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대학로페스티벌
한국 공연의 틈새시장, 공연 관광
한국의 공연 시장은 인구나 경제적 규모 대비 상당히 발달한 시장에 속한다. 빠르게 양적 팽창을 해온 한국 공연 시장이 내수 시장의 한계에 해답으로 눈을 돌린 것이 해외 진출이었다. 최근에는 그동안 넌버벌 퍼포먼스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공연 관광객들의 유입에도 관심을 넓혀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웰컴대학로’이다. 최근 확장되어 가는 공연 관광에 대해 이 분야 전문가를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패널로는 최광일(두비컴 대표, 한국공연관광협회 초대 회장), 손상원(이다 대표, 전 정동극장 사장), 김용제(웰컴대학로 총감독, 전 PMC프러덕션 대표), 김경훈(예감 대표, 현 한국공연관광협회 회장), 정인석(아엠컬쳐 대표, 현 한국프로듀서협회 회장)이 참여했다.
개별 자유 여행으로 변하는 공연 관광
공연 관광객의 비중이 점점 증가하면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광일 : 공연 관광이라는 개념이 정리된 것이 불과 5년 전이다. 그 전에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넌버벌 공연이나 상설 공연을 묶어서 공연 관광이라는 말을 했다. 2014년 공연관광협회가 인가를 받았다. 2010년대 초반 처음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1천만 명을 넘었는데 이때 공연 관광객이 120만 명 정도였다. 단체 관광객 위주이다 보니 양적으로는 공연 관광 시장이 굉장히 팽창했다. 이때가 전성기라고 할 수 있다. 메르스나 사드 배치 등 외부적인 요인이 발생하면서 양적 성장이 저하되었다. 이것이 오히려 공연 관광객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는 한국을 찾는 자유 여행객들을 공연 관객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손상원 : 사드 배치 같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관광 시장이 무너질 때 고질적인 저가 관광으로 인한 부작용을 이 기회에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공연계에서도 그런 고민을 했다. 공연 관광의 체질 개선이 필요했고 그런 맥락에서 ‘웰컴대학로’가 나왔다.
공연 관광 측면에서 과거와 비교해 현재 더 중요해진 이슈라면?
김경훈 : 이전에는 공연 관광을 확장시키려는 목적에서 패키지 관광이 많았다면 FIT(Free Individual Tour, 개별자유여행) 중심으로 바뀌면서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패키지 관광에서는 매개자인 여행사 중심의 마케팅이 중요했다면, FIT 여행에서는 이들의 이동 경로나 이에 맞는 홍보 툴이 중요하다. 패키지 관광 형태로 공연 관광 시장이 확대되었지만 과다 출혈 경쟁으로 제대로 된 문화를 경험하고 질 높은 공연을 체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자유 관광객은 국내 관객들과 비슷하다. 관광객들 사이의 입소문을 통해 질적으로 우위에 있는 작품 위주로 관람한다.
김용제 : 개량회된 수치는 없지만 개별 관광객은 한국의 20~30대 트렌드를 따라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 자막 등 관람을 도와줄 요소가 있다면 외국인들도 넌버벌 공연뿐만 아니라 일반 공연도 적극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정동극장은 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공연장이다. 극장 성격상 여전히 단체 관광객 비중이 더 높지 않나.
손상원 : 그렇지 않다. 현장에서 변하는 트렌드가 그대로 반영된다. 정동극장도 절대적인 관광객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을 맞으면서 전통공연을 제대로 보여주는 극장으로서의 미션만 가지고 가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정통적인 무대 언어로 작품을 만드는 제작 극장으로서의 미션을 더하게 된 것이다. 마케팅에서도 단체 관객을 모으기 위해 뛰다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FIT를 위한 해외 블로그 사이트를 운영하고, 관광객이 한국 전통 공연을 검색했을 때 정동극장이 나올 수 있는 작업을 했다.
최광일 :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 관광은 경관 관광이었다. 자연 관광이나 전통적 구조물을 둘러보는 관광이었다. 거기에 추가된 것이 쇼핑이다. 초창기의 남대문이나 동대문 재래시장 쇼핑에서 면세점 쇼핑으로 바뀌었다. 한국에서 야간 관광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야간 관광을 콘텐츠 관광으로 만든 작품이 <난타>다. 경관과 쇼핑에 머물던 관광 영역을 문화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그런 노력들이 씨앗이 되어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국내 공연 제작사의 공연 관광에 대한 관심과 인식은 어느 정도인가?
정인석 : <난타>와 <점프>, <사랑하면 춤을 춰라> 등 공연 관광을 만드는 프로듀서를 제외하고는 이에 대한 이해나 목표가 구체적인 프로듀서가 많지 않다. 공연 관광은 넌버벌 시장처럼 언어를 배제한 공연이나, 한국적인 공연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지금까지는 그것이 공연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는데 웰컴대학로는 그것을 뛰어넘고자 한 것이다. 기존에는 관광의 관점에서 작품을 만들어왔다면 이제는 존재하고 있는 시장 자체가 관광이 될 수 있도록 한 단계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웰컴, 대학로! 웰컴대학로페스티벌
웰컴대학로페스티벌을 소개해 준다면?
김용제 :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고 한국관광공사가 주최·주관하는 사업이다. 올해로 3년
째 진행하는 페스티벌이지만 대학로 공연을 외국인이 좀 더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거나 번역 작업을 도와주는 플랫폼 성격이 강하다. 구체적으로 국내 공연을 외국인에게 소개하는 마케팅 지원을 한다고 보면 된다. 웰컴대학로는 외국인이 티켓을 구매할 수 있도록 등록하거나 관리하고, 개별 공연의 정보를 번역해서 관광공사 홈페이지나 OTA(Online Travel Agency)에 공연 정보를 노출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개별 제작사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힘들다. 관광공사가 웰컴대학로라는 플랫폼을 통해 이런 지원을 대행해 주는 것이다. 딱히 대학로로 한정한 게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이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9월과 10월 이벤트나 야외 행사 등 다양한 접점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손상원 : 2개월 프로그램은 사실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1년 내내 지속하고, 해외 관광객뿐만 아니라 국내 관객들도 많이 즐기고 참여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대학로라는 명칭이 상징적이기도 하지만 실제적으로 매우 특별한 공간이기도 하다.
정인석 : 자체적으로 제작사가 외국 관객을 위해 마케팅부터 개별 서비스까지 제공하기 위해서는 외국 관객 비율이 일정 수준이 되어야 한다. 관광공사에서 제작사들의 이런 요구를 모아 대신 제공하는 것이다. 대학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베이스 역할을 해왔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 작은 바운더리 안에 170개 내외의 공연장이 있는 곳이다.
손상원 : 평생 뮤지컬 한 번 안 본 분이 뉴욕에 가는데 어떤 뮤지컬을 봐야 하냐고 물어본다. 서울에 가는데 어떤 공연을 봐야 하냐고 묻는 외국인은 거의 없다. 웰컴대학로가 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서울 하면 대학로, 대학로 하면 공연, 서울에 가서 한국의 문화를 느끼고 싶다면 대학로 공연을 봐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웰컴대학로가 해야 할 일들이 많을 것 같다.
최광일 : 공연 관광은 넌버벌에서 확장되어 지금의 웰컴대학로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대학로 공연은 한국관광공사를 플랫폼하는 사업에 익숙하지 않다. 관광 기금을 쓰는 형태의 축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오히려 문화예술위원회나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웰컴대학로를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웰컴대학로가 펼쳐지는 9~10월만 해도 대학로에서 다양한 공연 축제를 한다. 목표는 다르지만 웰컴대학로라는 큰 우산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공공기관이나 민간 프로듀서들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 웰컴대학로의 다양한 마케팅 지원은 있지만 퍼포먼스의 크기는 아쉽다.
김경훈 : 내가 웰컴대학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단순하다. 오프라인에서 단체 모객 하는 시장에서 온라인 베이스의 FIT 시장으로 넘어왔다. 관광이 일상으로 넘어온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해외 관광객을 받아들이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접점이 만들어지고 있으니까 제작자는 원래대로 작품을 만들면 된다. 웰컴대학로의 역할은 일상으로 들어온 해외 관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언어나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해 주는 것이다. 대학로가 브랜드를 얻으면 중국이나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지역까지 이 작품의 영향력이 확장될 수 있다.
김용제 :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포인트이다. 개별 여행자들은 게스트 하우스에 많이 묵는다. 이번 웰컴대학로에 소개되는 공연 정보를 담은 한중일영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첫 번째 타깃인 <난타>나 <점프> 등 해외 공연 관광객들이 몰리는 공연장에 비치한다. 그리고 개별 여행 관광객들을 공략하기 위해 게스트 하우스에 연락을 취해 비치하고 있다.
웰컴대학로에 바란다
대학로 내 웰컴대학로 인포메이션 센터가 없나?
정인석 : 첫 회에는 대학로예술극장 일부 공간을 활용했다. 지난해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마로니에 공원에 콘테이너 박스 형태로 운영했다. 올해는 좋은 공간을 빌려 팝업 스토어 개념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뉴욕의 tkts처럼 장기적인 상징물로 가면 좋은데 예산에 의존하다 보니까 문제가 있다.
손상원 : 다른 곳은 관광안내소가 있는데 대학로에는 없다. 관광 안내만 할 것이 아니라 티켓 안내도 하고, 어느 극장에 가면 자막 서비스를 받는지 종합 안내를 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이게 없어서 해마다 두 달 정도 여기저기 옮겨 다닌다. 그리고 해외 사이트에 우리 공연을 알리는 작업, 적어도 이 두 개는 예산을 마련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1년 내내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온라인 거점도 있나?
김용제 : 웰컴대학로에 참여하는 공연을 웰컴시어터, 자막 제공 서비스, 넌버벌, 대학로 공연, 서울시 주요 공연 등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해서 제공한다.
정인석 : 에딘버러 페스티벌을 6년째 갔다. 이전에는 영국의 웬만한 호텔에는 페스티벌 책자가 쌓여 있었는데 이번에는 다 없어졌다. 이제는 에딘버러 페스티벌 앱이 정교해져서 티켓을 구매하고 정보를 찾는 것이 쉬워졌다. 우리도 오프라인 책자로 시작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온라인과 병행해야 할 것이다.
김용제 : 현재는 온라인상에서 기존 유통망을 활용하고 있다. 중국 예매 버튼을 누르면 중국인이 많이 가는 OTA 한유망으로 이동하고, 일본 사람이 누르면 서울나비나 K-Look으로 넘어간다. 이런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방법이 필요하다. 지금은 각각의 온라인 유통망에 들어가 통계치를 개량화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웰컴대학로에 제언을 해준다면?
정인석 : 에딘버러 페스티벌이 원활하게 운영되는 이유는 에딘버러 시장, 경찰서장, 위원장 등 수장들이 모이는 협의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축제에 대한 큰 모멘텀에 대한 합의를 해서 순탄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웰컴대학로 역시 예를 들어 예술경영지원센터 사장, 아르코극장장, 종로구청장 등이 모여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협의체가 있어야 더 발전되고 원활한 협의가 가능하다.
손상원 : 아직은 연극이나 뮤지컬 제작자분들이 외국인 관객을 유입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편인데, 그런 생각을 바꾸었으면 좋겠다. 정부에서 다양한 지원을 통해 국내 콘텐츠를 해외 관객들에게 마케팅해 주는데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했으면 한다.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해서 시장 확장의 기회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2호 2019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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