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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언어의 장벽을 허무는 뮤지컬 마니아① - 뮤민정음 [No.225]

글 |이솔희 사진 | 2023-07-06 1,064

온라인으로 최신 해외 뮤지컬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

하지만 막상 정보를 찾다 보면 만만치 않은 언어의 장벽을 느끼고 좌절하기 십상이다. 이에 답답함을 느끼고 언어의 장벽 허물기에 나선 뮤지컬 마니아들이 있다.

해외 공연을 국내에 소개하거나 국내 공연을 해외에 소개하며, 자신이 사랑하는 뮤지컬을 직접 세계에 알리고 있는 SNS 계정을 소개한다.

 

 

 

 

*Youtube : @muem4564

 

 

훈민정음이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를 전했듯이, 유튜브 채널 ‘뮤민정음(뮤지컬+훈민정음)’은 해외 뮤지컬 넘버를 한국어로 번역해 소개하며 국내 관객에게 아직 낯선 해외 뮤지컬의 다채로운 재미를 전한다.

 

 

‘뮤민정음’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나랏말싸미 해외와 달라 언어가 서로 같지 아니하므로 뮤지컬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에 뮤민정음을 통해 사람마다 하여금 날마다 스트리밍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 훈민정음의 서문을 활용한 이 두 문장으로 ‘뮤민정음’을 소개할 수 있습니다. 뮤지컬에 애정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 시작한 유튜브 채널로,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해외 뮤지컬의 한국어 커버 영상을 제작해 노래에 담긴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뮤민정음’은 어떻게 꾸려진 팀인가요?

‘뮤민정음’은 번역과 전체적인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이현우, 연출을 담당하는 이예운, 음악을 담당하는 전현우, 이동희 총 4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실 ‘뮤민정음’은 <디어 에반 핸슨>을 향한 순수한 애정에서 시작됐어요. 이현우 팀원이 2017년 브로드웨이에서 <디어 에반 핸슨> 공연을 보고 느낀 감동을 더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에 작품의 모든 뮤지컬 넘버를 번역했고, 전현우 팀원이 음악 감독으로 참여해 한국어 커버 영상을 만들면서 첫 번째 프로젝트가 시작됐죠. 2년 후, 조금 더 큰 규모의 <디어 에반 핸슨> 커버 프로젝트를 구상할 때 나머지 두 사람이 합류해 지금의 ‘뮤민정음’ 팀이 되었습니다.

 

콘텐츠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소규모의 인원으로 구성된 만큼 영상이 업로드되기까지 역할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서로의 업무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면서 제작에 임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팀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어떤 뮤지컬 넘버의 커버 영상을 찍을지 결정합니다. 국내에 소개된 적 없는 해외 작품을 다루는 것이 저희의 원칙이기 때문에 이미 한국어 버전이 있는 뮤지컬 넘버는 지양합니다. 노래를 확정한 후에는 편곡, 영상 콘셉트 구상, 번역, 배우·연주자 모집 및 연습, 영상 콘티 구상, 촬영, 영상 편집 및 음악 믹싱 과정을 순차적으로 거치는데요, 처음부터 끝까지 세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연습과 영상 콘티를 구상하는 데에 약 한 달 정도로 가장 많은 시간이 들고, 가사 번역 및 영상 편집에는 약 2주 정도 걸립니다.

 

뮤지컬 넘버 가사를 번역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제한된 박자 안에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가사를 구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뮤지컬 넘버의 경우 리드미컬한 멜로디 안에 라임을 맞춘 가사가 많다 보니 한국어 표현에 제약이 많습니다. 영어 가사와 한국어 가사를 비교해 보았을 때 음절 수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가사와 박자 사이 타협점을 찾아 번역하여 원곡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고자 합니다. 또 원곡 가사의 모든 표현과 라임을 한국어로 똑같이 바꾸는 것은 어렵기에 궁극적으로 인물이 이 노래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집중해서 번역의 방향을 찾아갑니다. 커버 영상을 촬영하는 곡뿐만 아니라 작품 전체의 흐름을 파악해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래서 대본 전체를 번역해 내용을 파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음악 작업을 할 때는 무엇에 중점을 두나요. 

효율적인 촬영을 위해 보통 사전에 녹음한 음원을 바탕으로 촬영합니다. 소위 ‘가내 수공업’으로 보컬과 악기 연주를 녹음하지만, 구독자분들이 편안하게 들으실 수 있도록 깔끔한 음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후반 작업인 믹싱과 마스터링에서는 노래의 콘셉트와 톤을 고려해 다양한 작업을 시도합니다. 예외적으로 2021년 제작한 <디어 에반 핸슨> 커버 영상은 일반적인 방법과 다르게 제작됐는데요, <디어 에반 핸슨> 뮤지컬 넘버의 고유한 매력을 담아내기 위해 원곡의 편성 그대로 연주하고, 촬영과 녹음을 동시에 진행해 뮤지컬 장르의 특성인 현장감을 살렸습니다.

 

단순히 원곡을 커버하는 게 아니라 두 곡을 매시업하거나 재즈 버전으로 편곡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처음에는 원곡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커버 영상을 제작했다면, ‘뮤민정음’ 채널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온라인에 존재하는 수많은 커버 영상 사이에서 저희만의 콘텐츠가 돋보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원곡의 재해석을 시도하게 됐습니다. <해밀턴>과 <웨이트리스> 커버 영상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해밀턴>은 일라이자가 해밀턴과 함께할 미래를 꿈꾸는 뮤지컬 넘버 ‘That Would Be Enough’와 해밀턴과 애런 버가 자신의 자식들을 위해 부르는 노래 ‘Dear Theodosia’를 ‘미래 세대를 위한 유산’이라는 주제로 엮어 매시업했습니다. <웨이트리스>의 ‘She Used To Be Mine’은 함께 작업한 신주원 배우의 목소리에서 영감을 받아 재즈 버전으로 편곡해 촬영했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영상은 무엇인가요?

<디어 에반 핸슨>의 ‘Disappear’ 커버 영상과 <하데스타운> 어쿠스틱 메들리 영상에 마음이 갑니다. ‘Disappear’는 극 중 에반이 코너의 죽음이 잊히지 않도록 ‘코너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내용이 담긴 곡이에요. 이 곡의 커버 영상은 코로나19로 인해 널리 퍼진 가상 합창(Virtual choir, 한자리에 모이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합창하는 것) 형식으로 제작했는데, 코너 프로젝트가 온라인을 통해 확산됐다는 점과 영상의 제작 방식이 맞닿아 기억에 남습니다. <디어 에반 핸슨> 공식 SNS 채널에서 이 영상을 언급한 적이 있어 더욱 뜻깊기도 하고요. <하데스타운> 어쿠스틱 메들리 영상은 노래가 아닌 기타와 피아노 연주를 중심으로 제작했는데, 채널을 개편하던 시기에 초심으로 돌아가 제작한 영상이라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채널을 운영하며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요? 

지금은 『더뮤지컬』과 인터뷰를 하게 됐다는 게 가장 뿌듯합니다. (웃음) 뮤지컬 앙상블 배우 경연 프로그램인 <더블 캐스팅>에서 저희가 번역한 <디어 에반 핸슨>의 ‘Waving Through a Window’ 가사를 사용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가사가 일부 변경된 점은 조금 아쉬웠지만, <디어 에반 핸슨>을 널리 알리고 싶었던 저희의 목표가 이루어져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소소하게는 저희와 함께 작업한 배우, 스태프분들에게서 행복한 경험이었다는 소감을 들을 때, 새롭게 만난 사람들이 ‘뮤민정음’ 채널에 대해 알고 있을 때, 영상 콘티 구상이나 가사 번역 시 소요되는 시간이 단축될 때 등 저희의 성장을 체감하는 매 순간 보람을 느낍니다.

 

뮤지컬 번안 및 커버 영상이 흔치 않던 시절부터 콘텐츠를 만들어온 크리에이터로서 뮤지컬 영상 콘텐츠가 활발히 제작되고 있는 요즘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처음 채널 운영을 시작했던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뮤지컬 관련 콘텐츠가 확연하게 많아진 것을 느낍니다. 뮤지컬 관객층이 넓어지면서 뮤지컬 관련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는 것은 저희에게도 매우 반가운 일입니다. 해외 뮤지컬 넘버의 번안 커버 영상이 많아지면서, 같은 곡이더라도 서로 다르게 번역된 가사를 보며 어떤 가사가 인물의 상황과 더 잘 어우러지는지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이 궁금합니다.

‘뮤민정음’이 믿고 볼 수 있는 영상을 제작하는 뮤지컬 콘텐츠 채널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그 목표를 이루도록 향후에는 더욱 다양한 포맷의 영상은 물론, 오리지널 콘텐츠도 선보일 계획입니다. 덧붙여 지난해 8월, 12월에 올린 영상에 이어 <아멜리에>의 세 번째 커버 영상이 6월 중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서양 포크 음악의 무드가 담긴 원곡을 국악기를 사용해 색다르게 편곡하여 들려드릴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5호 2023년 6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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