌보드 차트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처럼 K뮤지컬도 브로드웨이에 화려하게 입성할 수 있을까. 새로운 기회를 찾아 더 넓고 큰 곳 브로드웨이로 떠난 한국인들, 낯선 땅에서 작은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 정한솔 , 마음을 담아 써 내려간 이야기 

 

국내에서 통역과 조연출로 뮤지컬계에 뛰어든 정한솔 작가. 이후 연출가의 꿈을 품고 미국으로 떠났지만, 극작의 매력에 빠져 다양한 작품을 창작했다. 미국에서 여러 워크숍을 거친 정한솔 작가는 이젠 뉴욕의 퍼플릭 시어터를 비롯해 영국의 내셔널 시어터 등에서도 작업 의뢰를 받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한인 1세대이자 촉망받는 극작가로 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스무 살 교환학생으로 뉴욕대에 갔다가 뮤지컬 <카바레>를 보고 그 매력에 정신을 놓아버린 여자, 정한솔입니다. <지킬 앤 하이드> 초연 당시 데이비드 스완 연출 밑에서 조연출과 통역을 맡았는데, 그때부터 완벽하게 뮤지컬에 중독됐죠. 그 이후로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슴을 울리는 스토리텔링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일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와일드 구스 드림스>, <울프 플레이>, <카드보드 피아노> 등의 작품을 썼고, 한국에서는 <올슉업>, <드라큘라>, <이블 데드>, <에비타> 등의 작품을 번역하고 각색 작업에 참여했어요. 
 

미국에서 작가로 데뷔하게 된 구체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스물다섯의 여성이 연출하고 싶다고 했더니, ‘조연출을 하면서 이력을 쌓고 기다리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그래서 ‘싫어!’라고 외치고 펜스테이트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펜스테이트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교양으로 들은 극작 수업에서 <어몽 더 데드>를 썼어요. 수업을 듣다 보니 연출보다는 극작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됐죠. 그러다가 전문적으로 극작을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이 대본으로 예일대에 지원했어요. 놀랍게도 허가가 났고, 학교를 다니면서 작품을 정말 많이 썼어요. 졸업 후 제가 그동안 쓴 작품으로 다양한 곳에 어필했고, 결국 작가로 데뷔하게 됐죠. 


 

루이스 센터와 뉴욕 시어터 워크숍에서 제공하는 펠로우십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이 경험이 창작 작업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미국의 연극계에서는 워크숍 개념이 정말 중요하고, 이런 워크숍의 지원이 굉장히 많은 편이에요. 한국과는 다른 환경 속에서 작가로 데뷔한지라, 새로운 작품을 써서 바로 무대에 올리는 것보다 이렇게 낭독회나 워크숍을 통해 관객을 만나서 수정할 점을 차근차근 찾아내는 과정에 익숙해진 거 같아요.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특별한 경험이죠. 
 

국내 관객을 위해 정한솔 작가의 작품 특징을 짧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 작품은 미국적이지도 한국적이지도 않아요. 또 정극답지도 뮤지컬답지도 않으며, 비극이거나 희극도 아니죠. 제 작품의 특징은 어딘가 중간에서 엉거주춤 서 있다고 설명해 드릴 수 있겠네요. 
 

<와일드 구스 드림스>는 남한의 기러기 아빠와 탈북자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다른 작품에서도 한국적인 이야기나 소재가 녹아 있는지 궁금합니다. <울프 플레이>는 한국에서 입양되어 온 아이 이야기를 다뤘지만, 특별히 한국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에요. <어몽 더 데드>는 위안부 여성의 혼혈아 딸이 가정사를 알게 되는 이야기로, 한국의 역사에 많이 기대고 있답니다. 


 

미국에서 공연되는 작품 속에 한국적인 이야기를 녹여낸다는 것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양한 국가와 연령의 관객이 공감대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점이 있나요?  처음에는 미국 관객이 제 작품에 공감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했어요. 한국의 정서를 이해시키려고 특별히 노력하지는 않거든요. 다만 제가 재미있고 감동받은 부분을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와일드 구스 드림스>는 한국과 미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윤진 배우가 첫 연극으로 선택한 작품이기도 해요. 해당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개인적으로 김윤진 배우의 팬이었어요. 김윤진 배우가 꼭 <와일드 구스 드림스>에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극장에 이야기했죠. 김윤진 배우가 대본을 읽은 후 저와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고 결국 작품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신기하고, 고맙고, 즐거웠던 시간이었어요. 
 

미국에서 1세대 한국인 창작진으로 활동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이도 저도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엉거주춤한 세상관을 꼽을 수 있겠네요. 이런 부분이 제가 지닌 장점이기도 하지만, 어려운 점도 많아요. 특히 미국은 개인의 정체성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복잡하거든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생각이 많죠. 개인적으로는 인종 간 마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요. 
 

미국뿐 아니라 영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영국 활동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영국에서는 곧 <와일드 구스 드림스>의 라이선스 무대를 준비하고 있어요. 새로운 작품으로는 내셔널 시어터의 요청을 받아 작곡가 마크 타이틀러와 팀 필립스, 그리고 연출가 마이클 보이드와 함께 <서클>이라는 뮤지컬을 만들고 있는 중이랍니다.   
 

미국에서 공연한 작품을 한국에서 공연할 계획은 없으신가요? 계획은 있지만 아직은 실행에 옮길 시간적 여유가 없답니다.  
 

브로드웨이 무대를 꿈꾸는 한국의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화이팅! 뉴욕 오면 연락해요~ 한잔해요~! 
 

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창작진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요?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 쪽에서도 작업 제안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또 진행 중인 연극과 뮤지컬 작품에 마음을 담아 써 내려가고 있죠. 새로운 작업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의 균형을 잘 잡는 것이 올해의 목표랍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8호 2019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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