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쓴다, 새로운 뮤지컬!
2019년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한 다양한 캐릭터들. 작품이 끝난 뒤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만약 캐릭터들이 작품의 경계를 넘어 서로를 만난다면? 연말을 앞두고 관객들이 상상하는 뮤지컬 뒷이야기를 모집하였다. ‘에필로그’ 코너의 담당 일러스트레이터가 직접 선정한 에피소드를 포함해 관객들의 재기 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미드나잇> & <사의찬미> & <팬레터>
<미드나잇>의 비지터, <사의찬미>의 사내, <팬레터>의 히카루가 알고 보면 한동네에서 자란 친구 사이라면 어떨까요. 어른이 된 뒤에도 만나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세 사람이 보고 싶어요. - 치르
? 일러스트레이터 코멘트
응모된 에피소드 가운데 <미드나잇>, <사의찬미>, <팬레터>의 주인공이 서로 만나는 걸 보고 싶다는 요청이 유독 많았어요. 그 가운데 치르 님의 글을 읽고 비지터, 사내, 히카루가 실은 같은 일을 하는 오랜 동료 사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미드나잇>에서처럼 새해를 앞두고 한 해의 성과를 돌아보는 연말 회식… 아니, 송년 파티 분위기로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다들 춤을 잘 추니 이 뒤에는 댄스 파티가 이어질 것 같네요!
<지킬 앤 하이드> & <스위니 토드>
하이드가 이발을 하러 스위니 토드의 이발소에 찾아간다면, 둘이 같이 썩어빠진 런던을 비판하다 마음이 맞아 아주 좋은 술친구가 되지 않았을까요. - 윤윤
하이드가 인육 파이를 먹고 스위니 토드와 러빗 부인이 ‘A Little Priest’를 부를 때와 비슷한 반응을 보여주면 좋겠어요. “이 맛은 부패한 주교 맛이잖아?” - 129
<시라노> & <키다리 아저씨>
시라노와 제루샤가 만났다면 분명 매일매일 문학 이야기를 나누며 친하게 지냈을 것 같아요. 둘 다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데다 편지 쓰는 걸 좋아하니 자연스레 공감대가 형성됐겠죠? 서로에게 연애 감정을 품지는 않지만, 워낙 친하게 지내는 탓에 제루샤의 편지에도 시라노의 이름이 종종 등장해서 제르비스가 꽤나 질투했을 거예요! - 문윤
<시라노> & <키다리 아저씨> &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올해 송원근 배우가 연기한 세 캐릭터 크리스티앙과 제르비스, 토마스가 만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다독가인 제르비스와 작가인 토마스가 크리스티앙에게 글쓰기 비법을 전수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에피소드의 제목은 ‘글? 너도 쓸 수 있어!’ - YJH
<벤허> & <시라노>
메셀라가 <시라노>에 출연한다면, 빵도 마음껏 먹고 가스콘 용병대와 사이좋게 지낼 텐데. - 이미선택된닉네임입니다
<더데빌> & <킹아더>
제멋대로 살기를 종용하는 X-블랙과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성군으로 살기를 권하는 X-화이트가 아더를 사이에 두고 내기를 한다면 어떨까요. - 마늘
<프랑켄슈타인> & <헤드윅>
<프랑켄슈타인>은 올해 공연한 작품은 아니지만, 헤드윅과 괴물이 만나는 장면이 보고 싶어요. 둘 다 사람들에게 차별받고 버려진 존재라서 말이 잘 통할 것 같거든요. 괴물에게 곰 젤리를 나누어주는 헤드윅의 모습이 보고 싶네요. 곰 맛있어! - 춘계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 <난설>
<난설>의 등장인물이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세계에 들어가는 이야기를 상상해 봤어요. 허초희, 허균, 이달은 멋모르고 시조를 읊다가 골빈당으로 오해를 받고, 그로 인해 진짜 골빈당을 만나게 돼요. 시를 사랑하는 초희는 골빈당을 도와 자유롭게 시를 읊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로 마음먹죠. 조선시조자랑에 나간 초희가 왕 앞에서 백성의 고통을 표현한 시조를 읊자 송홍국이 역모라며 칼을 들이밀지만, 허균과 골빈당이 그 앞을 가로막아요. 그때 단이가 초희 옆에서 다시 한 번 시조를 읊고 왕도 결국 깨달음을 얻는 거죠. 마지막엔 다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시조를 읊는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 - 믬키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만약 다윈이 살인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자는 루미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고, 함께 진실을 쫓는 과정에서 은밀하게 루미를 방해한다면 어떨까요? 죄책감 없는 악인으로 변한 다윈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 쭐래누나
<랭보> & <팬레터>
“그거 참 재미있네. 지구 반대편에서 살아온 우리가 이토록 희한한 두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니 말이야. 하나, 손이 이 지경이 됐다. 둘, 절필했다.” 치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랭보는 붕대를 감은 손으로 파이프 담배를 집어 들었다. 세훈은 옅은 웃음을 흘리며 자신의 오른손으로 시선을 옮겼다. 역시나 피로 얼룩진 붕대가 감긴 손으로. “공통점이 하나 더 있지 않은가요.” 흩어지며 날아가는 담배 연기를 바라보며 세훈이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한때는 나의 전부였던 사람을… 잃었다는 거요.” - 제이니제이
<호프>
원고지를 떠나보낸 호프는 자신의 인생인 일상을 찾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동네 서점에서 양장본으로 멋지게 변신한 원고를 마주합니다. 자신이 수십 년 동안 움켜쥐고 있던 원고가 세상의 빛을 보고 한 권의 멋진 책으로 자신 앞에 다시 나타나 준 것에 감사하며, 호프는 그 책을 사서 소중하게 껴안고 서점 밖 눈부신 햇살 가득한 거리로 나옵니다. - Michaela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5호 2019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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