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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VIEW]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후기 작품​, 살아있는 전설 [No.189]

글 |안세영 2019-06-07 4,420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후기 작품, 살아있는 전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캣츠>, <오페라의 유령>의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위대함을 설명하는 데는 이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치 않다. 하지만 1970~1980년대에 초연한 이 작품들의 명성에 가려 그가 2000년대 이후 발표한 작품들은 비교적 덜 알려진 편이다. 오는 6월 내한하는 <스쿨 오브 락>을 비롯한 웨버의 후기 작품들을 소개한다.

 


 

<스쿨 오브 락> 

<스쿨 오브 락>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최신작이다. 2003년 개봉한 잭 블랙 주연의 동명 음악 영화를 본 웨버가 7년간의 협상 끝에 무대화 권리를 얻었고, 2015년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렸다. 

주인공 듀이는 록커를 꿈꾸지만 밴드에서 쫓겨난 뒤 친구의 집에 얹혀사는 신세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친구를 사칭해 명문 초등학교에 임시 교사로 취업하는데, 뜻밖에도 그곳 학생들에게서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발견한다. 록 밴드를 결성한 듀이와 학생들은 학교와 학부모 몰래 밴드 경연 대회에 출전한다. 작품은 어떤 상황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는 듀이와 음악을 통해 자신을 찾고 변화해가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린다.  

뮤지컬은 원작 영화에서 다루지 않았던 학생들의 개인사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영화가 천방지축 듀이의 성장기였다면, 뮤지컬은 학교와 부모님에 의해 억눌려 있던 학생들의 성장에 더 초점을 맞춘다. 작품의 백미는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이다. 열 살 전후의 아역 배우들이 일렉트릭 기타, 드럼, 베이스, 키보드 등을 연주하며 놀라운 실력을 뽐낸다. ‘School of Rock’ 등 영화에 삽입된 3곡의 노래는 물론 웨버가 새로 쓴 14곡의 뮤지컬 넘버를 만날 수 있는 것도 뮤지컬만의 매력이다. 가슴이 뻥 뚫리는 록뿐 아니라 클래식 팝,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어우러진다. 

한국을 찾는 투어 공연은 협력 안무 겸 연출 패트릭 오닐이 진두지휘한다. 스쿨밴드는 웨버가 전 세계에서 까다로운 오디션을 거쳐 찾아낸 음악 신동들로 이뤄진다. 브로드웨이 듀이와 웨스트엔드 로잘리의 만남도 눈길을 끈다. 듀이는 브로드웨이에서 이 역으로 데뷔해 넘치는 에너지를 보여준 코너 존 글롤리, 엄격한 규율을 중시하지만 록에 대한 꿈을 간직한 교장 로잘리는 웨스트엔드 공연에 참여한 카산드라 맥고완이 맡는다. 

 


 

<뷰티풀 게임> 

2000년 웨스엔드에서 초연한 <뷰티풀 게임>은 축구를 소재로 한 보기 드문 뮤지컬이다. 당시 로맨스나 판타지를 벗어나 새로운 뮤지컬 소재를 찾고 있던 웨버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유소년 축구팀의 실화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작품은 아일랜드인과 영국인, 가톨릭과 신교도 사이의 갈등이 폭발한 1970년대를 배경으로, 어린 시절 축구팀에서 꿈과 우정을 나눈 친구들이 혼란스런 사회 속에서 서로 총을 겨누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작품에서 축구는 정치적·종교적 분쟁과 반대되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상대편이 존재해야 경기가 가능한 축구는 다른 사람과 공존하는 삶을 은유하는 ‘아름다운 게임’인 것이다. 웨버는 백파이프를 사용한 음악으로 아일랜드의 정서를 살렸으며, 축구와 전쟁 장면은 모두 행진곡풍으로 작곡해 역설적으로 둘 사이의 차이가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웨버의 작품 중 가장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작품으로, 2007년 한국에서도 라이선스 공연으로 소개됐다. 


<우먼 인 화이트> 

빅토리아 시대 소설가인 윌키 콜린스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2004년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했다. <레 미제라블>의 트레버 넌이 연출하고, <오페라의 유령> 초연에서 팬텀을 연기한 마이클 크로포드가 코믹한 조연으로 출연해 화제가 됐다. 주인공 윌터는 외딴 저택에 사는 두 자매 마리안과 로라의 미술 교사로 고용된다. 그는 저택으로 오는 길에 어둠 속에서 흰옷을 입은 여인을 만나는데, 그녀는 자신에게 비밀이 있다는 말만 남긴 채 홀연히 사라진다. 이후 윌터는 흰옷을 입은 여인을 닮은 로라와 사랑에 빠지고, 로라의 배다른 언니 마리안은 그들을 질투한다. 하지만 로라가 갑작스레 아버지가 정해준 귀족과 정략결혼을 하게 되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미스터리와 로맨스가 맞물린 이야기, 오페라 스타일의 음악, 클래식한 오케스트라 연주가 어우러져 <오페라의 유령>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러브 네버 다이즈> 

2010년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러브 네버 다이즈>는 <오페라의 유령>의 속편이다. ‘크리스틴이 팬텀을 두고 시시한 라울을 선택하는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무대디자이너의 투덜거림을 들은 웨버는 작가 프레더린 포사이스에게 부탁해 <오페라의 유령>의 뒷이야기를 담은 소설 『맨해튼의 유령』을 펴냈고, 이를 바탕으로 뮤지컬 <러브 네버 다이즈>가 만들어졌다. 뮤지컬은 작품의 배경을 맨해튼에서 코니아일랜드로 옮겼다. 첨단 기술로 완성된 무대는 전작의 배경이었던 클래식한 파리 오페라 하우스와는 사뭇 다르다. 이야기는 10년 후 코니 아일랜드에서 재회한 팬텀, 크리스틴, 라울, 맥 지리의 사각 관계와 크리스틴의 아들 구스타브의 출생 비밀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달라진 시공간에 맞춰 쇼툰, 재즈, 록 등 전작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활용되는데, 그중에서도 팬텀의 솔로 ‘Till I Hear You Sing’, 크리스틴의 솔로 ‘Love Never Dies’가 유명하다. 


<스티븐 워드> 

2013년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스티븐 워드>는 1963년 냉전 시대 영국 정치권을 뒤흔든 ‘프로퓨모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당시 나이트클럽 댄서였던 크리스틴 킬러는 의사 스티븐 워드의 소개로 만난 육군성 장관 존 프로퓨모, 주영 소련대사관 해군 무관 예프게니 이바노프와 각각 불륜 관계를 맺었다.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킬러는 간첩으로 몰렸고, 프로퓨모는 국가 기밀을 누설했다는 의심을 받아 사임한다. 킬러와 같은 나이트클럽에서 일한 맨디 라이스-데이비스 역시 스티븐 워드에게 소개받은 빌 애스터 상원 의원과 불륜 관계를 맺어 유명해졌다. 이 사건은 1989년 <스캔들>이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뮤지컬은 사건의 배후에 있던 인물 스티븐 워드의 성공과 몰락을 중심으로 흘러가며 고위층 인사들의 퇴폐적인 생활상을 보여준다. 웨버는 1960년대 유행한 팝과 레게풍의 음악으로 당대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그 이면의 어두운 그림자를 포착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9호 2019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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