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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언어의 장벽을 허무는 뮤지컬 마니아⑤ - 힐다의 한국 뮤지컬 노트 [No.225]

글 |최영현 사진 | 2023-07-06 1,068

온라인으로 최신 해외 뮤지컬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

하지만 막상 정보를 찾다 보면 만만치 않은 언어의 장벽을 느끼고 좌절하기 십상이다. 이에 답답함을 느끼고 언어의 장벽 허물기에 나선 뮤지컬 마니아들이 있다.

해외 공연을 국내에 소개하거나 국내 공연을 해외에 소개하며, 자신이 사랑하는 뮤지컬을 직접 세계에 알리고 있는 SNS 계정을 소개한다.

 

 

 

 

*facebook : @koreanmusicalnote

 

 

한국 뮤지컬을 사랑하는 대만인 힐다는 매일 한국 뮤지컬 소식을 중국어로 번역해 페이스북에 게시한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공연 정보를 찾고 번역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이 한국 뮤지컬을 보고 느꼈던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이 느끼길 바라서다. 

 


간단히 자기소개와 계정 소개 부탁드려요. 

한국 뮤지컬을 사랑하는 대만 사람 힐다입니다. 2017년부터 페이스북에 ‘힐다의 뮤지컬 노트’라는 페이지를 운영 중이에요. 제대로 된 한국 뮤지컬 정보가 없어서 대만 사람들이 한국에 가서도 좋은 공연을 볼 기회를 놓치는 게 너무 안타까워 한국 뮤지컬 정보를 중국어로 번역해 공유하기 시작했어요. 

 

언제부터 뮤지컬을 좋아했나요?

중학생 때 제 생애 첫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고 뮤지컬에 푹 빠졌어요. 친구들이 팝 음악을 즐겨 들을 때, 저는 매일 뮤지컬 넘버만 들었어요. 뮤지컬에서 가사는 곧 대사잖아요. 노래로 인물의 생각이나 감정, 그리고 이야기를 전한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또 노래, 연기, 춤은 물론 화려한 무대 미술까지 매 장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다양한 볼거리도 제 마음을 사로잡았고요. 

 

처음 본 한국 뮤지컬은 어떤 작품이었어요?

어릴 때 좋아했던 안재욱 배우가 <살인마 잭>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 뮤지컬을 알게 됐어요. 그러다 2014년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기 전에 한 달간 한국을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한국 뮤지컬을 봤어요. 그때 본 뮤지컬이<황태자 루돌프>였어요. 원래 한 번만 보려고 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결국 네 번이나 봤어요. 여행 경비를 많이 초과하는 바람에 맛있는 한국 음식을 포기하고 매일 토스트와 라면을 먹어야 했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한 달에 한 번 한국에 가서 뮤지컬을 볼 정도로 열성적인 한국 뮤지컬의 팬이 됐어요. 한국 뮤지컬을 더 많이, 더 자주 보고 싶지만 비용과 시간 문제 때문에 한번 한국에 갈 때 최대한 공연을 많이 볼 수 있도록 스케줄을 짭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많이 관람한 한국 뮤지컬은 <프랑켄슈타인>이고,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는 전동석 배우입니다. 

 

특별히 한국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 뮤지컬은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실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작품 제작 수준도 높아요. 어떤 작품이든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가 보장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한국 뮤지컬이 늘 궁금해요.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볼 때도 ‘이 작품을 한국에서 만들면 어떨까?’ ‘이 역할을 어떤 한국 배우가 맡으면 잘 어울릴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해요. 그리고 같은 아시아 문화권에 있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공감하거나 이해하기 쉽다는 점도 제가 한국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예요.

 

페이스북에 한국 뮤지컬 공연 소식을 올리는 과정을 알려주세요. 

매일 네이버에서 관련 뉴스를 검색하고, 제작사의 SNS 계정을 통해 한국 뮤지컬 공연 소식을 접한 후 번역합니다. 게시물을 하나 올리는 데 대략 1시간 정도 걸려요. 주로 배우들의 한자 이름을 검색하고 작품 소개를 정리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편이에요.

 

한국어는 언제 배웠어요?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대학생 때 2년 동안 한국어 학원에 다녔어요. 회사에 다니면서 학원은 그만두었지만, 요즘은 뮤지컬 뉴스와 대사를 통해 한국어를 계속 공부하고 있어요. 한국어 실력이 좋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한국어 뉴스를 읽고 이해하는 데 문제는 없어요. 하지만 고유명사나 어려운 단어가 나올 때는 사전의 도움을 받아요.

 

한국 뮤지컬 소식을 전할 때 본인만의 원칙이 있나요?

한국어를 모르는 대만 사람들에게 한국 뮤지컬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을 운영 원칙으로 삼고 있어요. 마음 같아서는 한국 뮤지컬 소식을 모두 다 전하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관심 공연 위주로 정보를 공유해요. 객관적인 정보 전달이 우선이지만, 공연 관련 팁을 추가할 때도 있어요. 인기 뮤지컬은 예매 방법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서 따로 티켓팅 방법을 올리기도 하고, <드라큘라>처럼 제목이 같은데 프로덕션이 다른 경우 작품 설명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또 개인적으로 공연 리뷰나 추천 공연을 물어보시면 기꺼이 대답해 드립니다. 

 

대만에서 한국 뮤지컬의 인기는 어느 정도인가요?

사실 예전에는 한국 뮤지컬이 인기가 많지 않았어요. 대만 사람들은 <캣츠> <오페라의 유령> <라이온 킹> 같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선호하는 편이거든요. 한국 드라마나 K팝 등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대만 사람이 한국 뮤지컬에 관심을 보이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2018년 여름에 내셔널 타이중 시어터가 <헤드윅>과 <팬레터>를 초청해 공연한 후 한국 뮤지컬 붐이 일었어요. 관객뿐만 아니라 극장 관계자들도 이때 처음 한국 뮤지컬의 제작 수준과 시장 규모를 알게 되었고, 한국 뮤지컬에 관심을 보였어요. 그렇지만 여전히 대만에서 한국 뮤지컬을 볼 기회는 흔치 않아요. 2020년에 내셔널 타이중 시어터와 웨이우잉 국가예술문화센터가 <랭보>와 <신과 함께>의 초청 공연을 추진해 기대가 컸지만,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되었어요.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올해 <라흐마니노프>와 <삼총사>가 대만 공연을 앞두고 있어요. 이를 시작으로 더 많은 한국 뮤지컬이 대만에서 공연되길 바랍니다. 

 

계정 운영 초반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나요?

초반에는 한국 뮤지컬을 널리 알리기 위해 공연 영상에 중국어 자막을 달아서 공유하기도 했어요. 영상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면서 한국 뮤지컬 홍보 효과도 톡톡히 봤지만 지금은 공연 정보 번역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언제 가장 보람을 느껴요?

제가 공유한 정보를 보고 한국에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거나, 덕분에 한국에서 좋은 공연을 봤다는 메시지를 받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저에게 메시지를 주는 분들 대부분은 좋은 말을 남겨주시지만 아주 가끔 악플이 달릴 때는 속상하기도 해요. 


 
매일 새로운 정보를 번역하고 공유하는 것은 무척 번거로운 일인데, 계속해서 계정을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잘 버틸 수 있도록 해준 게 바로 한국 뮤지컬이에요. 지금도 한국 뮤지컬을 보면 행복해요. 더 많은 사람이 제가 느끼는 행복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대만에서도 창작뮤지컬이 많이 공연되나요?

소극장 창작뮤지컬이 있지만 대만 사람들은 해외 투어 뮤지컬에 관심이 더 많은 편이에요. 한국과 달리 라이선스 공연은 많지 않아요. 하지만 최근 들어 라이선스 뮤지컬을 제작하는 제작사가 조금씩 생기고 있는데요, 오는 10월에는 <헤드윅> 중국어 버전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요. 만약 대만에서 공연을 볼 계획이 있다면, Opentix(www.opentix.life)를 추천해요. 장르를 불문하고 대만에서 공연하는 거의 모든 작품을 예매할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앞으로 운영 목표나 바람은 무엇인가요?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한국 뮤지컬 소식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이를 위해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할 생각도 있어요. 저처럼 뮤지컬에 관심 있는 대만 사람들이 한국에 여행 가서 뮤지컬 한 편은 꼭 볼 수 있길 바랍니다. 또 앞으로 한국과 대만 공연계의 교류가 활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5호 2023년 6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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