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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KETCH] <더뮤지컬> 특강, 뮤지컬 속 여성 돌아보기 [No.195]

글 |안세영 2019-12-03 3,507

<더뮤지컬> 특강
뮤지컬 속 여성 돌아보기


지난 11월 16일, 대학로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 아침 일찍부터 60여 명의 관객이 모였다. <더뮤지컬>이 주최하는 ‘뮤지컬 속 여성: 여성 캐릭터의 어제와 오늘’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해당 강의는 국내외 뮤지컬 속 여성 캐릭터와 창작자의 입지를 점검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극작가 겸 칼럼니스트 이수진이 강사로 나섰다. 11월 중 총 3번에 걸쳐 진행된 강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속 여성 캐릭터의 변화’, ‘해외 여성 창작자의 위치와 한국 여성 창작자의 결과물’, ‘2019년 창작뮤지컬에 등장한 여성 캐릭터 돌아보기’를 주제로 각각 80분간 진행되었다. 

16일 첫 번째 강의에서는 네 편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속 여성 캐릭터가 리바이벌을 거듭하면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살펴보았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황금기를 이끌었던 <오클라호마!>는 농부의 딸과 카우보이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1943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이 작품의 여성은 이분법적으로 그려졌다. 주인공 로리는 순결한 시골 처녀로, 그와 달리 욕망에 충실한 애니는 헤픈 여자로 묘사된 것이다. 그러나 2019년 리바이벌 공연은 달랐다. 폐쇄적인 시골 마을 안에서 일어나는 차별과 폭력을 꼬집는 방향으로 재해석된 이 리바이벌 공연에서 로리는 흑인 배우가, 애니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 배우가 연기했다. 여기서 로리는 마냥 순진하지 않은, 낯선 남자를 향한 욕망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는 인물로 변했다. 애니 또한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원하는 남자를 손에 넣는 진취적인 여성으로 재조명되었다. 

1956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또 다른 고전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는 언어학자 히긴스가 거리에서 꽃을 팔던 빈민가 여성 일라이자를 교육시켜 세련된 귀부인으로 바꿔놓는 이야기다. 1964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를 보면 교육을 받기 전 일라이자가 말투만 투박한 것이 아니라 아예 백치처럼 그려지는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2018년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공연은 일라이자의 배움에 대한 갈망을 부각했다. 이에 따라 일라이자가 사랑의 설렘으로 잠 못 이루며 부르던 노래 ‘I Could Have Danced All Night’는 책을 끌어안고 벅차오르는 성취감을 느끼며 부르는 것으로 연출 방향이 바뀌었다. 30세가량 차이 나던 남녀 주인공의 나이도 서로 비슷하게 맞춰졌다. 

1972년 브로드웨이 초연작인 <그리스>에는 청순과는 거리가 먼 불량한 여학생 집단 ‘핑크 레이디’가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 역시 남자에 의해 울고 웃는 단순한 존재로 그려진다는 한계를 지닌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16년 FOX TV가 방영한 <그리스:라이브>는 ‘All I Need Is An Angel’이라는 노래를 추가해 미용사를 꿈꾸는 핑크 레이디의 멤버 프렌치가 불안한 앞날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을 담았다. <스위니 토드>에도 불량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바로 죄책감 없이 살인에 가담하고 엽기적인 인육 파이를 만들어 파는 러빗 부인이다. 1979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이 역할을 연기한 안젤라 랜즈베리는 귀엽고 엉뚱하며 모성을 강조한 연기로 과격한 여성 캐릭터가 부담 없이 받아들여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2005년 리바이벌 공연에서 러빗 부인을 연기한 패티 루폰은 스위니 토드를 향한 어둡고 끈적한 욕망을 거침없이 표현했다. 

이수진 작가는 이날 강의를 마무리하며 “미투 운동 이후 브로드웨이에는 여성 캐릭터가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잘못된 남성 캐릭터는 내버려두고 여성 캐릭터만 주체적으로 바꾼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까? 정말 여성 캐릭터가 문제인지 다시 질문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5호 2019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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