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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오디션 비하인드스토리, 간절한 기회를 잡아라 [No.190]

글 |박보라 2019-07-30 4,998

오디션 비하인드스토리, 간절한 기회를 잡아라

 

많은 사랑을 받으며 여러 시즌 이어지고 있는 <맘마미아!>는 이번 시즌 25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끝에 주인공 소피를 캐스팅했다. <그리스>는 팝시컬 프로젝트와 결합해 공개 오디션을 열었고, 올 연말 소개되는 <빅 피쉬>는 영상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오디션을 진행했다. 연극 <어나더 컨트리>는 학생 배우들을 대거 선발해 주목을 받았다. 숨겨왔던 보물을 발견하는 시간, 오디션 현장의 이모저모를 들어본다. 



 

특별한 사람을 만나는 법

오디션은 서류 심사를 바탕으로 제작사나 작품에 따라 여러 단계에서 춤, 안무, 노래 등의 세세한 분야를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친다. 오디션 과정에서 제작사가 공통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바로 가능성이다. 때문에 배역별 후보군을 두고 다양한 조합으로 대사, 안무, 노래 등을 여러 번에 걸쳐 심사한다. 그렇다면 최근 진행되는 오디션은 어떤 모습일까. 

신시컴퍼니가 제작하는 작품의 오디션은 일반적인 오디션과 다른 점이 있다. 대부분의 뮤지컬 제작사가 서류 심사에 기초해 오디션을 진행하는데, 신시컴퍼니는 서류 과정을 생략한다. 신시컴퍼니 측은 “그동안 제작 경험으로 미루어 봤을 때 눈부신 신인 발굴 경험이 있다. 앞으로도 이런 신인을 만날 수 있길 희망하며 서류 과정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 <맘마미아!>의 오디션에는 1,800여 명, <아이다>의 오디션에는 1,300여 명이 지원했고 신시컴퍼니는 해당 지원자들의 실기 테스트를 모두 진행했다. 첫 단계는 국내 협력 연출, 안무, 음악감독이 심사에 참여해 지원한 배우의 기본기를 체크하는데, 이때 신시컴퍼니와 한 번도 작업한 적이 없는 배우와 데뷔를 꿈꾸는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연기를 제외한 안무와 자유곡을 테스트한다. 이후 두 번째 단계에서 해외 스태프와 국내 스태프가 함께 심사를 담당하는데, 경력 배우와 1차에 걸쳐 선발된 배우가 그룹을 만들어 약 2~3일의 일정으로 안무와 자유곡을 준비해 각기 다른 공간에서 오디션을 진행한다. 이후 마지막으로 지정곡과 일부 장면을 바탕으로 주·조연 오디션이 진행된다. 이번 <맘마미아!>의 오디션은 배우 개인의 실력만큼 작품 속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중요하게 여겼다. 오디션에서도 배역을 맡아 그룹으로 연기 테스트가 치러졌는데, 도나와 타냐, 로지, 샘과 해리와 빌, 소피와 친구들(알리, 리사), 스카이와 친구들(에디, 페퍼)이 함께 오디션을 봤다고. 예를 들어 소피 역의 오디션에서는 소피와 관계된 인물들이 앙상블을 만들어 (소피, 알리, 리사가 함께하는 장면이나 소피와 스카이의 장면) 짧은 시간이지만 팀을 구성해 오디션에 참여하는 식이다. 해당 팀은 무작위 선발 또는 심사위원들이 지정한 멤버들로 구성된다. 이렇게 한 팀이 된 배우들의 조합은 연기 경력이 있는 베테랑 배우이거나 연기 경험이 별로 없는 초보 배우로 이뤄지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상대 배우의 연기에 말리지 않고 밀고 나가는 힘이 있는지 주의 깊게 본단다. 신시컴퍼니의 오디션에서 독특한 점은 또 있다. 레플리카 시스템으로 공연되는 작품의 오디션에는 항상 워크 세션이 있다는 것. 배우들이 연기 디렉션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작품의 일부 대표 장면만 체크하는 오디션의 상황을 한껏 이용해, 연출가의 설명을 듣고 의도하는 바를 정확하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이런 워크 세션에 대해 <맘마미아!>의 폴 게링턴 연출은 “우리가 다양하게 연기 디렉션을 설명해 주지만 배우들이 잘 캐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 캐치를 한다 해도 이것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부분을 통해 배우가 지닌 연기적 센스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시즌을 거치면서 ‘스타 등용문’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리스>는 뮤지컬 오디션과 뮤지컬과 케이팝을 결합한 팝시컬 프로젝트의 오디션이 동시에 진행됐다. 팝시컬 프로젝트 오디션은 오디엔터테인먼트의 주관 아래, 신인 케이팝 그룹을 발굴하는 오디션 형식을 반영했다. 스카우트 담당자가 전국을 누비며 지원자들의 노래, 안무, 장기를 카메라로 촬영하고, 그 영상을 통해 오디엔터테인먼트 신인개발팀과 <그리스>의 심사위원들이 함께 심사했다. 기존 <그리스>의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된 배우들에게는 팝시컬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다시 한번 팝시컬 프로젝트 오디션을 진행했고, 기존에 <그리스>의 오디션에서 떨어진 지원자를 재검토해 팝시컬 그룹에 어울릴 만한 인재를 선발했다. 


 

연극 <어나더 컨트리>는 학생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는 작품인 만큼 신인 배우를 발굴했으면 좋겠다는 의지에서 공개 오디션으로 배우를 캐스팅한 사례다. 역량 있는 신인을 발굴하기 위해 전국에 있는 예술 관련 학과의 대학생들까지 모집 범위를 넓혔다. 오디션은 1차 서류 심사, 2차 공개 오디션, 3차 비공개 배역 워크숍 단계로 진행됐다. 학생 캐릭터가 총 10명 등장하는 작품 특성상 배우들 간의 호흡과 개인의 캐릭터가 중요하다고 판단, 2차 공개 오디션에서는 배역별 지원자를 임의로 매칭해 한 팀씩 장면을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상대 배역과 호흡을 잘 주고받을 수 있는지, 다수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잘 표현해 낼 수 있는지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최종 배역은 비공개 배역 워크숍을 통해 확정됐다. 비공개 배역 워크숍에서는 몇 차례에 걸쳐 각자 다른 역할을 연기해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앞서 공개 오디션 때 발견하지 못했던 다양한 모습이 나왔다는 후문이다. 

올여름 첫선을 보일 <시티오브엔젤>은 음악적인 능력을 중심으로 봤다. 작품은 재즈풍의 음악색이 강한데, 이런 연장선에서 특이하게 미국 재즈 창법 중 하나인 스캣(의미가 없는 음절을 가지고 즉흥적으로 노래하는 창법)이 오디션 당락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스캣을 통해 재즈 음악의 그루브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들을 찾은 것. 김문정 음악감독은 오디션 장에서 지원자의 개별 음역대를 모두 확인했고, 즉흥적으로 4명씩 팀을 구성했다. 별도의 사전 안내를 받지 못했던 지원자들은 스캣이 쓰이는 프롤로그 곡의 합을 현장에서 맞췄고, 심사위원들이 이들의 음악 실력을 디테일하게 평가했다. 뮤지컬 곡으로 익숙하게 듣지 못했던 패턴의 음악을 접하다 보니 ‘다비다비다비 답뚜바~’라는 음이 지원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고. 일부 지원자들은 JTBC <팬텀싱어> 오디션에 참여한 기분이었다는 후기를 남길 정도였다. 참고로 이뿐만 아니라 이번 <시티오브엔젤>은 캐릭터의 극적인 대비를 위해 다양한 체격과 독특한 외모의 배우를 찾았다고 밝혔다.  

특별한 오디션 방법으로 주목을 받은 작품이 있다. 오는 12월에 초연하는 <빅 피쉬>는 뚜렷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에 맞는 이미지의 배우를 찾기 위해 영상 오디션을 선택했다. 지원자는 셀프테이프를 통해 직접 촬영한 자유곡과 자유 안무 동영상을 제출하는 것으로 서류 심사를 대신했다. 셀프테이프는 최근 여러 드라마, 웹드라마, 영화 등에서 주목받고 있는 영상 오디션 애플리케이션이다. 제작사 CJ ENM은 “시범적으로 오디션 전문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지원자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도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집중하기 좋은 각자의 시공간에서 지원자의 노래·안무 영상을 심사했다. 앞으로 CJ ENM은 지원자의 편의와 심사 과정의 효율성이 더해진 더 나은 환경의 공개 오디션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된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는 의지를 전했다. 



 

오디션이 지나간 자리

오디션과 관련된 특별한 에피소드도 있다. <그리스>의 오디션은 약 2주 동안 진행됐는데, 다른 작품보다 여러 번 콜을 받고 오디션에 참여한 지원자들이 많았다. 여러 차례 만나고 연습했던 지원자들은 최종 오디션 당시 이미 공연 연습을 하는 것처럼 느낄 정도로 친해져 있었을 정도였다고. 이번 시즌 <시라노> 오디션에서는 인상적인 지원자가 있었다. 공개 오디션은 프로덕션의 첫 이미지를 만들기 때문에 제작사 입장에서는 매끄러운 진행에 신경을 쓴다. 때문에 제작사는 이번 <시라노> 공개 오디션을 위해 파트타임 진행 스태프를 고용했는데, 막내 스태프가 오디션 마지막 날 마지막 타임에 조심스럽게 본인도 오디션을 보고 싶다며 직접 프린트해 온 지원서를 건넸다고. 이후 알고 보니 그는 오디션 진행 일정 중 밤새도록 지정 안무와 지정 노래를 연습했던 것. 긴 일정에 지쳐 있던 심사위원들은 모두 반신반의로 마지막 지원자의 오디션을 지켜봤고, 그의 멋진 실력에 감탄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단다. 결국 해당 스태프는 <시라노>의 앙상블 스윙으로 선발됐다. 연극 <어나더 컨트리>에서는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오디션 공고 포스터 속 콜린 퍼스의 교복 셔츠와 넥타이를 준비해 왔다. 특히 델러 헤이 역으로 최종 합격한 김의담 배우는 영화 속 사열식을 연상시키는 군복을 착용하고 와 큰 인상을 남겼다는 후문이다. 

열정 넘치는 지원자들을 한 명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한 제작사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단 몇 분의 장면 연기로 이미지와 분위기, 특성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집중력이 요구되는 것은 물론이고, 서류 오탈자 및 결시로 인해 수없이 오디션 일정이 변경된다고 말했다. 특히 제작사들이 입을 모아 어려움을 토하는 것은 바로 지원자에게 불합격 통보를 전할 때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지원자들에게 불합격을 통보하게 될 때 마음이 불편하다. 어떤 방식이든 불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상황은 어렵다”며 “모든 오디션에 지원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0호 2019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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