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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OH! BROADWAY] 바이럴 모놀로그, 팬데믹 사회 속 위로와 희망 [No.201]

글 |오한솔 뉴욕 통신원 2020-06-05 3,127

바이럴 모놀로그
팬데믹 사회 속 위로와 희망 



 

24시간 동안 공연 하나 올려볼래?

24시간 연극(24Hour Plays)은 1995년 뉴욕에서 프로듀서 겸 연출가로 활동하던 티나 팰런의 무모해 보이는 제안으로 시작됐다. 친구들끼리 공연을 하고 싶은데, 각자 공연 스케줄로 바쁘고 제작비를 구하는 게 쉽지 않으니 공연이 없는 월요일 밤 극장을 빌려 하루짜리 공연을 올리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프로젝트는 벌써 25년째 이어져 1년에 한 번씩 브로드웨이에서 ‘24시간 연극’과 ‘24시간 뮤지컬’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의 정기 공연은 브로드웨이 및 할리우드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출연진과 창작진의 100% 재능 기부로 이루어지고, 공연 수익금은 자선기금으로 쓰인다. 하지만 재능 기부라고 해서 이들이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공연을 통해 참가자들 사이에 새로운 창작 파트너십이 싹트기도 하고, 새로운 작업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브로드웨이 정기 공연 외에도 ‘24시간 연극’은 수년에 걸쳐 발전시켜온 공연 형식을 라이선싱해 국내외 여러 도시의 공연 예술 단체, 교육 기관 등과 함께 공연 커뮤니티를 만들고, 신진 예술가들이 작품을 발전시키고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공연이 만들어지는 방식은 리얼리티 TV쇼에서 참가자들이 미션을 수행하는 것과 비슷하다. 일요일 오후 8시, 참가자들이 모여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한다. 이때 배우들은 작가들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각자 소품과 의상을 하나씩 준비해 온다. 오후 11시부터 작가들이 합숙하면서 밤새도록 짤막한 작품을 쓰면 월요일 오전 일찍 배우들이 그 대본을 전달받아 오전과 오후 내내 연습한 후 저녁에 공연을 공개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의 수명은 단 2시간 남짓이다. 보통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이 걸리는 공연 제작 과정을 단 하루로 압축해 공연 예술의 고유한 특성이라 할 수 있는 현장성을 극대화한다. 
 

단 한 번만 공연할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24시간 동안의 뮤지컬 제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원나잇 스탠드>(2011)를 보면, 이 작업이 참가자들에게 주는 스릴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하룻밤 사이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창작진과 출연진은 자신의 역량을 스스로 점검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새롭고 친밀한 공동체를 이루게 된다. 물론 한계에 부딪치기도 한다. 창작진은 잘 풀리지 않는 작업에 애태우고, 배우들은 대본이 외워지지 않아 난감해한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대사를 까먹어서 급기야는 무대에서 팔뚝에 적어놓은 걸 읽기도 하고 심지어는 작가가 객석에서 대사를 불러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공연이 얼마나 촉박한 시간 안에 이루어진 작업인지 잘 알고 있는 관객들은 이들의 인간적인 모습에 열렬한 환호를 보낸다. 즉, 이 작업의 취지는 ‘공연 만들기’라는 본연의 창작 욕구 자체와 공연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공동체를 관객과 함께 기념하고 축하하는 데 있다.
 

프로젝트의 또 다른 특징은 세상을 즉각적으로 반영한다는 점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2016년 11월 13일 일요일 밤, 참가자들이 모여 자기소개를 하는 자리에서는 대선 결과가 화제였다. 그날 배우들은 소품으로 힐러리 클린턴 캠프 응원 소품이나 선거 확인증을 가져왔고, 이에 따라 그날 밤 쓰인 희곡 여섯 편에는 모두 대선에 대한 이들의 생각과 반응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당시 공개된 한 작품은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있다가 깨어난 주인공이 트럼프 당선 소식을 듣고 다시 혼수상태에 빠지고 싶어 한다는 내용을 그렸다. 어느새 4년이 지나 새로운 대선을 앞둔 지금은 이런 줄거리가 그리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당시에는 ‘웃픈’ 작품이었을 것이다. 이들 작품을 접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에 별다른 사회적 파급력을 가지지는 못했다. 그러나 한날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나름의 공동체를 만들고, 이를 통해 바깥세상에 대해 예술로 답하는 것이 이 공연의 의의라고 할 수 있다. 




 

바이러스성의, 바이러스에 의한,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지금까지 24시간 연극이 참가자들에게 의미가 있었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3월 12일 브로드웨이 극장들이 폐쇄되자 24시간 연극은 ‘바이럴 모놀로그’라는 새로운 작업을 선보였다. 24시간 이내에 작품을 쓰고, 무대에 올리는 기존 방식을 그대로 따른다. 그러나 자택 대피 상황을 반영해 작가들은 독백을 쓰고 배우들이 집에서 작품을 녹화해 온라인에서 발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매주 월요일 저녁, 미 동부 시간 오후 6시 배우들은 제작 팀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비디오를 제출한다. 이어서 제작 팀이 작가들에게 배우를 배정하면, 그때부터 작가들은 밤새 작품을 쓴다. 이튿날인 화요일 오전 10시, 배우들이 대본을 전달받아 각자 연습한 후 오후 5시까지 결과물을 촬영해 제출한다. 이를 취합한 제작 팀은 오후 6시부터 인스타그램 TV에 순차적으로 작품을 공개한다. 기존의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창작진, 출연진 모두 금전적인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재능 기부를 하고, 시청자들에게 기부금을 받는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작업이 빠르게 퍼져 나가 사람들에게 오락과 위로를 제공하기를 바라는 야심 찬 기획에서 ‘바이럴 모놀로그’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바이럴’이라는 형용사는 한국어로 옮기면 ‘바이러스성의, 바이러스에 의한, 바이러스처럼 퍼지는’이라는 뜻으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내용을 옮기지 않아도 정보나 유행이 짧은 시간 내 빠른 속도로 퍼지는 온라인 공간의 특성을 바이러스 속성에 빗대 가리키는 표현이다. 하지만 어느덧 9주 차에 접어든 ‘바이럴 모놀로그’는 제작진이 애초에 의도한 의미 이상을 갖게 되었다. 첫 공개 이후 호평을 받으면서 회를 거듭할수록 참가자가 늘어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새로운 공연 네트워크를 만들어내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바이럴 모놀로그’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멈춘 공연을 바이러스의 속성을 빌려 재개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3월 17일부터 작품을 공개하기 시작한 이래 봉쇄가 시작된 지 9주 차, 현재(5월 13일)까지 ‘바이럴 모놀로그’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총 148편의 작품이 공개됐다. 

 

팬데믹 시대, 미국 사회의 초상

인스타그램에 차곡차곡 쌓인 작품들을 모아놓고 보면, 마치 지난 두 달여간 미국 사회를 기록한 모자이크 같다. 공연 예술 전문 출판사 메투엔 드라마는 ‘바이럴 모놀로그’의 기록물적 가치와 가능성에 주목해 이들의 작품을 희곡집으로 엮어 출간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형식과 내용 면에서 팬데믹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품은 대개 3분에서 15분 길이의 독백 형식으로 되어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배우 커플이 동반 출연하기도 한다. 또 하나 특징적인 것은 일상생활 대부분의 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내는 상황을 적극 반영해 카메라와 스크린이 공연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화상 미팅, 화상 통화, 유튜브 촬영, 영상 편지 등 카메라에 대고 이야기하는 설정이 자주 보인다. 작품은 배우의 집, 마당, 자동차 등을 무대로 펼쳐지며, 한 대의 카메라로 촬영하고 편집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완성된 작품은 마치 홈 비디오나 셀프 캠코더 같은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연출가의 개입 없이 전적으로 배우가 작품을 해석하고 무대화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내용 면에서는 사회 봉쇄령 자체에 대한 언급이 많았으나 시간이 갈수록 자택 격리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고 성찰하거나, 변화한 일상을 탐구하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원해진 관계에 대한 후회, 팬데믹이 불러오는 불안감, 고립된 상황이 주는 혼란 등을 깊이 있고 섬세하게 다루는 작품들,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자랑하는 작품들이 다양하게 공개됐다. 
 

한국 관객에게 영화 <소셜 네트워크> 등으로 익숙한 배우 제시 아이젠버그의 작품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단연 눈에 띈다. 그는 <발칙한 제안(An Immodest Proposal)>이라는 작품에 배우가 아닌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3분 남짓한 이 코미디에서 배우 리처드 카인드(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빙봉 역을 맡았다)는 ‘신실한 유대교 신자’를 연기하며 할리우드 제작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낸다(실제 작가와 배우 모두 유대계이지만 정통 유대교 신자는 아니다). 그는 봉쇄령이 끝나면 비유대인 역할로 제2의 연기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면서 가상의 오디션 장면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누가 핫도그를 권하는 상황에서 “어머 핫도그! 그거 랍비의 감독 아래 잡은 돼지 아닌 거지? 그래 하나 줘봐!” 하는 설정과 부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웃음을 준다. 짧지만 확실한 유머를 보여주는 제시 아이젠버그의 대본과 베테랑 연기자 리처드 카인드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바이럴 모놀로그’에는 자주 참여하는 단골손님들이 몇 있는데, 2007년 퓰리처상 수상자인 작가 데이빗 린지-아베르가 대표적이다. 그는 뮤지컬 주간을 제외하고는 매주 다른 배우와 협업해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그 가운데 4주 차 작품 <6피트 멍청이(Six Feet Dipshit)> 그리고 5주 차 작품 <내가 혼자 있을 때(Cuando Estoy Solo)>를 대조해 보면 그의 작가적 역량이 잘 드러난다. <6피트 멍청이>는 온라인에서 ‘개똥주머니를 든 진상 남자’로 화제가 된 남자가 주인공이다. 그는 자신이 강아지 똥을 줍는 사이 어떤 사람이 물리적 거리 두기(6피트는 미국에서 물리적 거리 두기의 기준이다)를 무시하고 자기 바로 옆에서 조깅을 해서 화를 낸 것이 온라인에서 와전됐다고 해명한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로 한껏 날이 서 있는 인물의 감정을 속사포로 쏟아내는 배우 마이클 유리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한편, <내가 혼자 있을 때>의 주인공은 카메라 너머의 누군가에게 요즘 자신이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 들려준다. 혼란스러운 바깥세상과는 대조적으로 그의 하루하루는 평온하게 흘러가는 중이다. 오후 7시가 되자 그는 의료진을 응원하는 함성을 지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다. 카메라 뒤편에 놓여 있던 파트너의 유골함을 든 채 창가로 향하는 주인공의 뒷모습을 끝으로 작품은 평온한 일상에 추가된 팬데믹 시대의 새로운 풍경과 그 속에서 느껴지는 외로움과 상실감을 잔잔하고 담담하게 보여준다.


 

6주 차에는 10편의 짤막한 뮤지컬 작품이 공개됐다. 첫 뮤지컬인 <복도에서의 5분(Five Minutes in This Hallway)>은 연극계와 방송계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크리스토퍼 디아즈가 작사와 대본을, 신예 작곡가 로나 시디키가 음악을 맡았다. 복도라는 공간과 5분이라는 자투리 시간을 통해 개인 시간과 공간을 잃어버린 젊은 부모들의 상황을 그려냈다. <프로즌> 초연에 출연했던 젤라니 알라딘이 번아웃 직전의 젊은 아빠 역을 맡아 자기 아파트 복도를 배경으로 열연을 펼쳤다. 작품이 시작되면 젊은 아빠는 아이들을 재우고 좁고 긴 복도 벽에 기대앉아 한숨을 돌린다. 그가 하루 종일 억누르고 있던 자신의 감정들을 마주하면서 독백은 랩으로, 그리고 노래로 발전한다. 아이들 앞에서 자신의 두려움과 불안감을 들키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는 그의 속마음이 전해져 뭉클해진다. 하지만 이내 아빠를 찾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아빠의 휴식은 5분을 못 채우고 서둘러 막을 내린다. 
 

앞서 언급한 뮤지컬이 진지한 접근으로 마음을 두드린다면, <발칙한 제안>은 유머러스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흥미를 끈다. 연극과는 다른 동명의 뮤지컬인 이 작품은 싱어송라이터이자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초연 배우 로렌 프리챠드가 작사와 작곡을 맡았고, 스크린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라 스틸이 출연했다. 자택 격리가 시작되기 직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데이트를 했던 썸남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에서 주인공은 최근 일자리를 잃고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연락이 뜸했다며 근황을 전한다. 이어서 그녀가 건네는 깜짝 제안은 바로 청혼이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미래를 함께하자는 그녀의 제안은 언뜻 듣기에 로맨틱하지만, 그녀가 결혼에 적극적인 또 다른 이유는 바이러스가 진정되자마자 식을 올리면, 2차 유행이 올 때는 둘 다 집세를 절약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좀 뜬금없는 발상이긴 하지만, 그녀가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세상이 끝나는 것 같지만 우리는 이제 시작이야”라며 부르는 청혼곡은 너무 발랄하고 사랑스러워서 이 엉뚱한 제안에 넘어가게 될 것만 같다. 



 

팬데믹 시대의 연극

코로나 바이러스로 극장들이 문을 닫게 되면서, 크고 작은 극단들이 기존 공연의 실황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공연의 경우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복제가 어려워 ‘로컬’ 장르라는 인식이 강한 데다, 제작자들도 공연의 영상화에 주저하거나 공연 실황 영상을 공개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작품이 관객을 만날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점차 이 흐름에 동참하는 추세다. 이처럼 공연의 영상화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요즘, 이러한 추세는 공연을, 나아가 공연계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 
 

팬데믹이 여전히 진행 중인 상태에서 현시대에 맞는 새로운 공연 양식이 등장했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바이럴 모놀로그’가 흥미로운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형식과 내용 면에서 현재의 팬데믹 상황을 효과적으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일 수 없는 자택격리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연극과 뮤지컬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유럽 지역의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이 진정되어 가는 가운데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 조만간 공연을 재개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들 정부에서 발표한 지침에 따르면 무대와 객석뿐 아니라 리허설 중에도 물리적 거리 두기를 실천해야 한다. 따라서 당분간은 공연이 재개하더라도 큰 규모의 공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 사이의 접촉 가능성뿐 아니라 재정적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공연이 재개하더라도 북미와 유럽 지역의 극장에서는 당분간 1~2인극이 강세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여전히 팬데믹 상황이 비관적인 미국에서는 이마저도 언제 가능할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저비용으로 복잡한 기술 없이 원격으로 제작이 가능한 이런 형식은 당분간 이어질 물리적 거리 두기 시대에 공연을 지속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을 제시한다. 
 

현실적인 여건 이외에 ‘바이럴 모놀로그’에 주목할 만한 이유는 이들의 작업이 예술의 역할이 무엇인지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이들 작품은 쉽게 소비할 수 있는 도피성 오락물을 제공하거나 현재와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대신, 동시대를 사는 관객과 거의 실시간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강점을 보여준다. 기존의 24시간 연극이 하룻밤짜리 반짝 이벤트로 끝나는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면, 온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바이럴 모놀로그’는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열려 있다. 이 시기를 보내는 관객 누구나 공감하고, 위로와 웃음을 얻을 수 있다. 쉽게 언어화하지 못하는 지금의 경험과 감정을, 예술을 통해 웃음이나 눈물로 발산하도록 한다. 결국 어려운 시기를 소화하고 버텨 나갈 수 있는 힘을 주고 있다. 앞으로 이들의 작업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1호 2020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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