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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EDITOR’S PICK] 이달의 문장 [No.209]

글 |최영현·안세영·이솔희 사진 | 2022-08-30 520

이달의 문장

 


진실한 마음을 따라가 중요한 것은 사랑 
사랑의 그 힘을 믿어 
<썸씽로튼> ‘We See the Light’

 

1월 호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를 조용히 흘려보낸 날이 없었다. 어떤 날은 마음이 괴로웠고, 다른 날은 몸이 괴로웠다. ‘이제 더는 못 하겠어!’라는 말을 내뱉고 당장 도망치고 싶은 충동이 불쑥불쑥 일었다. 그럴 때마다 들썩이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도망가려는 발목을 붙잡은 것은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애정(이라고 쓰고 애증이라고 읽는)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고집하며 살아왔다. 참 감사한 일이다. 그게 꽃길이 아니라 가시밭길이라는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썸씽로튼>의 포샤와 나이젤은 진실한 사랑으로 자신들에게 닥친 시련을 극복하는 상상을 한다. 결국 그들은 진실한 사랑으로 모든 것을 극복하지만 현실은 뮤지컬만큼 녹록하지 않다. 하지만 사랑은 모든 것을 인내하게 하는 힘이 있다는 걸 안다. 어쩌면 그 인내 덕분에 시련을 이겨 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2월 호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패션>의 ‘가든 시퀀스’ 가사도 덧붙인다.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행복은 사랑이다(The only happiness we can be certain of is love)’ 부디 2월에는 누군가를,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더욱 행복해지길. Editor | 최영현

 


아벨라르가 엘로이즈에게 
결국 우리들은 사랑의 모든 형태에 탐닉했으며 
사랑이 베풀어 줄 수 있는 모든 희열을 맛보았노라 
<팬레터> ‘거짓말이 아니야’

 

<팬레터>의 주인공 세훈과 해진은 중세 수도사 아벨라르와 수녀 엘로이즈처럼 세기의 서간문을 남기자고 약속한다. 이들은 편지라는 제한된 수단으로만 교감하지만, 그럼에도 아벨라르의 편지를 인용해 사랑의 ‘모든 형태’와 ‘모든 희열’을 만끽했다고 이야기한다. 이 역설적인 한 문장에 반해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편지가 수록된 책을 샀다. 전문 全文을 확인하고 뜻밖이었던 점은 두 가지. 우선 이 문장은 스승과 제자로 만난 아벨라르와 엘로이즈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육체적 쾌락에 얼마나 탐닉했는가를 솔직하게 고백하는 대목에 등장한다. <팬레터>에서처럼 정신적 교감의 황홀함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또 이 문장은 아벨라르가 엘로이즈가 아닌 다른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쓰였다. 세월이 흘렀다고는 하나 헤어진 연인과의 은밀한 속사정을 친구에게 일일이 털어놓다니 음… 조금 깬다. 그런데 이 괘씸한 편지가 뜻밖의 결과를 불러온다. 우연히 편지를 입수한 엘로이즈가 아벨라르에게 답장을 보내면서 불행하게 헤어진 두 연인이 편지로 다시 마음을 나누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까 편지의 주인이 누구이든, 결국 이것은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다. <팬레터>가 그러한 것처럼. Editor | 안세영

 


사랑해, 영원히 
<빌리 엘리어트>‘The Letter’

 

<빌리 엘리어트>를 처음 만났던 날, 내 생각의 흐름은 대략 이랬다.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 ‘그렇게 재미있는 공연이라고?’ 1막이 끝난 후 ‘와, 진짜로 재미있잖아?’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에는 ‘사랑해, 빌리. 영원히…’ 이제 막 10대에 접어든 한 소년이 펼쳐 내는 180분간의 뜨거운 성장기가 어찌나 경이롭던지. 그때 받은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내면의 모든 분노를 폭발시키는 ‘Angry Dance’, 상상 속에서 미래의 자신과 함께 황홀하게 비상하는 ‘Dream Ballet’, 춤을 출 때의 기분을 고난도의 안무로 풀어내는 ‘Electricity’까지. 모든 장면에서 무아지경에 빠진 채 자유롭게 춤을 추는 빌리를 보며 속절없이 눈물 흘린 이는 나뿐만이 아니었으리라. 뜨거운 여름의 끝자락에 막을 올린 <빌리 엘리어트>가 시린 겨울과 함께 작별 인사를 건넨다. 그 작은 몸으로 무대 곳곳을 누비던 빌리도 이제 떠나보내야 한다. 2년이 넘는 시간을 오롯이 <빌리 엘리어트>에 쏟아부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네 명의 빌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사랑해, 영원히! Editor | 이솔희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9호 2022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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