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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퇴근길 과열 현상, 제작사가 말하다 [No.191]

글 |배경희 2019-08-13 5,041

퇴근길 과열 현상, 제작사가 말하다                                      

 

퇴근길에 직접 관여하지 않지만, 퇴근길의 영향권 안에 있는 제작사의 생각은 어떨까? 본 설문 조사는 여러 관계자의 의견을 듣기 위해 제작사 규모와 업무 경력을 고려해 설문 참여 명단을 꾸렸고, 이들에게 직접 개별 연락한 후 핸드폰 메시지로 온라인 설문 조사 링크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근 들어 퇴근길이 새삼스레 문제로 떠오른 것은 과열되는 분위기 때문이라는 게 퇴근길을 관망하는 관객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다면, 이를 가까이에서 보고, 듣고, 겪는 제작사 관계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설문 결과에 따르면, 무려 94%의 응답자가 퇴근길 과열에 동의했다. 설문에 참여한 배우군 역시 64%가 이에 동의한다고 응답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높은 수치다. 혹시 이 같은 과열 현상이 작품 성격이나 공연 특성별로 차이를 나타내는지 알아보기 위해 제작사 규모별로 응답 결과를 나눠봤지만, 세 집단 모두 ‘퇴근길 과열화’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과거와 비교해 퇴근길의 종류가 세분화되었으며(63%), 진행 시간이 대체로 늘어났고(48%), 퇴근길을 진행하는 배우가 많아졌다(43%)는 답변으로 미루어 봤을 때 퇴근길 문화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다른 엔터테인먼트 장르와 비교했을 때 공연이 갖는 특수성은 극장이라는 한 공간 안에서 배우와 관객이 공연을 통해 소통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정해진 장소에서 진행되는 공연의 경우, 관객이 원한다면 공연 종료 후 극장 밖으로 나오는 배우를 마주칠 수 있기 때문에 배우와 관객 사이에 한 번 더 직접적인 소통이 이뤄질 수 있다. 다시 말해, 배우를 가까이에서 직접 볼 수 있는 퇴근길을 통해 관객이 배우에게 느끼는 심리적 거리가 좁혀지면 해당 배우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제작사 관계자들이 퇴근길의 긍정적인 요소로 꼽는 것도 출연 배우의 호감도 상승(61%)이다. 하지만 주객이 전도된 지나친 퇴근길 팬 서비스가 관객들의 빈축을 사는 부정적인 사례가 등장하면서, 이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배우와 관객 사이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는 퇴근길은 공연 팬덤의 유지 및 확산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배우가 퇴근길을 자신의 인기를 높이기 위한 발판으로 삼는다면 오히려 배우에게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이는 많은 제작사 관계자들이 퇴근길이 배우들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이 설문 항목에서 주목해 볼 내용은 관계자들이 퇴근길의 긍정적인 영향으로 ‘배우들의 티켓 파워를 가늠하는 데 용이하다(28%)’를 뽑은 것이다. 뮤지컬은 수익을 추구하는 상업 예술이라는 점에서 제작사와 배우 간의 입장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관계자들이 퇴근길에 대해 이러한 시선을 보이는 것은 비록 그 수치가 높지 않더라도 배우와 제작사, 그리고 관객에게 퇴근길이 독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퇴근길의 부정적인 요소를 묻는 질문에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인 답변은 ‘퇴근길에서 나온 잘못된 공연 정보가 퍼질 수 있다(50%)’는 것이다. 특히 배우의 말이 와전돼서 SNS를 통해 퍼져나갈 경우 빠른 대처가 힘들기 때문에 이는 작품에 타격을 주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제작사 홍보 팀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공연 기간 중 퇴근길과 관련된 문제로 관객 항의가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퇴근길에서 관객 간 분쟁이 발생한다고 해도 이는 공식적인 행사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쉽게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없다는 것. 또한 대부분의 퇴근길이 배우와 관객들 사이에 비공식적으로 진행되는 터라, 사건 발생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배우 매니저나 팬클럽 운영자에게 확인 절차를 거치는 동안 온라인상에서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지기도 한다. 다른 기타 의견으로는 “한 건물에 2~3개의 극장이 몰려 있는 대학로 공연장의 특성상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배우들의 퇴근길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 이는 곧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배우가 퇴근길에서 나온 관객들의 피드백에 흔들릴 경우 작품의 본질이 흐려진다” 등이 나왔다. 


 

퇴근길을 규제할 필요성을 느끼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두 번째 높은 응답률을 보인 답변은 ‘느끼지 못한다(28%)’이다. 배우와 팬이 각각 감사와 응원을 전하기 위해 자연적으로 발생한 퇴근길은 제작사가 개입하고 관여할 영역이 아니라는 게 그 이유다. 공연 마니아들 사이에서 대두되는 퇴근길 폐지론에 대해서도 과반수가 넘는 63%의 응답자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배우와 관객, 제작사 모두 부정적인 요소를 느끼는 퇴근길의 문제점을 바로 세울 수 있을까. 글을 마무리하기 전, 한 관계자의 당부를 옮긴다. “현재 공연계의 퇴근길 문화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해도 자발적인 팬덤 문화를 외부의 힘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자체가 넌센스다. 결국 퇴근길이 올바른 공연 문화가 되기 위해서는 배우와 관객이 이를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관건이다. 퇴근길을 감사를 전하는 자리로 생각할 것인가. 아니면 무언가를 위한 수단으로 삼을 것인가. 처음엔 순수한 의미로 출발했으나 점점 과열되고 부정적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면, 퇴근길은 제작사와 배우, 관객 모두 함께 고민해볼 문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1호 2019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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