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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인터뷰] <나에게 불의 전차를> 구사나기 쓰요시, 국경을 뛰어넘은 우정 [No.112]

글 |나윤정 사진제공 |LIM YOUNGHWAN 번역 | 타카하라 요코 2013-01-24 4,186

<야끼니꾸 드래곤>, <적도 아래 맥베스> 등으로 한일 관계에 대한 생각 거리를 던져주었던 재일교포 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이 신작을 발표했다. 일제 강점기 조선인과 일본인의 우정을 그려낸 <나에게 불의 전차를>은 구사나기 쓰요시, 차승원, 히로스에 료코 등 한일 양국의 스타 배우들이 포진되어 있어 더욱 기대를 모았다. 그중 우리에게 초난강이란 이름으로 더 친숙한 배우 구사나기 쓰요시의 이름이 유독 눈에 띄었다.

 

일본 국민 아이돌 SMAP의 멤버 구사나기 쓰요시.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며 초난강이란 이름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던 그가 정의신의 신작 무대에 오른다. <나에게 불의 전차를>에서 구사나기 쓰요시는 조선에서 야학을 운영 중이며 한국 문화에 심취해 있는 일본인 나오키를 연기한다. 그는 남사당패의 꼭두쇠인 이순우(차승원 분)와 만나 국경을 뛰어넘는 우정을 쌓아가는 인물이다. 지난 11월 전회 매진을 기록했던 일본 아카사카 ACT 시어터에서의 초연을 마치고,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를 준비 중인 구사나기 쓰요시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해 작품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나에게 불의 전차를>을 처음 접하셨을 때 느낌이 어떠셨나요?
무대에 올라 연기하면 많은 보람을 느낄 것 같았어요. 그동안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했던 제 경험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에게 불의 전차를>은 1924년 경성이 배경입니다.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상황이 배경이 된 만큼 그 시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듯 한데요. 이를 위해 참고한 자료들이 있으신가요?
특정한 자료를 참고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대신 정의신 연출에게 그 시대의 배경에 대해 많은 것을 전해 들었습니다.


구사나기 쓰요시씨가 맡은 야나기하라 나오키는 조선에서 야학을 운영하고 백자를 공부하는 등 조선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인물입니다. 한국과의 교류를 활발히 이어오고 있는 구사나기 쓰요시씨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은데 실제로 연기해보니 어떠세요?
저도 한국을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니 연기를 하면서 나오키의 마음과 제 마음이 겹쳐지는 부분이 참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배우로서 느끼는 나오키는 어떤 인물인가요?
나오키는 마음속에 아주 뜨거운 무언가를 품고 있는 인물입니다. 정직하고, 열정이 가득하죠. 그가 가진 힘은 국경이나 입장, 신분의 차이와 같은 많은 벽들을 조금씩 무너뜨립니다.


야나기하라 나오키가 실존인물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를 모델로 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 문화에 심취해 관련 저술과 기고를 여럿 남겼고, 총독부의 광화문 철거를 반대하기도 했던 인물인데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보았을 때 쉽지 않았던 행동인 듯한데, 야나기 무네요시라는 인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훌륭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에서의 반대도 많았을 텐데,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왔을까요? 굉장히 흥미를 끄는 인물입니다.


정의신 작˙연출가가 나오키 역에 대해 특별히 남긴 조언이 있나요
“무조건 큰 목소리를 내라!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큰 목소리를 내라!”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오키는 남사당패의 연기자이자 꼭두쇠인 이순우와 우정을 쌓아갑니다. 역경 속에 피어났던 한국인과 일본인이 우정,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하시나요?
국경을 뛰어 넘은 나오키와 이순우의 순수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우정이었습니다.


한국 배우 차승원 씨가 이순우를 연기합니다. 차승원과 구사나기 쓰요시의 만남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그와의 호흡은 어떠셨나요?
최고였습니다. 한국 배우와는 공연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작업 분위기가 무척 좋았습니다. 차승원 씨는 굉장히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라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작품에서처럼 개인적으로 차승원 씨와 진한 우정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 배우들과의 협업에서 느낀 장점과 단점을 꼽아주신다면 무엇인가요?
단점은 의사소통에 있어서 통역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작업 시간이 2배로 걸렸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면 장점은 연기를 좀 더 깊이 있게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보다 뜨겁고, 보다 즐겁게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작품에는 한국적 정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사물놀이 장면이 등장합니다. 남사당패의 꼭두쇠인 차승원 씨는 직접 상모를 돌리고 줄을 타는 등의 연기를 하기도 하는데요. 당시 남사당패는 같은 한국인에게조차 멸시를 받았다고 합니다. 일본인의 관점에서, 100년 전 이름 없이 살았던 조선 예인들의 무대를 어떻게 보셨나요?
그들이 매우 열심히 살았었다는 걸 느꼈습니다. 조선의 예인들은 자신들에겐 그 길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스스로의 업을 탐구하며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그들의 무대에는 팀 전체를 단단히 묶고 있는 강한 결속력을 담겨 있었습니다.

 


작품의 마지막 나오키의 연설은 작품의 메시지를 압축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작품의 제목이 연상되는 “언제나 가슴에는 불의 전차를 안고, 수많은 고난과 싸워 나가세요.”라는 대사가 인상적입니다. 나오키의 관점에서 ‘불의 전차’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는 마음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원동력이 되는 마음! ‘불의 전차’는 그것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1월, 이 작품은 동경 아카사카 ACT 시어터에서 초연 당시 전회 매진을 기록했습니다. 일본 관객들의 매료시킨 이 작품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작품전체의 팀워크가 뛰어났습니다. 무엇보다 한국과 일본 양국의 협업이 능숙하게 진행된 점이 작품을 빛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1월 30일부터 국립극장에서 <나에게 불꽃의 전차를>을 공연합니다. 한국 영화를 계기로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 온 경험을 살려 한국 연극 무대에 서는 것이 커다란 꿈이자 목표였습니다. 그래서 저에겐 새로운 도전이고, 제 인생에 있어서 무척 큰 의미를 가지는 연극입니다. 무대에 전력을 다하였으니 많은 기대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2호 2013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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