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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첫 단독 콘서트로 재충전 정성화 [NO.126]

글 |이민선 사진 |심주호 2014-03-10 4,180

<레 미제라블>의 장 발장과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 많은 배우들이 꿈의 배역으로 손꼽는 역할들이다. 최근 정성화는 두 역할을 연이어 연기했고 대중과 평단을 모두 사로잡았다. 과거 <영웅>과 <라카지> 등 그의 캐스팅 소식은 종종 화제가 됐다. 이에 의아해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그는 매번 노력과 실력으로 반신반의하는 시선들을 호의적인 평가로 돌려놓았다. 이제는 뭘 해도 믿고 볼 수 있는 뮤지컬 배우가 된 그가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작품에 도전해 관객들을 놀라게 만들까? 의아하게도, 그의 올해 첫 계획은 단독 콘서트(3월 15일, 부산 시민회관 대극장)다. 당분간 뮤지컬 작업은 잠시 접어두고 정성화가 가지고 있는 다른 무기들을 사용해 보려 한다. 계획하고 있는 콘서트와 영화 작업 등은 정성화가 더 나은 뮤지컬 배우로 돌아오기 위한 전략과 다름 없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다

정성화의 첫 번째 단독 콘서트, 어떻게 시작된 일인지 궁금합니다.
저도 콘서트 제의를 받고 ‘제가 무슨 콘서트입니까?’ 의아했어요. 그런데 목침을 베고 홀로 누워 생각해보니, 가슴이 막 울렁거리면서 뛰기 시작했어요. ‘아, 이거 재밌겠다!’ 처음엔 제가 가수도 아니고 부를 노래가 뭐가 있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게 많더라고요. 그리고 기존의 콘서트와는 다르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 그리고 막연한 계산이 생기더라고요.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과 마찬가지로 콘서트도 제가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콘텐츠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해보자고 마음먹었어요.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욕심으로 그 제의를 수락하게 됐죠.


흥미로운 도전이지만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공연한다는 사실이 조금 아쉽네요.
일단 대관이 확정된 부산에서 첫 콘서트를 하게 됐는데요. 그렇잖아도 주위의 만류가 있었어요. 사실 뮤지컬 배우 정성화를 아는 관객들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을 텐데, 부산에서 시작하는 건 너무 호기로운 행동이 아니냐는 거죠.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정말 냉정하게 내 쇼에 대한 평가를 받고 싶다면 부산에서 해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부산 공연을 잘해내는 게 제게 굉장히 큰 관건이에요.

 

콘서트를 제의한 기획사의 계획이 궁금한데요?
위험 부담이 큰 기획인데, 그들도 그에 대한 각오는 한 것 같아요. ‘정성화 씨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러시더라고요. 그러니 저는 욕심이 더 많아졌죠. 머릿속에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제가 플랜들을 쫙~ 펼쳐 말씀드렸더니, 처음엔 굉장히 의아해했어요. ‘아니, 뭐 콘서트 하는데 그런 것까지 하시냐?’고요. 하지만 제가 설명하고 설득했을 때 그들이 빨리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걸 보니, 아마 새로운 기획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대체 어떤 계획들을 세우신 건가요?
뭐, 이런 이런 분들이 함께하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콘서트에 음악감독이 있는 건 처음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저는 제 콘서트가 뭔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노래형’ 뮤지컬 배우는 아니거든요. 그렇다면 제가 지닌 장점을 십분 발휘해서, 무대 위에서 퍼포먼스로 승화시키면 어떨까? 배우의 이미지를 펼쳐 보이고 싶었어요. 뮤지컬 넘버를 부르더라도 그 노래의 정서가 관객들에게 전달되도록, 예를 들면 제가 짧게 장면 설명도 하고 연기도 하면서, 제가 했던 작품들의 일부를 제 배역에 집중해 보여드리는 거죠. 뮤지컬 배우들의 콘서트에서 이런 극적인 장치는 많이 사용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이것도 차별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대 뒤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듯 무대 위에서 옷을 갈아입고 배역 변신을 한다든가,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계획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에 뮤지컬 넘버 외에 대중가요들도 포함돼 있을 듯해요.
그동안 제가 보여드리지 않았던 색깔을 많이 보여드릴 거예요. <불후의 명곡>에서 ‘빗속에서’를 들으신 분들은 알겠지만, 기존의 대중가요를 부르더라도 제 식으로 재해석해서 부를 거예요. 아직 계획 중이고 더 생각할 것도 많아서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생각한 것만 잘해도 멋진 쇼가 될 것 같아요.

 

 

 


그동안 못 봤던 정성화의 다른 모습을 많이 볼 수 있겠군요.
단독 콘서트인데 발라드 일변도라면 되게 지루할 거예요. 다양하고 변화무쌍하게 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감동적이고 멋진 쇼보다는 재밌는 쇼가 될 것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그런 거니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시간이 빨리 지나갈 수 있게 해드리는 게 목표예요.


정성화 자체가 밋밋하고 재미없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다른 콘서트와 비교해 노래 듣는 맛은 물론 재치 있는 입담과 연기를 보는 재미도 기대됩니다.
밋밋하고 지루한 거, 제가 못 참거든요. 여러 요소가 적재적소에 복합돼 있을 거예요.


의외의, 재밌는 선곡 하나쯤 공개해주시죠?
꽤 있어요. (뜸들이다) ‘Saturday Night Fever’요. 요즘 춤 연습 중입니다. (웃음)

 

와! 이건 코믹 버전인가요? 아니면 진지하게?
진지하게!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노래를 20곡가량 부를 예정이고 하루 2회 공연이라, 운동 열심히 해야 해요. 배에 힘 떨어지면 목이 쉬거든요.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던데요? 게스트가 무려…
아, 정말 감사하죠. 김선영, 박은태 두 분이 도와주시기로 했어요. ‘한번 생각해볼게’ 이런 말도 없이 곧바로 ‘할게!’ 그렇게 답해주셨어요. 제가 게스트로 모시기에 부담스러운 분들인데도, 흔쾌히 참여해주셔서 무척 감사하죠. 그리고 뮤지컬 배우로 구성돼 있고 이런 콘서트 경험이 많은 ‘더 뮤즈’라는 팀도 함께해주세요. 아, 제가 인생 잘 살았나 봐요. 음악감독은 오상준 감독님이 맡아주셨어요. 너무 클래식하고 감상적으로 흐르면 분위기가 처질 수 있어서 악기 구성이 제겐 굉장히 중요했는데, 오 감독님이 기본 밴드 구성에 현악 연주자를 섞어서 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그렇게 진행될 거예요.


지금은 콘서트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무척 즐거워 보입니다.
그럼요. 제가 뭔가를 짜고 만들고 이런 걸 좋아하거든요. 정성화 혼자 하는 콘서트지만 이것도 엄연한 쇼거든요. ‘정성화 쇼가 재밌다더라’ 이런 입소문이 나면 점점 발전시켜서,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꾸준히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되려면, 매번 같은 뮤지컬 넘버만 부를 수는 없으니 저만의 것을 만들어야겠죠.

 

정성화만의 것이라 하면…?
제 곡이요. 아주 대중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듣기 좋은 곡들로 조그만 음반을 낸다든가, 그런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음반과 쇼를 결부시키면 더욱 재밌을 것 같아요. 그러면 60대까지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부산 공연을 마친 후에 서울에서도 정성화 콘서트를 볼 수 있을까요? 서울 관객들의 요구도 높을 텐데요.
부산 공연 다음엔 바다와 정성화의 동반 콘서트를 진행할 겁니다. 서울과 대전, 대구에서 할 예정이고요. 부산에서 단독 콘서트 내용을 축약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의 노력은 멈추지 않는다

정성화의 최근 행보에서 <레 미제라블>의 장기 공연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일 년간 장 발장을 연기한 게 배우 인생에서 큰 의미로 남을 것 같아요.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아요. 온전히 일 년간 <레 미제라블>을 경험하고 장 발장으로 살았다는 자부심과 영광은 있죠. 하지만 단점이라면 거기에 너무 굳어져 있었다는 거예요. 다른 노래가 잘 불러지지 않았어요. 빠져나오는 데 시간이 걸려서 곧이어 <맨 오브 라만차>를 공연할 때 좀 힘들었어요. (그 작품에 맞게) 창법이 바뀌어야 하는데, <레 미제라블>에 특화돼서 음역대가 더 낮은데도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장기간 공연한 만큼 휴식기가 필요했겠어요.
일 년간 공연한 후에 거의 쉼 없이 <맨 오브 라만차>를 이어 하게 돼서 체력적으로 굉장히 지쳐있었어요. 그래서 <맨 오브 라만차>가 끝나면 당분간은 집에서 쉬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요 며칠 쉬었어요. 그런데 사람이 말이죠, 제가 쉬는 인간이 못 돼서 쉬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막상 쉬면 그동안 안 걸렸던 병들이 몰려올 것 같고, 그래서 다시 쉬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웃음) 콘서트 제의가 참 시의적절했죠!

 

다시 쉼 없이 다른 일을 벌이게 됐군요.
콘서트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저의 배우 인생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 같아요. 다양한 노래들을 경험하면서 신축성 있는 배우가 되기에 좋은 기회거든요. 굳어져 있던 목을 유연하게 만들고 신축성을 갖는 거죠. 뮤지컬 무대에서 잠시 내려왔지만, 온전히 쉬진 않아요. 무조건 쉰다고 충전이 되진 않거든요. 충전은 뭘 채워 넣는 거잖아요. 다른 의미 있는 활동으로 재충전하는 거죠. 콘서트와 영화 등 다른 분야에 눈을 돌려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경험하고, 그 밑천으로 또 뮤지컬을 한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역시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도 긍정적이고 의욕적이시군요. 정성화의 행보마다 뒤따랐던 표현도 ‘도전’이 아닌가 싶습니다.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이 뜨거워지게 만드는 것, 저한테는 그런 게 흥미로워요. 흥미롭지 않은 일은 열정적으로 하기 힘들죠. 대본을 봤을 때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이거 해내면 정말 멋지겠는데? 이건 정말 재밌겠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주로 선택했어요. 콘서트도 그렇고요.

 

도전 자체도 멋있지만, 그다음에 그에 대한 책임감도 중요하죠?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되는 것에만 도전해요. 무모하게, 예를 들면 정말 잘생긴, 깎아놓은 듯한 배우에게 어울리는 역에 도전하지 않아요. 사람들 손발을 다 오그라뜨려 놓으면 안 되잖아요. (웃음)

 

도전도 신중하게 하는 타입이군요?
작품을 선택할 때 굉장히 오랜 시간 심사숙고해요. 설령 내게 안 맞는 작품이라도 면밀히 보고 오랜 시간 매니저와 토론해요. 그 작품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도 왜 하지 않는 게 좋은지 정확한 이유가 정리된 후에 결정합니다.

 

좋은 의미로, 굉장히 무서운 사람이네요. (웃음)
어려서부터 뭔가를 이루면서 살아온 삶이 아니었어요. 항상 그저 그런 삶이었죠. 학교 성적도 중간 이하였고, 개그맨 할 때도 혁혁하게 이룬 게 없고. 그래서 뭔가를 이룬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큰 동경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내가 도전해서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뛰기 시작해요. 그걸 하나씩 이루는 게 정말 재밌고 즐겁고요. 제가 못할 거라고 생각한 분들에게 보기 좋게 ‘그건 아닙니다’ 하고 실력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제겐 굉장히 귀하게 느껴져요. 뮤지컬을 하면서 그 맛을 보게 된 거죠. 그러니까 평생 이루고 싶어요. 그러려면 심사숙고하고 신중해야 해요. 경력이 쌓일수록 정체되고 틀에 갇히는 건 아닌지 오히려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체력 관리와 노래 레슨 등 제 나이에 맞게 다시 배우고 익히려고 해요. 제게 오랜만에 주어진 엄청난 ‘금노리개’를 놓치고 싶지 않거든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6호 2014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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