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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OCUS] ​유료 온라인 공연을 위한 고민 [No.205]

글 |안세영 2020-10-22 4,441

유료 온라인 공연을 위한 고민

 

무료 상영으로 시작된 온라인 공연 실황 중계가 유료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선보인 온라인 공연은 대부분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에 따라 대면 공연이 무산되면서 무료로 기획되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고, 공연 장르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을 유지하며, 사회적 거리 두기 중인 국민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공연계의 생존을 위한 새로운 수익 창출이 필요해지면서 대세는 유료화로 기울고 있다. 9월 말부터 속속 공개되는 유료 온라인 공연이 성공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다면, 공연계에 새로운 수익 창구가 열릴 뿐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든 공연을 관람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유료 온라인 공연이라는 불모지에 첫발을 내디딘 공연 제작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비단 영상의 완성도만이 아니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중요성

온라인 공연을 위해서는 국내외로 영상을 송출할 수 있는 중계 플랫폼이 필요하다. 유료화 흐름에 따라 소비자가 결제부터 관람까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중계 플랫폼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모차르트!>가 선택한 플랫폼은 네이버 V라이브다. 방탄소년단 등 아이돌 그룹의 유료 온라인 콘서트를 중계해 온 V라이브는 앱 기반의 플랫폼으로 해외에서도 시청이 가능하다. 단, 네이버 외에도 구글, 애플이 가져가는 앱마켓 수수료가 30%나 된다는 단점이 있다. 국내 온라인 공연 중계 플랫폼의 선두주자인 네이버TV도 기존의 개인 방송 후원 기능을 발전시켜 유료 결제 시스템을 갖춘 ‘네이버TV 후원 라이브’를 선보였다. 지난 5~6월 네이버TV를 통해 공연 실황을 상영하고 관객에게 자발적 후원을 받았던 서울예술단은 9월부터 네이버TV 후원 라이브로 유료 온라인 공연에 나섰다. V라이브와 네이버TV 후원 라이브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ID만 있으면 이용할 수 있어, 온라인 공연 관람을 위해 별도의 플랫폼에 가입하는 수고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제작사 신스웨이브는 국내 스타트업 기업 스테이지랩스가 개발한 온라인 중계 플랫폼 ‘프레젠티드라이브’와 손잡고 <광염소나타>를 중국,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로 송출했다. 일본에서는 아사히TV 계열사 ‘테레 아사 동화’를 통해 중계된다. 국립극단은 자체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삼고 시범 서비스로 신작 <불꽃놀이>를 유료 상영했다. 홈페이지에서 공연 티켓과 동일한 방식으로 관람권을 판매하고, 문자 메시지로 구매자에게만 공개되는 영상 링크를 전송했다. 이후 관람객 대상 설문 조사 결과를 반영하여 2021년 자체 플랫폼 ‘온라인 극장’을 구축해 국립극단의 네 번째 극장으로 삼고 공연과 관련된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한 자리에 모아 감상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관람권 적정가는?

온라인 관람권의 가격은 어떻게 책정되었을까. 서울예술단은 지난 6월 네이버TV에서 <잃어버린 얼굴 1895> 과거 공연 실황을 온라인 상영하며 관객들로부터 자발적 후원을 받았다. 당시 300여 명으로부터 300만 원 가량의 후원금이 모였다. 평균적으로 1인당 1만 원 정도를 낸 셈이다. 서울예술단은 이 데이터를 기준으로 과거에 촬영한 <신과 함께_ 저승편> 실황 영상 또한 비슷한 가격인 1만 5천 원에 판매했다. 최근 유료화를 염두에 두고 7천만 원의 제작비를 들여 새로 촬영한 두 편의 <잃어버린 얼굴 1895> 실황 영상은 그보다 높은 가격인 2만 원에 판매했다. 서울예술단 관계자는 “향후 DVD 제작을 논의 중이고,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극장 상영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 모든 가능성을 생각할 때 이번 온라인 상영 수익만으로 손익을 따질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총 12회 공연을 생중계로 세계 송출한 <광염소나타>는 일본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가격 4만 4천 원(프로그램북 포함)에 관람할 수 있었다. 3회, 5회, 11회 관람 패키지를 구매할 경우 33~61%의 할인과 특전 영상을 제공했다. 신스웨이브 신정화 대표는 “국가별로 GDP가 다르고 문화생활 비용에 대한 체감 수준도 달라 가격 책정이 무척 어려웠다. 유료 온라인 중계에 첫 발을 내딛는 입장에서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앞으로의 시장에 누가 되지 않고, 다회 관람을 하는 관객에게 유리한 가격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밝혔다. 
 

유료 온라인 공연에 뛰어든 공연 단체들은 당장의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유료 온라인 공연 시장을 만들어나가는 데 참고할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의미를 둔다고 입을 모았다. 국립극단 <불꽃놀이> 온라인 공연은 시범 서비스인 만큼 2500원의 저렴한 가격에 관람권을 판매하여, 최대한 많은 소비자의 데이터와 의견을 수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밖에도 <귀환>은 2만 5천 원, <모차르트!>는 3만 9천원(AR 포토 세트 포함)에 관람권을 판매했다. 

 

공정한 수익 배분을 위하여

무료로 온라인 공연을 선보여 온 공연 단체들이 줄줄이 유료화로 돌아선 데에는 그동안 무료라는 이유로 창작자와 출연진에게 정당한 보상 없이 공연 실황을 상영해 온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도 작용했다. 서울예술단은 이번 유료 온라인 공연을 준비하면서 총 매출액에서 결제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의 30%를 저작권료로 산정했다. 작가, 작곡가 뿐 아니라 무대·의상·분장·소품·음향 디자이너 등 창작진 모두에게 수익이 돌아간다. 단, 작가와 작곡가의 지분이 가장 크고, 나머지 창작진은 역할에 따라 지급 비율을 다르게 책정했다. 영상에 출연한 객원 배우에게도 수익이 돌아간다. 
 

국립극장의 <불꽃놀이>는 대면 공연을 원칙으로 하되 휴관이 지속되어 공연이 취소될 경우, 유료 온라인 공연을 진행하는 것으로 일찍부터 프로덕션과 합의했다. 합의서에는 올해 안에 영상을 송출해야 하고, 최대 송출 횟수는 대면 공연 횟수 이내여야 한다는 조건도 적혀 있었다. 실제로 온라인 공연을 진행하게 되면서 대면 공연 출연료는 그대로 온라인 공연 출연료로 전환되었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현재는 유료 상영으로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고정된 출연료를 지급하지만, 향후 정식 서비스를 론칭해 인기 레퍼토리를 온라인으로 선보인다면 수익 분배 방법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불법 행위 방지와 다양한 상영 방식

유료 온라인 공연이 본격화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은 영상 불법 녹화와 재배포이다. 대부분의 공연 단체는 아직까지 이러한 불법 행위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경고와 감시를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다. <광염소나타>는 이번 유료 온라인 공연을 위해 영화계에서 불법 복제와 배포를 감시 및 관리하는 회사와 계약을 맺었다. <귀환>도 각 예매처마다 실시간으로 온라인 포털 사이트 및 SNS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가동했다. 이밖에도 <광염소나타>와 <귀환>은 한 장의 관람권으로 한 대의 기기에서만 영상을 관람할 수 있게 만들어, 여럿이 관람권을 공유하는 것을 방지했다. 만약 새로운 기기로 접속이 감지된다면 기존의 접속은 강제 종료된다.
 

네이버TV 후원 라이브로 중계되는 서울예술단의 공연 실황은 한 ID당 두 대의 기기로 관람이 가능하다. 만약 기기 한 대로 관람하다가 문제가 생길 경우, 다른 기기로 접속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온라인 공연 종료 후 3시간 동안 다시보기 기능을 제공하는 것도 네트워크 문제로 영상이 끊기거나 개인 사정으로 제시간에 관람하지 못할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이다. V라이브로 중계되는 <모차르트!> 공연 실황도 48시간 동안 다시보기가 가능하다. 반면 국립극단의 <불꽃놀이> 공연 실황은 작품의 소요 시간과 동일한 시간 동안만 실시간으로 관람할 수 있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온라인 공연도 하나의 새로운 형태의 공연으로 인식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극장에 공연을 보러 올 때는 온전히 그 시간을 비우고 공연에만 집중하지 않나. 공연과 최대한 동일한 환경에서 몰입하는 시간을 갖길 바라는 차원에서 이런 방식을 택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5호 2020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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